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21화 (21/332)

# 21

“잡았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시크하기 그지없는 레온의 태도.

그리고 함께 던진 무심한 한마디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누가 도망갔다 했냐? 난 끝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참내, 사람들 태세 전환 오지고요.

-ㅎㄷㄷ……. 모든 게 계산대로였던 것인가.

-아니, 근데 레알 지금 어떻게 된 거임? 갑자기 연기 걷히니까, 말도 안 되는 장면이 펼쳐져 있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원색적인 욕설들이 난무하던 채팅 창은 완전히 분위기가 반전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그를 추앙하는 채팅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던 것.

그 시점에 레온이 다시금 말을 꺼냈다.

“아, 약간 섭섭하네요. 저를 못 믿으시다니…….”

그리고 그 말의 톤과 들리는 어감은 짜증을 내기보다, 정말로 그들에게 속상함을 드러내고 있는 듯 보였다.

-쩝, 미안해서 후원 쏴 준다.

-형이 미안하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레온에게 우선 채팅으로 미안함을 표시했고, 곧이어 두둑한 후원을 통해 열정적인 사과를 전했다.

“쩝. 뭐, 괜찮아요. 저도 실수로 시점을 3인칭으로 돌려 버렸거든요. 제 잘못도 있죠, 이해합니다.”

자신에게 쏟아진 노골적인 욕설들로 기분이 상했을 법도 할 터인데, 그는 대인배스럽게 넘기고 있었다.

사실 도리어 그는 내심 축배를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흐흐, 예상대로군. 역시 연출이 80%지!’

모든 것은 그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해 놓았던 것이었다.

‘핀치에 몰렸다가 휩쓸어 버리는 게 훨씬 자극적이니까!’

레온은 아직도 쏟아지고 있는 후원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적중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려 줘!

묵묵히 수금을 하며 행복을 만끽하던 레온은 전투 과정을 묻는 사람들의 채팅이 쏟아지자, 난처하다는 분위기를 풍겨 냈다.

“쩝, 아직 전투가 끝난 게 아니라 말로 하기가 애매한데…….”

그의 말대로 아직 전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달려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놀 치프턴이 공격 태세를 갖추고 레온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친절하게 일일이 설명해 주고 있을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아, 그럼 형님들 리플레이 열어 드릴까요?”

순간 그가 일정 시간 전의 라이브 영상을 돌려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을 언급하자,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 냈다.

그것을 보며 레온은 다시 한 번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바보들, 리플레이도 소량의 후원을 해야 볼 수 있다고!’

두 번째 계획도 성공적으로 실행이 되었다.

놀 치프턴과 신경전을 벌이며, 레온은 시청자들에게 리플레이로 보여 줄 구간을 설정해 나갔다.

“휴! 자, 됐습니다! 그럼 전 다시 2차전 하러 갑니다!”

곧이어 진땀 흘리는 척하던, 그가 놀 치프턴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가자.

시청자들의 눈앞에, 잠시 전 상황이 생생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망의 첫 번째 장면은.

피슝! 피슝!

레온이 투척용 단검을 던지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있겠지 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전개는 이전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팅! 티팅!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단검들이 놀 친위대들에게 간단히 튕겨 나갔던 것.

-어라?

하지만 시청자들은 주의를 집중해 다시 보며, 한 가지 독특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어디를 보는 거지. 지금?

바로 레온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은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곧장 반격을 해 올 몬스터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전술이 실패했을 때는 상대 몬스터에게 눈길을 돌려야 반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레온의 다음 시야의 초점은.

튕겨져 나간 단검이 어디에 떨어지는가에 있었다.

왜 저런 것을 신경 쓰는 것일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동일한 의아함이 채워지던 그때.

레온이 곧장 연막탄을 터뜨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레온의 쇼타임의 시작이었다.

던진 연막탄이 바닥에 닿기 전.

잠시 후면 폭발이 일어날 그 찰나의 순간.

레온은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펼쳐 내었다

그리고 거기서 만들어진 결과를 확인하며, 사람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스걱! 촤아아!

느닷없이 놀 친위대 한 마리로부터 핏줄기가 솟구쳤다.

허둥지둥 뒤늦게 상처 부위를 붙잡으며, 속절없이 무너지는 처참한 광경.

그리고 그 희생양의 등 뒤로.

