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으, 이거 정말 죽이는구만 >
“규율이 맘에 들어?”
“응, 완존 알리야 스타일이자너.”
낯선 여자에게서 내 리더의 냄새가 난다.
이것이 리야가 규율이한테 끌리는 이유라고 한다.
어느 상황에서건 자기 페이스를 지키고 할 말을 하는 모습에서 요나의 모습을 본 것이다.
리야 녀석은 규율이가 들어간 옷 방 쪽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술 취한 아저씨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크으, 저 피지컬을 가진 욘리다 성격이라니, 이거 정말 죽이는구만···.”
···이 인간도 갈 때까지 갔네.
비단 리야 뿐만이 아니라 규율이 역시 이정아와의 쓰리썸으로 인해 정상의 범주에서 탈선한 놈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지금 당장 덮치는 건 무리였다.
규율이가 방금 ‘저도 때려치웠습니다.’라고 말한 걸로 미뤄 ‘소녀날다’ 제작진 측과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 같고 그것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것 같은데, 일단은 그것부터 수습하는 것이 우선 순위였다.
나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은 안 돼.”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리야는 이해한다는 듯 대답했다.
“알아, 알아. 알리야도 지금 갖겠다는 말은 아니자너. 원래 쓰리썸은 하는 것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처음에는 거부를 하다가 점점 녹아들면서 끝내는 뮨댕쓰의 페니스를 갈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 짜릿함, 크으으으!”
“이건 무슨··· 암튼 옷부터 입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려던 리야가 “흣낏!”하며 허벅지를 꼰다.
인상을 쓰며 한 차례 멈칫거렸던 녀석은 이내 편해진 얼굴로 해명했다.
“휴우, 뮨댕쓰가 자궁에 넣어준 감사한 물이 새어나올 뻔 했던 거예요.”
“안 돼, 안 돼. 보자이너 꽉 잠그고 모두 흡수해.”
“옼희옼희. 임신 당해버릴 기세로 꽉 머금고 있을게.”
이제는 임신이라는 숭고한 단어가 일상의 성벽이 되어버린 건가.
우리는 규율이가 준 제한시간 5분 안에 옷을 갖춰 입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규율이는 정확히 5분 뒤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방에서 나왔다.
옷 방 앞 거실에서 괜히 어슬렁거리고 있던 리야를 보고는 덤덤하게 묻는다.
“죄송한데 여기 계속 계실 거예요? 저 대표님이랑 할 얘기 있는데요.”
리야는 연예인 팬싸에 참석한 팬처럼 규율이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아,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 알리야는 그냥 투명인간처럼 생각해도 되는 거예요.”
“눈에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그래요.”
“혹시 회사랑 관련된 얘기라면 알리야도 들을 권한이 있는 거예요.”
YH엔터의 지분권자로서 하는 말이었다.
하여튼 리야 이것도 절대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니까.
우리 회사 조직도에서 리야가 제일 꼭대기에 있다는 것은 규율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반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규율이는 고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가 ‘소녀날다’에서 자진 하차한 이유를 설명했다.
“란이랑 지유가 숙소에서 나간 이후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졌어요.”
규율이 말에 의하면, 원래 우리 회사에 있던 토박이 연습생 사이에서 나머지 어덕 아이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안 그래도 그동안 어덕 5명과 자신들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뒷말을 했었는데, 그 곪은 상처가 이번에 란이와 지유가 하차하면서 터진 것이다.
이해는 한다.
연습생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란이랑 지유 때문에 방송 망하는 거 아니냐고 제 앞에서 대놓고 얘기를 하잖아요.”
“누가 그랬어?”
“그건 말씀 안 드릴래요. 근데 저는 더 이상 그 꼴 못 보겠어요.”
“알았다. 니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네. 조유리 실장한테는 말 하고 나온 거야?”
“예. 엄 작가님이랑 PD님한테도 말씀 드렸어요. 어차피 저희 다 떨어진다고 예정돼 있잖아요. 이미 마음도 떠난 마당에 더 이상 체력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앨범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하아, 이 언니 진짜 넘모 볼매자너. 언니 햄최몇?”
