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4화.귤리다 얼굴에 찍, 찍 (317/371)

< 귤리다 얼굴에 찍, 찍 >

내가 생각했을 때 내 주변인물, 그러니까 나의 세계관 중에서 최고의 권력과 돈, 인맥을 가진 능력자는 알리야다. 브루나이 왕족이면 월드클래스니까.

하지만 적어도 한국 안에서의 영향력은 지선경이 우위라고 본다.

자기가 입을 열면 한국이 뒤집어진다는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퍽커라는 초능력 집단의 조직력도 알리야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도 최대한 알아보고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점조직화 돼 있으면 정체를 알아내기가 조금 힘들어. 아예 해외에서 오더를 내려버리니까 단서 찾기에도 너무 광범위하고···.”

나는 그녀 역시 알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의미 없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걔네들의 목적은 뭘까요?”

“글쎄.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아마 자기를 끌어내리는 거겠지.”

나 하나 망가지면 다행이지.

내 문란한 사생활 안에 업키걸, 어덕, 립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으니까 문제다.

매드맥스의 S리스트 여파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시점에서 제2의 섹스 게이트가 터질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대중에게 비춰졌던 나이스한 내 이미지를 생각하면 대중은 쓰리에스 때보다 더 큰 배신감에 분노할 것이다.

업키걸과 나는 말할 것도 없고 YH엔터테인먼트 자체가 폐사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우리가 꼬리를 계속 밟아나가는 중이고, 이제는 그쪽에서도 우리 정체를 알게 됐으니까 당분간 막 던지지는 못할 거야. 그 안에 존슨이 뭐라도 잡아내길 기대해야지.”

“제가 나서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없었습니다. 한국남자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잡아내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존슨의 확답도 큰 안도감을 주지는 못했다.

가장 믿고 있던 끝판왕 지선경마저 확답을 못 주는 상황에서 내가 제대로 된 정신을 유지할 리가 없었다.

그들과 헤어진 나는 곧바로 회사 사무실에서 리야를 만났다.

녀석의 도움이 필요했던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와 우리 회사를 망가뜨리려 한다는 말에 리야도 적잖이 놀랐다.

“음··· 이번 건 꽤 시리어스한 걸···.”

“어떻게, 니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너 알고 있는 중국 친구들이 이런 쪽으로 전문가라며.”

“차이니스 친구들도 최소한의 단서가 있어야 작업을 하지. 그런데 지금 알아낸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오더도 외국에서 떨어졌고.”

“어떡하지.”

“으이그, 이 똥멍청아. 알리야는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자너.”

“야잇, 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제일 즐긴 게 누군데.”

“암튼 알리야도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언니 전화번호 알리야한테 주세요.”

“선경 누나?”

“응, 이제부터는 정보 공유를 해야 하니까.”

나는 직접 지선경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리야와 연결시켜줬다.

두 사람은 지유를 처음 만났었던 미혼부모 행사장에서 인사를 나눴던 적이 있다.

통화를 하면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고 이 비상사태를 함께 해결하자며 협의를 봤다.

통화를 마친 리야가 내 무릎에 앉으며 목을 끌어안는다.

“뮨댕쓰 진짜 겁먹었구나. 천둥소리 듣고 식탁 밑에 숨은 리트리버 같자너.”

“솔직히 좀 무섭지···.”

“그동안은 꿀만 쪽쪽 빨았으니까 한 번쯤은 미끄러질 때도 된 거예요. 서민들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뭔 소리 하는 거야. 그 꿀을 빨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일단 업키걸 다섯 명을 한 팀으로 묶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니냐?”

“그건 그렇지.”

“어덕 애들은 더 만만치 않았어···.”

“하긴. 그렇게 말하고 보니까 우리 뮨댕쓰 고생 많이 했구나. 여자도 많이 만나고 다니고.”

“니가 내 성격을 알잖아. 내가 아무 여자나 막 만나고 다닐 사람이냐? 예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방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답답한 마음에 괜히 말하지 않아도 될 비밀까지 넌지시 비춰본다.

물론 퍽커니 미션이니 하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언질을 줘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리야의 되물음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뮨댕쓰는 알리야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럼 아냐?”

“알지.”

“뭔데.”

“뮨댕쓰는 섹스로 여자들을 고쳐주고 있는 거자너.”

“응···?”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 정답이다.

하지만 그게 꼭 나의 이능력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나와 섹스를 하면 몸과 마음이 눈에 띄게 안정된다는 건 업키걸 아이들도 종종 했던 말이었기 때문에 리야 역시 그런 의미로 얘기했을 것이다.

