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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화.월드스타 강혜민(5)-섹스가 정답이다 (325/371)

<월드스타 강혜민(5)-섹스가 정답이다>

"와아, 남자 집 안 같아요."

내가 지선경과 통화를 마치고 나오자 강혜민이 처음 한 말이었다.

요즘 뭔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우울증이 도져버려서 청소를 쓸데없이 열심히 하기는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다녀본 결과,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남자 특유의 홀아비 냄새는 어쩔 수 없는데, 나는 패시브 스킬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만 남기고 악취는 사라진 몸이 되어버렸기 떄문에 그마저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페로몬만이 남은,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사정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교미지옥.

그 때문이었을까.

"이런 경우 보통 둘 중 하나던데. 결벽이거나 여자가 자주 왔다가는 집이거다."

지금까지 4일 동안 만나면서 그녀가 내게 했던 말 중 가장 허물이 없으면서도 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나는 결벽에만 초점을 맞추고 대답했따.

"깔끔한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결벽까지는 아니에요. 요즘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청소에 집중을 좀 많이 했어요."

"그래도 좋은 쪽으로 발산을 하셨네요."

"술은 뭘로 하실래요? 와인?"

"예, 저는 와인 좋아요."

"레드요, 화이트요?"

"아무거나 주세요. 너무 달지만 않으면 돼요."

리야가 와인 매니아인데다가 이곳저곳에서 선물을 많이 받아서 웬만한 종류는 다 있따. 물론 소주 파인 나는 와인에 대해서 음부 겉핥기 정도로만 알고 있다.

드라이한 레드 와인과 함께 치즈, 육포를 안주로 준비해 강혜민과 식탁에 마주앉았다.

지선경에게 약속했던 30분 중 5분이 흘렀다.

슬슬 개수작을 부려볼까.

이제 운명과 상황에 이끌린 반강제적 교미에는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교미에는 언제나 '인류를 구한다'라는 거창한 명분이 붙어있으니 그걸로 합리화를 하는 거지.

"짠 할까요."

"예."

지금까지의 경험상 S창은 보통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면 뜨는데 이번에는 줄곧 꺼놔서 그런지 바로 뜨지가 않았다.

그럼 직접 신체접촉을 해서 띄워야겠다.

나는 건배를 하면서, 손가락에 뭐가 묻었다고 닦는 척을 하며 그녀의 S창을 띄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민 둥근 잔에 챙, 하고 가볍게 잔을 부딪친 그녀가 먼저 건배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대표님의 평온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위해서."

너무 귀엽다.

나는 S창도 잊고 그만 하하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강혜민이 내심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투로 말을 잇는다.

"일이 너무 복잡하게 꼬일 때는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기에는 제가 맡은 일이 너무 많아요. 지금 한 번에 두 팀을 데뷔시켜야 하거든요. 그나마 한 팀은 다른 팀에서 기획하기로 했는데 다른 팀은 제가 없으면 안 돼요."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과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질책했다.

"에이, 업무 보고나 지시 같은 건 스마트폰으로 해도 되잖아요. 요즘이 어떤 시댄데. 저희 대표님은 해외 나가서도 잘만 하시던데요."

마사지나 질내사정을 전화로 할 수는 없잖아요···.

"물론 대표님 위치가 있으시니 일이나 회사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한 거 아니에요? 그렇게 억지로 버티시다가 진짜 큰 탈이라도 나면 그게 더 손해일 텐데."

구구절절 맞는 말인데 그게 안 된다고요.

지금도 너무 쉬고 싶었는데 당신과 섹스를 해야 합니다.

마음속으로 회의적인 대답을 하든 그 때 그녀의 S창이 자동으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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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혜민

-나이 : 38

-키 : 164cm

-몸무게 : 48kg

-나에 대한 호감도 : A

-성욕 : C

-성 개방지수 : C

-성 판타지 : 산이나 해변 등 한적한 자연에서의 야외 성교

-핀 포인트 :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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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프로필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굳이 속일 이유가 없는 피지컬이긴 하지.

성욕과 개방지수는 딱 중간. D이하만 아니면 되니 크게 문제없고.

성 판타지는 판타지치고 나름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외 섹스.

발목 성감대는 업계 포상.

