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7화 (27/332)

# 27

* * *

‘게임에서는 뼈도 멍이 들 수 있구나.’

레온은 신기한 사실을 깨닫고 놀라워했다.

“짜식, 진작 말을 듣지 말이야.”

레온이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며 한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백색의 해골에서 청색의 해골로 변신에 성공한 스켈레톤이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레온이 스켈레톤 한 마리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던 것.

그 비결은 사랑의 매(?)였고 말이다.

띠링.

효과음이 들려오며, 포획한 스켈레톤의 상태 창이 떠올랐다.

[스켈레톤(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 LV. 1]

원한을 가지고 죽은 인간의 시체가 마기에 휩싸여 뼈대만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난 몬스터. 언데드 몬스터 중 가장 약하다.

-주인 ‘레온’

-레온에 대한 공포심 100%, 호감도 0.1%

-어느 때든 당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도망갈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쩝, 전문화된 테이밍 스킬로 얻은 것이 아니라 영 부실하군.’

레온은 스켈레톤이 갑자기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고, 도망을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이 정도면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실전에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싸움 도중에 자신을 습격한다거나 갑자기 도망을 간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실망까지는 아니었다.

‘뭐, 인장 경험치 올리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지만.’

어차피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건 언데드 몬스터를 얻는 정도면 족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한 레온은 스켈레톤의 이름을 정해 달라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다음 말을 내뱉었다.

“해골 1호야, 잘 부탁한다?”

스켈레톤은 처음에는 맘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불끈.

레온이 주먹을 움켜쥐자, 긍정의 의미를 담아 두개골을 세차게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렇게 레온은 첫 부하인 해골 1호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곧장 해골 1호를 데리고 다시금 해골들의 안식처로 향했다.

‘자, 너만 있으면 외롭잖니, 친구들을 좀 섭외해 보자.’

레벨이 1에 불과한 스켈레톤 한 마리로는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할 것을 예상하고, 몇 마리를 더 납치할(?) 생각을 한 것이었다.

“……도망가면 끝까지 쫓아가서 팬다, 너.”

혹시나 유인하러 가서 도망을 갈 것을 걱정한 레온이 차갑게 눈을 빛내자 해골 1호가 덜덜 떨었지만.

“대신 다른 애들을 섭외해 오면 네가 맞을 걸 걔들이 맞게 해 줄게.”

그 이상한 제안에 넘어간 해골 1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제물들에게 다가갔고.

결국 두 마리를 추가로 납치하는 데 성공했다.

따닥. 딱.

딱.

물론 그들 또한 처음에는 반항을 했지만.

뚜둑.

‘너네도 좀 맞자.’

레온의 따끔한 손맛(?)을 경험한 후.

해골 2호와 3호가 생겨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세를 더 불려 봐?’

세 마리를 데리고 또 나가 몇 마리를 더 잡아올까 한 레온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이 이상 스켈레톤을 포획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보아야 스켈레톤밖에 포획을 못 하는데, 스켈레톤 테이밍만으로 인장의 경험치를 가득 채우는 것은……. 왠지 좋을 것 같지가 않아.’

테이밍만으로 인장의 경험치를 채우는 것보다는 다른 종류로도 채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스윽.

레온이 세 명의 스켈레톤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음흉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잠시 후, 어둠이 내려앉은 동굴 안.

키에에!

갑작스레 듣는 이의 귀를 찢을 듯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쫓아가자.

크기가 일반 박쥐의 대여섯 배는 될 것 같은 검붉은 박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괴음의 정체는 동굴의 출현 몬스터인 흡혈 박쥐의 울음소리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흡혈 박쥐는 동굴 안에서 자신의 적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흡혈 박쥐는 초보 유저들에게는 공포의 상징이었는데,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다가 단숨에 내려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들이미는 상당히 까다로운 공격 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키에에!

다시금 분노에 찬 흡혈 박쥐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따닥. 딱.

연이어 상대편이 만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 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따닥. 따닥. 따닥.

동일한 소리가 두 개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스켈레톤 특유의 턱 부딪치는 소리였다.

