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원정 성매매요? >
엄승미가 세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바른 아이 키우기 연합회. 줄여서 바아키 연합.
그들의 방송국 앞 집회는 며칠째 계속되었다.
현장 취재를 나오는 기자의 수가 늘어났고 제작진과 우리 회사를 향한 인터뷰 요청도 날이 갈수록 많아졌다.
엄승미 작가 [골치 아푸게 됐다ㅜㅜ]
엄승미 작가 [방금 PD님이랑 국장님한테 불려갔다 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설립한 지 2년 정도 된 민간 봉사 단체였다.
사무실 위치나 홈페이지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활동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어서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대충 가늠할 수가 있었다.
청소년 가장 가정, 독거노인에 대한 봉사 및 모금 활동을 주로 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각종 집회를 주도하거나 참석하는 등의 사회적 활동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사상과 가치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동성애와 낙태 반대 시위를 하면서 성윤리와 도덕관념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미성년자에게는 피임 기구 자체를 판매하면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한 걸 보면 성윤리에 관해서는 꽤 극단적인 성향의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우리 회사를 겨냥한 표적 시위는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번 ‘소녀날다’ 폐지 집회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거나 성범죄 전과가 있는 연예인 100인에 대한 연예계 퇴출 서명 운동도 했었고 쓰리에스 게이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 보이콧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종교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그들의 주장에는 나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 있었고 그들이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하지만 수차례 해명한 바 있고 오히려 피해자 입장인 란의 마약 전과 문제나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지유의 미혼모 신분을 프로그램 폐지와 하차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분위기는 영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엄승미 작가의 말에 의하면, 바아키의 시위가 며칠째 지속되고 관련 기사가 예능기사 상위권에 꾸준히 오르게 된 이후부터 ‘소녀날다’를 담당하는 예능국의 여론 또한 점점 안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녀날다’가 편성될 때와 지금의 예능국장이 바뀐 것도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인사였다.
전임 국장이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격인 반면 이번 국장은 안전한 운영과 방송 윤리 준수를 통해 문제 자체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 안전주의 성향이기 때문이다.
두 예능국장이 PD시절 맡았던 대표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극과 극인 성격이 잘 나타나 있었다.
전임 국장은 말초적이면서도 유행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였고, 신임 국장은 온 가족이 모여서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육아 또는 가족 예능이었다.
물론 방송에 시청률과 화제성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마는, ‘소녀날다’는 신임 국장이 자신의 커리어와 승진에 흠을 내면서까지 밀어붙일만한 간판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동시간대 검색어에 참가자 이름이 오르내리고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다고 해도 고작해야 시청률 1%도 안 나오는 변방의 케이블 방송 아닌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나는 며칠에 거쳐서 신임 예능국장, 바아키 연합 대표단을 만나가며 대화를 나눴다.
예능국장, 나, 바아키 대표가 삼자대면을 하기도 했다.
일단 국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대화를 해본 결과 ―물론 내 앞에서 보인 모습과 실제 모습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극단적이거나 폐쇄적인 성향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란이의 마약 사건 재판 과정에서 쓰리에스의 불법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그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고,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엄승미 작가의 말처럼, 조직의 수장으로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 때는 안정적이면서도 최대한 잡음이 없는 쪽을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요즘 유튜버, 스트리머, BJ라 불리는 인터넷 콘텐츠가 방송 시장의 메타를 바꿔버림에 따라 방송국 경영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경영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내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예능국장도 이런 처지인데 ‘소녀날다’ 담당 PD와 메인작가인 엄승미가 반기를 들 수도 없겠지.
바아키 연합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프로그램 폐지 또는 란이, 지유의 하차를 요구하며 그 전까지는 집회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청소년 유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
“폐지하라!”
“마약돌이 웬 말이냐!”
“웬 말이냐!”
“성윤리가 자리 잡지 않은 청소년 시기의 성관계는 죄악이다!”
“죄악이다!”
“미혼모 참가자의 출연을 반대한다!”
“반대한다!”
방송국 앞 집회 5일째.
‘소녀날다’ 촬영을 위해 방송국으로 출근하던 우리 연습생 아이들도 그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따로 출근을 했던 나는 ‘소녀날다’ 합숙소 담당 매니저인 조유리 실장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인터넷 금지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합숙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연습생들은 이런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현수막과 피켓의 문구를 보고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고 한다.
