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10)-이 또라희야 >
“미오! 빨리 나와서 라희 데리고 가!”
복도에서 외치는 김윤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객실 안까지 들린다.
주사 부리는 막내를 김윤호에게 떠넘기고 방으로 들어온 이지유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샤워를 하기 전 잠깐 침대에 누웠다.
먼저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요즘 한창 말이 트이고 있는 딸 은빛이와 통화를 마친 뒤, 자신이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이지유는 요즘 댓글 다는 재미에 폭 빠졌다.
틱 증상이 거의 치유되고, 틱을 빙자한 가짜 틱조차 자제한 이후부터 생긴 소소한 취미이다.
그녀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20~30대 여자들이 중축을 이루는 한 여초 사이트의 19금 익명 게시판.
닉네임이 노출되지 않아서 이지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어법과 정신 나간 드립 때문에 댓글을 달 때마다 ‘일침좌’로 불리며 많은 추천을 받고 있었다.
성적인 문제로 고민 중인 유저에게는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심도 깊은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짜릿했다.
그것은 연예인으로서 인정받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성취감이었다.
본인이 글 쓰는데 재미를 느끼며 재능까지 겸비했음을 발견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기 이틀 전에 달았던 댓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지유가 단 댓글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유저가 생긴 것이다.
남자 친구의 성기가 작아서 삽입 시 느낌이 안 난다는 댓글에 ‘그건 당신의 보지가 그랜드캐년 대허벌 보지라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장난스럽게 대댓을 달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댓글로 육두문자를 썼던 상대방은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개인 쪽지까지 보내며 이지유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개쌍년아 내 보지가 허벌인지 니가 봤냐? 고소미 처먹기 전에 사과해라 ㅅㅂ]
이지유는 난감했다.
커뮤니티 성격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라서 적당한 비속어와 음담패설, 반말이 허용이 되는 곳이었고, 그래서 그랜드캐년 대허벌 보지라는 말도 당연히 드립으로 사용했던 건데 그게 상대의 역린이었는지 예민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익명 게시판에서 쪽지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고소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던 이지유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쪽에서도 이지유의 사과를 받아주면서 일단락됐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긴장감이 풀린 이지유는 침대에 풀썩 드러누우며 생각했다.
‘빨리 대표님이랑 섹스하면서 욕하고 싶다···.’
씹덕몰이에 최적화된 귀여운 외모와 달리 ‘공격형 욕플’이라는 뒤틀린 취향이 개발된 이지유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던 그녀의 핸드폰에서 ‘카톡’하는 알람이 연속으로 울린다.
확인을 해보니 라희와 규율이를 제외한 3인창에 초대가 되었다.
초대를 한 사람은 란이었다.
란 [우리 도라희가 과연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란 [대표님은 과연 도라희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미오 [우리가 빌드업 짜 준 대로만 하면 백퍼야ㅋㅋ]
지유 [아, 라희 지금 한 대요?]
미오 [지금 라희 방으로 같이 들어갔어]
란 [나가봐야겠다ㅋㅋㅋ]
미오 [나도 나갈게]
란 [대박ㅋㅋㅋㅋㅋ 이지유 빨리 나와 봐]
지유 [왜여?]
란 [우리 지금 라희 방 문 앞에서 엿듣고 있는데 라희가 대표님한테 김윤호하고 싶다고 말했엌ㅋㅋㅋㅋㅋㅋㅋ]
이지유도 서둘러 가운만 걸친 뒤 잽싸게 복도로 나갔다.
***
나는 라희를 데리고 녀석의 방으로 들어왔다.
술 때문에 봉인이 해제된 라희는 도라희의 완성형인 또라희가 되어버렸다.
“섹뜨 하고 싶어여, 섹뜨!”
“라희야, 잠깐만 앉아봐.”
“옷 벗어여?”
“아니아니.”
원피스 수영복 위에 가운을 입고 있던 녀석이 가운을 훌렁 벗었고, 나는 그것을 다시 입혀주면서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의자를 가져와 녀석에 앞에 앉으며 말했다.
“얘기 좀 할까?”
“예에! 얘기 좋아요오!”
“섹스가 궁금해?”
“예.”
“그 느낌이 궁금한 거야?”
“아니요오, 당연히 대표님이랑 하는 게 궁금한 거죠.”
라희는 취한 와중에도 대화의 맥락은 정확히 짚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진지하게 내 생각을 전했다.
“그래, 나이도 중요하지. 그런데 내가 꼭 ‘성인이 아니면 섹스를 하면 안 돼’ 이런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아니야. 니 말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물론 중학생은 너무 이르고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섹스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저도 해도 되는 거잖아요.”