흡혈 박쥐는 스켈레톤 세 마리와 동시에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몬스터들끼리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거니와.

이 동굴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종류에 흡혈 박쥐는 있었지만, 스켈레톤은 없었다.

그뿐 아니라 AI가 떨어지는 야생 스켈레톤들이 협공을 벌이고 있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의문이 들던 그때.

키에!

촤아악!

흡혈 박쥐가 공중에서 신속하게 내리꽂더니, 허둥지둥하는 스켈레톤 한 마리를 발톱으로 할퀴고는 천장에 매달렸다.

정면 승부를 하다가, 치고 빠지기로 공격 패턴을 바꾸었던 것.

그러자 공격을 받은 스켈레톤은 크게 피해를 입었는지 심하게 몸을 비틀거렸고.

다른 스켈레톤들은 닿을 리 없는 종유석이 달린 천장에다가, 제 검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그 한 번으로 전세는 한쪽으로 잔뜩 기울어져 버렸다.

수에서 밀림에도 흡혈 박쥐가 스켈레톤들을 농락하고 있는 형국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가 되자, 스켈레톤들의 반응이 기묘했다.

표정이 없는 백골 상태인 그들에게서 초조해하는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아니, 그것은 초조라기보다는 무언가를 향한 공포 같아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 낯빛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지금 거멓게 물들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싸우고 있는 흡혈 박쥐를 향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살벌한 존재 때문인 것 같았다.

힐끔.

그때 스켈레톤 세 마리의 텅 빈 동공이 동시에 같은 곳을 향했다.

그러자.

“야, 너네 똑바로 안 하냐.”

그곳에는 이 상황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팔짱을 끼고 상황을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잔뜩 화가 난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그 야생 스켈레톤 세 마리는 바로 레온의 수하들이었던 것이다.

잠시 전 레온은 스켈레톤에게 전투를 시켜 인장의 경험치를 쌓기로 결정을 내린 후 사냥터를 물색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본래 있던 동굴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흡혈 박쥐가 출몰하는 사냥터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후 곧바로 진입하여 이렇듯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닥. 딱.

그 순간 자기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듯, 스켈레톤들이 소심하게나마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반항에 대한 레온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어쭈, 해골 1호, 2호, 3호. 지금 개기냐?”

‘맞을래?’

절레절레.

그 말에 숨겨진 레온의 마음에 스켈레톤들이 놀라 각자의 두개골을 세차게 가로저었다.

레온이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휴, 아까 공략법에 대해서 몇 번을 짚어 줬냐. 내려와서 들이댈 때 확실히 밀어붙이든가, 실패했으면 천장에서 날아들기 전에 타이밍을 봐서 셋이 같이 공격을 하라니까!”

하지만 레온의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흡혈 박쥐가 다시 활강하며 공격을 펼쳤고.

쐐액! 촤아악-!

-해골 1호가 흡혈 박쥐의 공격에 크리티컬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해골 1호가 전투에서 도망갈 확률이 증가합니다.

이번에는 1호가 대미지를 입고 말았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답답하네, 정말.’

레온은 자신이 부리고 있는 스켈레톤 세 마리들의 답답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며 속을 끓였다.

‘아니, 3 대 1이면 뭐 하냐고, 저렇게 못 싸우는데. 고작 세 마리로는 무리였나?’

레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고 자신이 전투에 참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나가 전투를 벌이면 네크로맨서와 관계없는 근접 전투의 경험치가 쌓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쩝, 대부분의 네크로맨서가 언데드 소환수를 앞세워서 전투를 벌이던데. 이거 원, 답답해 죽겠네.’

여태껏 앞서 전투를 벌였던 그였기에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그렇게 머리가 복잡해지던 그때.

-해골 2호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쓰러졌습니다.

-소환수 목록에서 2호가 삭제됩니다.

와르르.

‘이런!’

순식간에 해골 2호가 흡혈 박쥐에게 정통으로 공격을 받고, 그대로 뼈대가 무너져 내렸다.

