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9화.작은 엄마는 씨바 이모 (342/371)

< 작은 엄마는 씨바 이모 >

"어머니임! 생신 축하드려요오!"

"그래요, 그래요. 어서 와요."

어른들이 좋아하는 접대용 미소를 얼굴에 내건 제희가 도래미파솔~ 톤의 듣기 좋은 모고리로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씽씽걸과 올드보이의 입가도 덩달아 승천하는 걸 보니 두 사람은 제희가 아주 마음에 쏙 드셨나보다. 하긴, 그러니까 가족모임에 나 몰래 초대했겠지. 나한테 말하면 부르지 말라고 할 게 뻔하니까.

업나니 놈들이 애써 밝은 표정으로 제희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예상이 되어 벌써부터 위가 쿡쿡 쑤시기 시작한다.

나는 일단 중도를 지키며 별다른 리액션 없이 제희와 우리 부모님의 재회를 가만히 지켜봤다.

"아버님 인녕하셨어요?"

"예, 예. 어서 와요. 허허허허허."

"어머, 아버님 오늘 코디 누가 해주신 거예요?"

"이거? 애들 엄마가 입으라는 데로 입은 건데···. 많이 이상해요?"

"아뇨, 너무 젊어보이셔서 처음에 못 알아 봤잖아요. 컬러가 지금 한창 유행하는 컬러인데요? 셔츠랑 바지랑 색상 조합도 너무 좋아요."

"그래요? 허허허허허!"

"거봐 내 말 듣길 잘했지! 이 양반이 처음에는 이상한 티 쪼가리나 입고 나오려고 해서 내가 이렇게 입힌 거예요."

"여억시 어머님이 센스가 좋으시구나! 이래서 여자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는건가 봐요."

"그럼, 그럼!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지!"

굉장하네.

역시 유은빛의 친화력과 요나의 요망함을 겸비한 인간계 끝판왕답다.

옷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씽씽걸과 올드보이를 동시에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극해버린 것이다.

보아하니 씽씽걸과 올드보이가 외촐하기 전에 옷 때문에 의견 충돌이 조금 있었던 모양인데, 결국 자기가 옳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씽씽걸은 아주 기세가 등등해져서 얼굴과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내 옆에 있는 은빛이를 가리키며 제희의 자리까지 지정해준다.

"거기 윤호 옆에 앉아요.은빛이가 옆으로 한 칸 옮기면 되겠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애꿎게 자리를 옮기게 된 씨바가 빛들짝 놀라며 갸르릉 거린다.

"흐잉? 내가 오빠 옆에 앉아야 되는데요?"

"왜."

"나 못 먹는 거 오빠가 대신 먹어주잖아요."

"이 기집애가···."

눈치 없이 버티는 은빛이의 어린 투정에 씽씽걸의 미간에 결국 익숙한 주름이 잡혔다. 그러다가 제희를 의식했는지, 이내 너그럽고 쿨한 시어머니 코스프레를 하며 잔뜩 꾸며낸 목소리로 은빛이를 달랬다.

"못 먹는 건 홍이 주면 되잖아. 어서 옆으로 한 칸씩 이동해, 어서."

"히잉···."

"홍이도 옆으로 한 칸 옮기고."

"예···."

"엄마."

결국 씽씽걸의 편애를 보다 못한 내가 나섰다.

빈정거리는 투로 씽씽걸을 저격했다.

"왜 가만히 앉아 있는 애들한테 옮기라고 그래, 불편하게. 그렇게 예쁘면 엄마 무릎 위에 앉히면 되겠네."

형이 나를 흘겨본다. 좋은 날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라는 뜻이다.

내가 유머러스한 뉘앙스로 말했으면 농담으로 넘어갔을 텐데, 똑같은 초대 손님인 은빛이와 홍이가 홀대 받는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엄마한테 정색이 섞여 들어간 것이다.

다소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제희가 당황하지 않고 센스 있게 받아친 덕분에 분위기는 좋게 좋게 무마됐다.

"아, 그럴까요 어머님? 저 어머님 무릎에 앉아도 돼요? 제가 보기에만 이렇지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아요, 히힛."

"보기에도 비쩍 말라서 뼈 밖에 없구만 뭘."

"어휴, 걸그룹 앞에서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어머니."

"홍이 봐봐, 엉덩이가 탕실탕실한 게 얼마나 보기 좋아. 딱 홍이만큼만 살 좀 쪄요."

"그러니까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홍이 몸매는 웬만한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요, 흑흑."

