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 이게 임신돌의 바이브다! >
GIG와 김규성이 게스트로 출연한 ‘어덕해’ 1화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녹화 시간은 6시간이었지만 너무 재미있고 유쾌한 분위기라서 웃다가보니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흥건하게 쿠퍼액도 나와 있었.
이 6시간의 분량을 웹 예능에 최적화된 시간인 10~15분 정도로 압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웹 예능의 시조새 격으로 볼 수 있는 육봉선생이 자신만의 병맛 감성으로 타이트하게 편집을 거친 끝에 대망의 1화가 공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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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덕해 EP1 ‘국경 없는 걸그룹의 저 세상 배틀(Feat. 김규성, GIG)’>
제작사 : 잼미디어
제작진 : PD 육봉선생
채널 : 유튜브, 뮤즈티비, 페이스북
소개 : 대충 데뷔를 앞두고 있는 걸그룹 <어글리 더클링>이 다른 걸그룹 및 유튜버의 인기에 편승하여 인지도 좀 올려보고자 하는 취지의 흑심 가득 근본 없는 걸그룹 배틀.
▶ 매주 월 오후 7시 공개
▶ 구독, 좋아요, 알람은 의리
※ 본 방송은 방송심의를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노력은 했으나 잘 지켜졌는지는 솔직히 제작진도 모르겠다. (PD 이름부터가 심의 대상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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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유튜브 콘텐츠처럼 완성본을 한 번에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TV프로그램처럼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는 방식을 썼다. 그리고 본방이 끝나면 그 이후에 완성본을 업로드하는 것이다.
본방 때는 채팅창이 켜져 있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가 있었다.
역시 인방의 묘미는 이 실시간 채팅창이 아닐까 싶다.
<실시간채팅 ON>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97명이 시청 중>
―호롤도오 : 첫 게스트가 김규성이라··· 이거 어째 초장부터 아편 냄새가 진하게 나는데···
―그리비티 : 김규성에 육봉선생 조합이면 그냥 대놓고 약을 팔겠다는 거잖아ㅋㅋㅋㅋ
―성탄제 : 아닠ㅋㅋㅋㅋ 비주얼 멀쩡하고 실력 되는 걸그룹이 왜 이런 식으로 데뷔를 하는 거냐고
―넣 : 뮤노형, 설마 이것도 형 아이디어야???
―lky6374 : 일단 구독 세게 박습니다 ㄱㄱ
―Novel : 육봉선생이 내가 아는 그 육봉선생인가
―제이르트 : 기대되네요ㅋㅋㅋㅋㅋ
―호주산 : 합방 전문 콘텐츠라는 뜻이네?
1회 게스트이자 진행을 맡은 김규성은 본 게임이 들어가기에 앞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어글리 더클링과 GIG의 팀 소개를 마쳤다.
녹화 당시에는 일반 예능처럼 한 명 한 명 자기소개를 하고 인터뷰도 길게 했지만, 인터넷 방송에 맞춰서 재미없는 부분은 싹 다 날리고 마치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스피디하게 넘어갔다. 가령 자기소개를 밋밋하거나 재미없게 한 멤버는 자막으로 대놓고 ‘노잼이라 넘어감’이라고 쓰거나 이름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스킵을 해버렸다.
―hoya2226 : 아니 자기소개쯤은 제대로 해주라고ㅋㅋㅋ
―킹갓냥 : 와 편집 장난 없네ㅋㅋㅋ
―delict : 혜진이 귀여워ㅋㅋㅋㅋㅋ
―으념 : 주작날다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멤버들이 이렇게 뭉쳤네요ㅜㅜ 응원합니다.
―치킨김밥 : 주작날다에서 최종 데뷔조로 뽑힌 애들보다 여기 5명이 더 데뷔조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나뿐인가···
김규성은 자신의 장기인 ‘다짜고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 그대로 뜬금없고 맥락도 없는 TMI성 질문을 다짜고짜 하여 답변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김규성만의 인터뷰 방식이다.
