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 누구한테 찍힌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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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우종화 감독 ‘메이크업’, 한국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우종화 감독의 ‘메이크업’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메이크업(감독 우종화)’은 결혼 후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만 하며 살던 전업주부 옥희(강혜민)가 우연히 호스트바 에이스 우담(정이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배우 강혜민 정이곤 박찬중 엄지연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칸 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메이크업’은 외신의 극찬 속에서 현지 언론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으며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었다.
―파르쿠 : 강혜민 연기 진심 미쳤음
―이제운 : 미모를 떠나서 강혜민은 진짜 아우라가 다르구나..
―F2CTION : 노메 때는 마트에서 마주치는 흔한 주부처럼 보이다가 화장 하면서 분위기까지 싹 바뀌는 거 보고 강혜민은 진짜 배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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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네.
오늘 새벽에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메이크업’ 때문에 아침부터 나라가 떠들썩하다.
나도 출근 준비를 하면서 TV로 관련 뉴스를 보는데 가슴에서부터 국뽕이 차오른다.
육탄방어전도 그렇고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참 묘하다.
―우종화 감독은 배우와 스텝들에게 영광을 돌리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특히 배우 인생 최초로 주부 역할을 맡은 강혜민 씨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시상식 드레스를 입은 강혜민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그녀는 황금종려상 수상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등과 어깨가 드러난 황금빛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고 있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홀린 듯이 TV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탑 여배우의 명품 아우라는 프랑스에서도 빛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난해 연말 예능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참석을 했던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TV속의 저 여자가 나와 업키걸이 출연했던 ‘그림자의 빛’ 애청자라며 내게 먼저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었지.
당시에 영화 막바지 촬영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바로 ‘메이크업’이었다.
우리와 함께 ‘그림자의 빛’에 출연한 뒤 연예 대상까지 받았던 이유미 선배가 나중에 강혜민과 함께 밥 한번 먹자고 했었던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이유미 선배한테 먼저 연락을 하기가 뭐해서 그냥 없던 일로 묻어두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지겠지.
“지나간 거스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출근 준비를 마쳤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홍보팀에서 YH엔터 전 직원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인터넷 기사와 커뮤니티 게시물을 올려준다. 우리 회사 소속 아티스트 또는 업무와 관련된 자료들이다.
다만 우리가 배포한 보도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 아닌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작성된 외부 기사인데,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그 기사와 댓글을 통해 여론을 확인하고 업무에 반영한다.
나는 집을 나서기 전 남아있는 커피를 마저 마시며 자료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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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udly24: 소녀날다’ 종영] 조작 논란을 딛고 최종 데뷔 멤버에 오른 7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8주간의 숨 가쁘던 대장정이 끝을 맺었다.
Y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의 데뷔 오디션을 그린 ‘Proudly24: 소녀날다’는 사생활 논란 연습생 출연, 투표수 조작 논란,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 중 시청률 최저라는 불명예 속에서도 5주 연속 ‘비드라마 TV 화제성’ Top10내에 이름을 올리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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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브 : 구라들리24: 주작날다
―hoya2226 : ☆서아☆은희☆성경☆아람☆앨리☆주윤☆다경☆ 고생 많았어! 평생가자 사랑해♡
―dlwlgns12888 : 어부지리로 올라간 애들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라. 너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그런데 개인적으로 응원은 못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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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과 완성도는 폭망이지만 화제성은 있었다라···.
칭찬이라기보다는 왠지 돌려 까는 느낌이다.
그 화제성조차 논란으로 불거진 이슈였을 뿐, 가장 스타성이 높았던 어덕 5명이 하차한 시점에서 이미 죽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내 입장에서는 어덕 5명보다 오히려 최종 데뷔조에 오른 7명의 연습생들이 아픈 손가락이었다.
방송을 통해 뱉은 말이 있으니 그 아이들도 데뷔는 무조건 시켜야 한다.
하지만 당장 데뷔를 시키자니 아직 수준에 못 미치는 멤버들이 많아서 연습 기간을 더 늘려야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미 방송까지 나온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힘이 빠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김일성 암살 작전이 취소된 이후의 실미도 부대원들처럼 말이다.