……피가 묻은 검을 움켜쥐고 있는 레온이 서 있었다.

월보로도 접근하기 힘든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그.

한데 어떻게 짧디짧은 그 한순간에 접근한 것일까?

펑!

그즈음 마침내 바닥에 충돌한 연막탄이 터지며, 연기를 쏟아 내었고.

시청자들은 레온이 그 연기 속으로 사라지더니…….

곧이어 두 번째 놀 친위대의 옆에서 솟구쳐 오르는 진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전말을 깨달은 시청자들이 잔뜩 흥분한 채 채팅을 쏟아 냈다.

-뭐야……! 미친, 저거 실화냐?

-와, 저렇게 쓰려고 한 거구나.

-시, 시카마X?

-X바, 투척용 단검의 그림자로 이동을 했다고?

-……님을 창의력 대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림자를 탈 데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그랬다. 놀랍게도 레온은 제약에 걸려 사용할 수 없었던 그림자 은신 스킬을 활용해 적들에게 침투한 것이었다.

바로 놀들이 튕겨 낸 투척용 단검이 바닥에 박히며 만들어 낸 그림자로 이동을 했던 것!

크어억.

마지막 남은 놀 친위대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놀 치프턴에게 레온이 모든 추가 대미지 효과를 끌어모아 급소에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것으로 리플레이 동영상은 끝이 났다.

어느새 시청자들의 시선이 현실의 레온에게 향했다.

그러자 힐끔힐끔 채팅 창의 반응을 훔쳐보던 레온이 시청자들에게 슬며시 말을 건넸다.

“헤헤, 형님들. 다 보셨어요? 센스 있었다 싶으면 추천과…… 아시죠? 부탁드려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원이 쏟아졌다.

이제는 후원 유도에도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었다.

그만큼 레온이 연출한 장면이 그들의 암살자에 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 준 것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시청자들은 당장이라도 암살자를 해 보고 싶어 몸이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그로부터 한동안 레온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사그라질 때까지, 지금까지처럼 놀 치프턴의 공격을 휙휙 피해 내며 시간을 끌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명언을 떠올리는 레온이었다.

잠시 후, 마침내 그가 생각하기에 종결을 지을 알맞은 타이밍이 찾아왔다.

순간 레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우리 갓청자님들에게 ‘그걸’ 안 보여 주고 방종을 할 수는 없겠군.’

일용할 양식을 주신 시청자들에게 보답할 차례였다.

이윽고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형님들! 지금까지의 후원에 하트를 보내며! 자! 저도 정체를 모르는, 방금 얻은 따끈따끈한 신스킬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말을 마치는 레온의 눈앞에 아직 끄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 내용이 아른거렸다.

놀 친위대를 전부 쓰러뜨리며 레벨 업을 이뤄 내자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레온의 그 말에 사람들이 채팅으로 환호를 쏟아 내고 있던 그때.

파앗!

여태껏 놀 치프턴과의 전투에서 회피 일변도였던 그가 그 스타일을 바꾸며, 전황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동안의 수모를 갚아 주겠다는 듯, 날카로운 살기를 폭발시키는 레온.

“월보!”

발자국을 남긴 궤적에 흐릿한 잔상들을 남기며, 놀 치프턴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놀 치프턴은 미처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레온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암습에서 치명상을 입은 데다가, 베넘 웨폰으로 인한 중독 상태가 꽤나 오래 유지됐으니 남은 힘이 있을 턱이 없지!’

[베넘 웨폰]

장착한 무기에 독 대미지를 추가합니다.

이전에 얻은 패시브 스킬로 그의 공격에는 독 대미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중독 상태가 이 정도로 오래 지속되면, 보스 몬스터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

‘독 박히면 꼼짝 못 해!’

그리고 어느덧 놀 치프턴의 지근거리에 도달한 레온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이 바로 신스킬을 사용할 차례!

타닷!

땅을 박차고 도약한 레온이 한껏 목청을 높였다.

“목 긋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온의 검에 불길해 보이는 암청색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대로 파괴적인 참격을 쏟아 냈다.

촤악!

크워어!

적중당한 놀 치프턴이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 냈다.

어느새 놈의 목덜미에 끔찍한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대로는 사냥당한다.