가장 중요한 호감도가 A이니 조금 과감하게 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두 번째 건배를 한 뒤 무드 빌드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빌드업은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진심'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호감과 거부감 중에서 호감 부분만을 강조해서 극대화시키면 된다.

나를 믿어라.

자신감을 가져라.

페로몬은 절대 옳다.

나는 음경이 낳은 괴물 대창남 김윤호다.

"저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는데요. 4일 연속으로 만나서 그런지 혜민 씨랑은 되게 빨리 가까워진 기분이에요. 유미 누나랑 경진 누나도 그렇고요."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모임의 칭찬이 기분 좋은지 귀엽게 우쭐댔다.

"저희가 좀 그렇긴 하죠. 만나다보면 중독성 있지 않아요?"

"예.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저도 놀랄 정도로 빨리 친해졌어요."

"업키걸 님들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들 귀국하면 제가 시간 잡아볼게요. 근데 미리 말씀드리는데 진짜 난장판이에요."

"크흐흐흐흐,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아요. 저희 조카가 다 모이면 다섯 명이거든요. 와, 5분만 같이 있어도 기가 다 빨려요."

"그 조카들이 덩치만 커졌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녀는 고개를뒤로 젖히고 박수까지 치며 박장대소했다.

"혜민 씨는 형제 관계가 어떻게 돼요?"

"저 언니 둘에 남동생 하나요. 저 빼고 다 결혼했어요."

"남동생은 몇 살이에요?"

"서른여섯이요. 대표님은 형제가 어떻게 돼요?"

"저는 형 하나 있어요."

"조카 있어요?"

"있죠. 제가 원래 형도 안 좋아하고 애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조카는 너무 귀엽더라고요."

"하, 그 기분 알죠. 저희 큰 언니가 첫 조카를 딱 낳았는데 신세계도 이런 신세계가 없는 거예요!"

"맞아요. 분만한 다음날 산부인과에서 처음 봤는데 어우, 그 조그만 얼굴에 눈코입이 다 붙어있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조카도 그렇게 예쁜데 내 아가는 얼마나 예쁘겠어요."

"내 애라··· 으음···."

의외로 내 2세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낳긴 낳겠지?

조카에서 시작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흘러들어갔다.

"대표님은 왜 지금까지 결혼 안 하셨어요?"

"저는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거예요."

"어머, 왜요?"

"어···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눈이 높아서 그렇다는데 제가 솔직히 눈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거든요. 근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아, 그럼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는 거죠?"

"그럼요. 우리나라에서 저보다 결혼 생각 간절한 사람은 없을 걸요"

"크흐흐흐흥, 마지막 연애가 언제신데요?"

업키걸 애들이랑 제희를 연애로 쳐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됐지만 연애라고 하기에는 결여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냥 제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 그 녀석들까지 연애로 치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란 말인데, 강혜민 앞에서 지금도 연애 중이라고 솔직하게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러므로 공식적인 내 마지막 연애는 대현건설 시절 만났던 가은이다.

"회사 다닐 때니까··· 5년 넘었네요."

"힉, 그럼 그 안에 아무도 안 만나신 거예요?"

"에이, 중간중간 썸은 있었죠."

"으흥, 써엄~"

"혜민 씨는 마지막 연애가 언제예요?"

"저는 2년 정도 됐어요."

"그때 사귀신 분하고는 얼마나 사겼어요?"

"딱 1년이요."

"차였어요?"

"찼어요."

"왜요."

"바람 피웠어요. 근데 그걸 저한테 걸린 때가 딱 사귄지 1년 되던 그날이었어요."

"앗, 아앗···."

그녀는 '인생 참 재밌지 않나요?'라고 말하듯 미소 띤 얼굴로 내게 잔을 내밀었다.

"한 잔 할까요?"

"그럴까요?"

원샷이라고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둘 다 잔에 반쯤 남아있던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켰다.

나는 제한시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그녀와의 일상적인 대화에 녹아들어갔다.

성귀남 씨에게 듣기로는 어차피 내가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거나 야동을 보고 꼴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버프가 간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반응이 갈 것이다.

명분이 주어진 이상 나는 오늘밤 강혜민과 격렬한 섹스를 할 마음이 생겼으니까.

"아,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내 언질에 그녀는 편하게 물어보라는 듯 "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 피워서 헤어진 분은 연예인이었어요?"

"예."

"배우?"

"예."