“해도 되지.”
“그럼 해요!”
“그런데 전제가 붙었잖아. 좋아하는 사람끼리. 꼭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서로에 대한 호감이나 사랑은 전제가 돼야 되지 않을까?”
“저 대표님 사랑하는데요.”
“진짜 사랑하는 거 맞아?”
라희는 풀린 눈을 한 쪽씩 번갈아 꿈뻑거렸다.
미간을 씰룩이고 입술을 꼼지락거리며 잘근거린다.
술 취한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얼굴 근육으로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었다.
“나는 니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하고 첫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 나처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 말고 니 또래의 멋있고 착한 남자 애랑.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녀석은 내 질문에 담긴 의도를 이해는 하지만, 내가 자기를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다는 듯이 쓸쓸하게 미소 짓는다. 그러고는 최대한 또박또박한 발음을 하려 애쓰며 되물었다.
“제가 대표님한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거예요?”
“사랑은 맞겠지. 그런데 뭐랄까··· 일반적인 남녀 사이에서 오가는 그런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해. 사랑은 사랑이지만 그 안에는 나를 보호자로서 생각하는 것도 있을 테고···.”
라희는 흐려지는 내 말꼬리를 단호하게 이어 붙였다.
“제가 대표님한테 느끼는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사랑이란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노래 가사와도 같은 감성적인 은유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살면서 내가 받은 고백 중에 가장 근사하고 예쁜 말이었다.
우리 라희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원래부터 속이 깊고 진중한 아이였다.
그동안 쭉 붙어 있다가 떨어진 뒤 오랜만에 만나서 새삼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라희는 도리어 내게 깨달음을 내려주듯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아무리 어리고 경험이 없다고 해도 제 마음 하나 헷갈릴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에요. 저 대표님 남자로 사랑하는 거 맞고요, 사랑하는 남자랑 스킨십 하고 싶어요. 손도 잡고 싶고 뽀뽀도 하고 싶고 안고 싶고 맨살도 만져보고 싶어요.”
“아이고···.”
“물론 대표님한테 제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면 저도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그런데 저 여자 맞아요. 가슴도 나름 큰 편이고 짬지도 있고 완전 여자예요.”
“크흡!”
진지함과 순수함을 오가는 라희의 화법에 실소가 터졌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라희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성숙미를 갖췄던 리야와는 달리, 라희는 요나의 팬으로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했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는 탓이다.
“왜 웃으세요? 가슴 크기로는 규율 언니 다음이 저 맞지 않아요? 보셨으니까 아시잖아요. 만져도 보셨고.”
“알지. 그런데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나한테는 지금의 니가 그냥 여자로 안 느껴진다 라희야.”
“아···.”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다가 이제야 솔직하게 전한 내 직언에 라희는 조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결론지어버리면 자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평생 자위만 하고 살아야겠네요오···.”
“풉, 왜 자위만 해.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사랑하면 되지.”
“지금 저한테 그 말은 전혀 위로가 안 돼요. 오히려 두 번 죽이신 거예요··· 잔인하게···.”
“아, 미안하다···.”
머쓱하게 사과한 나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목소리 톤을 조금 높여 말하며 방을 나갈 타이밍을 잡았다.
“애들이랑 이따 별 본다며? 그럼 잠깐이라도 자고 술 좀 깨. 혹시 머리 아프거나 속 쓰리면 말하고. 숙취 해소제 있으니까.”
“예, 아프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나도 가서 샤워 좀 해야겠다.”
내가 문을 향해 돌아서던 그때였다.
라희가 “아!”하고 통성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깜짝 놀란 나는 발길을 돌려 라희에게 다가갔다.
“뭐야, 왜 그래.”
“다리요··· 다리···!”
“다리가 왜?”
“마비 왔어요··· 아야야···.”
술이 취해서 연기력이 어색하다.
굳이 반점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사쿠라희였다.
라희는 인상을 찡그린 중에도 내 눈치를 슬쩍슬쩍 살폈다.
내가 예전과 달리 바로 마사지를 시작하지 않고 덤덤한 눈초리로 다리를 살펴보자 자기도 찔렸는지 바로 실토를 한다.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에이, 진짜 놀랐잖아.”
“죄송합니다아···.”
나는 녀석의 어깨를 톡톡 다독이며 화가 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필한 뒤 일어섰다. 그러자 내 사각 수영복 밑단을 잡고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진짜 제가 여자로 안 보이세요?”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돌아가.”
“진짜죠···?”
재차 물어보는 라희의 태도에서 슬슬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녀석에게 얼핏 요나의 요망함이 엿보인 것이다.