리야가 내게 되묻는다.

“아니야?”

맞다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잠시 우물거리자 리야가 말을 이었다.

“뮨댕쓰랑 뮨댕뮨댕하고나면 확실히 몸이 프레시해지는 거예요. 홍홍 언니는 이제 따로 관리를 안 받아도 될 만큼 피부가 좋아졌고 욘리다는 지옥 같던 생리통이 싹 사라졌어. 씨바 언니는 가슴이 커졌지. 키츠네 언니랑 알리야도 뮨댕쓰랑 섹스를 하기 전과 후의 몸 상태가 달라진 걸 알아. 알리야는 이게 다 뮨댕쓰의 스킨십 덕분이라고 생각해.”

가끔 가다 이렇게 날카롭게 파고드는 리야의 통찰력을 볼 때면 과연 제희도 인정한 업키걸의 최종보스답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킹뮨을 가만 놔두지 않는 다는 걸 뮨댕쓰 스스로도 알고 있자너.”

“······.”

“뮨댕쓰는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도 야한 냄새가 풀풀 풍겨서 여자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거예요.”

리야는 자신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듯 셔츠 위로 내 젖꼭지를 버릇처럼 어루만졌다.

손톱에 발라진 글리터 네일이 빛에 반사돼 반짝일 때마다 유두와 귀두에 찌릿찌릿 쾌감이 왔다. 궁지에 몰린 작금의 긴장감과 어우러지며 배덕감을 발휘한다.

이 상황에서도 성욕에 자극을 받는 내 자신이 비참하다.

나는 리야에게 딜레마를 고백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그걸 멈출 수가 없다는 거지.”

“하루라도 섹스를 안 하면 페니스에 가시가 돋아 버리는 몸이 된 것이야?”

“니가 말했듯이 내가 문제가 아니야. 당장 어덕 애들만 봐도 걔네는 내가 없으면 안 돼. 업키걸도 내가 아니면 케어를 못 했잖아.”

“그랬지. 장우랑 염 보스가 도와주긴 했어도 우리는 뮨댕쓰가 아니면 처음부터 모일 수가 없었어.”

“근데 걔네는 너네보다 의존도가 더 심해. 나는 어덕 애들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 라희 다리에 언제 마비가 올지, 란이가 언제 폭주할지··· 24시간 내내 대기 상태였어.”

“그러면서도 할 건 다 하고 다녔구나.”

그것 역시 내 할 일이었으니까···.

생식기 로비를 해야 했고 몸으로 위로를 해줘야 했으며 질내사정으로 치료까지 해야 했다. 내가 그렇게 바지 벗고 뛰어다니지 않았다면 진작에 더 큰 문제가 터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리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였다.

녀석은 내가 측은하다는 듯 유두를 오밀조밀하게 돌리며 위로해주었다.

“우리 뮨댕쓰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럼 어덕 앨범 나오면 좀 쉬면되겠네.”

과연 그게 될까?

업키걸 아이들은 성공과 동시에 보라색 아우라가 사라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기 녀석들이 나타났고, 거기에 퍽커니 반인족이니 하는 족쇄 아닌 족쇄까지 생겨버렸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내가 쉰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목숨을 잃거나 폐인이 될 운명에 처한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 그 아이들의 미래가 내 머릿속에 훤히 보이는데 어떻게 그걸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는 나를 만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어?”

“오브 코스지. 알리야는 킹뮨이 아니었으면 피폐한 삶을 살았을 거야.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한계가 있고 금방 질리거든. 알리야는 그 분기점에서 킹뮨이랑 언니들을 만난 거예요. 알리야한테 언니들이랑 킹뮨은 메시아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너희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공공재 김윤호는 마음대로 쉴 수가 없어. 어덕 애들뿐만이 아니라 소녀날다 데뷔조 애들도 내가 책임져야 되니까···.”

리야는 양팔로 내 목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불쌍한 우리 뮨댕댕···. 알리야 주인님이 다 해결해줄 테니까 걱정 마.”

***

내가 처한 위기와 상관없이 일상은 흘러갔다. 흘러가야만 했다.

소녀날다 최종 데뷔조 아이들의 부모님을 만나 정식 계약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부모님들은 동시에 두 팀의 데뷔를 준비하는 회사에 우려를 표했는데, 나는 어떤 편애나 차별도 하지 않고 두 팀에게 똑같은 애정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B팀 같은 경우는 어덕에 비해 아직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아이들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니 부모님들께서는 회사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부모님들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제작을 하는 것은 나도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요나, 혜진, 유진, 가온이 속한 프로젝트 그룹 ‘A타입’의 음원 발매 및 쇼케이스 무대가 열렸다.