"혜민 씨만큼 유명한?"

"음··· 예."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사람인지는 너무 구질구질해보여서 물어보지 않았다.

"그럼 궁금한게요, 탑스타 두 명이 1년 정도를 사겼는데 어떻게 열애설이 안 났어요? 주변 사람들은 알았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은 어땠을지 모르는데 적어도 제 주변에는 아는 사람 없었어요."

"엇? 유미 누나랑 경진 누나도요?"

"예. 저 연애한다는 거 알면 언니들이 너무 말이 많아서···."

"보통 매니저나 담당 실장님은 알지 않나?"

"아, 그때 제 담당이시던 분들이 바뀐 지 얼마 안돼서 그렇게 친하지가 않았어요. 제가 그때 한창 회사랑 갈등이 좀 있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거든요."

"지금 회사요?"

"예, 다행히 지금은 오해도 풀고 다시 잘 지내고 있는데 그때는 좀 안 좋았어요."

"으음, 그럼 그때 사귀시던 분이 힘이 많이 됐겠네요."

"그럴 줄 알고 만난 건데!"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듯 힘주어 대답한 그녀는 이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중에는 회사보다 그 사람 때문에 더 골치 아팠죠."

"연상?"

"연하."

연하인데다가 그가 바람을 펴서 헤어졌는데도 강혜민은 그를 '걔'라고 칭하지 않고 끝까지 '그 사람'이라고 칭한다.

인성 좋기로 소문난 그녀의 성격은 이런 자잘한 말투에서부터 확실히 티가 났다.

이런 그녀가 직설을 퍼부을 정도면 신경준 그 놈은 진짜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경준 씨는 아예 관심이 없으신 거예요? 보니까 경준 씨가 되게 좋아하는것 같던데···."

"으응, 경준이는 그냥 귀여운 동생이죠. 요즘은 아니지만···."

"괜히 저 때문에 틀어진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예전에도 이런 것 때문에 몇번 경고했었거든요. 남녀 사이로 만날 생각 없으니까 그만 하라고요. 근데 오늘 딱 쓰리아읏에 걸린 거죠. 저는 두 번 말해서 안 들으면 아웃이에요."

"그럼 혜민 씨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저는 딱히 정해놓은 이상형은 없는데···."

"외모로만 봤을 때는 연예인으로 치면 누구?"

"외모요? 음······ 아, 안기현 선생님이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성품 좋고 인자하기로 유명해서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늘 손꼽히는 중년 배우다.

근데 우리와 나이 차이가 서른 살 정도 날텐데···.

"성품이 아니라 안기현 선생님 외모가 이상형이에요?"

"예. 멋있으시잖아요."

그녀는 손을 기도하듯이 맞잡으며 아이돌에 빠진 소녀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같이 작품 한 적은없고 영화제나 행사 때만 뵀는데 진짜 너무 떨려서 처음에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혹시 만나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한 번도 없어요."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로 빤히 향한다.

"근데 대표님도 나이 드시면 안기현 선생님 느낌 좀 날 것 같은데요?"

"저요?"

"예. 안기현 선생님 젊으셨을 때랑 비슷해요."

"선생님은 되게 서글서글한 인상이시잖아요. 저는 좀 날카롭지 않아요?"

"선생님도 젊으셨을 때는 한 카리스마 하셨던데요?"

"아, 그래요?"

나는 핸드폰으로 '안기현 젊은 시절'이라고 검색했다.

20대였던 흑배사진 속 그의 모습은 확실히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녀의 말대로 카리스마 넘치는 홍콩배우 같은 이미지였다.

"이 사진은 양조위랑 비슷하시다."

"어떤 거요?"

"이거요."

"와, 진짜!"

그녀는 내가 내민 핸드폰에 얼굴을 가까이 하며 눈을 땡그랗게 떴다.

여자가 38살에도 사슴 같을 수가 있그나.

당연히 많은 투자와 관리가 들어갔겠지만, 노메이크업 상태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투명한 피부와 강아지 같은 눈매는 관리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선천적 보물이었다.

그녀와 내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 새삼 믿기지가 않는다.

이 여자도 남녀가 알몸으로 뒹굴며 물고 빨고 집어넣는 질척한 생식 행위를 해 봤을까?

똥은 쌀까?