나는 라희가 상처 받지 않을 만큼 감정을 조절하면서도 단호하게 대꾸했다.
“예라희, 니가 지금 이렇게 술 취한 상태에서 말을 하면 니 진심까지 희석될 수 있는 거야.”
“저 안 취했어요. 기억 다 나요. 암튼··· 대표님이 저 여자로 안 보인다고 하셨으니까···.”
―스윽
“아잇, 야, 야.”
라희가 내 수영복을 내려버렸다.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닷물에 불어 허여멀건해져 있던 음경이 바로 드러났다.
라희 앞에서 공식적으로 음경을 내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당황한 나는 재빨리 바지를 잡아 올리려고 했지만 라희가 내 맨 다리를 꽉 끌어안으며 저지했다.
녀석의 얼굴과 음경이 거의 맞닿았다.
“야, 야, 이러지 마. 나 진짜 화낸다?”
“왜요오, 여자로 안 보인다면서요.”
“아니아니, 여자로 보이건 안보이건 이건 아니지.”
라희가 그동안 많이 억눌려 있다는 것은 란이와 미오의 말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언니들과 내가 교미를 할 때 그것을 반찬 삼아 폭딸을 쳤다는 것도 알고 있다.
3년차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 것처럼, 어덕 숙소에서 벌어졌던 굉장한 교미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들었던 라희는 신체적으로만 무경험일 뿐이지 정신적인 성벽 부분에서는 이미 치녀였다.
나한테 애무를 받기 위해 다리 마비가 왔다고 거짓말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실행에 옮길 정도로 되바라진 성격은 아니었는데, 그놈의 술이 문제였다.
내가 아무리 라희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신체 접촉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방금 전 라희의 빌드업 과정으로 미뤄, 녀석은 발기한 음경을 꼬투리 잡을 생각인 것 같았다.
여자로 안 본다면서 왜 꼬추가 섰냐는 식으로 말이다.
내 예감은 정확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혀를 야하게 내밀며 고추를 핥으려고 한다.
“어어어!”
머릿속에서 야한 생각을 최대한 배제한 나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라희의 어깨를 밀어내면서 음경과 얼굴의 간격을 벌렸다.
하지만 이러는 와중에도, 내가 너무 정색하거나 강경하게 대응을 하면 라희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당연히 상처가 될 것이다.
그래서 풀 파워로 냉정하게 밀어내지는 못했는데, 반대로 도라희는 오늘 아예 작정을 한 것처럼 전력을 다해 내 하체에 매달리며 고추를 입에 넣으려고 했다.
“으아아, 제발제발제발 라희야아아아앜!”
―쿵!
나는 결국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라희가 내 다리를 잡은 윗몸일으키기 자세가 되었는데, 꼿꼿이 세운 내 발끝이 그만 라희의 가랑이 사이를 움푹 찌르고 말았다.
육안으로 확인은 못했지만 엄지에 닿은 익숙한 감촉으로 봤을 때 그곳은 정확하게 음부 사이였다. 틀림없다.
라희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터진다.
“하으잉!”
“어이고, 미안.”
“괜찮아요, 더 해주세요.”
“아니아니! 너 왜 이러냐 진짜. 내가 안한다는 게 아니라, 나중에 좀 더 크면 하자니까, 어? 2년 후에 어?”
녀석은 자기 음부를 내 발에 슬금슬금 문지르며 반박했다.
“나이 같은 거 상관없다면서여!”
“아니이, 아니이! 숫자로서의 나이가 아니라 지금은 니가 여자로 안 보인다는 뜻이야.”
“그럼 남자랑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여!”
“미쳤냐곸!”
“왜요, 대표님은 미오 언니가 미오 오빠일 때도 하셨잖아여!”
“이, 이게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를!”
“꼰대, 꼰대, 김윤호 꼰대!”
와, 얘 말하는 거 봐라···.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술기운과 맞물리며 똘끼로 뒤틀려버린 것 같다.
누구보다 예쁘고 올바른 모범생일 거라 생각했던 딸이 사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진이었다는 걸 알아버린 부모의 심정이 이럴까?
판사님, 저희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거든요.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런 거예요.
제발 선처 바랍니다.
황망한 감정에 사로잡힌 나는 저항의 의지를 상실한 채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라희는 그걸 허락의 뜻으로 생각했는지 맞대고 있던 내 무릎을 나무젓가락 쪼개듯 쩍 벌리며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남자가 정자세 체위로 여자를 보는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며 똥꼬 발랄하게 묻는다.
“해요? 해도 돼요?”
“라희야··· 이 또라희야···.”
< 에필로그(10)-이 또라희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