이미 최종 멤버 7인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2주전부터 해당 연습생의 부모님들이 구체적인 데뷔 플랜을 요구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연습을 더 시킬지, 아니면 일단 앨범부터 낸 뒤 아이들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야 하는지 용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골치 아프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뼈아픈 나의 실책이었고 나는 상태창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씁쓸하면서도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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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예능 프로그램 ‘춤신춤왕’ 정규 편성>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댄스 예능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이 ‘춤신춤왕’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정규 편성됐다.
파일럿 당시 고난이도의 폴 댄스를 선보이며 프로 댄서들조차 놀라게 만들었던 업키걸 멤버 ‘연홍’이 1대 춤신춤왕으로 선정돼 토너먼트를 이기고 올라온 막강한 도전자들과 겨루게 된다.
한편 당시 연홍의 퍼포먼스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천만 뷰를 돌파하며 여전히 화제에 올라있다.
―화적글 : 올 이거 재밌게 봤었는데 정규 편성됐네ㅎ
―Dahlia : 복면가왕 댄스 버전인가
―옹웅 : 이거 봉춤 췄던 여자 애 빼고 나머지 참가자들 다 좃망이었음. 이제 정규 됐으니 퀄리티에 신경을 좀 써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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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최종병기 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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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 마이너 갤러리
[개념글] 혜진이 포함된 프로젝트 그룹 오피셜 기사 떴다!!!!!
<걸그룹 올스타 프로젝트 ‘지셈블(G―Ssemble)’ 첫 번째 유닛 공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 멤버들로 새로운 유닛을 조합하는 ‘지셈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가 공개됐다.
요나(업키걸), 혜진(GIG), 유진(메이퀸즈), 가온(립밤)으로 이뤄진 ‘A타입’이다.
소속사 ‘제이블라’ 측에 따르면 ‘A타입’은 3일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2주간의 방송 및 공연 활동을 이어간다고 한다.
―sj870703 : 요나가 포함됐다고??? 뭔가 유로파리그에 바르샤나 뮌헨이 끼어있는 느낌이다ㅋㅋㅋㅋ
―southpery1114 : 오 멤버 조합 갸꿀
―youngmoo0 : 메인보컬 유진, 메인댄서 가온, 센터 요나, 스타☆킹 혜진
―김징박 : 혜꼬미가 틴스타 라방에서 그랬는데 이 프로젝트 기뮤노가 제안하고 멤버도 직접 구성했다고 함
ㄴdelict : 그렇다면 갓윤호 차.냥.해.
ㄴ웃으며살기 : 얼마 전에 인방 게스트로 불러주더니 기뮤노가 햫들이들 좋아하는 듯
ㄴ머가루치 : 222 나도 그 생각 들었음. 리플걸 때 인연으로 뮨대부가 햫들이들 애정하는 거 같아
ㄴtoloveang : 3333 요나까지 멤버로 넣어줄 정도면 대충 하는 건 아니다
―마루종 : 제이블라면 제희가 대표로 있는 회사네. 원래 내 본진이 플랜엘이었고 1픽이 제희였는데 이렇게 이어지니 개신기ㅋㅋㅋㅋ
―lky6374 : 혜진! 혜진! 혜진! 혜진! 혜진! 혜진!
―akdldps04 : 멤버가 리플걸 1기 동문회네ㅋㅋㅋㅋㅋ
―마리모리 : 이참에 뮨대부가 프라미슈처럼 우리 햫들이들도 갱생해주면 좋겠다
ㄴFroog : 제발 그렇게 됐으면ㅜㅜ 지금 회사 욕하기는 싫은데 솔까 일 너무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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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 팬덤 사이에서 내가 혜진이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회사에서 방치 일보직전에 놓였던 프라미들이 나와의 공동작업으로 반등했다는 소문이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하게 퍼진 뒤부터 내가 무슨 떡상 청부업자라도 된 듯 떠받들어지고 있다.
소녀날다 프로젝트 실패 때문에 떨어진 내 자존감을 유일하게 살려주는 부분이었다. 그래봤자 빵순이들도 상태창의 스타킹 미션으로 먹여 살린 거지만···.
