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0화. 갓을 통째로 벗어던진 씹선비 (293/371)

< 갓을 통째로 벗어던진 씹선비 >

―퓻 퓨웃 퓻!

미치겠네.

‘갸아악, 사람 살려’ 소리가 목구멍에 간당간당하게 걸릴 지경으로 엉망진창인 무발기 B―2급 스텔스 사정이었다.

둑이 터진 것처럼 순식간에 분출된 정액으로 인해 팬티 속은 힘 좋은 산낙지 한마리가 들어차서 꾸물거리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질척였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사정 오르가즘은 어찌나 끝내주던지,

“그윽, 윽···! 이 미친놈의 고추 새끼가···!”

복부가 저절로 경련을 일으키고 무발기 음경이 쉴 새 없이 껄떡대면서 기분 좋은 임신즙을 뿜어냈다.

프라미들이 이제 막 1위 소감을 말하려던 타이밍이라서 화장실로 달려갈 수도 없는 상황.

이왕 엉망진창이 된 거,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하게 소파에 등을 묻은 채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멤버가 많아서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1위가 발표된 순간부터 울음이 터진 아이가 있는가하면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만 꿈벅거리는 녀석도 있었다.

마이크는 리더인 다빈이가 쥐고 있다.

―와, 와아··· 저희가 1위예요? 진짜요? 아, 어떡해···!

짠하네.

분야와 나와의 관계를 막론하고, 누군가가 정상에 서는 모습은 언제나 코끝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 대상이 오랫동안 고생을 한 대기만성 형 인물이라면 감동은 배가 되지.

햇수로 4년, 일수로는 1040여일.

프라미슈12의 데뷔 첫 1위였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순간에 나는 무발기 스텔스 사정이나 하고 있다니···.

고생이 길었던 만큼 멤버십이 끈끈했던 빵순이들은 서로의 품에 안기거나 다독여주면서 이제야 1위를 실감했고,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보다 못한 MC가 개입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다빈이가 울먹이며 소감을 전한다.

―어, 일단··· 저희 예쁘게 낳아주신 멤버들 부모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흐흑, 그리고 저희 끝까지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방윤수 대표님, 조영한 이사님, 문다정 실장님, 매니저 언니 오빠들을 비롯한 로그인레코드의 모든 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매일 항상 예쁘게 변신시켜주시는 스타일리스트팀, 컴백 며칠 앞두고 무리하게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안무 짜주신 침팬지 댄스팀 감사합니다··· 흐흑···!

다빈이가 소감을 말하는 동안 카메라는 뒤에서 오열하고 있는 멤버들을 비췄다.

양 갈래 머리를 한 하늘이는 양 손으로 눈물을 닦았고 양 옆에서 누리와 서나도 함께 울며 막내를 다독여준다.

팬들 사이에서 평소에 감정기복 없기로 유명한 걸크 서현과 광식이 소원이도 주저앉아서 즙을 짜고 있다.

―아, 흐아앙··· 마지막으로 우리 빵덕이들 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흐흑!

―예, 프라미슈 트웰브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 잘 들었고요···.

어? 어? 그게 끝이야?

야, 야, 나는!

김윤호 대표님 어디 갔어?!

네 이놈들, 내가 너네 1위 만들려고 무슨 짓을 했는데 어?

팬티 속 정액이 차갑게 식으리만치 서운한 감정이 밀려오던 그때.

―아, 잠깐만요!

옳지!

미나와 끌어안고 즙을 짜고 있던 승채가 마이크를 쥐고 MC의 클로징 멘트를 막았다. 그러고는 나경이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수상 소감의 불씨를 살렸다.

―로그인레코드 식구들 말고도 저희 이번 컴백 앨범에 진짜 큰 도움 주신 분이 계시잖아요.

나경이가 훌쩍거리면서 멘트를 잇는다.

―그쵸그쵸. YH엔터테인먼트 김윤호 대표님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저희 진짜 1위 했어요! 사랑합니다, 흐이잉!