나는 리허설 전에 란이와 지유를 따로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눴다.
란이는 뭐 이런 장면을 수 없이 경험하다보니 와칸다 포에버 비브라늄 멘탈이 되어서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지유가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내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무대에서 큰 실수를 했다.
하필이면 이날 경연 미션이 ‘1대1 지목 배틀’이었는데, 지유는 집회를 목격한 영향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리허설 때부터 반복했다.
본 경연에서도 가사를 통째로 까먹고 10초 정도를 멍하게 흘려보내는 치명적 실수를 한 끝에 결국 하위 클래스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인기투표 점수 덕분에 탈락은 면했지만 심사위원들에게는 지금까지 경연 중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틱까지 도지는 바람에 도저히 촬영을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대표님, 이 국가대표 허벌 귀두 새끼야, 저 틱 나올 거 같은데 어떡해요···?”
“어. 이미 나왔어.”
“니미 씨발 좆 돼 부렀네···.”
“안 되겠다. 일단 입 좀 막고 있어.”
“응, 알았어. 딥쓰롯으로 막고 있을게. 합.”
반말하는 지유가 은근 귀엽긴 한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제작진에게 양해를 구한 뒤 녀석을 데리고 먼저 퇴근을 해야 했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지유는 차에 오르자마자 지옥문이 열린 것 같은 순도 120%짜리 악마의 틱을 토해냈다.
“죄송해요, 대표님. 제 보지가 순결한 처녀보지가 아니라서요. 이지유는 교미쟁이.”
“아냐, 뭐가 죄송해.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대표님은 처녀 보지만 집요하게 좋아하시잖아요. 자기는 늙어빠진 흐들흐들 자지 주제에···.”
“처녀 보지만 집요하게 좋아하지 않아. 모든 것은 너의 오해야.”
“오해가 아니라 오예겠지, 이 자지 그 자체인 호로 잡놈의 새끼야. 죄송합니다, 히잉.”
“응, 괜찮아.”
괜찮다고는 했지만 욕 틱은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꽤 매콤했다.
―보르릉!
차가 방송국 주차장을 벗어나자 지유는 사냥꾼을 피하는 사슴 같은 표정으로 창밖을 살폈다. 물론 표정만 사슴 같았을 뿐이지 주둥이는 시베리안 호랑이였다.
“좆같은 시위하는 썅년놈들 지금까지 있는 거 아니에요? 저 무서워요 대표 새끼야.”
“지금은 없을 거 같은데. 보통 해 지기 전에 철수하는 거 같더라고.”
“철수 자지는 넣자마자 찍 싸는 물자지, 영희 보지는 씹물 철철 한강 보지!”
“일단 회사 숙소로 가야겠다.”
“회사 숙소는 니 애미 홍콩 보낼 때나 가는 거고. 대표님은 일단 바지 벗고 정액부터 질러주세요.”
“굉장하네. 우리 지유가 진짜 많이 힘들었구나.”
“굉장한 건 김윤호의 좆과 불알 그리고 순결한 항문. 3연싸 이하 들박금지! 퍽퍽퍽!”
이런 고강도 틱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 시도 쉬지 않고 계속됐다.
그동안 떨어져 있느라 미리미리 케어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한편, 중간중간 웃음벨 구간이 포진돼 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때도 있었다.
“아다 뗀 굴뚝에서 연기 나랴.”
“크흠, 흐음···.”
“보짓장도 맞들면 낫다.”
“푸흡···. 아, 미안해.”
“아니에요, 그냥 크게 웃으셔도 괜찮아요···. 웃는 낯에 침 뱉으면서 밀도 높은 가학 교배하면 되니까요. 땀 뻘뻘 흘리면서. 알았냐, 이 개자지 새끼야?”
“어, 어 지금 말고 이따가.”
녀석은 어느 순간부터 내게도 욕설이나 음어 따위를 부탁하기도 했다.
“죄송한데 저도 야한 말 한 번만 해 주세요 대표님.”
“우리 지유 착하다. 그동안 잘 참았어.”