뜻밖의 칭찬을 받은 홍이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가운데, 녀석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부럽다는 듯 쳐다보며 동감한 제희는 들고 있던 버버리 쇼핑백을 씽씽걸에게 건네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 어머님 이거 생신 선물이요."

"아이고, 전화 한 통에 달려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뭘 또 이런 것까지 준비해왔어."

선물 증정식은 식사 후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그걸 모르는 제희가 어른들에게 호감을 살 조곤조곤한 억양으로 설명을 덧붙인다.

"이게 요즘에 어머님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파는 숄더백인데요, 제가 또 명품 대해앟는 언니한테 부탁해서 딱 하나 남은 거 운 좋게 구했잖아요."

우리들이 듣기에는 TMI이지만 어른들은 이런 풀이과정을 좋아한다.

씽씽걸은 암구호를 전달하는 군인처럼 낮고 비밀스런 목소리로 "어머어머 세상에···."하고 리액션을 하며 버버리 숄더백 언박싱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이렇게 핸드폰이랑 지갑만 딱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가 유행이에요. 어머님들 무거운 거 싫으시잖아요."

서원이가 요나에게 "저 언니 홈쇼핑 호스트 같지 않냐···."라고 중얼거리자 요나는 괜히 고춧가루 뿌리지 말라는 투로 서원이의 팔을 툭 건드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희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서서 포장 제거를 도와주며 싹싹한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엄마만 있는 것도 아니고, 형 내외와 업키걸 애들까지 모여있는 자리에서 정식적인 인사도 나누기 전에 이러는 게 다소 오버스럽고 불편하게 비춰질 수는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이자 오늘의 주인공인 씽씽걸은 아주 넉다운이 되었다.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제희의 원 포인트 공략에 신장 이식이라도 해줄 정도로 홀딱 넘어간 눈치다.

"패턴이 아주 고급스럽네. 잘 쓸게요, 고마워요."

제희가 앉을 자리는 은빛이 대신에 형이 양보를 해주었고, 제희는 선물 개봉이 끝난 뒤에야 엄마를 통해 형 가족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씽씽걸에게는 걸그룹 플랜엘보다 일일연속극 주인공으로 더 유명했기에 그렇게 소개를 했다.

"누군지 알지? '얼씨구 우리 며느리'에 나왔던 탈렌트. 윤호랑 아주 친한 사이래."

원래 제목은 '얼씨구 우리 딸내미'라고 스무 번은 넘게 정정해준 것 같은데 여전히 본인의 욕망이 투영된 제목이다.

형은 '자희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지만 안 놀란척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윤호 형 김윤상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와이프랑 저희 아들."

"처음 뵙겠습니다. 한제희라고 합니다."

"실물이 더 예쁘시다. 여자 연예인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예뻐서 막 설레는데요?"

형수님의 가식 없는 칭찬에 은빛이와 리야가 끼에엑 거리며 끼어든다.

"언니, 저희도 여자 연예인이거든요."

"업키걸 혐오를 멈춰주세요."

"아, 맞다. 푸흐흐흐흑!"

형수님과 같이 한차례 웃음을 흘린 제희는 형과 형수님의 인사에 화답했다.

"윤호 오빠한테 두 분 말씀 많이 들었어요."

"욕 했죠?"

"아니요, 아니요! 두 분 처럼 살 수 있다는 보장만 있으면 결혼은 무조건 해야 된다면서 오빠 결혼생활 롤 모델이라고 했어요."

낯 뜨겁게 그런 얘기를 뭐하러···.

형은 '이 새끼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라는 믿지 못할 눈빛으로 다를 쳐다보면서도 은근히 뿌듯한 표정이었다.

제희는 조카에게도 어린이집 선생님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율아 안녕~ 이모 누군지 알아요?"

"알아요. 할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 주인공이에요. 꽃님이 새댁이요."

"예 꽃님이 이모 맞아요.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앙~"

꽃님이는 극중 제희의 이름이었다.

안율이가 어린이집이 끝나면 맞벌이를 하는 형네 부부 대신에 부모님이 저녁 시간에 맡아주실 때가 많은데 그때 같이 드라마를 본 모양이다.

여섯 살이 된 안율이의 순수한 고자질이 터진다.

"할머니랑 할부지가요. 꽃님이 이모가 안율이 작은 엄마 되면 좋겠다고 그러셨어요."

하아··· 애 앞에서 아주 잘들 하셨습니다.