―YH 직원 분들도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 이번 컴백 때 홍보해주신 많은 동료분들, 진짜 사랑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1위 했어요!

코쓱.

업어 키운 업키걸.

넣어 키우고 있는 중인 어글리 더클링.

그리고 고환으로 낳아 정액으로 먹여 살린 의붓그룹 프라미슈12까지.

비록 상태창의 이능력으로 쌓은 커리어지만, 그래도 내 정력을 쏟아 부어 만든 업적이니만큼 뿌듯함이 없을 수는 없었다.

빵순이들이 공약으로 걸었던 그랜절을 시도하며 앵콜곡을 시작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방송 화면은 종료됐고 광고로 넘어갔다.

나는 프라미슈 단톡방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나 [거봐 내가 뭐랬어. 너네는 무조건 된다고 했잖아]

나 [너희들 힘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는 거 말 안 해도 알지?]

나 [항상 회사랑 스탭분들께 고마운 마음 가지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절대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나 [12빵순이들을 내 새끼처럼 생각하고 아끼던 키다리 아저씨의 역할은 여기까지. 그동안 수고들 했고 앞으로 쭉 빵길만 걸어라]

하 씨, 진짜 욘나 멋있어.

지루라면 지루고 조루라면 조루였던 프라미슈 미션은 모두가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이 성취감과 뿌듯함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소녀날다’와 어덕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길 바라며, 나는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스텔스 사정액을 처리하기 위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정아를 만나기에 앞서 아예 전신 샤워를 하면서 무발기 사정의 의미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했다.

이건 규율이가 오르가즘을 느꼈을 때 함께 터지던 블루투스 사정 같은데···.

설마 녀석이 발정을 일으킨 건가?

***

프라미슈12의 대세가요 컴백 무대가 시작되던 그 즈음.

지난주에 새로 우등반에 오른 8명의 ‘소녀날다’ 연습생들은 합숙소 인근 연습실에서 다가올 개인미션 무대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열등반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규율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안색이 파리한 것은 둘째 치고, 정신이 어디에 팔려있는지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평소에 하지도 않는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 미치겠네 진짜···.’

규율 스스로도 자신의 컨디션이 최악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윤호 대표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했던 그날이 기점이었다.

좁은 차 안에서 서로가 민낯을 드러내며 공방을 주고받은 이후, 오해가 풀리고 화해를 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처럼 차오른 성욕이 문제였다.

규율은 그날 김윤호와의 스킨십을 통해 완전한 화해를 원했지만 그가 그것을 거부했다.

짧은 입맞춤이라도 나눴다면 욕구불만이 이 정도까지 쌓이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 해소하지 못한 육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빚더미처럼 누적됐고, 마치 적금처럼 쌓인다는 복싱에서의 바디 공격처럼 계속 쌓이고 쌓여서 결국 자위 따위로는 충족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자위는 해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갈증과 바닷물의 관계와도 같았다.

자위를 하면 순간적인 성욕은 해소되겠지만, 결국은 김윤호의 음경을 더욱 더 갈망하게 되어 자제력을 잃고 숙소 이탈을 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규율은 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몸이 너무 예민해진 나머지 안무를 할 때 허벅지나 가슴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찌릿찌릿 전기가 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 된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방송을 망치고 열등반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규율은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바닷물을 마신 뒤 순간적인 갈증이라도 해소하고 죽는 쪽을 택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일단 손으로 응급조치는 해야겠어···.’

우등반이니만큼 트레이너의 간섭은 최소화됐고 연습실 근처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농땡이를 피우든 잠을 자든 어느 정도의 자유는 보장이 돼 있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자기 연습에 집중하느라 누가 나가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 상황.

규율이는 결국 연습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세면대에서 손을 깨끗이 씻은 뒤 가장 끝 칸으로 들어가서 바지와 팬티를 완전히 벗고 옷걸이에 건 뒤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응급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흣···!”

