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 * *
“흠, 송출은 1인칭 시점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그럼 다음은…….”
레온은 어느새 판테라에 접속해 있었다.
곧 시작할 자신의 라이브 방송을 진땀을 흘리며 준비하는 중이었다.
정신없이 작업을 하던 그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방송을 보려 대기하고 있는 시청자 수가 적혀 있는 상태 창이었다.
수치를 확인한 레온은 화들짝 놀랐다.
‘이야……. 뭐 이리 많이 왔대?’
예상치보다 몇 배는 많은 시청자 수였던 것.
그가 놀랄 만도 했다.
미리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린 맛보기 영상의 반응을 보고, 자신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라이브 열면 더 많이 들어올 텐데.’
지금은 방송을 열기에 앞서, 이전에 올린 1분 동영상과 이어지는 다른 영상을 틀어 놓은 상태였다.
처음 제목을 보고 신종 어그로인가 하고 의심스러운 태도로 들어온 태반의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의심을 거둔 두었다.
그 후 넋 놓고 레온의 방송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리고 현재 코그모 TV의 시청자 수 1위는 바로 레온이 등극해 있었다.
‘쩝, 이러다가 맛 들리는 거 아냐?’
자신이 BJ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레온은 현재 상황에 실소가 흘러나올 것 같았다.
한데 한 번도 1인 방송을 해 본 적이 없던 그가 어떻게 척척 준비를 해내고 있는 것일까?
‘판테라는 유저가 라이브 방송을 손쉽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판테라는 시스템으로 손쉽게 자체적인 라이브 방송을 유저가 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 놓고 있었던 것.
코그모 TV와도 계약이 되어 있어, 이전에 이런 경험이 전무함에도 손쉽게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왜 인터넷 방송일까?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나 사실 레온이 인터넷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레온은 방송국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출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정체가 알려지면 오히려 큰 낭패야.’
만약에 그가 평범한 루트를 통해 암살자로 전직을 하였다면, 정보를 매매하는 데 하등의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에게조차 쉽게 털어놓기 힘들 정도의 히든피스를 얻은 상황이지 않은가.
‘어떻게든 개인 정보를 얻기 위해 총력을 가하겠지.’
방송국이나 웹진과 엮이기 시작하면, 시청률에 환장하는 방송국 놈들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가 알려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흠, 동영상 조회 수 꽤 나왔던데.’
스트리밍을 통해 이득을 보는 방법도 있기는 했다.
그럴 경우 정보는 최대한 감출 수 있을 것이긴 하였으나, 금전적으로 한계가 있을 터였다.
‘영상으로 올려 봐야 어차피 일주일 후면 모두에게 암살자 콘텐츠가 풀릴 텐데……. 지금이야 관심의 대상이지 그때면 화제성이 급감할 거야.’
레온이 갖고 있는 암살자 콘텐츠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현재 그가 그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 후면 모두가 암살자로 전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때가 되면 지금의 관심은 모두 사라질 것이었다.
처음 레온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만든 이유였다.
-방송국에 딜을 할 수도 없고, 스트리밍을 통해 쌓이는 조회 수로 돈을 벌기도 일주일은 애매한 기간이야.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뽕(?)을 뽑을 수 있을까?
그런 사고가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레 1인 방송을 하자고 가닥을 잡은 것이었다.
‘뭐, 이것도 하루마다 그리 오래 열진 않을 거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방송하면 어찌 되었건 꼬리를 붙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오래 방송을 하면 얻을 수 있을 이득에 속이 쓰렸지만, 그건 과욕이었다.
레온은 아직은 자신의 모습이 밝혀질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에 욕심을 부리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쩝, 생각이 너무 길었군.’
“……뭐, 아무튼 이제 시작해 볼까.”
이윽고 방송 준비를 모두 마친 레온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이내 자신이 만든 방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화제의 주인공이 바로 나야 나, ‘최초의 암살자’ 라이브 방송 시작합니다! / 퍼스트 어쌔신 잇츠 미.]
‘흐흐, 제목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어느 방송국의 관계자는 보고 게거품을 물며, 격노에 휩싸였지만.
레온은 연신 고개를 주억이며 만족스러움을 표출했다.
심호흡을 하며, 한숨을 한 번 내쉰 후.
마침내 그가 입을 연다.
“방송 시작.”
레온의 시동어가 떨어짐과 동시에 레온의 눈앞에 실시간 채팅 창이 떠올랐다.
반투명한 그것은 레온의 시야 오른쪽 부근에 부착되더니,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레온에게 보여 주기 시작했다.
띠링. 띠리리링.
