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강혜민(2)-사랑에 빠진 것 같다>
일주일 전.
성교로 세싱을 지키는 퍽커들의 모음 '성교모' 단톡방.
성귀남 [요즘 김윤호 대표님이 교미를 잘 안 하나보네. 버프양이 확 줄었어요]
고오환 [아무래도 스캔들이 있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성귀남 [그 양반 은근 멘탈 약해]
고추선 [윤호 형님이 멘탈이 약하다기보다는 커남이형이 너무 강한거 아니심?ㅋㅋㅋㅋ]
성귀남 [고추야, 형은 섹스가 너무 좋다. 숨만 붙어있으면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할수 있을거 같아]
고추선 [역시 클라스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문정 [귀남이 조용히 해]
성귀남 [넵..]
미라클 존슨 [미스터 킴이 지금 개인적으로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회복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니까 다들 조금만 분발해주십시오]
성귀남 [무슨 문제요?]
미라클 존슨 [귀남, 내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벌써 얘기했다. 말을 안 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 쓸데없는 퀘스천은 삼가주길 바란다. 나에게는 너의 귀를 프라모델 팔처럼 가볍게 뜯어버릴 만한 손가락 힘이 있다]
성귀남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ㅎㄷㄷㄷ;;;]
나문정 [ㅉㅉ 내 이랄줄 알았다. 그러게 조용히 하라니까]
지선경 [안 그래도 제가 조만간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온 김에 지금 하겠습니다.]
지선경 [김윤호 대표님이 지금 꽤 골치 아픈 상황에 처했어요. 얘기를 들어 보니 평소 주기적으로 성교를 하던 파트너들도 한국에 없거나 관계가 소원하다고 하던데 당분간은 버프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오환 [그럼 일주일 뒤에 예정된 S급 질문 파티는 김윤호 대표님 버프 없이 해야 될 수도 있겠네요]
지선경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 게 좋겠지]
***
이유미의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될줄은 몰랐다.
운동을 마친 뒤, 얼굴이 알려진 강혜민과 나는 피트니스에서 샤워를 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내게 찍어준 주소를 보고서야 일반 식당이 아닌 누군가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게 이유미의 집이었던 것이다.
첫 방문에 빈손으로 가기 뭐했던 나는 출발하기 전에 강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강혜민이 아니었다.
"실례지만 강혜민 씨 핸드폰이 아닌가요?"
-저 양경진이에요. 누군지 아시려나?
"아, 예 당연히 알죠. 안녕하세요."
이유미와 연예게 절친으로 소문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뷰티 관련 회사 대표였다.
강혜민이 자신의 집으로가지 않고 이유미의 집으로 바로 간 모양이다.
-혜민이 방금 씻으러 들어가서 제가 대신 받았어요.
"아··· 식사 장소가 이유미 선배님 댁이라는 걸 지금 들었거든요.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뭐를 준비해갈까 하는데···."
-에이, 그냥 오시면 돼요. 지금 시간에 사긴 뭘 사요.
그건 그렇지. 그래도 휴지나 세제라도 사가지고 가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문득 집 앞 대로변에 있는 꽃가게가 생각났다.
"혹시 이유미 선배님 꽃 좋아하시나요?"
-언니가 꽃은 못 먹어요. 혹시 식용 꽃 파는데 아시면 사오시고요.
양경진이 유우머를 날리던 그때 이유미가 전화를 바꿔 받았다.
-예, 대표님 이유미예요.
"예, 선배님."
-사오긴 뭘 사와 그냥 와. 대표님이 와주는 게 우리한테는 선물이지 뭐.
옆에서 양경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잘생긴 남자 배우를 대하는 듯한 태도였는데, 내가 그들 사이에서는 나름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빈손으로 오기 뭐하면 우리 집앞에 마트 있거든? 거기서 고기 좀 사와요.
"예. 어떤 고기요?"
-구워먹을 건 충분히 있는데 국거리가 없네. 내가 육개장 맛있게 끓여줄 태니까 양지머리 안자른 걸로 두 근만 사다줘요.
