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잠시 후.
레온이 일절 망설임 없이 진입한 하얀 놀 성채의 2층에는 단 하나의 존재만이 남아 있었다.
“룰루.”
흥겨운 콧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마치 이삭을 줍는 것처럼, 드롭된 아이템을 수거하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
“흐흐, 아이템이 쏟아지는구나.”
그자는 물론 최후의 승자인, 레온이었다.
스윽.
레온이 아이템을 줍던 행동을 멈추고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그가 승리를 얻기까지의 험난한 과정들이 화려한 전경으로 펼쳐져 있었다.
하나같이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고, 사후경직이 된 두 손으로는 하체를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놀들의 모습들이…….
‘으으. 끔찍하다, 끔찍해.’
레온은 본인이 만들어 낸 광경이었기에, 자연스레 피해자들에게 약간이나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미안하다.’
거짓말 같았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레온이라고 이렇게까지 잔인하기 짝이 없는 공격법을 쓰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그가 2층으로 돌입하자, 실시간 채팅 창은 ‘놀항찢(놀의 항문을 찢어 버려)’, 그 세 글자로 도배가 되었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한 레온이었지만, 잔뜩 흥분한 그들은 그가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행동에 옮길 때마다 과감한 후원을 쏟아 냈다.
그리고 결국.
-이것 봐라?
……레온 또한 어쩔 도리가 없이 그 팽배한 황금만능주의에 넘어가 버렸던 것.
바로 이 처참한 놀들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폭풍이 휩쓸고 간 폐허였던 것이었다.
‘쩝, 어쩌겠니 형도 먹고살아야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따스한 눈길을 주던 그가 이윽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스텟.”
보스가 기다리고 있는 3층으로 건너가기 전, 마지막 채비를 마치기 위해 상태 창을 띄우는 것이었다.
레온
LV. 34(87퍼센트)-한계 레벨 50
종족 : 인간
직업 : 암살자(노멀)
생산 직업 : - (없음)
칭호 : 한계를 돌파한 자 / 최초의 암살자
명성 : 20,000
힘 95(+20)
민첩 75(+20)
지혜 35(+20)
체력 65(+20)
생명력 7,300 마력 5,300
미친 듯이 사냥을 하였더니, 어느새 그의 레벨은 많이 올라 있었다.
‘레벨도 괜찮게 올랐군. 좋았어!’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이전과 달리 이제 상태 창을 확인하면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레온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슬며시 채팅 창의 동태를 살폈다.
하지만 그곳에는 얼른 방송을 재개하라는 말 말고는, 별다른 것이 적혀 있지 않았다.
‘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스텟 창은 보이지 않나 보군.’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개인 정보 창은 보이지 않도록, 미리 설정을 마쳐 두었으니까.
혹시라도 그의 일반적인 유저와 비교가 안 되는 스텟 창이 보인다면, 시청자들은 난리를 피우리라.
레온이 눈을 빛냈다.
이제 다시 싸울 준비는 끝났다.
“방송 재개.”
레온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대기를 걸어 두었던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동시에 몸은 3층으로 은밀히 이동하고 있었다.
-오! 드디어 다시 시작됐다.
-암살자 교육 방송? 아니죠, 본격 쾌변 유도 방송.
-3층은 쉽지 않을 듯. 놀 치프턴 개쎔요.
‘라이브 온’ 버튼이 켜지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의 채팅이 물밀듯 밀려왔다.
어느새 시청자들은 레온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후원을 요청했다며 깐죽이던 이들은 오히려 자진해서 자신의 지갑을 열고 있었고, 잠자코 보고만 있던 이들 또한 레온에게 매료되어 감탄에 찬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단순히 웃긴 연출을 보여 주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냥을 시작하며 레온이 후원을 받을 만한, 그리고 시청자들이 빠져들 만한 컨트롤과 플레이를 보여 준 결과일 것이리라.
조심스레 도착한 3층으로 나가기 전.
레온은 들키지 않을 만큼만 고개를 살짝 내밀어 싸움이 펼쳐질 전장을 살폈다.
‘어라? 1, 2층과는 다르네?’
그러자 확연히 다른 구조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층과 2층에 있던 복잡한 복도는 온데간데없었고, 그 구역을 하나로 뭉쳐 합쳐 놓은 듯 넓고 커다랗게 펼쳐진 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
맵을 확인하자 레온은 아쉬운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쩝, 이거 숨을 데가 없잖아.’
그랬다. 공간이 시각적으로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지라,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부족했다.
1층과 2층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암습과 기습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 후 레온은 다음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3층 몬스터들의 면면을 살폈고.
‘……쉽지 않겠는데?’
힘든 싸움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슬쩍만 보아도 1층과 2층의 몬스터들보다 훨씬 강해 보였던 것.
[놀 친위대]
레벨 : 40
분류 : 야수 전사형
등급 : 일반
하얀 놀 성채의 보스 ‘놀 치프턴’을 지키는 친위대원들. 조악하나마 훈련을 거쳐, 놀들 중 제대로 된 전투를 수행한다.