결국 흡혈 박쥐에게 한 마리가 처치된 것이다.

“크윽!”

그에 레온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 놔두면 전멸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가 전장에 합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이 없으려나?

순간 그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며, 눈동자가 전장을 훑었다.

‘으응?’

그러다가 한 곳을 유심히 바라보던 레온은 문득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저거면 괜찮을지도!’

고민할 생각이 없었다.

파밧.

순식간에 멀리 떨어져 명령을 내리던 레온이 전투의 한복판으로 달려갔다.

키에엑!

흡혈 박쥐가 새롭게 등장한 레온을 보며, 예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당장이라도 흡혈 박쥐에게 공격을 쏟아 낼 기세로 맹렬히 달려간 레온이었지만.

타닷.

의외로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해골 1호의 옆자리였다.

레온은 어리둥절한 모습인 해골 1호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다급히 뱉어 냈다.

“야, 좀 빌리자.”

뚝-!

그리고 어딘가 무참히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따다다다닥.

해골 1호의 아파 죽겠다는 턱 부딪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쐐애액-!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그때.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눈을 빛내던 흡혈 박쥐가 이번에는 하강하며 레온에게 칼날 같은 발톱을 쏟아 냈다.

“하앗!”

슈슉.

하지만 레온은 그에 하나도 놀라지 않으며, 왼발을 한 발짝 뒤로 빼며 손쉽게 피해 냈다.

여유롭게 피해 낸 그는 동시에 흡혈 박쥐의 커다란 날갯죽지 하나에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의문의 물체를 박아 넣었다.

꽈직! 푹!

키에에에에!

여태껏 들어 보지 못한 흡혈 박쥐의 고통에 찬 비명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레온 또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놈을 향해 한마디 소리쳤다.

“갈비뼈 맛이 어떠냐, 이 자식아!”

레온의 등 뒤로 자신의 갈빗대 부근을 어루만지고 있는 해골 1호의 모습이 비쳤다.

정말로 녀석의 갈빗대 하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네크로맨서와 관련한 공격법을 고심하던 그가 해골 1호의 뼈를 하나 꺾어 흡혈 박쥐의 날개에 쑤셔 넣었던 것이다.

이것이 네크로맨서의 공격법인지는 영 의심이 들었지만, 레온은 기세등등한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좋아,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군.’

그의 시야에 비친 흡혈 박쥐는 한쪽 날개에 치명상을 입어 비틀대며 힘겹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키에에엑!

분노에 찬 흡혈 박쥐가 다시금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레온은.

“1호야, 얼른 와 봐.”

뚝-. 뚜둑-.

따다다닥.

1호의 갈빗대 두 개를 연이어 꺾으며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을 일격을 준비했다.

슈우욱! 촤아아!

이윽고 흡혈 박쥐가 동굴 천장을 날다가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레온에게 쇄도해 들었다.

하나로 모은 양 발톱이 레온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사삭!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그 공격을 피해 낸 레온이 젖힌 고개 위로 보이는 흡혈 박쥐의 뒷모습에 양손에 쥐고 있던 뼈를 꽂아 넣었다.

쑤욱! 푸욱!

몸에 뼈 세 개가 박힌 처참한 몰골의 흡혈 박쥐가 위태롭게 날아가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탁. 투둑.

……키, 엑.

레온이 묻은 흙먼지를 털며 흡혈 박쥐에게 다가오자 놈이 마지막 신음을 내뱉었다.

“잘 가.”

띠링.

그리고 반가운 효과음이 들려왔다.

-흡혈 박쥐를 처치하셨습니다.

“좋았어!”

기쁨에 찬 레온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힘겨웠지만, 결국 전투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이제 확인할 게 있지.’

그리 생각한 레온이 입을 열었다.

“인장!”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창생의 인장]

티어 0 / 경험치 100%

개방 특성(4/?)

(1) 창조

(2) 합성

(3) 진화

(4) 초기화

‘인장 경험치 100% 달성이구요!’

드디어 새로운 직업을 손에 넣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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