"양지머리 두 근이요. 예, 알겠습니다. 다른 건 필요한 거 없으세요?"
-혹시 소주 마셔요? 우리는 와인 먹을 건데 소주 드실거면 대표님 드실 만큼 사와요.
"아, 저도 와인 마시겠습니다."
여자 세명에 남자는 나 하나.
세 명 모두 각계에서 탑으로 인정받는 유명인사들.
이런 조합은 또 처음이네.
이유미의 집은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고급 빌라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식사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눈썹조차 그리지 않은 완전한 민낯과 편한 옷차림의 강혜민이 문을 열어줬다.
크림색 실내슬리퍼가 무척 귀여왔다.
발가락이 보였으면 더 좋았을 텐···.
오늘 처음 만난 양경진과 내가 인사를 나누면서 곧바로 식사가 시작됐다.
"와우, 대표님은 실물 천재시네."
"아,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나 동생이지 뭐."
"아, 그럼 누나라고 부르겠습니다."
"편하게 해요, 편하게."
나와 이유미가 나란히 앉고 내 맞은편에 강혜민과 양경진이 앉았다.
분위기를 이끈 건 역시 30년 가까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상 MC 이유미였다.
그녀는 농담처름 들리지만 그 안에 뼈가 들어있는 특유의 충청도식 어법으로 나를 골려댔다.
"내가 예전에 방송 같이 할 때는 우리 대표님이 참 섬세하고 여성적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오늘 보니까 참 남자다운 거 같아."
"아, 그래요?"
"응. 내가 밥 먹자고 말할 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더니 혜민이가 말하니까 그날 바로 오케이하잖아? 예쁜 여자 좋아하는 천상 남자야."
"아하하하하···."
나는 재미있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멋쩍게 웃었다.
예능인 못지않게 한 입담하는 양경진까지 옆에서 거들며 나를 몰아가자강혜민이 나섰다.
그녀는 1인 1접시로 주닙된 스테이크를 칼로 예쁘게 썰면서, 조곤조곤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청아한 목소리로 내 변호를 해주었다.
"내가 보기에는 대표님이 언니를 너무 높은 사람으로 생각한 거 같아. 언니는 그냥 빈말로 한 말인데 괜히 연락해서 귀찮게하는 건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신 거 같아."
내가 몇 개월간 함께 촬영을하며본 이유미의 성격상 빈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먼저 밥을 먹자고 할 때도 빈말로 하는 게 아니니 꼭 연락을 하라며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냥 내 쪽에서 타이밍을 놓쳐서 흐지부지 된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애써 내 편을 들어준 강혜민이 민망해지기 때문에 그냥 그 말에 수긍을 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유미 선배님도 선배님이지만, 그동안 혜민씨도 너무 바빠지셨잖아요. 그 전까지 연락을 안하다가 칸에서 수상하고 연락을 하려고 하니까 너무 속물처럼 보일 거 같더라고요."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적어도 마흔 중후반은 넘었을 것 같은 양경진이 어린 조카의 변명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귀여운 눈치로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대표님이 생각이 많은 타입이네. 별 것도 아닌 걸로 혼자 고민하다가 혼자 결정 내리고, 그쵸?"
"예, 제가 좀 생각이 많습니다."
"대표님이 딱 생각이 없어질 때가 언젠지 알아?"
이유미는 '그림자의 빛' 촬영 때 오갔던 토크를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업키걸 애들 앞에서는 생각이고 뭐고 완전 무장해제더라고."
프로그램을 시청한 양경진과 강혜민도 동의했다.
"아, 그런 거 같더라."
"저는 그 양면적인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래서 츤데레라는 별명이 붙어서 츤장님이 된 거잖아."
"아, 츤장님이 그 뜻이었어?"
"몰랐어?"
"나는 춘장님이라고 들어서 짜장면을 좋아하나, 그렇게 생각했지."
"츤츤하다고 해서 츤장님."
"그렇구나. 처음 알았네."
아무리 대화거리가 풍성하다고 해도 중간에 한 번 정도는 끊길 법도 한데, 와인 두 병이 비워질 동안 네 사람의 목소리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예능에서 몇 번 소개됐던 것처럼 이유미의 코스 요리도 끊이지 않았다.
