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대표와 함께하는 2020 씹포지엄>
어글리 더클링의 데뷔곡 '예쁜 오리 새끼'의 믹싱 작업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 작업인 마스터링만 거치면 음원이 완성되는데, 그 전에 최종적으로 수정할 부분을 점검하는 마지막 모니터링이 회사 녹음실에서 진행이 됐다.
나와 염 대표, 현동이, 믹싱을 담당했던 엔지니어가 녹음실에 모였다.
아직 타히티에 있는 옆집작곡가를 대신해서 녹음 디렉팅을 맡았던 염 대표가 나와 현동이의 의견을 물었다.
"저는 괜찮은 거 같은데 어떠십니까."
"나도 괜춘. 바로 가도 되겠는데?"
음악적인 부분에서 내 의견은 예의적인 곁가지일 뿐, 염 대표와 현동이의 마음에 들면 통과다.
현동이의 오케이 사인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염이 내게 묻는다.
"옆집이한테는 따로 안 들려줘도 되겠죠?"
"걔 이제 업키걸 꺼 쓰느라고 이건 관심도 없을걸. 녹음은 염 너한테 다 맡긴 거니까 그냥 해도 될 거야."
염 대표가 엔지니어에게 마스터링 작업에 들어가라고 말을 하는 것을 끝으로 음악 얘기는 마무리가 됐다.
나는 잠시 대화에 공백이 생긴 틈을 타서 덤덤하게 통보했다.
"나 어덕 애들 음반 나오면 좀 쉬려고."
두 사람도 덤덤하게 대꾸했다.
"쉬세요."
"쉬어라."
"이번에는 좀 제대로 쉴 거야."
"이번에는 좀 제데로 쉬세요."
"그래, 이번에는 좀 제대로 쉬어라."
내 말을 따라한 놈들은 자신들의 애드립 센스에 만족했는지 큿큿큿큿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나 놈들이 과연 이 말도 따라할 수 있을까?
"회사 그만 둘 거야."
"뭐라노."
"예?"
"한 2년 정도 해외여행이나 하려고. 한국이 싫다, 싫어."
"돌았나. 돈 많으면 한국보다 살기 좋은 데가 어디 있다고."
"암튼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어덕 애들 데뷔하면 얄짤 없이 떠날 거야."
"그게 과연 형 마음대로 될까요?"
"인수인계는 다음 주부터 하는 걸로 하자. 아, 그럼 사표도 써야 되는 건가?"
"헛···."
내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염과 현동이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뭐 아는 거 있냐'라는 투로 눈빛을 교환했다.
나는 어리둥절한 두 사람을 녹음실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어덕 애들하고 얘기 좀 하고 올게. 아니지, 얘기하고 바로 퇴근해도 되겠구나. 내일 봐."
***
"잘하고 있냐."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어덕 아이들은 9층 연습실에서 데뷔곡 퍼포먼스를 연습 중이었다.
얼굴과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와중에도 표정은 밝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꾸준히 오르는 중이고 화제성도 좋고 이제 앨범도 나오니 분위기가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우면 에어컨을 틀지."
땀에 쩔어 있는 녀석들이 안쓰러워서 말하자 란이가 고자질하듯 답한다.
"누가 에어컨 바람 쐬면 목 건조해진다고 해서 못 틀게 했어요."
그런 말 할 사람은 한 명 뿐이지.
"규율이?"
내 확신적인 말에 규율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 아니에요."
"제, 제가 그랬어요."
범인은 라희였다.
"요즘에 귤리다보다 라희가 더 피곤해요."
란이의 볼 멘 투정을 시작으로 미오, 지유 순으로 고자질이 이어졌다.
"어후, 라희에 비하면 규율이 언니는 천사지. 숙소에서 습도랑 온도 안 맞으면 그거 맞출 때까지 잠도 안 자요."
"저는 어제 자다가 헛기침 했다고 혼났어요···."
"아, 라희가 요즘에 그래?"