상대가 아이돌일 경우 다소 짓궂거나 선을 넘는 질문도 나오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녹화 때는 어덕과 GIG 10명을 대상으로 모두 질문이 돌아갔었지만, 루즈한 부분들은 다 쳐내고 방송에 나온 건 지유와의 문답뿐이었다.
“어글리 더클링의 지유 씨 질문 들어갑니다.”
“예.”
“지유 씨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잖아요?”
“아이고···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입덕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완급 조절을 하는 건지 아니면 뭔가 빌드업을 짜는 건지, 의외로 정상적인 질문이라서 오히려 수상했다.
하지만 정작 수상했던 건 김규성의 질문이 아니라 지유의 대답이었다.
얘가 ‘입덕’이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잘못 들어버린 것이다.
“입덧 포인트요···? 저는 근데 임신 했을 때 입덧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크게 먹고 싶었던 것도 없었고요.”
“예···?”
―하기사랑 : 입덧 포인트ㅋㅋㅋㅋㅋㅋㅋ
―DDDKKK : 입덧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몰라랑 : 마! 이게 임신돌의 바이브다!
―바카디스 : 이건 진짜 전 세계에서 지유만이 할 수 있는 드립이다ㅋㅋㅋㅋㅋㅋㅋ
―Shekhinah : 어머니는 강하다······.
―귀검鬼劍 : 엄마 보고싶어요ㅜㅜ
―BansainT : 입덧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입덧보다는 모유 수유할 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젖몸살이 너무 심해가지고요, 막 바늘 수십 개로 유두를 찌르는 그런 느낌?”
―狂天流花 : 아놔 살다살다 모유돌을 다 보넼ㅋㅋㅋㅋㅋㅋ
―새누 : 김규성 당황했다ㅋㅋㅋㅋㅋㅋ
―영사마 : 입덧, 모유, 젖몸살, 유두··· 걸그룹 입에서 하나 듣기에도 어려운 단어들이 콤보로 터져나오네ㅋㅋㅋㅋㅋ
―Theblue007 :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148명이 시청 중>
“근데 저도 모유 먹어봤거든요. 와이프가 첫째 낳고 모유 수유할 때 애기가 왼쪽 물고 제가 오른쪽 물.”
―땃!
[이상 김국경 님의 개인적인 젖 빠는 소리였습니다.]
―둥그둥가 : 국경 넘었다ㅋㅋㅋㅋㅋㅋㅋ
―syaitan : 마침내 넘었다!!!!!
―hedd49 : 국경 넘어 대기권까지 뚫고 갔네ㅋㅋㅋㅋㅋㅋ
―몽화 : 김규성 선수 담장 밖으로 넘긴 대형 만루 홈런!!!!!!!
“발가락으로 과자 봉지 뜯는 게임 진짜 재밌게 봤거든요. 첫 판은 그걸로 갈까요? 아, 그런데 미오 씨가 사기적으로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스타킹을 준비해왔습니다. 스타킹 신은 발로 뜯는 거예요. 그럼 밸런스가 좀 맞겠죠?”
<현재 214명이 시청 중>
―제노사가 : ㅗㅜㅑ
―나르나르 : 형도 그거 봤구나?ㅋㅋㅋ
―yangnyum : 발잘알
―恨天 : 스잘알
―chu4243 : 검스가 국룰
―소설만세 : 살스파 모여라
살색 스타킹을 신은 미오와 혜진이가 각자 과자 봉지를 앞에 두고 쪼그려 앉았다.
미오는 ‘소녀날다’때처럼 짧은 반바지를 입어서 대퇴부가 훤히 드러났고 짧은 치마를 입은 혜진이는 무릎 담요로 다리를 가리고 발만 빼꼼 내밀었다.
다리를 쭉 펴고 앉은 미오는 카메라를 향해 살스 발바닥을 내보이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려서 준비운동을 했다.
―갱장해애앳 : 스타킹 ㅗㅜㅑ
―greaol03 : 둘 다 스타킹 착장 미쳤다
물론 스타킹의 나일론 재질로 미끄러운 과자 비닐을 뜯는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었다.