입이 짧은 나로서는 그게 은근히 부담스러워서 페이스 조절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그걸 강혜민이 캐치를 한 모양이다.
"대표님 많이 못 드시는 편이죠?"
"예, 제가 입이 좀 짧아요. 그리고 혼자 살다보니까 잘 안 챙겨먹게 되더라고요."
이유미가 마치 손자가 굶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처럼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묻는다.
"대표님은 댁이 어디에요?"
"논현동이요."
"가깝네. 앞으로 여기 와서 밥 먹어요."
"예? 아뇨···."
"우리는 혜민이 쉬는 동안 계속 저녁 같이 할거니까 회사 끝나면 우리 집으로 바로 와서 밥 먹고 가요."
양경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에이, 대표님도 대표님 생활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 연애도 하셔야 되고···."
"얘 봐라, 연애 하는 사람은 밥도 안먹고 다닌다니?"
양경진은 이미 대화의 호석을 깔아놓은 상태였다.
이유미의 반박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화를 이끌며 내게 말했다.
"대표님 얼마 전에 걸그룹 멤버랑 열애설 나셨잖아요."
"걸그룹 누구?"
"어머, 진짜요?"
이유미와 강혜민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는 듯 몸을 테이블로 바짝 땡기며 나를 쳐다본다.
내가 민망해서 차마 입을 떼지 못하자 양경진이 신이 나서 말을 잇는다.
그녀는 연예계 일화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듯 보였다.
"언니 프라미슈 트웰브라고 알아?"
"알지, 알지. 우리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왔었잖아. 근데 걔들이랑 대표님이 열애설이 났다고? 거기서 누구?"
"나경이."
"이름은 잘 모르겠네."
강혜민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와아, 너무 예쁘다."
그녀가 나경이의 사진을 찾아서 이유미에게도 보여줬다.
"어어, 얘 알지. 엄청 싹싹하고 열심히 해서 내가 칭찬 엄청 해줬는데, 우리 대표님 능력 좋으시네. 정식으로 사귄 겨?"
"아뇨, 그게 아니라···."
내가 삐질거리고 있는 사이 강혜민은 화면을 드래그해서 다른 사진을 검색했다. 근데 그게 하필이면 열애설이터질 당시 나경이가 내개 뽀뽀를 하던 사진이었다.
강혜민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순수한 탄성을 내질렀고 이유미는 자기가 생각하던 이미지와 다른 나경이의 모습에 놀란 듯 보였다.
"어머!"
"어머어머 얘 봐라? 대표님한테 먼저 들이대고 있는 겨?"
"아하하하항. 발끝 세우고 뒷짐 진 거 봐. 진짜 너무 예쁘다. 모르고 봤으면 드라마 스냅샷인 줄 알았겠다."
"안 그래도 이 사진 떴을 때 촬영장 사진인 줄 알았다는 댓글 많았어."
양경진은 이미 모든 기사를 섭렵했는지 나를 앞에 두고 나경이와 나에 대해 언론에 알려진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주었다.
"이날이 무슨 광고 촬영 회식 때였는데 여자애가 따라 나와서 뽀뽀해 버린 거래."
"어이고, 회식 자리에서?"
"요즘 애들 멋있다."
양경진은 이때다 싶었는지 내개 짓궂은 질문을 했다.
"이때 기분 어땠어요? 솔직히 좋았죠?"
"뭐··· 그렇죠···. 나, 나쁠 이유는 없··· 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핰, 대표님 당황하셨다."
"야, 너는 질문 같은 질문을 해라. 어리고 예쁜 걸그룹이 먼저 주둥이를 들이대는 데 그거 싫어할 남자가 세상 어디 있겠어."
"기사에서는 대표님이 당황한 기색이었다고 했거든."
"아, 당황하긴 했죠. 뭔가 이상한 느낌은 있었는데 설마 진짜 할까,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얼마나 좋았으면 매니저랑 멤버들이 바로 건물 안에 있는데 그랬을까. 내가 보기에 걔는 처음부터 그냥 걸릴 각오 하고 들이댄 거예요."
