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2화.나 업키걸 애들 사랑해 (355/371)

< 나 업키걸 애들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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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여왕 강혜민 금의환향>

지난 5월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혜민이 우종화 감독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화려하게 귀국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서 극찬을 받으며 수상까지 한 덕에 공항에는 몇 시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모여들었다. 명실상부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강혜민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함께 고생해주신 메이크업 스텝들을 대신해서 받은 상이다”라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kgfoogen** : 존예롭다 존예로와

―Tapa : 국뽕 빼고서도 진짜 지리네ㅋㅋㅋ

―뚱푸팬더 : 강혜민 군대 면제 가즈아!!!!!

―곰탱임돵 : 친구들이 다 소예주 빨 때 나 혼자 강혜민 팬이었던 게 너무 자랑스럽다ㅜㅜ

 ㄴ미니마리오 : 소예주 트로이카 전성기 때도 원래 강혜민이랑 한슬희까지 합쳐서 ‘소예주혜슬’이라는 말이 있었음. 절대 세 사람한테 안 밀림

―아미슈 : 올해 초에 홍대에서 촬영하는 거 봤는데 진짜 인간이 아니었어요;;

―無形劍客 : 원래는 귀욤귀욤한 강아지상이었는데 성숙미까지 장착하니까 연기 폭이 확 늘어났죠. 내 기준 여배우 섹시 1위ㅋㅋㅋ

―와오 : 인성, 미모, 연기력에 커리어까지 현시점 대한민국 여배우 원탑 인정

 ㄴ뽀작뽀작 : 지금 폼으로는 남녀 배우 통틀어 원탑 아닐까요ㅋ

―감초포션 : 강혜민 같은 여자는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을까.... 남편 될 사람 미리 ㅆㅂㄹ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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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사의 댓글을 보는데 뮨뽕이 그득그득 들어찬다.

강혜민 같은 여자는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냐고?

ㅎㅎ..ㅈㅅ;;ㅋㅋ!!

여러분 접니다.

제가 혜민이랑 썸도 타고 생식기도 타고 그러고 있습니다.

강혜민의 귀국 기사가 뜬지 네 시간 후에 나는 그녀의 삼성동 빌라를 찾았다.

국뽕빼고월클 [오빠, 오늘 그냥 저희 집에서 볼래요?]

나 [그게 편하긴 하지]

국뽕빼고월클 [주소 찍어드릴게요]

그렇다.

비밀 연애를 하는 탑스타들처럼 그녀가 나를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나는 ―내가 집 초대 선물 때문에 고민할까봐 그녀가 미리 초이스 해준― 와인과 향초를 건네며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개 키우지 않아?”

“아, 해외 일정 있을 때는 엄마 집에 맡겨놔요. 내일 데려올 거예요.”

“보고 싶었는데.”

“오빠 개 좋아해요?”

“나는 좋아하는데 개들이 날 안 좋아하는 거 같아.”

“흐킥킥킥.”

“집 앞에 기자들 바글거릴 줄 알고 마스크랑 모자 가져왔는데 한 명도 없네?”

“예, 이 동네는 조금만 시끄러워도 바로 주민신고 들어가서 기자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공항에서 거의 기자회견 수준으로 인터뷰하고 와서 집 앞까지는 안 따라 오셨을 거예요.”

그녀는 인간인가 피로회복제인가.

나긋나긋하면서도 교양이 느껴지는 강혜민의 말투를 들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녹아내린다.

어디 말투뿐인가.

피부가 워낙 깨끗하고 맑아서 피부 메이크업만 했는데도 얼굴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뒤로 묶은 머리와 파스텔 톤의 편한 실내복 차림은 수수하다기보다는 고아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그녀와 한 공간에서 호흡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존재 가치가 확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마도 강혜민에게서 존경심을 느끼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녀를 만나고 나면 내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충동이 휩싸인다.

지금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개인 연습을 하는 요나, 죽음의 다이어트를 성공한 홍이의 강인한 정신력, 그 역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재기에 성공한 란이의 단단한 멘탈 등에서도 존경심을 느낀 적은 있었지만 강혜민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람처럼 생각됐다.

비록 그녀가 배우가 되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이나 과거 모습을 전부 알지는 못해도 아마 맞을 것이다.

한 네티즌이 댓글에 쓴 것처럼 현시점 대한민국 No.1 여배우가 고작 운만으로 만들어질 리는 없으니까.

“상 탄 거 다시 한 번 축하해. 직원들이랑 회의하다가 소식 들었는데 표정 관리 안 돼서 죽을 뻔 했잖아.”

“표정 관리가 왜 안 됐어요?”

“어, 뭐랄까··· 비밀 연애하는 여자 친구가 상 받은 느낌?”

강혜민은 내가 철이 없다는 듯, 하지만 그런 모습이 풋풋하기는 하네, 라는 투로 “으이그.”하고 말하며 어른스런 미소를 지었다.

“피곤하지?”

