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1화.자를래 가둘래 (314/371)

< 자를래 가둘래 >

“근데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대체 기자가 왜 붙은 거지?”

“딱 오빠한테만 붙은 건 아니었을 거야. 오빠랑 나경이 낌새가 이상하다는 제보가 들어갔겠지.”

나는 나한테만 붙었던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제희의 말에 딴죽을 걸지는 않았다.

“이게 한 번 걸리고 나니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이네···.”

제희는 내가 보는 방향을 함께 보면서 으슥하게 대꾸했다.

“내일 실검 순위에 ‘김윤호, 한제희 열애’ 한 번 올려봐?”

“야, 나 진짜 무서워. 어디서 사진 찍고 있는 거 아니야?”

“아이고 아저씨 걱정 마세요. 기자가 그렇게 쉽게 붙는 거였으면 나랑 우리 플랜엘은 진작에 은퇴했어야 돼.”

유난떨지 말라는 식으로 나를 다독인 제희는 자신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증명해보이겠다는 듯 내 얼굴을 잡고 쪽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표정으로 끼를 부리며 내 예민함을 귀엽게 비꼬았다.

“나 그럼 오랜만에 실검 가는 거야?”

상황이 시궁창으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예쁜 건 예쁜 거구나.

나는 얼굴을 제희에게 향한 채로 등받이에 비스듬히 머리를 기대며 대답했다.

“가슴 만지고 싶다···.”

“으, 으응? 갑자기?”

“어. 나 가슴 줘.”

“푸하하하핫!”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말을 안했을 것이다.

상대가 제희였기 때문에, 그녀라면 어른스럽게 나를 위로해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가슴. 제희 가스음.”

“···만지고 싶으면 그냥 만지면 되지 그걸 꼭 말로 하냐.”

그래서 그냥 만졌다.

바짓춤 속에 들어가 있던 줄무늬 셔츠 밑단을 꾸역꾸역 빼낸 뒤, 등 뒤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 훅을 단번에 풀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말랑 가슴을 손바닥 전부로 감싸 쥐고 조물조물 주물렀다.

보드랍게 펴져있던 유두가 금세 알맹이화 되어 부풀며 손바닥 중앙에 기분 좋게 닿았다.

“좋아?”

나른해진 내 표정을 보며 제희가 물었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어, 좋아.”

“그, 그래. 엄청 좋아보이네···.”

“가슴이 최고야.”

“많이 만지고 힐링해.”

“에휴, 나도 참 미친놈이다. 염한테 막 전화오고 회사에서는 나랑 연락이 안 돼서 난리가 난 이 마당에 나는 염 제자인 니 가슴이나 만지고 있고···.”

“멋있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키스를 나눴다.

엄지를 좌우로 움직이며 꼭지를 자극했다.

제희의 코에서는 조금 거칠어진 날숨이 새어나왔다.

그러다가 뭔가 나를 놀릴 거리가 떠올랐는지 키스를 멈추고 코끝끼리 맞닿은 상태로 추궁하듯이 말한다.

“기자들 볼까 무섭다면서요.”

“응. 내 피해망상이었어. 이런 걸로 기자들한테 걸릴 거면 너랑 나는 진작에 매장 당했지.”

“그렇지. 우리 처음에 갔었던 종로에 그 허름한 모텔에서부터 싹 다 걸렸겠지.”

“아, 거기 기억난다. 화장실 문 열 때마다 소름끼치는 쇳소리 나고.”

“맞다, 맞다.”

잠시 추억팔이를 공유했던 우리는 다시 감미롭게 키스했고, 나는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셔츠 단추 6개를 모두 풀어냈다. 그러고는 풀어헤쳐진 앞섶으로 얼굴을 비스듬히 꺾어 내린 뒤 브래지어를 들어 올려 발딱 선 유두를 입에 담고는 혀로 달달달달 핥았다.

“흐응···!”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스킨십의 수위가 이 이상 어디까지 흘러갈지는 우리 둘 다 모를 일이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게 잡힌 야릇한 무드였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이성이 아닌 본능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타이트하게 채워진 청바지의 단추를 툭 풀고 하복부로 손을 밀어 넣자 그녀는 허벅지를 살짝 벌려서 손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이끌어주었다.

맨살을 만지기 전에 팬티 위 도끼 지대를 먼저 쓰다듬어본다.

따뜻한 체온과 까끌까끌한 망사 팬티의 조합이 몹시도 농염했다.

나는 팬티 위로 음부 전체를 부드럽게 오르내리면서 자극을 줬고 제희는 나른하게 목을 움츠리며 흐응흐응 얕은 신음을 흘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팬티 속에 손을 넣어 음모를 쓰다듬고 맨 대음순을 만졌을 때.

“이제 그만.”

제희는 허벅지를 착 오므리며 더 이상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다독이듯이 조곤조곤 설명한다.

“김윤호 대표님, 저희가 지금 일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애들 노래 빨리빨리 골라서 녹음 들어가셔야죠. 이러다가 또 딜레이 되면 저 유진이한테 엄청 잔소리 들어요.”

“그건 그런데요 한제희 대표님. 여기서 멈추라고 하면 인간적으로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안 돼요, 어서 손 빼세요. 가슴만 허락했지 거기까지는 허락한 적 없거든요.”

“저는 다리를 벌려주시길래 허락하신 줄 알았죠.”

“그건 제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 거예요.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한제희 대표님은 자제력이 참 강하시네요.”

“제가 강한 게 아니라 김윤호 대표님이 너무 참을성이 없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제 별명이 절제의 김윤호예요.”

“그럼 얼른 손 빼세요. 꼼지락거리면서 계속 파고들지 마시고요.”