형과 형수는 푸흡, 하며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고 업키걸 아이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제희는 업나니들의 그런 반응을 즐기듯이 안율이에게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오구, 그랬어요? 안율이는 꽃님이 이모가 작은 엄마 되는 게 좋아요, 싫어요?"

안율이는 손에 쥐고 있는 자동차 장난감을 테이블에 앞뒤로 움직이면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으응? 왜 싫을까? 꽃님이 이모는 안율이가 너어무 좋은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김안율 작은 엄마는 씨바 이모가 해주기로 씨바 이모랑 약속했으니까요."

"이건 또 무슨 알대잉 풀 뜯어 먹는 소리람.

안율이와 제희에게 집중됐던 모두의 시선이 은빛이에게 집중된다.

녀석은 5선이 확정된 늙은 국회의원처럼 거드름과 체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안율이가 의리가 있어, 의리가. 애들 눈이 제일 정확하다니까요."

우리 집안의 유일한 어린이이자 분위기 메이커이자 마스코트인 안율이의 선택은 그저 어린아이의 우스갯소리로 넘길만한 가벼운 발언은 아니었다.

엄연한 1인분이다.

씨바의 말대로 가장 오래봤던 의리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몰래 진행된 세뇌 작업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율이가 은빛이를 내 단짝으로 내정한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씽씽걸에게만 집중됐던 업나니들의 처세술이 갑자기 안율이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서원이가 가장 먼저 승부구를 던졌다.

"안율아 이 누나는 어때? 누나가 안율이 작은 엄마 해줄까? 누나는 안율이 작은 엄마 꼭 하고 싶은데. 응?"

"싫어. 무서워."

"왜 무서워. 뭐가 무서워."

"눈이 무서워. 구미호 귀신 같아."

"아닌데, 누나 눈 안무서운데? 그리고 니가 아직 어려서 구미호가 얼마나 예쁜 줄 모르는구나? 그러니까 자세히 봐봐. 응? 안 무섭지? 너 나중에 크면 지금 한 말 후회할 거다? 누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씨바 이모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더 많은 거 아니에요?"

요즘 여섯 살이 어디 옜날 여섯 살인가.

결코 물러서지 않는 안율이의 말솜씨에 서서히 서원이의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아니거든? 씨바 이모보다 누나 팬이 더 많거든?"

"그럼 팬이랑 결혼하면 되겠다."

"아닌데. 누나는 안율이네 삼촌이랑 결혼할 건데. 안율이 작은 엄마 돼서 안율이네 옆집으로 이사 갈 건데. 그래서 맨날 맨날 만나서 빠방이도 사주고 놀이동산도 데리고 가고 그럴 건데 안율이는 싫어? 응?"

저, 정신 차려 한서원! 

얘 이거 정신줄 제대로 놓쳐서 여섯 살짜리랑 기 싸움 하고 앉아 있다.

공개 프로포즈나 다름없는 집착이모의 160km 노빠꾸 직구에 제일 당황한 건 안율이도 나도 아닌 씽씽걸이었다.

본인이 직접 초대한 제희 앞에서 서원이가 후쿠시마 원전처럼 터져버렸으니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아이고 시끄러워! 다들 그만 떠들고 밥 먹자. 은빛이 너는 편식하지 말고."

"넹··· 잘 먹겠습니다."

업나니 놈들이 아무리 머리를 굴린다고 해도 제희의 연륜과 짬에서 오는 바이브를 이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희는 이미 업키걸 아이들이 걸어가고 있는 과정을 거친 아이돌 선배 아닌가.

일이나 인간관계, 전반적인 인생 경험에 있어서 아직은 제희가 한 수 위였다.

그녀는 씨바에게 밀려 안율이에게 얻지 못한 점수를 씽씽걸과 올드보이 쪽에서 확실히 땡겨갔다.

생일 축하 노래와 케이크 커팅이 끝난 뒤, 메인 반찬으로 차려진 한정식 식단을 맛보며 결정타를 날렸다.

"이거 보니까 어머님이 해주셨던 집 반찬 생각나요. 생 깻잎무침 진짜 맛있었는데···."

업나니 일동 흠칫.

제희가 이 자리에 온 것도 의아한데, 두 사람 사이에 자기들이 모르는 일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다.

엄마가 제희에게 살갑게 묻는다.

"깻잎 무쳐줘요?"

"예, 해주세요!"