한동안 녀석들한테 신경을 못 썼더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희가 예민해지기 시작한 건 데뷔곡 가이드가 나온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마치 시합을 앞두고 감량에 들어간 권투 선수처럼, 그때부터 날이 제대로 서서 숙소 분위기가 라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들한테 얼마나 예민하게 굴었으면 웬만해서는 이런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 규율이조차 혀를 내둘렀다.
"라희를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에이, 언니는 천사였다니까요."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읍니다. 귤리다가 통치하던 시절이 그립읍니다."
라희는 자기도 인정한다는 듯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란이가 내게 말한다.
"내가 보기에는 앨범 때문에 예민한 게 아니라요, 백퍼 욕구불만이에요. 예전에는 그나마 대표님이 다리 마사지로 풀어줬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뜸해지니까 계속 쌓이는 거지."
라희는 그제야 폴짝 뛰었다.
"아아, 왜 또 그쪽으로 몰고가요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이번에는 나도 라희의 변화를 느꼈다.
란이를 향해 반박하는 라희의 말투에 진심 어린 짜증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란이가 딱 걸렸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봤죠? 요즘에 툭하면 이렇게 짜증 폭발이라니까요. 이게 욕구 불만이 아니면 뭐야."
"예민해서 그런 거지 뭘 또 욕구불만이야. 라희가 요나 닮아서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그런 거야."
내가 라희 편을 들자 란이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흘렸다.
"참나, 아재요. 저도 요나 언니랑 몇 년 동안 같이 살아본 사람이거든요? 요나 언니는 자기 완벽주의 기질을 남한테 강요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라희 얘는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가 잘 아는데 이 느낌은 무조건 욕구불만이에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헛웃음을 흘리며 대꾸하자 녀석은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식으로 정색했다.
"눌러주라고요."
"눌러주긴 뭘 눌러줘."
"뭐긴 뭐예요 보지지. 대표님이 맨날 애만 태우고 눌러주질 않으니까 애가 이렇게 삐뚤어진 거잖아요."
"아,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어어? 내 말이 틀리다고요? 예라희 니가 말해봐. 너 솔찍히 짜증 나, 안 나?"
"뭐, 뭐가요···."
"대표님이 언니들만 눌러주고 너는 안 눌러주는 게 솔직히 짜증나잖아."
미오도 혼잣말로 가담했다.
"하긴. 그래봤자 지유랑 고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고. 나 같아도 짜증나지."
"누누이 말하는데, 라희는 차라리 여기 연습생이 아니었으면 벌써 아다 뗐을 걸요? 요즘 열 여덟 살 중에서 안 해본 애가 몇이나 된다고."
지유도 거짓 틱으로 가세했다.
"좆 가리고 아웅하기! 처녀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지우면 치녀예요, 치녀. 자지가 죽어도 죽어도 개속 살려내는 개복치녀! 핫!"
굉장하네.
이 정도 창의력이면 틱을 치료할 게 아니라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서 더욱 개발하고 육성해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해.
이 정도 펀치라인이면 래퍼 포지션을 줘도 되겠다.
라희가 욕구불만을 가사로 승화시키는 것처럼 틱을 라임으로 풀어내는 거지.
"막내한테 잘들 한다. 이제 그만해."
규율이가 중재에 나셨다.
그러면서도 리더로서 막내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까 한마디만 할게. 라희 너 요즘에 너무 예민하긴 해. 데뷔 앞두고 자기관리 하는 건 좋은데 나머지 멤버들이 니 눈치 보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언니가 더 이상 얘기 안해도 알지?"
"예··· 죄송합니다아···."
"욕구불만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김윤호가 실전 압축 섹스로 한 번만 눌러주면 된다니까···."
"교미 프레스! 자지 남친 김윤호!"
"란이 너도 섹드립 좀 작작하고. 너야 말로 욕구불만 같아."
"저야 뭐 이렇게 말로 푸는 거죠. 이 정도는 국룰로 봐줘야 돼요."
"보지 여친 이소란! 해면체 살살 녹는다, 보미 보미봊!"