한껏 부풀어 있던 연분홍빛 알맹이는 손가락이 닿는 것만으로도 복부에 경련신호를 보냈다.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한 사람의 이미지만 떠오른다.

김윤호의 손, 김윤호의 입술, 김윤호의 혀, 김윤호의 눈빛, 김윤호의 어깨, 김윤호의 귓불, 김윤호의 숨결, 김윤호의 턱선, 김윤호의 골반, 김윤호의 허벅지, 김윤호의 발가락, 김윤호의 고환, 김윤호의 엉덩이, 김윤호의 머리카락, 김윤호의 손등 핏줄······.

인기척을 통해 화장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규율은 클리를 조금 강하게 누르면서 음어를 흘렸다.

“하아··· 김윤호 자지··· 대표님 자지로 여기 문질러 주세요···.”

규율에게는 김윤호의 존재 그 자체가 강렬한 딸감이었다.

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오르가즘이 밀려왔다.

까치발로 땅을 딛고 달달달 떨리던 규율의 다리가 마침내 허공으로 들리면서 M자를 형성한다.

그녀는 등을 변기커버에 완전히 기대고 허벅지를 벌린 뒤 클리토리스를 조졌다.

삐걱삐걱 날카롭게 울리는 변기 소리에 맞춰, 운동화와 양말에 감싸인 두 발이 공중에서 덜렁거린다.

“하아··· 대표님 발 좋아하죠···? 맨발 보여줄까요···?”

자문자답한 규율은 왼쪽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가늘고 긴 발가락을 공중에 꼼지락거리면서 독백을 이어나갔다.

“저 지금 발가락 끝으로 김윤호 대표님 젖꼭지 애무하고 있는데··· 좋아요···? 빨아주세요. 아읏···!”

규율은 첫 번째 절정구간에 올랐다.

머릿속이 김윤호의 상큼한 정액으로 하얗게 채워졌고, 혈관에는 피 대신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분별력과 정신력은 점점 더 흐려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닷물을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투압 현상으로 인해 해소되어야 할 성욕이 오히려 더 쌓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흐읏··· 김윤호 손가락···.”

규율은 김윤호의 야한 손가락을 떠올리며, 질 속에 손가락을 넣어 찌걱찌걱 삽입 자위까지 했다.

지난 날, 손톱을 세워 그를 공격하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유치하게 여겨졌다.

“죄송해요··· 다시는 대표님한테 반항 안 할게요. 앞으로는 대표님이 커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게요···. 저희 이모랑 또 섹스해도 이해할 게요···.”

물론 애액에 푹 절여진 지금에만 드는 생각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이 방금 뱉은 말을 또 후회하고 이불 킥을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율이 지금의 이 퓨즈가 끊긴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윤호, 아, 김윤호··· 넣어주세요··· 지금까지 대표님 자지만 받아들인 제 처녀 보지에 깊게 박아주세요···.”

규율은 양 손을 이용해서 클리와 질 벽을 함께 자극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무도 화장실을 찾지 않고 있지만, 이제는 화장실 안으로 누가 들어와도 멈추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간지러운 곳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그 주변만 긁는 것처럼, 분명 절정에 오른 것 같은데도 시원하지가 않고 오히려 더 찝찝하기만 했다.

자신의 손가락은 결코 김윤호의 손가락과 음경이 될 수 없었다.

보지를 가득 채운 음경이 꾸득꾸득 소리를 내며 질벽을 꾹꾹 밀어내던 그 묵직함을 무엇으로 대체한단 말인가.

대체불가 김윤호.

“히잉, 씨발······.”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 정신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규율의 입에서 결국 울음과 원망 섞인 욕지기가 튀어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김윤호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삼투압 자위를 멈춘 규율은 결국 손을 흠뻑 적신 애액을 대충 씻어내고 연습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윤호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멤버를 밖으로 불러내서 메시지를 전했다.

“미오야··· 나 어떡해?”

“왜요?”

“발정 나서 미칠 것 같아.”

“앗, 아앗.”