이내 그의 시선에 강철 가시가 박힌 스파이크 클럽을 장착하고 있는 놀 친위대 다섯 마리가 담겼다.
‘40짜리 다섯 마리…… 하지만 문제는 저놈들이 아니지.’
하지만 레온의 관심은 그들에게 있지 않았다.
그들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에게 가 있었다.
오른쪽 눈에 칼에 베인 듯한 일자 상처를 지닌.
그리고 주변의 놀 친위대보다 1.5배는 더 거대해 보이는 진정한 괴물에게.
[놀 치프턴]
레벨 : 44
분류 : 야수 전사형
등급 : 일반
폴른 왕국에 악명을 떨치는 하얀 놀 무리의 수장. 일반 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완력을 자랑하며, 잔악한 손 속과 흉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크르릉.
그랬다. 저 녀석이 바로 이 필드의 보스 몬스터 놀 치프턴이었다.
필드 보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채팅 창에 다시금 불이 났다.
-미션 할까요? 쟤도 엉덩이 죽창?
-니도, 쟤도 공정하게 놀항찢.
-……근데 보니까 맵 자체가 몸을 숨길 곳도 없고, 힘들지 않을까요.
잠시 후, 마지막 댓글처럼 레온의 고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마따나 불가능한 싸움처럼 보였다.
놀 치프턴의 레벨은 44.
레온과는 10레벨이나 차이가 났으니까.
하나 당사자인 레온은 조금도 긴장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형님들, 왜 졸아붙고 그래요? 저, 못 믿어요?”
도리어 자신만만한 태도를 선보이는 레온이었다.
까다로울 것이라는 것뿐, 스스로 10레벨 정도는 컨트롤로 극복 가능하다는 넘치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그림자 은신으로 들어가실 건가요?
“아뇨, 형님. 이런 상황에서는 그림자 은신을 쓸 수 없어요…….”
레온은 그림자 은신 스킬을 쓸 것이냐고 묻는 채팅에 친절히 마저 설명을 이어 갔다.
상대의 그림자로 파고드는 그림자 은신은 탁월한 이동기이자, 돌격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사용할 때의 제약이 까다로웠다.
일단 기준치 이상의 짙은 그림자가 필요했다.
슬쩍.
‘그건 해당은 되는데 말이지…….’
레온의 눈에 띈 그림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농도였다.
하지만 그림자가 몬스터들의 것들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쩝, 여긴 한 발짝 나서면 바로 어그로가 끌릴 테니까.’
그랬다. 레온을 인식하고 공격 상태에 돌입한 적의 그림자에는 이동할 수가 없었던 것.
즉, 진입하자마자 모든 몬스터들의 눈에 띄어 버리는 이런 탁 트인 맵에서는 사용 불가능한 스킬이었던 것이었다.
-헐, 지금까지 보면 그림자 은신이 생명인데.
-스킬이 개제한적이네. 쓰레기인가, 암살자.
설명이 끝나고,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했다는 채팅을 토해 냈다.
그러자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슬며시 레온이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실망은 일러요, 형님들! 암살자에겐 이동기가 한 가지 더 있거든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온이 검을 뽑아 들었다.
곧 전투를 치를 차례였다.
‘놀 치프턴을 맞상대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의 친위대들을 줄여 놔야 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며, 또 다른 스킬을 시전했다.
“월보!”
그러자 마치 잔상처럼 레온이 모습이 흩어졌다.
파밧!
어느새 레온은 숨어 있던 연결 계단이 아닌, 놀 친위대 한 마리의 코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인간의 얼굴이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몬스터가 동료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푹! 푸푹! 촤아악!
순식간에 레온이 검을 놀 친위대의 급소 여러 곳에 동시에 찔러 넣었다.
-크어어.
볼펜으로 찍은 듯, 아주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급소를 모두 정확하게 찌르는 데 성공하자 몬스터는 치명상을 입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동체 시력으로 이뤄 낸 결과였다.
레온은 멈추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눈을 빛내며 다음 목표를 향했다.
‘좋았어! 우선 한 마리!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월보!”
순간 레온이 월보를 다시금 발동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월보가 사용될 리가 없었던 것.
아직 재사용 대기 시간이 남아 있을 터였다.
방금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레온은 다시금 잔상을 남기고, 다른 놀 친위대 앞에 나타나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어느새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어 있었던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연속 사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월보 스킬에 붙어 있는 추가 효과 때문이었다.
[월보月步]
암살자 특유의 보법. 일순간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상대와 거리를 좁힙니다.
-3초 안에 상대를 처치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제한 시간 내에 한 마리를 처치하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던 것.
“하앗!”
서걱!
두 번째로 표적이 된 놀 친위대는 신음도 토해 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으로써 또다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다.
만족스러운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한 마리! 한 마리만 더!’
……하지만 그 후의 전황은 레온의 생각처럼 순탄히 펼쳐지지 않았다.