“괜찮아요. 비행기에서 편하게 자면서 왔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퍼스트 클래스를 끊어주셔 가지고···.”

“그럼그럼,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스탄데 당연히 퍼스트 클래스 타야지.”

“어휴, 월드스타는 무슨요. 진짜 부담스러워 죽겠어요. 저보다 연기 잘하시고 예쁜 선후배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는 그녀의 겸손을 짓궂게 받아쳤다.

“누구.”

“예?”

“너보다 연기 잘하고 예쁜 선후배님이 누가 있냐고.”

“뭐 저보다는 다 잘하시죠.”

“그러니까 누구. 세 명만 말해봐.”

“아잇, 사람 곤란하게 자꾸 그럴 거예요?”

자기가 판 겸손의 덫에 빠져 당황하는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정수리를 앞니로 잘근잘근 물어뜯고 싶다.

나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개그 코드를 중요시 여긴다.

강혜민은 비록 나와 코드가 맞지 않고 개그를 받아들이는 폭도 넓지 않았지만 장난과 정색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막힌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놀리는 맛이 제법 좋았다.

“큭큭, 니가 반응이 너무 좋으니까 계속 놀리고 싶잖아.”

“저 안 그래도 놀리는 맛 좋다는 말 많이 들어요. 다들 못 됐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성향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선한 성품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그 모습이 결코 바보 같거나 호구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장난이 아닌 진지한 상황에서는 자기가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내게 질투심을 드러내며 버릇없이 굴었던 배우 신경준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것을 보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이었다.

“오빠 회사에서 바로 오신 거죠?”

“어, 왜?”

“샤워하실래요?”

“가, 같이?”

“전 씻었죠. 오빠도 씻으셔야 되지 않아요? 오늘 한국 날씨 너무 습했잖아요.”

“그렇지.”

불쾌한 체취를 없애주는 패시브가 항시 발동 중이라서 냄새는 나지 않겠지만 하루 종일 땀을 많이 흘려서 씻긴 씻어야 했다.

“그럼 나 우선 씻을게.”

“예, 안방 욕실 사용하시면 돼요.”

그녀는 오늘 하루를 나와 함께 보내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내가 안방으로 들어서자, 내가 오기 전에 집 근처 백화점에서 샀다는 남성용 파자마와 새 칫솔을 내게 건네주었다.

그런 준비된 행동들에서 결코 ‘경험 많은 여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생각이 참 깊구나, 정도였다.

―겨싸아아아아!

샤워기의 시원한 물줄기로 땀을 씻어내는데 문득 그녀가 나를 어느 정도의 관계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며칠 후면 한국을 떠날 나와 진지하게 만날 마음이 있는 걸까?

내일 당장이라도 씽씽걸과 올드보이에게 소개를 시켜줘야 하나?

내년 이맘때쯤 외국의 어느 휴양지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겠냐는 말이다.

둘만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아줄 사진 기사만이 참석한 스몰 웨딩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웨딩드레스 속에 하얀색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차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사진 기사마저 퇴근하고 나면, 나는 향초 향이 가득한 풀빌라에 도착하자마자 순백의 드레스 스커트를 들추며 그녀를 놀린다. 그리고 팬티만 벗긴 채, 에어컨도 켜지 않은 엉망진창 웨딩드레스 섹스를 할 것이다.

―뿌득뿌득

역시 최고의 발기 반찬은 상상력.

웨딩드레스 안에 하얀색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착용한 그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음경이 징징 울면서 발기가 됐다.

큭, 침착해 가래떡, 아직 니가 나설 때가 아니야.

와인 한잔 하면서 인생 얘기도 하고 건설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빌드업을 쌓아야지, 다짜고짜 귀두부터 들이밀면 그녀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니.

―배싸아아아아!

나는 물 온도를 가장 차갑게 조절한 뒤 고환과 음경에 집중 분사해서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강혜민에게는 육체적인 교류보다는 정신적 교감을 중요시 생각하는 감성적인 남자로 보이고 싶었다.

샤워를 마친 나는 그녀가 준비해준 실내복으로 환복하고 거실로 나왔··· 움찔!

“옷 사이즈 맞아요? 오빠 프로필 보고 맞춰서 산 건데.”

“어어··· 맞아.”

거실 앉은뱅이 식탁에 와인 상을 차려놓은 채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강혜민의 옷이 바뀌었다.

메이드 복에 하얀 망사 스타킹, 가터벨트, 그리고 은은하게 한 색조 화장. 붉은 빛으로 빛나는 입술.

웨딩드레스만 아니었다 뿐이지 하얀색 스타킹과 가터벨트는 내 망상 속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는 내가 뭐 때문에 당황했는지 다 알면서, ‘여우처럼 모르는 척하며’라는 지문의 연기를 하듯이 담담하게 되물었다.

“왜요?”

“옷 뭐야?”

“오빠 출국 선물이요.”

“허어···.”

“왜요? 별로예요?”

“이거 캐붕인데.”