뭔가 거창하거나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다는 대중이 편하게 들을 수 있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부를 수 있는 여름 시즌송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제희가 곡 모집을 할 때부터 흔히 돈이 된다는 ‘머니코드’를 사용해 달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고 진행이 진부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후렴의 메인 멜로디는 너무 잘 빠졌다. 그냥 노래가 좋았다.

업키걸은 지난해부터 준비했던 15일짜리 남미 투어 일정에 들어갔다.

새 앨범 준비도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타이틀곡 후보가 3곡으로 좁혀진 와중에 뒤늦게 은둔에서 돌아온 옆집작곡가는 업키걸과 어덕의 타이틀곡을 모두 자기가 맡겠다는 포부를 보이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렇다 할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녀석이 각 잡고 썼던 노래 중에 망한 건 없었으니 믿고 기다리면 될 것 같다.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보내던 내게 뜻밖의 큰 웃음을 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프라미슈12가 음원, 지상파 음방 1위를 하면 우리 회사를 향해 하루 5회 그랜절을 올리겠다던 프라미슈 남성 팬이 스스로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그는 프라미슈가 음방 1위를 찍은 그날부터 한 달 동안 우리 회사를 향해 ‘김윤호 대표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랜절 하는 영상을 프라미슈 갤에 올렸다. 이 영상은 곧 각종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인기를 끌었고 나도 내 SNS에 영상을 올리면서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날 바로 DM이 왔다.

그는 우리 회사나 밥에는 관심이 없으니 프라미슈 팬미팅 티켓을 구해주면 안 되겠냐고 당돌하게 요구했다.

나는 로그인레코드에 연락을 취해 연결을 시켜주었다.

쓰리에스 게이트의 주요 피의자로 지목받은 현용수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어차피 무혐의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회의적인 예상을 깨고 부정청탁, 뇌물, 탈세, 횡령, 성 접대 등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면서 징역 3년6개월이라는 실형이 선고됐다.

란이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용수와 당시 사법부 간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마침내 란이와 쓰리에스의 지긋지긋했던 인연이 일단락되었다.

현용수 변호팀에서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했지만 쓰리에스 게이트의 심각성, 검찰과 사법부의 개혁이 요구되는 현 시국으로 볼 때 웬만해서는 원심 판결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었다.

우리 법무팀에서는 그 판결을 토대로 란이의 무죄 판결을 위한 재심 및 사법부에 대한 형사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현용수의 1심 판결이 떨어진 그날 저녁, 회사에서는 란이의 명예회복을 기념하는 회식이 열렸다.

마침 ‘어덕해TV’의 구독자 수도 5만을 찍던 날이라서 겸사겸사 열린 축하의 자리였다.

라희를 제외하고 술도 한 잔씩 돌았는데 란이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기로 다짐을 한 날부터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것이다.

대신 직원들의 집중력이 삼삼오오 분산된 틈을 타서 내게 야릇한 입김이 가득 담긴 귓속말을 통해 다른 방울을 요구했다.

“대표님 자지에서 나오는 물 먹고 싶다. 저 오늘 엄청 땡겨요.”

내 뒤를 캐는 정체불명 집단의 존재를 알고 난 뒤로 나는 잠자리를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그쪽으로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업키걸 아이들도 까딱 잘못하다가는 회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생각해서인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았다. 연습이 바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는 란이가 오랜만에 관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귓속말로 대답해주었다.

“나 요즘 현타 왔는데···.”

“걱정 마요. 내가 잘 빨아주면 하고 싶어질 거예요.”

절대색기는 절대색기다.

입김 섞인 목소리 만으로도 잠잠하던 음경이 꿈틀 반응을 보인다.

“옛날처럼 다들 잠들었을 때 몰래 와서 질싸해주면 좋겠다.”

나도 한창 새벽 질싸튀를 할 때의 아슬아슬했던 감정이 떠올라서 고환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지금도 이 근방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달아오르던 음경이 푹 가라앉았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란이의 끼 부리기는 멈추지 않는다.

“질척하게 김윤호 하고 싶다···. 하다가 라희 짬지도 만져주고, 미오 언니 보지에 손가락도 넣고, 지유 꼭지도 빨고, 쌀 때는 자고 있는 귤리다 얼굴에 찍, 찍 싸고··· 어때요, 꼴리죠?”

미쳤다.

말만 들었는데도 그 상황이 머릿속에 촥 펼쳐지면서 확 흥분된다.

< 귤리다 얼굴에 찍, 찍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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