“방금 화장실에서 자위하고 왔는데도 안 풀려.”

다른 멤버 앞에서 이런 심정을 내비친 적은 처음이었지만, 애액이 차크라처럼 온몸을 순환하고 있는 중이라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미오 역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언니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주었다.

“대표님한테 길들여진 성욕이 자위로 풀릴 리가 없죠. 그건 대표님한테 박혀야만 풀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안 되잖아···.”

“이제는 돼요.”

“어떻게?”

“저번에 란이랑 지유 무단이탈한 것 때문에 대표님이 저희는 특별히 외출할 수 있게 해줬어요. 괜히 몰래 나갔다가 사고 나면 안 되니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지만···.”

“아···.”

얼굴에 화색이 돌던 규율은 문득, 미오가 말한 ‘저희’안에 자신도 포함이 돼있는 건지 걱정이 됐다.

다른 아이들처럼 뚜렷하게 보이는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모 때문에 불거진 오해가 풀렸다고는 해도 김윤호가 왠지 자신에게 정이 떨어졌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오에게는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이따가 조유리 실장님 숙소로 가시면 나갔다가 오세요. 내일 아침까지만 들어오면 돼요.”

마음 같아서는 미오랑 함께 나가고 싶었지만, 미오는 지난주에 또 열등반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규율이로서는 동생의 연습시간을 뺏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란이, 지유, 라희 셋 중에 한 명과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알기로 대표님 오늘 집에 계속 계실 거예요. 혹시 연락 안 받으시더라도 바로 집으로 가세요. 비밀번호는 0000이에요.”

“아···.”

“제 몫까지 하고 오세요. 굿떡.”

규율이 머뭇거리는 사이, 미오는 김윤호에게 받았던 피처폰과 체크카드를 규율에게 건네고 열등반 숙소로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우등반 숙소의 취침점호가 끝난 직후.

합숙소로 들어가는 초입 길에 콜택시 한 대가 도착했다.

뭔가에 홀린 듯이 택시에 올라탄 규율은 기사에게 김윤호의 집 주소를 말했다.

돌이킬 수 없었다.

혼자서 겁도 없이 클럽 썬루프로 향하던 그때보다 더 충동적인 마음이었다.

하지만 김윤호에게 미리 연락은 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쌀쌀맞게 굴던 그의 심술 섞인 모습이 떠올라서 차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나 문자로 말하면 그냥 오지 말라고 할 것만 같았다.

란이랑 지유가 그러했듯이, 차라리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가서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미 집까지 찾아온 이상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

“잘 먹었습니다, 대표님.”

“여기 나름 맛 집으로 유명한덴데 나쁘지 않았죠?”

“예, 너무 맛있었어요.”

이정아와 우리 집 근처 백반 집에서 식사를 마쳤다.

반주로 소주도 한 병 시켜서 나눠마셨다.

그녀는 이상하게 나랑 마시면 술이 잘 받는다면서 좋아했다.

“와, 내가 맨 소주를 마시다니··· 저 이러다 술꾼 되면 대표님이 책임지실 거죠?”

“소주 세 잔에 술꾼 되면 전 국민이 다 술꾼이게요···.”

“음, 안에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밖에 나오니까 좀 알딸딸하네요···.”

식당 밖으로 나온 우리는 뭔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딱히 목적지도 없이 천천히 걸었다.

방송에 쓰일 사진도 받고 식사도 마쳤기 때문에 이제 헤어지면 그만인데···.

그런데···

그녀의 분홍빛 아우라가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내 쪽으로 울렁거렸다.

교미를 원하는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딱히 위험신호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안 한다.

우리는 뭔가 겉도는 듯한 의미 없는 대화를 하며 1분 정도 걸었다.

그녀의 교미 의도는 명백하지만 내 쪽에서 차단을 하면 굳이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 술 한잔 더 하고 싶은데···.”

그녀 쪽에서 먼저 기술을 걸어왔다.

< 갓을 통째로 벗어던진 씹선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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