“예···?”
“여기서 햄최몇이 왜 나와. 리야 너는 헛소리 할 거면 회사에 가 있어.”
“미안함미다. 조용히 있을 게요.”
나는 햄최몇이 무슨 뜻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규율이에게 확답을 줬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작곡가랑 연락도 됐고 활동 방향도 세부적으로 잡고 있어.”
지상파 방송 출연을 배제하고 인터넷 방송과 공연만으로 활동할 거라는 걸 말할까 말까 하다가 이왕 얘기가 나온 거 허심탄회하게 모두 털어 놓았다.
규율이는 예상 외로 쿨하게 받아들였다.
“활동 계획이나 방향성은 회사가 결정하는 거니까 저희는 그냥 따라가면 되는 거죠 뭐.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대표님을 믿어요.”
‘다른 건 몰라도’의 억양을 유독 강조하면서 말한 녀석은 리야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쵸? 대표님이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는 촉이 좋으시잖아요.”
“암요, 암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우리 뮨댕쓰가 이쪽으로는 스페셜리스트죠. 근데 언니.”
“예.”
“가슴 한 번만 만져 봐도 돼요?”
“아뇨.”
“그럼 알리야 가슴 한 번 만져보실?”
“싫은데요.”
“앗, 아앗.”
“규율아, 리야가 이번에 우리 프로젝트에 50억 투자하기로 했어. 거기에 너희 앨범 제작비도 포함돼 있는 거고.”
규율이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야의 손을 잡고 자신의 상의 밑으로 쑤욱 밀어 넣었다.
“그럼 만져야죠.”
얘도 닳고 닳았다.
“응깃? 새, 생각보다 크자너!”
그래봤자 업키걸에 가면 만년 중슴일 뿐이겠지.
중슴딱 중슴딱 신나는 노래.
“하아, 가슴은 정말 최고야···.”
리야는 남자가 할 법한 멘트를 날리며 꽤나 집중하는 표정으로 규율이의 가슴을 조물딱 거렸다.
그러다가 유두를 건드렸는지 규율이의 몸이 흠칫 떨리면서 미간이 좁아졌다.
“이제 됐어요. 빼요.”
“감사합니다. 이제 언니가 알리야 거 만질 차례예요.”
“그건 사양할 게요.”
딱 부러지게 거절한 녀석이 나를 쳐다보며 비아냥거린다.
“대표님한테 만져달라고 하세요. 대표님이 가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지시잖아요?”
뒤끝 개쩔어.
그것은 내게 빈정대는 한편, 자기도 이미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리야에게 알리는 의도이기도 했다.
규율이 얘도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은근히 질투가 심한 편이다.
리야와 규율이의 첫 대면은 별 다른 성기 마찰 없이 끝이 났다.
하지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리야의 성격상 위시리스트에 오른 규율이를 오래 묵히지는 않을 것이다.
리야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빌드업 작업이 진행 중이겠지.
나는 리야가 차려주는 귤리야 덮밥 한상 차림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다.
코쓱, 좆쓱.
***
<‘소녀날다’, 8번째 탈락자는 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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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날다’, 강력한 데뷔조 후보였던 예라희의 탈락을 두고 네티즌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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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날다’ 시청률 하락세,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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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날다’ 순위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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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날다’ 제작진, “순위 조작 절대 없다. 무분별한 루머에 엄정 대처 할 것.”>
***
나는 어덕 아이들과 일반 연습생들이 섞여서 데뷔를 하게 되면 불행한 결말로 이어진다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린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어덕 아이들을 ‘소녀날다’에서 하차 시킨 건 내게도 상처와 죄책감으로 남았다.
다수의 이익 관계가 충돌하는 방송 일이라는 게 원래 변수의 연속이라지만 중간에 몇 번이나 결정을 번복한 것은 전적으로 내 능력 부족 탓이다.