"그렇지. 사랑이란 게 그만큼 사람 눈을 멀게 하는 겨. 하이고, 좋을 때다~"
양경진과 이유미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강혜민은 팩트프레스에서 작성한 단독 기사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마치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얼굴은 완연한 소녀의 설렘으로 물들어 있었다.
웬만하면 나경이 얘기는 하기 싫었다.
녀석의 순수한 마음을 한낱 식사 자리의 대화거리로 삼는 것은 나경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사람이 워낙에 우리의 러브스토리를 궁금해 하는 바람에 딱 잘라서 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나경이를 보호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안 그래도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갱년기마냥 감수성도 예민해졌는데, 나경이와의 첫 만남부터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나도 마음이 아련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흘러나가 버렸다.
"제가 많이 미안하죠. 나경이가 젛나테 어필을 할 때 차라리 확실하게 끊었어야 됐는데···."
그러고 보면 참 웃기다.
나경이가 내게 호감을 느끼던 그 시기에 1호 서나도 동시에 내게 마음을 들켰었다. 내 딴에는 두 녀석 모두에게 선을 긋는다고 했었는데 서나는 그나마 빨리 마음을 접은 반면 나경이는 결국 끝까지 달려버렸다.
내가 녀석에게 먹인 '불타는 태양의 미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경이의 순수한 애정 이면에그런 흉물스런 스킬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면서도 안타깝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끊는다고 끊어지나요···."
강혜민이 나 못지않게 아련해진 눈빛으로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영화 속 대사처럼 배우의 감수성이 확 묻어나왔다.
분위기 진짜 미쳤네.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가 강혜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와인의 취기가 적당하게 돌아서 그런지 이 여자가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 중 한 명인 강혜민이라는 사실이 각성을 하듯 확 되살아났다.
나경이와 나의 러브스토리로 시작됐던 대화의 주제는 남자와 여자간의 통념적이면서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로 넘어갔다.
30대 후반인 나와 강혜민은 일반적인 데이터로 치면 이미 혼기를 넘어선 나이였고, 이유미와 양경진은 혼기라는 말을 꺼내기에도 무색할 정도의 골드미스였다.
그래서 내가 그렇듯 그들 역시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초월하거나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여전히 그것에 대해 로망과 판타지, 기대와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이유미 선배는 방송에서 보이던 여장부 같은 모습이 아닌 오히려 사춘기 소녀에 가까운 순수한 감성과 이성관을 가지고 있었다. 비혼주의도 독신주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이미지 때문에 남자에게 마음을 품는 것조차 죄스럽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사람이 타고나는 외모라는게 참 잔인한 잣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생기고 예쁘게 태어나는 것 자체가 이미 로또 1등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다.
못 생겼다는 말보다 잘 생겼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창조해준 씽씽걸과 올드보이에게 감사를······.
나 역시 괜히 감상적이 되어서 세 여자의 말에 공감하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한참을 주절주절 떠들었다.
이 자리에 오길 잘했다.
세 사람 모두 타인에게 존경받을만한 인품과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하는 교양을 갖추고 있었기에 대화의분위기는 다소 무거워졌지만 오히려 우리의 관계는 더 끈끈하게 결속되어갔다.
위로는 가볍지 않았으며 칭찬에는 가식이 없었다.
덕분에 내 몸을 꽤 오랫동안 짓누르고 있던 긴장의 갑옷도 잠시나마 벗고 있을 수 있었다.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벗겨졌다.
그런 내 안도감이 취기와 분위기에 섞여 흘러 나왔다.
"이렇게 편하게 밥 먹어 본 거 진짜 오랜만이에요. 제가 요즘에 많이 예민해져 있었거든요."
강혜민이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되묻는다.
"왜요?"
정말 별 거 아닌 한마디였는데···.
귀를 타고 들어온 그 간질거리면서도 힘 있는 음색과 억영이 내 마음 속에 그어진 실금같은 균얼을 메우며 맹렬하게 파고들었다.
나 아무래도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다.
<월드스타 강혜민(2)-사랑에 빠진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