요거트를 먹은 뒤 양치를 깜빡하고 그냥 잠든다고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입 냄새를 같은 것도 안나겠지?

음부에서는 '플로라 바이 구찌 고져스 가드니아 오드뚜왈렛(향수 이름임)' 향이 풍길 테고.

아니. 강혜민 정도라면 애초에 애액을 찔끔거리고 구멍을 벌름대는 괴 생명체 같은 음부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녀의 팬티 속에서는 음부 대신 연분홍색 수국 꽃잎사귀가 새겨져 있을 듯하다.

내 스스로가 느껴진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강혜민의 얼굴님을 바라보는 내 눈빛놈에서는 꿀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대놓고 바라보는 내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우히려 보조개가 다소곳이 파이는 개구진 미소를 띠며 발랄하게 말했다.

"대표님 피부 진짜 좋으시다. 여자보다 더 좋아요."

원래 피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20대 초반에는 트러블과 여드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피부과 약을 먹으면서까지 치료를 했고 30대 이후로는 잦은 음주와 야근 때문에 탄력이 떨어져서 피부라기보다는 거죽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을 것이다.

이게 다 섹스를 하면서부터 눈에 띄게 좋아진거다.

섹스가 정답이다.

"혜민 씨는 사람이 진짜 깨끗해 보여요."

"제가요? 어떤 면이요?"

"성격, 태도, 말투, 외모 전부 다요."

"잘 봐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너무 티 나게 비행기 태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화장실도 안 가실 거 같아요. 3일 동안 머리 안 감아도 정수리에서 라벤더 향기 날 것 같고요."

"푸후후후훜!"

고작 섹스 한번 하자고 날리는 유치한 작업 멘트가 아니었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여자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강혜민과 마주하면서 느낀 진심이었다.

그녀는 한차례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야 조금 민망해했다.

수줍어진 얼굴로 시선을 귀엽게 떨군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이제 대표님 앞에서 화장실 어떻게 가요···?"

"근성으로 참으셔야죠."

"큭큭큭, 너무해. 그럼 술도 더 마시면 안 되겠다."

나는 비어있는 그녀의 잔에술을 채우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한테 신호주시면 제가 눈치껏 밖에 나갈 게요. 화장실 가고 싶으시면 바지 한 쪽을 걷으세요."

"아하하하항, 그게 뭐가 눈치껏이에요. 신호를 주는 순간 말짱 꽝이잖아요!"

"아, 그런가."

유치한 말장난도 그녀와 나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녀는 내가 쥐고 있던 술병을 받아들고 내 잔에 기울였다.

-꼴릿꼴릿꼴릿

뚱뚱보 와인 잔에 차오르는 붉은색 액체가 마치 그녀를 향한 내 욕망처럼 느껴진다.

같이 또 한 모금을 마신 뒤, 나는 좀 더 분위기를 잡았다.

"근데 진짜, 혜민 씨는 방송에서 보던 이미지랑 실제 이미지가 똑같아요."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근데 그건 대표님도 그래요. 제가 생각하던 그대로신데요?"

나는 눈썹을 긁적이며 머리를 짧게 흔들었다.

"아니에요. 방송에서는 존은 면만 부각된 거지 실제로는 엄청 예민하고 그래요."

"예민하다는 느낌은 딱히 못 받았는데···."

"업키걸 애들 매니저하면서 거의 다 내려놨었는데 요즘에 좀 치고 올라오더라고요."

"하아, 원래 힘들면 그렇게 되죠···. 저도 그런데요 뭐,"

"공황장애 비슷한 단계까지 간 것 같아요. 여기서 좀만 더 오버되면 진짜 큰일나겠구나 싶은 느낌?"

"아, 어떡해. 진짜 힘드시구나. 그럼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가 혜민 씨 듣기 좋으라고 뭐 과장하거니 입 바른 말 하는 게 아니라요, 요즘에 혜민 씨 만나면서 너무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주위에도 혼자 참다가 터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혜민 씨는 스킨십 좋아하세요?"

"···가, 갑자기요?"

"저는 손잡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나는 당황하는 그녀의 앞에 손바닥을 위로 향해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의 손이 이내 내 손바락을 위로 수줍게 포개진다.

나는 핏줄이 푸르스름하게 보일 정도로 하얗고 여린 손들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

<월드스타 강혜민(5)-섹스가 정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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