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8화.월드스타 강혜민(1)-여배우의 품격 (321/371)

<월드스타 강혜민(1)-여배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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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요 1064회>

걸그룹 어벤저스 'A타입', 올 여름은 '여름 맛 에이드'로☆

-napholeon99 : 무대 장인들이네

-eva5ths : 제발 이 멤버들로 꾸준히 앨범 내주세요ㅠㅠㅠㅠㅠ

-햫해햫해 : 혜진아 사랑해. 니가 최고야!!!!

-이각이그각 : 이번 여름은 이거다

-째구 : 진짜 이 멤버로 한 번 더 해주면 좋겠다

-꿈은개꿈 : 노래가 묘하게 계속 듣게 되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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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 혜진, 유진 가온의 프로젝트 팀 A타입의 첫 방송 무대가 공개됐다.

현 아이돌 탑급의 스타 아우라를 가진 요나와 유진, GIG의 에이스 혜진, 립밤의 막내 가온의 조합은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빛이 났다.

음원 차트 순위는 18위.

제목부터 '여름 맛 에이드'로, 여름을 대놓고 겨냥한 시즌송이기 때문에 적어도 여름동안에는 꾸준히 순위권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내게 늘 틱틱 거려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살을 섞었으니 미워할 수 없지- 유진이와 내가 예전부터 눈여겨보며 은및이의 롤 모델로 삼았던 혜진이가 다시 웃으면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니 공동 제작자로서의 보람이 느껴졌다.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돌은 역시 팬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할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제희와 나는 걸그룹 어벤저스 '지셈블 프로젝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콘텐츠로 기획하기로 했다.

두번째 프로젝트는 각 그룹의 보컬 포지션들로 이뤄진 보컬 팀인데 우리 회사에서는 서원이나 은빛이를 참여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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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7시

어덕과 프라미슈12가 맞붙고 우마왕이 벌칙을 맡은 어덕해TV EP.5가 공개됐다.

육봉선생이 승부수를 던진 회차이고,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좀 탔고, 팬덤과 구독층이 확실한 프라미슈와 우마왕이 출연을 한만큼 확실히 이전회차 본망에 비해 시작부터 시청자 유입이 남달랐다.

어덕 아이들 역시 역대급 꿀잼이었다고 말을 했다.

나는 나경이와의 열애설을 의식해서 촬영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본방을 통해 확인을 해야 했다.

프라미슈에서는 1호 서나, 2호 영아, 4호 승채, 5호 나경, 8호 하늘이가 출연했다.

사실상 개인 팬이 가장 많다고 평가받는 핵심 멤버들이 나온 것이다.

<어덕해 EP5 ;걸그룹이 욕하는 거 들어보쉴?(Feat. 프라미슈5, 우마왕)>

<현재 856명이 시청 중>

"예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과 벌칙 미션을 맡은 건강식품 전도사 우마왕입니다."

-fixon : 얘들아 도망쳐. 저 형 막 이상한거 먹여ㅠㅠ

-고리땡 : 건강식품ㅋㅋㅋㅋㅋㅋㅋ

-갓벗은선비 : 그냥 안 건강하고 말지......

"혹시 저 아시는 분 계신가요?"

10명 중에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기 유튜버이지만 혐오음식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콘텐츠인 만큼 어린 여자아이들한테는 생소했던 것이다.

우마왕은 다소 빈정상했다는 투로 자신의 보조 도우미에게 음식을 가져오라며 손짓을 했다.

"자 그럼 제소개도 할 겸, 모두가 가볍게 드실 수 있는 에피타이저 하나를 준비해봤습니다."

도우미는 철제 뚜껑으로 가려진 이동용 테이블을 끌고 왔다.

"혹시 번데기 좋아하시는 분?"

어덕에서는 라희와 지유가 손을 들었고 프라미슈에서는 서나, 승채, 나경이가 손을 들었다. 나머지 아이들도 좋아하지는 않을 뿐 한 번씩은 먹어봤다고 말을 한다.

시도조차 못해본 사람은 하늘이 뿐이었다.

오구오구 내 새끼.

"그럼 일단 좋아한다고 하신 분들끼리 가위바위보 해요. 딱 두 분에게만 드리겠습니다."

다섯 명이서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지유와 나경이가 이겼다.

그리고 이어서 철제 뚜껑이 올라가고 번데기 요리가 공개됐는데.

"으악!"

"아, 뭐야아아앜!"

"꺄아아아악!"

아비규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크기가 아니라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큰 대형 번데기였기 때문이다. 성충 매미만하다.

우마왕은 하나를 들어서 카메라 앞에 내밀었다.

와, 이건 나도 못 먹겠는데···.

번데기 애널에서 하얀 물이 흐르는 것을 본 아이들은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999999999 : 밥 가져와 밥!

