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정을 해버렸다 >
‘소녀날다’ TF팀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일요일 오후.
샤워를 마친 나는 ‘대세가요’ 방송 시간에 맞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소파에 앉아서 TV를 켰다.
―생방송 대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세가요 공식 훈남 유겸.
―공식 요정 솔미입니다~
이번 주 대세가요의 1위 후보는 3팀이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의 메인 OST.
SNS를 이용한 스텔스 마케팅을 이용해 신흥 음원 강자로 떠오른 정통파 발라드 듀오 P톤치드.
그리고 컴백과 동시에 생애 첫 1위 후보에 오른 우리 프라미슈12였다.
프라미슈는 첫 컴백 무대이자 1위 후보에 올랐던 ‘뮤직 스테이션’에서 안타깝게도 1위를 달성하지 못했다. 자신들과 똑같은 B뮤직의 아이돌 오디션 출신인 보이그룹에게 밀린 것이다.
이후 이틀 간 이어진 공중파 두 곳에서는 각각 4위와 6위로 첫 진입을 해서 컴백 무대를 마쳤고 마침내 오늘, 공중파 음악방송 중에서도 상징성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대세가요에서 1위 후보에 올랐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이번 앨범으로 데뷔 첫 1위를 할 거라면, 케이블 쪽보다는 그나마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1위가 정해지는 공중파가 낫지 않겠는가.
―예, 저희가 이번에 찾아온 대기실에는 이번 주 1위 후보에 오른 세 팀 중 한 팀이 계신데요.
다른 후보 두 팀이 방송 출연을 안 하는 관계로 1위 후보 중에서는 빵순이들만 출연을 했다. 그래서 대기실 인터뷰도 단독으로 치러졌다.
―바로바로, 전원센터돌 프라미슈 트웰브 입니다. 안녕하세요~
―둘, 셋!
―스윗 프레젠트! 안녕하세요, 프라미슈 트웰브입니다!
―예, 컴백과 동시에 대세가요에서 데뷔 첫 1위 후보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으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네. 저희가 오랜만에 대세가요 시청자 분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고 떨렸는데요, 생각지도 않은 1위 후보까지 올랐다고 하니까 이 순간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이번 신곡 러빙은 어떤 곡이죠?
―예, 러빙은 짝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레트로 리듬의 신나는 곡입니다!
―유겸씨와 제가 간단하게 배워볼 포인트 안무 하나만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Loving’의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포인트 안무는 상태창이 알려준 12가지 꿀팁 중 하나였다.
앞에 있는 상대를 유혹하듯이 검지로 가리키면서 귀엽게 개다리 춤을 추는 건데 ―짝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개다리 춤이라니···.― 나는 개인적으로 걸그룹의 개다리 안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뻐 보이지 않고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상태창이 알려준 프라미슈의 개다리 댄스는 안티 개다리인 내가 봐도 묘한 중독성과 매력이 있었다.
1절 개다리는 나경이가 센터, 2절 센터는 다빈이, 브릿지 이후 3번째 후렴에서의 개다리 센터는 하늘이였는데, 팀에서 각각 상큼, 섹시, 큐트를 대변하는 녀석들답게 똑같은 동작인데도 각자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색다른 느낌을 줬다.
개인적으로는 눈웃음과 함께 앙큼한 표정을 짓는 하늘이가 단연 옳았다.
나나하하. 나경이는 나경이고 하늘이는 하늘이다.
―혹시 1위를 하게 될 경우 생각해두신 세리모니가 있나요?
MC의 예정된 질문에 마이크가 리더인 다빈이에게 넘어갔다.
어젯밤. 다빈이 녀석에게 개인 톡이 왔다.
대세가요는 1위를 하게 될 경우 미리 공약한 세리모니를 해야 하는데, 내게 아이디어를 묻는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예전에 은빛이가 제멋대로 내질렀던 업키걸 1위 공약을 떠올렸다.
‘예! 저희가 만약 1위를 하게 된다면 멤버 전원이 물구나무를 서서 앵콜송을 부르겠습니드아! 추가로 리더 요나 언니는 엉덩이로 멤버들 이름을 쓰도록 하겠습니드아! 그러니 저희에게 1위를 주세요!’
당시 다른 1위 후보가 ‘내한을 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났던 육탄방어전이라서 그냥 막 지르고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ㅋㅋㅋㅋㅋㅋ
업키걸 전원이 물구나무를 선 뒤 질질 짜면서 앵콜송을 부르고, 2절에서는 요나가 엉덩이로 멤버들의 이름을 쓰고, 동료가수들과 관객석에서 대폭소가 터지는 대환장 파티는 지금도 레전드 짤로 남아있다.
프라미슈가 공중파 1위를 하는 것이 이번인지 다른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씨바처럼 일단 지르고 봤다.
나 [너네 중에 혹시 머리대고 물구나무 서기 할 줄 아는 사람 있어?]
12호 이다빈 [예. 요가할 때 배워서 몇 명은 할 줄 알아요]
나 [그랜절이라고 검색해봐]
12호 이다빈 [잠시만요]
12호 이다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예요ㅋㅋㅋㅋㅋㅋ]
나 [그거 해줘. 내 소원이야]
12호 이다빈 [아.. 예..]
그 결과···.
―저희는 정말 훌륭하신 가수 분들과 1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만약 1위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저희와 함께 고생하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을 향해 물구나무서서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그걸 해버리네···.
다빈이의 답변에 남자MC는 실소가 살짝 터졌다.