그러자 위험 수치까지 HP가 떨어진 놈은 현재의 상황을 깨닫고,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려 했다.

많은 도전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광폭화 스킬을 사용하려했던 것.

우웅!

맹렬한 기세로 힘을 끌어올리며 스킬을 쓰는 놀 치프턴!

그릉?

……하나 잠잠했다.

놀 치프턴은 자신의 상태가 그대로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띠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곧 레온이 이내 짚어 주었다.

“침묵이세요! 이 개자식아!”

[목 긋기(Cut throat)]

시전자는 죽음의 기운을 담은 검으로 상대의 목을 베어 큰 대미지를 줍니다.

-3초 동안 출혈을 일으킵니다.

-1초간 침묵 효과를 줍니다.

파앗!

“목 긋기!”

레온은 허둥지둥하는 녀석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여 주기 위해, 다시 한 번 스킬을 발동했다.

촤악! 서걱! 촤아아!

서슬 퍼런 예기銳氣가 놀 치프턴을 무자비하게 난자했다.

그리고 마침내.

쿠쿵!

놀 치프턴이 그 거체를 땅바닥에 누이고 말았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예스!”

레온이 레벨 업을 축하하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그의 생애 첫 방송이 성공적으로 끝마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나흘 후.

유호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게임 채널 시청에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헤헤.”

그 와중에 짓고 있는 표정은, 흐뭇해 마지않는 모습이었고 말이다.

TV 화면에는 이전에 그를 인터뷰했던 VJ 보미가 떠올라 있었다.

사냥 모자, 케이프, 돋보기.

딱 보아도 탐정을 연상케 하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그녀.

VJ 보미는 이내 고개를 갸웃하더니, 불쑥 시청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과연 그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여러 유저들의 인터뷰 영상이 이어졌다.

-그는 저에게 최고의 BJ로 기억될 거예요…….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암살자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 것 같다니까요.

-최자(최초의 암살자), 그 사람. 언젠가 랭커의 위치에 오를 게 틀림없어요! 방송 본 분들은 모두 인정하시는 부분 아닙니까?

감동에 찬 표정으로,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칭송에 가까운 내용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최초의 암살자라 불리는 유저.

즉, 유호였다.

방송 내용은 그에 관한 추리 방송이었던 것.

유호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허허, 이거 원. 이렇게까지 내가 화제인 줄은 몰랐네.’

……사실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송이 엄청난 여파를 가져왔다는 것을 똑똑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헤헤, 너무 티 나서 연기를 못 하겠네.”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유호가 슬며시 한 손에 쥐고 있던 자신의 통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상당한 액수의 숫자가 찍혀 있었다.

나흘 동안 암살자 방송을 이어 가며 받은 후원금의 총액이었다.

그 금액은…….

‘일, 십, 백, 칠백!’

딱 700만 원이었다.

유호가 눈을 반짝였다.

이제 한동안 집세와 게임비 그리고 생활비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하나 그것도 잠시 이내 유호는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쩝, 벌 수 있을 때 더 벌 걸 그랬나?”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맘만 먹으면 더 벌 수 있었던 탓이었다.

그는 첫째 날에는 300만 원, 둘째 날에는 200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셋째 날과 마지막 날에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예정했던 방송 시간보다 훨씬 짧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지…….’

왜냐하면 시청자들의 채팅 창에서 조금씩 자신의 정체를 좁혀 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번을 강조하지만, 아직 자신의 정체가 알려져서는 안 됐다.

그렇기에 그는 뒤의 이틀은 거의 방송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씁쓸한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아니야. 소탐대실을 잊지 말자. 그래, 나중에 더 크게 해 먹으면 돼.’

“끄응.”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무리를 짓고 싶었지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었던지라, 침음이 새어 나오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

“휴, 돈도 확인했고. 판테라로 다시 들어가자.”

힘겹게 자리를 박찬 레온이 한편에 자리 잡은 캡슐로 향했다.

위잉.

캡슐이 구동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판테라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홍채 인식 완료.

-‘레온’ 님,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레온은 눈이 서서히 감겨 옴을 느꼈다.

그러자 그는 머릿속으로 다음 계획을 떠올렸다.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할 때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드디어 신물 퀘스트를 할 차례구나!’

그랬다. 살성이라 불렸던, 전 주인의 흔적을 쫓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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