쉬운 게 아닌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
손에 스타킹을 끼고 해도 어려울 판인데 그걸 어떻게 스타킹 신은 발로 뜯는단 말인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풋잡 성좌의 가호를 받는 미오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내고야 말았다.
―보지직!
시작하자마자 5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과자 봉지를 뜯다 못해 아예 반으로 찢어버린 것이다.
공중으로 과자가 튀어 오르면서 채팅창도 터졌다.
―메이사이 : 부와왘!!!!
―인간가습기 : 겁나 매력터지네ㅋㅋㅋㅋㅋㅋㅋ
―힘새고강한 : 퍄퍄퍄!
―Kakat : 김규성 땅에 떨어진 과자 또 주워 먹고 있누
―jongwoo668 : 미오야 오빠가 격하게 사랑한다ㅜㅜ 발로 뺨 한 대만 때려주면 안 되겠니
―독식1등 : 저게 된다고????
―k12345 : 진정한 발컨이네
―902dark : 아이고 혜진아ㅋㅋㅋㅋㅋ
―쉬고싶음 : 혜진이 계속 낑낑거리고 있는 거 귀엽다ㅋㅋㅋㅋㅋ
이후 진행된 게임에서 어덕은 단체전까지 포함해 최종스코어 4:2로 GIG를 이겼고, 상금 500만원을 다섯 명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2군 걸그룹 중에는 팬덤이 상당히 탄탄한 GIG의 지원사격.
지유와 김규성만이 할 수 있는 저 세상 드립.
‘소녀날다’에 이어 전국에 계신 발 변태와 스타킹 매니아들의 판타지를 다시 한 번 충족시켜준 미오와 혜진이의 알 듯 모를 듯한 요사스러운 발연기.
육봉선생 군단의 센스 있는 편집.
1회 본방 시청자 수는 최종 400여명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독자수는 그 10배를 뛰어넘는 5천 명을 찍으며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기록했다.
지유의 입덧&모유 드립, 미오&혜진의 더블 풋잡 씬이 짤로 만들어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면서 20~30대 남성층의 인지도를 끌어 모았다.
비록 정식 앨범 활동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어글리 더클링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인 첫 활동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좋아했다.
***
유난히 짧게 느껴지던 봄이 가고 맞이한 6월의 초여름.
나는 한강 뷰로 유명한 팔당댐 인근 커피숍을 향해 운전 중이다.
옆자리에는 나경이가 타고 있었다.
녀석은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자연풍을 온 얼굴로 맞으며 청춘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상큼한 탄성을 내질렀다.
“꺄아아, 꺄아아아.”
그 사이에 뿌리 염색을 한 번 거쳤는지 이전에 광고 촬영장에서 봤을 때보다 더 밝은 노란빛의 단발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고, 가뜩이나 피부가 하얀데 옷도 흰색 티셔츠에 화이트 진을 입어서 그런지 녀석은 온몸으로 햇살을 반사하며 광채를 내뿜었다.
“서울 시내에서는 너를 데리고 마땅히 갈만한 데가 없더라.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더니 여기가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더라고.”
녀석은 창밖을 향해 손나팔을 만들며 대답했다.
“너무 좋아요오오오!”
나도 좋았다.
눅눅하고 차갑게 식은 삼치구이에 레몬즙이 뿌려지며 음식으로서의 생명력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눅눅한 삼치구이가 나다.
우리는 서울에서 30여분을 달려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앞마당 한강이 보이는 공터에 만들어진 썬 베드 형태의 테이블과 포토존이 이 카페의 시그니처 자리였다.
물론 얼굴이 알려진 나경이와 나는 젊은 연인들과 가족 단위의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공간이 조금 답답하긴 해도 오히려 주차장 쪽에서 한강이 더 넓고 가깝게 보인 덕에 나쁘지는 않았다.
나경이는 빨대로 커피를 한 모금 쪽 빨고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한강이 이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어요.”
“예쁘지. 서울에서도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
하지만 나경아, 나는 지금 한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내 바로 옆에서 니가 웃고 있는데 그깟 흐르는 물 같은 게 눈에 차겠니.
< 마! 이게 임신돌의 바이브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