-우마우마 : 이 형 보소. 그래도 걸그룹 만난다고 먹을 수 있는 걸 가져왔네ㅋㅋㅋ

-독식1등 : 나는 포기ㅋㅋㅋㅋㅋㅋ

-F2CTION : 번데기가 얼마나 크면 표정이 보이냐ㅋㅋㅋㅋㅋㅋ

우마왕은 지유와 나경이에게 하나씩 건넸다.

화면이 분할되어 두 사람의 얼굴이 나란히 잡혔다.

오구오구 나경이 이뻐라.

승채 말로는 나랑 열애설 터진 후로 핸드폰 압수당했다는데 가슴이 아프다.

"여러분, 우리가 살면서 언제 걸그룹이 번데기 먹는 소리를 들어보겠습니까? 자, 지유 씨랑 나경 씨는 한 입에 털어 넣고 와작와작 씹어서 시청자분들께 생생한 ASMR을 들려주세요."

이 정도 크기일 줄 몰랐던 두 녀석은울상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번데기를 한 입에 넣고 씹었다.

아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속살이 튀어나온다.

나경이는 곧바로 헛구역질을 하며 내용물을 뱉었다. 모자이크 처리.

지유는 인상을 귀엽게 구기며 거지같음을 표현했다.

"으에에에엑 미국 바퀴벌레 씹는 거 같아요. 이상한 물 나와···."

나경이는 또 한 번 헛구역질을 일으켰고 그 모습을 본 우마왕은 특유의 사디즘을 발산하며 흐핰칵칵칵칵 웃었다.

-ㅋㅋㄹㅋ : 미국 바퀴벌레 먹어봤음?

-레지에스 : 얘들아 근데 이게 에피타이저란다

-루트입니다만 : 우마좌 좋아 준는다ㅋㅋㅋㅋㅋㅋ

-pitsd : 미국 바퀴벌레나 대왕 번데기나 비주얼은 거기서 거기ㅋㅋㅋㅋ

-스이카물먹던시절 : 아이고 울 나굥이 불쌍해ㅜㅜㅜㅜㅜㅜㅜ

당사자들은죽으려고 하고 구경꾼들은 웃겨서 발라당 뒤집어지고.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내가 스타킹 사정으로 키운 프라미슈와 넣어 키운 어덕이 한 샷에 잡히는 걸보니 괜히 마음이 시큰거린다.

시청자와 팬들의 'ㅋㅋㅋㅋㅋ' 파동 섞인 열띤 반응도 꽤나 뿌듯하다.

불특정다수가 정류장처럼 스쳐지나가는 인터넷 기사에는 어쩔 수 없이 비난이나 아니꼬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덕과 프라미슈, 우마왕의 팬들만 시청하는 콘텐츠인 만큼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이것이 내가 눈에 확실히 보이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인터넷 콘텐츠에 올인을 한 이유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업키걸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호불호가 적은 짜장면이나 삼겹살이라면, 어덕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청국장 또는 파인애플 피자다.

내가 그걸 인정하고 나니 노선 선택이 쉬워졌다.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한테 굳이 숟가락을 들이밀며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청국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이 한 곳으로 모일 장소만 만들어주면 된다.

앞서 말한 '눈에 보이는 큰 리스크'라는 것은 매출, 수익, 인지도 부분인데, 그것 역시 뒤에서 확실히 믿고 케어해주는 스텝들과 톡톡 튀는 콘텐츠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국장과 파인애플 피자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건데요. 저는 지금까지의 규칙을 깨고 저만의 룰로 게임을 할까 합니다."

원래는 게임에서 지는 사람만 벌칙을 받는 거였다.

하지만 우마왕은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모두 먹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게임에서 진 사람은 음식의 재료를 알고 먹는 거고, 이기는 사람은 모르고 먹는 겁니다."

그게 뭐냐고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우마왕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

재료 하나마다 두 가지 버전으로 조리를 해온 것이다.

만약 재료가 '자라'라면 슺아 버전은 그것이 자라라는 것을 모르게 탕 요리로, 패자는 머리까지 통째로 조리된 자라를 뜯어먹어야 하는 식이다.

물론 조리법과는 관계없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 먹기 힘든 취두부, 두리안, 수르스트뢰밍 같은 재료도 있었는데, 그것은 패자에게만 돌아가는 디저트였다.

"승자용으로 준비된 음식은 모르고 먹으면 비주얼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그냥 일반 음식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뭐 재료가 뭔지 알고 싶다면 알려는 드리겠지만 정체는 끝까지 안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반 방송의 주인공은 라희와 미오였다.

라희는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의외로 혐오음식에 거부감이 없었다.