나는 잠시 연습실 뒤에 서서 녀석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한창 텐션이 올라있는 녀석들의 기분을 망칠까, 나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녀석들의 데뷔 쇼케이스 무대는 인천공항 인근에 있는 복합리조트로 결정이 됐다.
나는 그 무대를 보고 바로 공항으로 떠날 것이다.
도피 장소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첫 목적지는 옆집이가 있는 타히티가 유력하다.
하지만 2년 동안 거주할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베이스는 가깝고 물가도 싼 동남아 쪽으로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를 예비 사위로 생각하고 있는 브루나이로 가면 귀빈 대접을 받겠지.
주요 거주지가 어디가 됐든 초반 몇 주간은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좀 해볼 생각이다.
업키걸 애들 공연 때문에 여러 국가를 다녀봤지만 제대로 된 관광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좀 쉬었다 할까?"
"예."
"쉬는 거야?"
"예."
"그럼 미오는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나는 연습이 잠시 끊긴 틈을 타서 미오만 보컬 연습실로 따로 불렀다.
녀석에게는 굳이 비밀로 할 필요가 없다.
나경이 스캔들을 터뜨린 업키걸 광팬의 협박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회사를 그만 두고 2년 동안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모두 해주었다.
"2년 동안이나요?"
"어. 뭐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네."
"그럼 저희는 어떡해요? 규율 언니는 상관없지만 다른 멤버들은 대표님 없으면 큰일 나잖아요."
"이제부터 니가 내 역할을 해야지."
"예?"
"너 딜도 있던 거 전부 다 버렸지?"
"예, 그때 한 번에 다 정리했어요."
"그럼 새 걸로 하나 사야겠네. 사정 기능 있는 걸로···."
"사정 딜도는 왜요···?"
"나 없을 때 애들 증상 터지면 나 대신 니가 질싸 좀 해달라고."
"예에?"
"이번에 능력치가 올라서 정액 보존 기간이 늘었다. 내가 왕창 싸서 개별 포장해 두고 갈 테니까 나 없는 동안 그걸로 좀 버티고 있어봐.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싸줄게."
"···근데 그게 될까요? 제가 생각할 때 섹스 치료라는 거는 사정뿐만이 아니라 대표님과의 스킨십이나 교감 같은 것도 영향을 미칠 거 같은데요."
"나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남은 두 달 동안 실험을 해봐야지. 근데 규율이 성대결절 왔을 때는 정액이랑 미약을 먹이기만 해도 됐었거든. 나경이 몸살도 마찬가지였고.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있을 거 같은데?"
"흐으음··· 그럼 제가 멤버들이랑 삽입 섹스를 해야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건 니 맘이지. 페니반에 사정 딜도 끼워서 하든 주사기에 넣어서 쏘든 정액만 넣어주면 돼."
이렇게 말을 해도 미오 녀석은 당연히 페니반 쪽을 택할 것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도 그쪽이었다.
미오의 남근 폭주와 다른 아이들의 이상 증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딜도는 오늘 시키면 내일 받을 수 있나?"
"예. 로켓배송으로 시키면 이따 새벽에 도착할거예요."
"오케이. 내가 주문할게. 아, 그리고 나 회사 그만 두는 거 애들한테는 당분간 말하지 마. 때 되면 내가 알아서 말할게."
"알겠습니다."
"업키걸 애들 남미 투어 중이라서 다음 주까지 숙소 비어있거든? 너는 연습 끝나면 당분간 업키걸 숙소로 와. 나랑 실험 좀 하자."
"예, 알겠습니다."
"나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끝나면 전화해. 아, 오늘은 지유 데리고 와."
"예···."
나는 걱정과 부담감으로 축 처진 미오의 어깨를 툭 치고 업키걸 숙소로 먼저 퇴근했다.
은빛이 녀석의 향긋한 체취가 묻어 있는 침대에 누웠다.
오일 등의 액체를 넣으면 사정이 가능한 딜도와 러브젤, 콘돔, 미오가 쓸 페니반 등의 기구를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배송으로 주문했다.