그리고 채팅 창 위로 조그맣게 적혀 있는 시청자 수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님! 님! 리얼 암살자 맞나요?
-1인칭으로 하셨네. 약간 구라 같은데.
-대기 때 동영상 안 보심? 1분 맛보기랑 똑같았음.
-뭐야? 저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쯔쯔, 하얀 놀 성채임 저기.
사람들의 채팅들이 레온의 눈에 들어왔다.
‘역시 어디에나 판 덕후는 있구나. 한눈에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다니.’
그중 마지막 댓글을 보며, 짧은 감탄을 토해 냈다.
그의 방송은 미리 설정해 둔 것처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즉, 레온이 자신의 눈으로 보는 시야가 그대로 방송의 모습으로 송출된다는 뜻이었다.
한데 방송이 시작되고 보이는 몇 초의 전경만을 가지고, 벌써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차리는 시청자가 나타난 것.
레온의 등줄기로 한 줄기 땀이 흘렀다.
‘쩝, 인던으로 오기를 잘했네. 하마터면 위치가 들통날 뻔했어.’
그랬다. 시청자가 말했듯, 레온이 현재 있는 곳은 ‘하얀 놀 성채’로 폴른 왕국에 있는 여러 개의 인스턴스 던전 중 하나였다.
인스턴스 던전이란, 한 파티가 들어서면 그 파티만을 위해 설정되는 던전을 뜻했다.
즉, 해당 파티는 그 파티원 이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던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단 들어간 이후에는 누구도 추가로 들어갈 수 없고, 나오는 즉시 던전이 사라지는 형태였다.
즉, 이곳은 현재 레온이 열었으니, 외부에서 다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가 평범한 사냥터가 아닌 인스턴스 던전을 선택한 이유는 이것을 이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일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한다면, 얼마 되지도 않아서 추적자가 그 자리에 나타나겠지.’
라이브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성상 시작하자마자 레온의 위치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까.
게다가 인스턴스 던전은 클리어 시 마을로 곧장 복귀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었다.
-뭐야……. 이분 왜 말 안 함요?
-꿀 드신 것 아님?
-아! 개노잼.
-침묵 방송 할 거면 왜 연 거임?
-됐고, 빨리 암살자 콘텐츠나 보여 줘. 현기증 나니까.
레온이 아무런 말도 없자, 몸이 달아오른 시청자들의 뭇매가 쏟아졌다.
아니, 휘몰아쳤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리라.
채팅을 치는 시청자 수가 무려 30만 명에 달했으니 말이다.
채팅 창이 수없이 빠르게 새로이 갱신되며 올라갔다.
‘쫄 필요 없지! 자, 계획했던 대로 하자!’
계획이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진행을 하는 것!
이윽고 레온이 정신을 다잡았다.
‘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보자.’
그리고 드디어 레온이 시청자들에게 첫마디를 던졌다.
“헤헤, 형님들, 와 주셔서 감사하구요.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하고요. 와, 이렇게 많이 와 주시니 가슴이 벌렁벌렁하네요.”
평상시 레온과 상반된 한없이 가벼운 톤.
-아, 남자네. 하차합니다.
-최초의 암살자 UP.
-얼른 사냥 ㄲ.
-목소리가 귀엽게 생겼을 듯, 누나 어떠니?
-오오! 가면 뭐냐, 간지네.
“오늘 콘텐츠는 암살자 직업에 대한 기초학 개론입니다. 암살자가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잖아요, 형님들? 아, 누님도 있네요. 그쵸?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그렇게 한번 입을 연 레온은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묵묵히 하는 것보다는 친밀도를 쌓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적당한 농담 따먹기도 주고받았다.
레온은 연신 입을 닫지 않으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방송 콘셉트는 깐족이는 수다쟁이.
모티브는 물론 인장이었다.
이제 슬슬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가기 위해, 성채로 발을 들이려던 찰나.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시청자들에게 머쓱해하며 툭 말을 던졌다.
“……아, 근데, 깜빡했다. 개강하려면 등록금이 필요하잖아요. 하하, 형님들.”
-장사하자~. 먹고살자~.
-돈에 환장했냐! XXXX!
-그래도 콘텐츠를 공개해 주는 게 어디임. 물론 난 안 줄 거지만. 부자들 좀 줘라.
-하긴, 이거는 돈 주고 볼만함. ㅇㅈ?
사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후원을 바라는 멘트를 날리는 것은, BJ 본인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돈을 요구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욕지거리를 내뱉은 후 나가 버리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청자 수는 레온의 발언 후에도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암살자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표출되는 것이리라.
‘흠, 좀만 더하면 날아오겠는데?’