내 판단 미스로 인해 회사 직원들과 연습생들, 그리고 방송에까지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 죄책감을 나 혼자 끙끙거리면서 담아두고 있으면 마음의 병으로 곪을 것 같아서 염 대표, 현동이와 술을 한 잔 마시면서 속마음을 털어놨다.
“내가 병신 짓 한 거지···.”
알싸한 소주 열기에 흘린 자기비판에 현동이와 염은 진정한 친구로서의 위로를 해주었다.
“그래, 니가 병신 맞다. 에라이 병신아, 핰핰하카핰!”
“이번 건 윤호 형이 잘못했죠. 근데 가끔 이렇게 실수도 하고 좀 그래요. 이제야 좀 사람답네, 흐흐흐.”
그래. 진정한 친구다.
잠시 후.
휴대폰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녀날다’ 기사를 검색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던 현동이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조작 논란이 뭔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뭐고, 라희 팬덤에서 제작진이랑 우리 회사 고소한다는데? 얘네는 와 같은 편을 공격하노?”
“윤호 형이 공식 입장문 발표해야죠 뭐. 근데 진짜로 수사 들어오면 우리 좆 되는 건데···.”
“그렇지. 일부러 탈락 시킨 것도 조작은 조작이니까···.”
염과 현동이의 걱정 어린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내가 윗선에 다 얘기해 놨다. 좀 있으면 잠잠해질 거야···.”
안 그래도 지선경에게 먼저 연락이 왔었다.
순위 조작 건은 자칫 잘못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으니 초기에 손을 써놔야 한다면서 말이다.
얼굴을 보며 얘기를 나눈 자리에서 그녀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며 나를 안심시켰고, 우리는 그날 저녁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장장 12시간에 걸친 강행군 교미를 나누었다.
뭐, 나도 기절을 했을 정도로 좋았으니 굳이 몸로비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속궁합 오지게 맞는 아는 누나와 하룻밤 불타 오른 것뿐이다.
지금은 자기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제작진을 고소한다는 라희 팬들을 포함해 어덕을 지지했던 팬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번 순위 조작을 통해서 딱히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다.
어덕은 어덕 나름대로 데뷔를 하고, 남아있는 연습생들은 데뷔 후보였던 5명이 빠졌으니 경쟁률이 확 낮아진 것 아닌가.
굳이 피해자를 가리자면 어덕과 ‘소녀날다’ 데뷔조 두 팀의 데뷔를 한 번에 준비해야 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겠지.
하지만 누가 피해를 입었든 입지 않았든 간에.
순위 조작이라는 내 더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지선경을 통해 불법 청탁을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지금까지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왔던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그것만큼은 도저히 합리화가 되지 않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결국은 빽을 쓰고 사회적 연줄에 기대는 기생충이구나.
마음은 쓰디썼지만, 이상하게 술은 달아서 과음을 했다.
현동, 염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나는 어덕 아이들과 회사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순위 조작을 했다는 죄책감이 취기와 뒤섞이며 감성적인 기분이 되어버렸고, 그 순간의 울컥함을 참지 못하고 그만 개인 SNS에 심경을 적어버렸다.
음주 운전, ‘전 여친에게 전화걸기’와 더불어 술 마시고 해서는 안 되는 3대 금기 중 하나인 음주 SNS를 해버린 것이다.
흑역사였다.
속상한 마음에 쓴 반성문 같은 취중진담이 다음날 가십 거리가 되고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내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난리가 난 직원 단톡방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기사를 검색해봤다.
댓글이 심장을 후벼 파고 손과 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조롱과 능욕의 연속이었다.
―shz414 : 뮨대표님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재밌는 사람이네ㅋㅋㅋㅋㅋ
―치즈맛캔디 : 술 한 잔 마셨습니다...
―도플핸더 : 이 X끼야, 업키대교는 무너졌냐?
―말하고싶어 : 시청률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눈물의 똥꼬쇼 들어가쥬?
―하유두유두 : 이제부터 0.2% 시청률을‘1소녀날다’로 측정한다
―제노사가 : 로또 당첨되게 해주세요
“아악!”