피슝! 피슝!
그때 레온의 귓가로 바람을 찢는 듯한 파공성이 들려왔다.
‘……!’
월보를 전개해 세 마리째를 노리려던 레온은 급하게 공격을 거두었다.
그리고 황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파공성과 함께 의문의 물체가 날아들었던 것!
“크읏!”
몬스터들에게 한참 거리를 벌린 채, 레온은 그 물체를 확인했다.
-예림이, 그 패 봐 봐! 화살이야?
-엥, 정말 화살이네!
‘채팅들 호흡 보소?’
레온은 어느새 자신이 발을 짚었던 곳에 수북하게 박혀 있는 화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파이크 클럽을 들고 있던 놀 친위대들이 등에 숨기고 있던 쇠뇌를 꺼내 놓고 있었다.
원거리 무기의 등장이었다.
그 말인즉, 암살자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뜻이었다.
피슝! 피슝!
그 후 남은 놀 친위대 세 마리는 레온에게 쉬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댔다.
‘후! 읏!’
레온은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것들을 힘겹게 피해 내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다시금 월보를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까.
정면에서 달려드는 월보 스킬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레온이 숨어 있다가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월보를 쓴다면, 저들의 스파이크 클럽에 피 떡 신세가 될 것이다.
-치프턴은 손도 못 댔죠.
-앙, 망했띠.
시청자들은 이어지는 전투 전개를 보며, 점차 회의적인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었다.
컨트롤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양상이 아니었던 것.
그들이 보기에, 그리고 레온이 말한 바에 따르면 암살자는 대인 전투에 특화된 직업이었다.
그것은 일대일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은신을 하고 빈틈을 노리다가 암살을 해 나가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많은 몬스터와 오랜 시간 전투를 할 수 있을 듯했지만.
하지만 이렇듯 탁 트인 곳에서 대놓고 일대다의 전투를 벌이는 것에는 영 맞지 않아 보였던 것.
피잉! 투둑.
“큭.”
레온이 한 번도 낸 적 없던 침음을 토해 냈다.
화살 한 발이 아슬아슬하게 레온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
그러자 타격을 받은 레온의 가면 반쪽이 깨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그 처절한 모습에 시청자들의 안타까운 반응이 쏟아졌다.
친위대가 쏘아 내는 화살들의 집중포화를 뚫고 저쪽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불가능해 보였다.
궁지에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이때다!’
기다렸다는 듯 레온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장착했다
피슝! 피슝!
레온의 양손에서 투척용 단검이 놀 친위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새로이 단검술 스킬이 추가된 것도 아닌데, 제대로 된 위력이 발휘될 리가 없었다.
이전에 PK범 패거리를 골려 줄 때는 움직임이 한정된 장소에 가둬 놓았던 터라 적중이 잘되었던 것뿐이지 않은가.
팅! 티팅!
역시나 날아간 단검들은 놀 친위대들에게 가뿐히 튕겨 나갔다.
그의 회심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레온의 성채 공략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반격을 할 차례를 맞은 놀 친위대들이 그에게로 다시금 쇠뇌의 시위를 당기려 하고 있었다.
레온의 죽음이 확실시되는 그 급박한 순간.
그가 품에서 불쑥 아이템 하나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그리고 레온이 그것을 투척하려 했을 때!
-워? 뭐야 이거!
-님, 시점 돌아감요!
-으아, 어지러ㅠㅠ
무슨 일인지 채팅 창이 소란스러워졌다.
갑작스레 1인칭이었던 시점이, 어지러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간혹 시스템상 오류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는 들었는데 그것일까?
어찌 되었건 시청자들은 상황을 하나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펑!
그런데 이어 폭음이 들려왔고.
다음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면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레온이 꺼내 든 아이템의 정체는 연막탄이었다.
-……연막 쓴 것, 실화냐?
-하? 연막 뿌리고, 도망갔네ㅡㅡ
-아, 뭐냐. 이딴 것 보려고 내가 지금껏 본 줄 알아?
-X바, 후원한 거 뱉어 내라.
그러자 채팅 창에는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연막탄은 저레벨 때 몬스터들에게 도망갈 때 쓰라고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차라리 싸우다가 장렬하게 사망이라도 하지.
이건 시청자들에게는 최악의 진행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이윽고 시야를 가리고 있던 연막이 모두 걷히고 나자, 사람들은 레온이 도망간 것이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새 방송 시점은 레온의 1인칭 시점으로 제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새로이 펼쳐진 결과를 확인한 시청자들은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
큰 대미지를 입었는지, 놀 치프턴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으며.
놀 친위대 세 마리는 싸늘한 사체가 되어 있었으니까.
씨익.
반쯤 부서진 탓에 드러난 가면의 아랫부분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레온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한참을 떨어져 있던 거리를 좁히고.
몬스터들과 지근거리, 즉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윽고 침묵이 내려앉은 현장에서 레온이 이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 한마디가 그 정적의 순간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