음흉한 내심을 숨기며, 레온이 채팅 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무룩한 말투로 이어 말을 건넸다.
“쩝, 저도 암살자 이거 전 재산 거덜 나면서 되게 힘들게 얻었다고요. 에휴, 사냥할 힘이 없네. 아, 형님들한테 암살자가 얼마나 멋진지 보여 주고 싶은데, 좀 쉬고 와야 하나…….”
그러자 효과음이 들려왔다.
띠링. 띠링.
-‘누나가 쏜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얼른 사냥이나 가’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졌다’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예쓰!’
순식간에 20만 원을 번 레온이었다.
“아! 형님들, 이런 걸 바란 게 아닌데. 헤헤, 감사합니다! 제대로 성의를 보여 드릴게요!”
후원이 시작되자, 레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처음이 힘들지, 시작되면 쭉 이어지는 것이 후원이란 것이었으니까.
‘이제 돈도 받았겠다, 슬슬 시작해 볼까.’
레온이 성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 시작합니다!”
* * *
그릉.
성채의 1층에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하이에나, 놀들이 가죽 갑옷과 칼을 착용한 채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하얀 놀 성채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각 층을 깨끗이 청소하고 최후에는 3층에 있는 최종 보스, ‘하얀 놀 치프’를 잡는 것까지가 레온이 오늘 준비한 콘텐츠였다.
그런데 웬일일까?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고 떠들어 대던 레온의 목소리가 사라져 있었다.
반면 채팅 창은 계속 활성화되고 있었다.
-와, 진짜 그림자에 숨어 있네?
-몬스터 엉덩이를 이 각도에서 보는 경험은 처음인 듯…….
-님, 그대로 놀한테 칼 좀 꽂아 봐요!
[그림자 은신]
그림자에 모습을 숨깁니다.
첫 공격에 크리티컬이 100%로 발휘되며, 크리티컬 대미지가 150% 적용됩니다.
‘거참, 거시기한 취향의 사람들 많네.’
레온은 곧이어 놀엉꽂(놀 엉덩이에 칼 꽂아요)으로 도배되는 채팅 창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다. 레온이 말이 없었던 이유는 바로 침입자를 경계하는 놀 보초병의 그림자에 그가 숨어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원하니까 해 줘야 할 것 같긴 한데.’
순간 레온이 그림자 속에서 슬며시 자신의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쩝. 순삭 가능하려나? 레벨은 좀 높지만.’
망설이는 레온이 놀의 정보를 확인했다.
[놀 경계병]
레벨 : 32
분류 : 야수 전사형
등급 : 일반
하얀 놀 성채의 침입자를 막는 경계병. 하지만 놀들 중 가장 약하다.
현재 레온의 레벨은 30.
놀의 레벨이 더 높았다.
사실 사냥터로 고르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가장 약한 몬스터의 레벨이 레온보다 2레벨 높았으니까.
하지만 인던 중에 그나마 이곳이 가장 낮은 곳이었기에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는 쉬운 곳에서 사냥을 했었나? 급소랑 그림자 은신의 첫 타 추가 대미지를 잘 활용하면 될 거야.’
그러고 보니 레온의 눈에 비치는 놀의 엉덩이의 중심에 붉은 점이 하나 떠 있었다.
[급소 파악]
상대의 급소를 파악합니다. 급소를 공격할 시 추가 대미지가 가해집니다.
암살자의 패시브 스킬인 급소 파악을 통해 보이는 곳이었다. 저곳을 찌르면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는 것.
그림자 속에서 검을 쥐고 정신을 집중하는 레온.
3초, 4초, 5초!
‘……발도술!’
칼집에서 검을 뽑아내며 횡으로 베던 평상시와 다르게, 그림자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며 찌르는 느낌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림자 은신의 효과, 크리티컬 대미지가 적용됩니다.
-치명적 급소 가격 성공, 추가 대미지가 부여됩니다.
그러자 발도술의 스킬 레벨이 오른 덕인지, 이전에 없던 화려한 이펙트가 뿜어졌다.
‘어우, 이거 좀…….’
검이 꽂아 넣어진 놀의 엉덩이 안쪽에서 말이다.
그르르르.
털썩.
이윽고 공격당한 놀이 입에는 거품을 물고, 눈은 죄다 까뒤집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하라고 했지만……. 미, 미안하다, 놀아.
-저분, 항문 암살자였네.
-아, 빵 터졌다. 이건 후원 각.
그렇게 레온의 화려한(?) 암살자 플레이를 보며, 사람들의 후원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일 한도 금액이 금방 채워질 것 같았다.
‘흐흐, 기대되는구먼.’
이윽고 계단을 통해 레온이 2층으로 돌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