너무 수치스럽고 낯 뜨거워서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릴 수가 없었다.
예전에 ‘리플레이걸’ 때 방송에서 지었던 표정이 캡처가 되어 짤로 돌던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래도 그때는 귀엽고 호감 있는 캐릭터였던 반면, 지금은 완전히 우스운 개그캐가 되어버렸다.
아프다.
원래 진지하게 한 행동에 조롱을 받는 것이 더 아픈 법이다.
내가 무심코 남긴 이날의 음주 SNS는 <1소녀날다=0.2%>라는 기념비적인 인터넷 밈을 탄생시키며 얼마간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어, 왔어?”
프라미들과 광고 촬영이 있던 날.
내 대신 프라미슈12의 스타킹을 훔쳤다는 누명을 썼던 김병용이 로드매니저로 정식 입사해 첫 출근을 했다.
어덕 담당 로드매니저로 채용했지만, 3개월간의 수습기간 동안은 가수 구분 없이 업키걸, 립밤의 스케줄도 함께 따라다니면서 두루두루 현장 경험을 할 예정이다.
녀석은 회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새 앨범 준비를 위해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던 업키걸 아이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입사한 김병용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지게 인사를 박는 병용이를 향해 업키걸 아이들도 허리를 숙여 화답했다.
딱 한 명만 빼고.
“누가 버르장머리 없이 모자를 쓰고 인사를 하지?”
리야 이놈, 병용이가 들어올 때부터 꺼림칙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더니 결국 일을 저질러버렸다.
“예···? 아, 죄송합니다.”
병용이는 모자를 벗고 다시 인사를 했고.
“리야 너!”
“아얏!”
요나가 리야의 귀를 잡아당기며 제압했다.
하지만 좆은 이미 돼버렸다.
리야의 시선이 이미 병용이의 휑한 정수리에 꽂혀버린 것이다.
“어? 이 아조씨 탈모빔을 더블로 맞았네? 젊은 머머리다!”
아아, 이 새끼가 결국 선을 넘어버리네···.
홍이가 녀석을 통째로 들어서 연습실 밖으로 나갔지만 병용이의 눈은 이미 슬퍼져 버린 후였다.
내가 란이 때문에 원형 탈모가 걸려봐서 아는데, 여기서 병용이가 리야를 때렸다고 해도 나는 병용이 편을 들었을 것이다.
탈모인에게 탈모라고 놀리면 맞아도 싸다는 것이 국룰 아니던가.
“······.”
“······.”
“······.”
“······.”
“······.”
연습실 내부는 서원이조차 얼굴이 벌게져서 눈치를 볼 정도로 엄숙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때, 선천적으로 이런 어색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은빛이가 나섰다.
분위기를 밝게 바꾸려는지 특유의 씨바스러운 미소를 띠며 병용이에게 말한다.
“매니저 님 괜찮아요. 우리나라 탈모 인구가 천만 명이라고 하잖아요?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탈모라는 뜻인데, 이쯤 되면 탈모도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여야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아 좀 닥쳐라.
이게 또 부관참시를 해버리네.
“서원아, 걔도 데리고 나가라···.”
“예. 유은빛, 나와.”
“예? 왜요? 저 또 뭐 실수했어요?”
“응. 그냥 니가 여기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실수야.”
“오빠, 서원 언니 또 못되게 말해!”
“어, 니가 더.”
“아 왜에! 뭘 실수했는지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냐!”
결국 씨바도 서원이에게 끌려나가고 연습실 안에는 나와 요나, 병용이 셋만 남게 되었다.
다시 어색해진 침묵 속에서.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요나가 병용이에게 다가가 녀석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저희 멤버들이 악의는 없는데 개념들이 좀 없어요. 앞으로 고생 많으실 텐데 미리 죄송합니다.”
병용이는 애써 우울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입 꼬리가 씰룩씰룩 들썩이는 것까지는 막을 수는 없었다.
매니저 하길 참 잘했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나도 한숨 돌렸다.
대류, 욘리다가 최고다.
< 크으, 이거 정말 죽이는구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