“아뇨, 그런 거 말고 진짜 야한 말이요 이 병신 새끼가 귓구멍에 클리를 처박았나.”
처음에는 틱의 일종인 줄 알고 평소처럼 흘러 넘겼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틱이 변이를 일으킨 건지, 내 음어를 듣고 싶어서 몸이 간지럽다고 한다.
“진짜 해줘?”
“예. 귀 안이랑 밑에가 너무 간지러운데 야한 말이나 욕을 들으면 괜찮아 질 것 같아요. 대표님의 찰진 말로 질벽을 시원하게 긁어주세요.”
“김윤호 자지···.”
“약해···.”
“···가 이지유 보지를 만났다.”
“하악! 합체, 당장 합체. 대표님이 싸주는 야한 물로 은빛이 동생 임신 하고 싶어요!”
“···괜찮겠어?”
“예, 지금 존나 꼴리니까 계속 말해주세요. 이왕이면 수위 좀 센 걸로 부탁드립니다.”
“으음, 뭐가 좋을까······ 아, 이건 어때? 아빠와 아들을 나란히 눕혀놓고 쌍봉 방아 찍기.”
“아 시발 말만 들어도 보지가 행복에 겨워서 질질 싸고 있어요. 그럼 그 위에서 쌍봉 방아 찍기를 하는 사람이 엄마인 거죠? 남편이랑 아들 자지를 동시에 흡입하는 거예요?”
“아··· 여자가 누구인지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뭐, 엄마라고 하자.”
“그럼 시아버지까지 눕혀놓고 3대 방아 찍기로 할 거예요. 그러다가 임신하면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개족보 씹질, 하악···!”
“어, 어, 그래···. 상상은 자유니까.”
“상상이라고 하지 마세요 이 개새끼야, 꿈은 이루어진다☆2002년 월드컵 베컴 닭벼슬 머리 같은 보지!”
대체 원, 2001년에 태어난 애가 2002월드컵을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역시 드립의 깊이가 남다르다.
***
언제나 그랬듯이 지유의 틱은 질내사정 후 말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미혼모가 죄악이라며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의 모습까지 지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소녀날다’ 합숙소를 벗어나 두 달 만에 원래 숙소로 돌아온 녀석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결국 무너져 내렸다.
“대표님, 저 그냥 하차 하면 안 돼요? 은빛이랑 저희 엄마 아빠한테 죄 짓는 거 같아서 더 이상 못하겠어요. 다른 연습생들이랑 방송에도 피해 입히는 것 같고요···.”
원래 악플과 비난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 자신이 힘든 것보다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받을 상처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것이다.
인터넷 댓글이야 안 보면 그만이지만 방송국 앞까지 찾아와서 동네가 떠나가라 시위를 하는 장면은 스무 살 여자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두 달 넘게 방송과 경연을 이어가면서 예민해지고 피로가 쌓인 정신력으로는 더더욱 버티기 힘들었겠지.
“안 되겠어?”
“예, 죄송합니다···.”
내가 그동안 지유에게 숱하게 해줬던 위로와 응원의 말이 더 이상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지유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나는 녀석을 안아주면서 하차 요구를 받아주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쉬면서 앨범 준비만 하자, 알았지?”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제가 계속 해도 되는 걸까요.”
“모두가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욕심 아닐까? 너는 그냥 너를 좋아하는 팬들만 보고 가면 되는 거야.”
“그래도··· 팀에 도움도 안 되는데 민폐만 끼칠 거 같아서요···.”
자신감이 한껏 떨어진 지유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가볍게 웃으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해주었다.
“야, 니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너 인기 많아. 오늘도 그렇게 큰 실수해놓고서도 안 떨어진 거 보면 모르겠냐.”
내심 나쁘지 않은지 입술이 쑥스러움과 민망함으로 씰룩인다.
“···그래도 대표님이랑 얼굴 보고 얘기 나누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시위까지 이겨내면서 이걸 하겠냐. 깔끔하게 하차하자. 너 뿐만이 아니라 이참에 라희랑 란이, 미오, 규율이도 다 하차할 거야.”
“예···? 저희를 전부 다 해외 원정 성매매로 굴리신다고요?”
“아니, 아니···.”
< 해외 원정 성매매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