“그게 뭐예요? 들어본 거 같긴 한데.”

“캐릭터 붕괴.”

“저랑 안 어울린다는 뜻인가···.”

“예상외라는 뜻이지.”

“흐흐흥, 오빠는 진짜 저를 너무 착하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저도 이벤트 좋아해요.”

맞다.

내가 강혜민을 과소평가 했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면서 성벽과 인품은 별개이며,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한 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강혜민은 유독 유니콘적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메이드 복이야?”

“예, 맞아요. 역시 한 번에 알아보시네.”

“퀄리티 엄청 좋아보이는데?”

“그쵸? 저 예전에 학교에서 연극할 때 제 사비로 제작했던 건데 다행히 아직도 맞더라고요.”

그녀는 내가 선물로 사온 와인을 잔에 따르면서 자신이 사온 푸른색 파자마를 입고 있는 내 위아래를 유심히 살폈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잘 어울린다. 저 잠옷 잘 어울리는 남자 좋아해요.”

“섬유유연제 냄새 나던데 빨았어?”

“예, 바로 빨아서 건조기로 말렸죠.”

“나 오늘 집에 안 보내려고 작정을 하셨구나.”

“흐흥, 한국에서 만나는 마지막 날이잖아요.”

순순히 인정하며 미소 짓는 얼굴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또 다른 표정이었다.

이 여자는 과연 몇 겹일까.

모르긴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스타킹 발가락을 빨아대며 덮치고 싶은데, 그녀가 따라놓은 와인이 무색해질까 일단 자리에 앉아서 건배를 하고 술자리를 시작했다.

한 잔을 비운 뒤 눈을 가늘게 뜨며 분위기를 잡았다.

“참 희한한 여자야.”

“왜요?”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보여.”

“그래요? 오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똑같아요.”

“나는 되게 가식적이지.”

“그 말이 사실이면 연기를 엄청 잘하시네요. 저는 방송에서 보는 오빠랑 실제로 만난 오빠랑 똑같아서 좋았는데.”

“‘그림자의 빛’ 때?”

“예. 예전에도 말했었잖아요.”

강혜민은 내가 업키걸 아이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호감을 느꼈으며, 실제의 나 역시 자기가 생각하던 그대로라서 좋았다고 말했었다.

그 모습에는 가식이 없던 것이 맞다. 업키걸 아이들과 있을 때야 말로 가장 나다운 모습이 드러나니까.

나는 비어있는 두 개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로 들어갔다.

“나 너한테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앗, 진실게임이에요? 대답 못하면 마시는 거?”

장난스럽게 대꾸한 그녀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내 질문을 기다렸다.

“나도 오늘 갑자기 든 생각이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아, 당연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성으로서 호감이 있으니까 이렇게 만나는 거겠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신 거겠죠?”

“그렇지.”

“음······.”

나는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에 대한 내 생각을 먼저 밝혔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내 감정과 상황을 제대로 정리해주는 편이 그녀에게도 좋을 것이다.

“나 먼저 말할게.”

“앗, 긴장해야겠다.”

“나는 지금도 내가 강혜민이라는 여자랑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다는 게 안 믿겨져. 처음에는 당연히 배우 강혜민이라는 타이틀에 혹했어. 와, 강혜민이 나한테 호감이 있다고 하네? 내가 너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한테 막 자랑하고 싶고 여기저기 티내고 싶었어. 물론 그렇게 안 했지. 근데 지금도 입이 막 근질근질 거려서 죽겠어. 지금도 너는 최고지만 우리 세대 남자들한테 강혜민은 진짜 이상형 1순위였거든.”

그녀는 자기도 그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는 듯, 더 이상의 겸손이나 수긍 없이 내 말을 경청했다.

“솔직히 방송에서 보이는 연예인들 이미지는 그 사람의 일부에 불과하잖아. 그마저도 이미지 메이킹에 가려져 있는 게 태반이라서 대중들도 연예인 이미지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도 하고···.”

“그렇죠.”

“나도 길지는 않지만 3년 정도 연예계에 있으면서 이곳이 어떤 생리로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됐거든. 거기에 실망도 많이 하고 환멸도 느끼고···. 그 어떤 곳보다 더럽고 복잡한 바닥이잖아. 대중들한테 알려진 건 진짜 빙산의 일각이지.”

강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내가 만나본 너는 진짜였어. 나는 이게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보거든. 물론 너한테도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거야. 고작 한 달 정도 만나놓고서 너를 다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만이고 무지한 거지.”

그 말 역시 공감한다는 듯 싱긋 웃는다.

나는 본론을 삽입했다.

“나는 진짜 진지하게 너랑 한번 만나보고 싶어.”

강혜민은 이 말이 진짜 목적어가 아니며, 그 뒤에 어떤 말이 뒤따를 건지 예감했다는 듯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너한테 예의인 것 같으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오픈할게. 나 업키걸 애들 사랑해.”

< 나 업키걸 애들 사랑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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