소 음경 스테이크, 부화 직전의 -깃털까지 박혀있는- 오리 알 완자탕, 구더기까지 같이 먹는 치즈, 오리 머리 구이 등, 패자용 벌칙으로 나왔떤 대부분의 음식을 덤덤하게 먹으며 시청자들로부터 '미식좌'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오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몸으로 하는 게임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프라미슈 아이들을 박살냈다.

동체시력과 반사신경도 좋아서 건장한 남자인 우마왕과의 1대1 데스매치까지 승리하며 우마왕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오는 발가락으로 봉지 뜯기 짤을 통해 전국의 발&각선미&스타킹 매니아를 대동단결 시켰는데, 이번에도 짧은 치마에 살스를 입고 와서 슬쩍슬쩍 발과 각선미를 노출하며 자신만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굳혀나갔다.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과 조심성 없는 맹한 태도가 포인트였다.

인터넷 콘텐츠의 포인트인 재미, 캐릭터, 자극성이 찰떡처럼 맞아 떨어진 5화를 기점으로, 기존 5만이었던 구독자 수가 두 배인 10만을 돌파했다.

***

내 사생활 사찰을 했던 배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한 채, 다행히 아무 일 없이 한 달이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뿐이지 내 심신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경이와의 열애설이 터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제희와의 사진을 발견한 이후부터 노이로제에 빠졌다.

일이 바쁠 때는 평소처럼 지내다가도 사색에 잠길만한 틈이라도 생기면 누군가 주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게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기라도 하면 숨이 격하게 가빠지고 심장이 귀에 들릴듯이 뛰면서 식은땀이 났는데, 그 증상이 내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수준이 아니라서 공황장애가 의심됐다.

당연히 상담을 받아야 할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부터 가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내게 이런 일이 닥치니 병원으로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또 의도치 않게 루머가 터지지는 않을지, 병원으로부터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다.

이것 역시 신경증의 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 상태를 혼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고 있으면서도 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일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그나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일부러 업무령을 늘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만들어서 하며 내 몸을 혹사시켰다.

덕분에 내가 맡은 일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가끔 섹스 생각이 날 때가 있었지만 어덕 아이들은 브레멘 4중창 이후 잠잠했고 업키걸 아이들도 남미 투어 중이었기 때문에 딱히 욕구를 해소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피트니스에 등록했다. 시간이 비거나 섹스 생각이 날 때마다 헬스에 매진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그녀를 만난 것은 새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때였다.

자기 전에 몸을 혹사시킬 생각으로 정신없이 하체를 조지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대표님 여기 계속 다니셨어요?"

"저 일주일 정도 됐어요. 집이 요 앞이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저도 옮긴지 그 정도 됐어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국내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관객을 기록 중인 '메이크업'이 여주인공 강혜민이었다.

수수한 메이크업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민소매, 레깅스 차림의 그녀는 내심 섭섭하다는 투로 내게 말했다.

"밥 한 번 먹자고 하시더니 어떠헥 된 거예요."

"아···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어머, 왜요? 유미 언니랑 약속 끝난 거 아니었어요?"

"약속은 약속인데 정확한 날짜를 정한 건 아니었거든요."

"으음, 유미 언니 밥 약속 안 지키는 거 되게 민감한데."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저도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그럼 저 운동 끝나고 언니들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언니들이요?"

"유미 언니랑 경진 언니요."

"시간은 괜찮은데··· 괜히 제가 가서 분위기 망칠 거 같은데요."

"에이, 그런 자리 아니에요. 저도 요즘에 쉬고 있는 중이라서 맨날 만나서 밥 먹거든요. 제가 유미 언니한테 전화해서 같이 간다고 말할게요."

원래도 탑스타였던 그녀는 '메이크업'의 칸 수상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지금 인지도로만 보면 감히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 했다.

헐리우드의 유명 감독이 러브콜을 보냈다느니 세계적인 남자 배우가 먼저 틴스타그램 팔로우를 신청했다느니 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물론 소속사에서 어느 정도 부풀린 것도 있겠지만 남녀불문 그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스타라는 건 확실했다.

나도 자존감이 높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그녀의 압도적인 스타 아우라와 자연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미소 앞에 서니 나도 모르게 낮은 자세가 되어버렸다.

이게 바로 여배우의 품격이라는 거구나···.

"번호 찍어주세요."

"아, 예···."

나는 그녀가 내미는 핸드폰에 개인 폰 번호를 입력해주었고, 그녀는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내게 전화를 걸었다. 벤치 프레스 의자 위에 올려두었던 내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보고 자기 핸드폰을 흔들면서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어? 핸드폰 저랑 똑같은 모델이에요."

"아, 그러네요"

내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다는 건 호감이 있다는 뜻······?

이거이거, 우리 씽씽걸이 월드스타 며느리를 맞을 지도 모르겠는걸.

계획에도 없던 저녁식사 장소는 청담동에 있는 이유미의 집이었다.

<월드스타 강혜민(1)-여배우의 품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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