이 외에도 ‘연예인은 유튜브로, 유튜버는 TV로 역진출하는 기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개인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반대로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에 출연하면서 TV와 인터넷 영상 매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작성한 기사였는데, 이제는 TV보다 더 대중화가 된 인터넷 방송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우리 어글리 더클링의 인터넷 올인 마케팅 전략을 예시로 들었다.
현재 ‘어덕해TV’는 세 번째 촬영까지 마친 상태다.
정신 나간 편집과 유명 유튜버 및 게스트로 출연한 걸그룹 팬덤을 기반으로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구독자는 1만을 찍었다.
GIG가 출연했던 1화의 누적 조회수는 5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5화 게스트로 프라미슈12와 혐오음식 먹방러 우마왕이 예정돼 있는데, 제작자인 잼미디어에서는 이 5화를 구독자가 증가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우마왕이 준비한 혐오음식을 먹지 않기 위해 어덕과 프라미들이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그인 측에서는 우리 회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프라미슈 메인 멤버 5명을 출연시켜 주기로 했다. 물론 나경이도 포함이 돼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덕과 빵순이들의 케미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지선경에게 연락이 온 건 오전 업무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자기 어디?
“저 회사요.”
―나 지금 자기네 회사 근천데 시간 괜찮으면 점심이나 같이 할래?
단순히 밥이나 먹자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미라클 더 블랙 아나콘다 존슨과 함께였고, 우리는 인근 한정식 집에서 만났다.
대화는 나와 나경이의 열애설을 주제로 가볍게 시작됐다. 그러다가 그녀의 입에서 우리 열애설을 최초 보도했던 ‘팩트프레스’라는 언론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미오 루머 퍼뜨렸던 바이럴 마케팅 사무실 있지?”
“예.”
“존슨이 걔네 정보를 계속 캐고 있었는데, 쭉 타고 올라가다보니까 팩트프레스가 나오네?”
그녀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팩트프레스도 똑같아. 이름만 언론사일 뿐인지 프리랜서 기자 몇 명이 오피스텔에 컴퓨터 몇 대 갖다 놓고 만든 허접한 사무실이야.”
“안 그래도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데였어요. 저희 법무팀에서 열애설 정정 보도 내달라고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 별 다른 반응이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럼 거기는 뭐하는 데예요?”
존슨이 대답했다.
“미스터 킴의 뒷조사만을 위해 만들어진 오피스 같습니다. 메이비.”
“예?”
그는 서류봉투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나와 제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얼마 전에 만났을 때가 아니라, 예전에 제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택시에서 내리는 그녀를 내가 에스코트 하는 장면이었다. 처음으로 그녀와 항문 섹스를 했던 그날 밤 말이다.
택시에서 내려서 집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10여장에 걸쳐 파노라마 식으로 찍혀 있었다.
“뭐야 이게···.”
섬뜩함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고 소름이 돋았다.
대체 언제부터 나를 따라다녔으며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지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나는 제발 나 좀 도와달라는 투로 선경 누나와 존슨을 향해 말했다.
“이게 어디서 나온 거예요?”
“팩트프레스 사무실 하드에서 나왔습니다.”
“이게 다예요?”
“예. 신사적으로 타일러본 결과 사진은 제희와 유나경이 전부였습니다.”
선경 누나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걔네도 다른 사람한테 사진을 받고 있다는 거야.”
“누구한테요.”
“그건 걔네도 모른대. 존슨이 엉덩이에 대고 신사적으로 물어봤는데도 말을 안 할 정도면 진짜 모른다는 뜻이야. 전화랑 메일로만 연락을 하고 사진을 주는데, 우리 쪽에서 확인해보니까 전화기는 대포폰에 메일은 외국 계정이더라고. 제희 사진은 어제 받은 건데 내일 새벽에 열애설을 터뜨리라고 했대.”
뭐지 이게.
나는 대체 누구한테 찍힌 걸까.
나경이와 제희 선에서 끝날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윗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하는 이상 점조직 같은 사무실 하나 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하나 망하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애들은 진짜 안 돼요.”
< 대체 누구한테 찍힌 걸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