몇 시간 뒤 연습을 마친 미오와 지유가 도착했다.
은빛이 침대에서 뒹굴 거리고 있던 나는 두 녀석을 데리고 알댕이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빛이 방에서는 왠지 하고 싶지 않았다.
"지유야, 미오한테 대충 얘기 들었지?"
"예."
"그래. 니가 아직도 긴장하거나 그러면 틱이 조금 나오잖아. 데뷔하고 나서는 너네도 바쁘고 나도 바빠져서 내가 바로바로 해결을 못 해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증상이 안 나타나도라도 앨범 나오기 전까지는 꾸준하게 치료를 해야 될 거 같아."
"아아, 보짓살 살살 녹는다! 김윤호 대표와 함께하는 2020 씹포지엄!"
방금 건 틱이 아니었다. 틱을 가장한 욕구 해소다.
그동안은 알면서도 넘어갔지만 이제부터는 용납 못 한다.
"이제부터는 구라 틱 금지."
녀석도 순순히 인정했다.
"대표님이랑 언니들 앞에서만 하면 안 돼요···?"
"안 돼 안 돼. 이런 사소한 것들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너도 모르게 튀어나올 수 있어. 정 하고 싶으면 섹스 할 때 다 풀어버려."
이것을 시작으로 두 달 간의 씹포지엄이 개막됐다.
내가 담당하고 있던 회사 업무의 인수인계도 진행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업키걸 아이들이 남미 투어를 마치고 귀국하던 날.
녀석들에게도 퇴사 의사를 밝혔다.
"나 회사 그만 두고 한국 뜰 거야."
깜짝 놀랄 줄 알았던 녀석들의 반응은 의외로 쿨했다.
"진짜? 그럼 나도 데리고 가!"
씨바색기.
"이왕 마음 비우러 가는 거면 여자 없는 무인도나 사원 많은 데로 가서 수행이나 해요."
흑우천사.
"어머. 얘기만 들어도 슬프다. 벌써 눈물 나올 것 같아. 어떡하지."
요나봇.
"······."
쓸데없는 말을 아끼며 눈치만 살피는 최종변기 육봉녀.
"그래, 잘 생각했어. 갈 곳은 정했고?"
"옆집이가 타히티가 하도 좋다고 해서 거기 한 번 가보게."
"타히티 괜찮지. 언제 떠나는 거야?"
"어덕 애들 데뷔는 시키고 가야 되니까 두 달 정도 후에?"
"아직 시간 있네 그럼 장소는 알리야가 알아봐줄게."
"됐어."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그동안 YH를 위해서 살신성인한 뮨대표를 위해서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럼··· 휴양지로 부탁해. 나 2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놀고먹을 거야."
리야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은빛이가 큭큭거리며 끼어든다.
"우리 오빠, 마음은 벌써 콩밭으로 떠났네."
"원래 이적해야 될 선수는 빨리 빨리 이적하는 게 좋은 거야. 어덕애들만 아니었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떠났을 걸?"
내가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홍이가 내심 미안하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그동안 진짜 많이 힘드셨나보다···."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침울해졌다.
하여튼 청개구리 같은 놈들이라니까.
"가지 말까? 너네가 가지 말라면 안 갈게."
나는 이 질문을 통해 홍이 빼고 다 한통속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니."
"남자가 왜 한 입으로 두 말 한데?"
"이왕 마음먹은 거 가셔야죠. 슬프지만 보내드릴게요."
"예, 가지 마세··· (서원이가 옆구리 쿡 찌르면서 찌릿) 가, 가셔야죠."
"어휴, 누가 의지박약 쫄보 뮨댕이 아니랄까봐. 뮨댕쓰 혼자 외국 나가는 거 무서워서 괜히 우리 핑계 대는 거자너."
구제 받지 못할 놈들···
나도 소심하게 복수를 했다.
"홍아."
"예···?"
"나랑 데이트나 하러 가자."
<김윤호 대표와 함께하는 2020 씹포지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