"윤호 집으로 보낼 테니까 가져가요. 아니면 시간 내서 우리 집으로 한번 오든가. 깻잎이랑 이것저것 해줄 테니까."

"와아, 그럼 제가 집으로 갈게요. 감사합니당."

본가까지 오게 생겼네. 

형수님은 붙임성 좋으면서도 여우같은 제희의 성격을 진작 파악했을 것이다. 엄마와 제희의 대화를 들으면서 두 사람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피식피식 실소가 터진다.

어쩌면 제희와 동서지간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

식사를 마치고 선물 증정식이 진행됐다.

나는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잠시 화장실로 나왔고, 룸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통화를 하며 나오는 제희와 마주쳤다.

나는 그녀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어있는 호텔 비즈니스 센터로 자리를 옮겨서 잠시 대화를 나놨다.

"엄마랑 연락처까지 교환했었어?"

"응. 오빠 집에서 만났던 날 어머님이 물어보셨어."

"하아, 우리 엄마 진짜···. 미안해."

"응? 아냐, 뭐가 미안해."

"갑자기 불러서 곤란했을 텐데 와줘서 고마워."

"에이그, 누가 예민 보스 아니랄까봐. 일주일 전에 미리 연락 주셨네요. 그러니까 선물도 준비했지."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어떤 말? 안율이 작은 엄마 돼달라는 말? 큭큭큭."

"그거 말고도 나랑 계속 엮는거···."

"왜? 오빠는 나랑 엮이는 거 별로야?"

나는 그녀가 내게 장난처럼 '결혼 말고 평생 섹스파트너로 지내자'라는 식으로 말했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니가 부담스러울까봐 그러지."

"에이, 오빠도 어차피 나랑 진지하게 만날 마음 없으면서."

"뭐···."

떠보듯이 툭 내뱉는 말에 Yes 또는 No라고 확실히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는 내 모습이 비겁하다는 걸 나도 안다.

그녀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처지를 이해한다는 듯 쿨하게 말했다.

"나도 그냥 지금처럼 서로 얽매이는 거 없이 보고 싶을 때 만나고 이러는 게 편하고 좋아. 그러니까 내가 부담 가질 거라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어머님이 나 좋아해주시는 건 당연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고마워."

"근데 서원이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오늘따라 엄청 공격적이네."

"아··· 너랑 내 관계를 알아버렸어···."

"응? 원래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니, 처음에 의심했을 때 니가 그런 사이 아니라고 했었다며. 그걸 지금까지 믿고 있다가 얼마 전에 알게 됐어."

"아, 진짜?! 나는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모른 척하는 줄 알았지. 그럼 거의 3년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야?"

"어. 서원이가 생각보다 순수해."

"대박이다···."

"아, 나 그리고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응."

지금 상황으로 보면 외국으로 떠날 가능성은 적어졌다.

하지만 괜히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던 나는 그만 이렇게 말해버렸다.

"나 2년 정도 해외에 나가 있을지도 몰라."

"아 진짜? 왜?"

"그냥··· 좀 쉬려고. 회사도 그만 둘 거야."

"아··· 언제 나가는데?"

"예정대로라면 다음달에."

"으응···."

"'지셈블 프로젝트'는 염 대표랑 현동이가 맡아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거야 뭐 상관없는데···. 근데 쉬는 거치고 2년이면 많이 긴 거 아닌가. 거의 은퇴 수준인데."

"그냥··· 이번 기회에 내 삶도 좀 돌아보고··· 인생의 전환점도 좀 필요한 거 같아서."

"······오빠 많이 힘들었구나?"

"나도 내가 힘든지 몰랐었는데 그랬나봐."

"에이그··· 우리 윤호 힘들면 이 누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어."

"흐흐흐흫."

그날 밤. 씽씽걸 생파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제희와 나는 그녀의 집에서 생식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격렬한 교미를 나눴다.

-봊쩍봊쩍봊쩍봊쩍봊쩍봊쩍

"아, 아, 오빠, 나 이제 오빠 없으면 못 살 거 같은데 어떡하지···? 하읏, 아읏!"

"내 자지가 그리워서 못 견딜 거 같아?"

"아니, 자지 말고 오빠··· 김윤호··· 너···."

"뭐야, 너 나 진짜 좋아해?"

"그걸 이제 알았어? 좋아한다고. 당연히 좋아하니까 이러고 있지 멍청아. 아, 아···."

"그럼 혹시 사랑해?"

우리는 서로 마주보는 좌위로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양 쪽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응···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 작은 엄마는 씨바 이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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