“예···.”

내가 팬티 속에서 손을 빼자 제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원래의 말투로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 착하다.”

그러면서 되레 발기한 내 고추를 바지 위로 어루만지며 물었다.

“커졌네?”

“커졌지.”

“이 상태로 일에 집중할 수는 있겠어?”

“뭐··· 노력해야지.”

홀로 딱딱해진 음경이 안쓰러웠던 걸까.

불룩 솟은 기둥을 몇 차례 조물거리던 그녀는 남자의 생리현상을 존중한다는 듯 배려심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지 내려 봐.”

뉘앙스가 입으로 해주겠다는 뜻 같았다.

나는 제희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할까, 군말 없이 바지와 팬티를 내린 뒤 시트까지 뒤로 눕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에 모아 걸친 그녀는 예상대로 고개를 숙여서 발기된 음경 전체를 입 속 깊숙이 빨아들였다.

―쭈릅

“흐읏···.”

손으로 기둥 밑동과 고환을 사알사알 주무르면서 리드미컬하게 고개를 쪼아댄다.

나경이와의 열애설로 불거진 고뇌와 마음속 응어리가 한 번에 녹아내리는 끝내주는 펠라치오였다.

***

<로그인레코드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로그인 레코드입니다.

금일 보도된 프라미슈12 유나경과 YH엔터테인먼트 김윤호 대표님의 열애설은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기사에 실린 사진은 저희 아티스트인 유나경이 김윤호 대표님에게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김윤호 대표님은 유나경과 프라미슈12의 미래를 위해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모든 연락과 만남을 차단하였고, 유나경도 그 선택을 받아들여 마음을 추스르고 프라미슈 활동에만 집중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의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티스트와 소속사 모두 깊이 반성하며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끼리 이미 매듭을 지은 관계가 기사를 통해 다시금 밝혀지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추측성 보도나 루머 유포는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윤호입니다.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프라미슈12 멤버인 유나경과 저의 열애설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도사리고 있는 개인 SNS에 접속했습니다.

나경이와 단둘이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미래를 위해 관계를 현명하게 마무리 짓기 위한 만남이었을 뿐이지, 기사에서 보도된 것처럼 연인이나 교제하는 관계는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저도 걸그룹을 제작해본 입장에서 이제 막 꽃길을 걷기 시작한 프라미슈12와 나경이의 앞날에 피해를 입힐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니,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차라리 연인 관계였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귀지도 않았는데 ‘ㅅㅂㄹㅁ’라는 소리를 들으니 진짜 억울해서 미치겠습니다.

그리고 저랑 나경이 며칠 동안 쫓아다니면서 사진 찍으신 기자님.

저야 이런 루머에 웃으면서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닳고 닳은 몸이지만 나경이는 아닙니다.

명색이 팩트 체크가 생명인 언론인께서 저희 회사나 로그인레코드 측에 전화 한 통 해서 사실 확인을 하는 게 그렇게나 어려우셨습니까.

기사 내용도 상당히 감성적이시고 사실과 다른 주관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마치 사귀는 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쓰신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정정 기사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김윤호♥유나경 열애’ 단독 기사가 뜬 순간부터 로그인레코드와 나의 반박 입장문이 발표되기까지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은 짧은 싸움이었다.

입장 발표 이후 회사와 핸드폰으로 쏟아지던 문의 전화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물론 나경이가 내게 입을 맞춘 것과 호감을 표현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에 실망을 해서 팬 카페 및 팬클럽에서 탈퇴를 한 나경이의 팬들이 있기는 했다.

어떤 골수팬은 나경이의 굿즈를 불태우는 사진을 올리며 탈덕을 인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프라미슈12 전체의 인기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지는 잘 모르겠다.

키스 사진 유출이라는 파급력에 비해서는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아보였다.

오히려 실검 순위에 나경이의 이름이 하루 종일 올라있던 덕분에 나경이를 몰랐던 사람들이 녀석의 미모에 반해 입덕을 한 사람도 있었다.

보는 눈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내가 그날 인상 깊게 봤던 나경이의 까치발과 뒷짐을 다른 사람들도 매력 있게 생각했던 것이다.

나경이도 나경이지만 내 인지도가 더 높이 치솟았다.

프라미슈12의 미래를 위해 나경이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은 나를 거의 신앙으로 여기는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건 추앙받아 마땅하다. 

나경이의 팬들한테는 미움을 샀을지 몰라도 프라미슈 팬덤 전체에서는 내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김윤호 갤러리’도 만들어졌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은 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마냥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그동안은 상태창을 믿고 아주 떵떵거리며 여기저기 삽입을 하고 다녔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이 찍히고 기사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혹시 지금까지의 내 사생활이 계속 노출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마음 한 곳에 아예 불안감이 뿌리박혀 버린 것이다.

지은 죄가 워낙에 많지 않은가.

규율이, 이정아랑 한 유사 모녀 쓰리썸만 터져도 나는 사회에서 매장 각이다.

그래서인지 대표실에 혼자 있는데도 이상하게 초조하고 불안했고, 집에 퇴근을 하는 길에도 몇 번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뒤를 돌아보며 경계를 했다.

그리고 나른한 몸으로 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 저편 어둠 속에서 들리는 섬뜩한 목소리.

“왔어요?”

“서원이야···?”

녀석은 양손에 들고 있던 가위와 정조대를 내 쪽으로 내밀며 다가왔다.

“자를래요, 가둘래요. 대표님이 선택해요.”

“당연히 가둬··· 아니아니. 야, 나경이랑 안 했어.”

“자를래, 가둘래!”

“야, 야!”

< 자를래 가둘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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