―예흐헤, 물구나무서서 큰 절 공약 꼭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그럼 프라미슈 트웰브의 컴백 무대는 잠시 뒤에 보기로 하고요. 솔로로 컴백한 하민성 씨의 무대부터 보실까요? 잇츠 파리 타임~
응. 솔로 고환은 관심 없어.
내 관심사는 오직 걸그룹 뿐.
나는 TV에서 시선을 떼고 프라미슈 컴백 무대가 나오기 전까지 스마트폰으로 ‘소녀날다’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 반응을 검색하며 여론을 살폈다. 그러던 중 규율이 이모에게 톡이 왔다.
이정아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나 [회사 잠깐 나가서 일 좀 보고 방금 집에 들어왔어요]
이정아 [그러셨군요]
이정아 [다름이 아니라 소녀날다 생방송 직관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오늘 학교랑 상의를 해봤는데 다행히 그날 빼주신다고 하네요ㅎㅎ]
나 [그럼요. 규율이가 잘되면 정아 씨네 학교도 간접적으로 홍보가 되는 건데 당연히 빼줘야죠. 그럼 참석하시는 걸로 작가님한테 전달하겠습니다]
이정아 [예. 혹시나 못 가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에요. 규율이 학교 다닐 때도 학부모 행사 한 번 빠졌다가 며칠 동안 삐졌었거든요]
나 [규율이 걔 은근히 뒤끝 있는 거 같던데]
이정아 [맞아요ㅋㅋㅋㅋ 겉으로만 쿨한 척 할뿐이지 뒤끝 꽤 심해요]
이모랑 물고 뜯고 즐기는 뒷담화 꿀맛이네.
이정아와 나는 그동안 쌓인 규율이의 소소한 험담으로 몇 차례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다. 연락이 된 김에 ‘혹시 규율이한테 우리 교미한 거 발설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 역시 모르고 있는 일일 수도 있어서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오늘 TF회의 때 얘기가 나온 방송용 자료가 생각나서 물어보았다.
나 [혹시 규율이 어렸을 때 정아 씨랑 같이 찍은 사진 있어요?]
이정아 [예 있어요]
나 [제일 다정하게 나온 걸로 몇 장 추려서 회사 메일로 보내주세요. 소녀날다에서 규율이 인서트컷으로 쓸 거예요]
이정아 [근데 규율이 어렸을 때 사진은 컴퓨터 파일로 저장이 안 돼 있어요. 중간에 컴퓨터가 고장 나서 다 날아갔고 사진으로 뽑아놓은 것만 있어요]
나 [아..]
이정아 [급한 거면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까요?]
나 [그럼 제가 정아 씨네 집으로 갈게요]
이정아 [제가 가는 게 나을 거예요. 지금 저희 집에는 없고 규율이 할머니 집에 있어서 가져와야 되거든요]
이번 주 방송에 쓸 자료이긴 했지만 촌각을 다투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아가 본가에 다녀올 시간이 일요일인 오늘 밖에 안 된다고 하여, 그녀가 저녁에 우리 집 근처로 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김에 저녁도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녀와의 대화를 끝낸 뒤, TV에서 프라미슈의 컴백 무대가 나오기 전까지 지난 컴백 무대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그나마 유튜브 쪽이 가장 대중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가 있는 것 같다.
―dlght2001 : 서바이벌에서 뽑힌 애들이라서 그런지 외모는 진짜 역대급이네
―에히 : 내가 얘네 팬은 아니지만 평균 비주얼이 완전 미쳤음
―맥톰 : 12명 중에 비주얼 구멍이 없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네.. 걸그룹 덕질 13년차이자 타그룹 빨고 있는 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현존하는 6인조 이상 걸그룹 중에서 얘네한테 비주얼로 비빌 그룹은 브이라벨이랑 VNF 정도밖에 없다
―엌앜읔엌엌 : 데뷔곡을 이 퀄로 뽑았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이라도 단물 다 빠진 교복 컨셉 버린 건 진짜 잘했다
―하얀깃펜 : 회사가 이제야 감을 좀 잡은 듯
―anshi89 : 와 이번 컴백 때 나경이랑 서나 머리해준 스타일리스트 연봉 올려줘라
―히로유키 : 타팬 입장에서 얘네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음.. 팬덤은 나름 센 거 같은데 여팬 비중이 낮아서 그런지 공방에서 보면 항상 뒤처지는 느낌이고.. 비주얼은 역대급인데 록렉에서는 브이라벨한테 밀려가지고 푸시도 제대로 못받고.. 좀 고급스럽게 올블랙 착장 입으면 뜰 꺼 같은데 볼 때마다 아쉬웠다. 근데 이번 컨셉은 그나마 회사가 일을 하는 것 같아서 팬은 아니지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무리 봐도 존나 이쁘게 생겼다
―DeLoker : 다빈이는 머리 까면 안 어울린다더니 겁나 잘 어울리는데?? 앞으로는 계속 깐다빈으로 가자
―누리야 : 빵덕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ㅜ
―띵까 : 와.. 노래도 잘 뽑고 파트 하나하나가 다 취저네..
―StarAndSky : 이번에도 못 뜨면 얘네는 그냥 아이돌의 운명이 아닌거시다..
―kdytaiji21 : 01:24 이때 센터가 유나경 맞나?? 살랑살랑때도 이쁘다고는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모가 완전 대기권을 뚫고 나가버렸구나..
―거룩한곗돈 : 이번에도 망했구나,,, 하면서 이 영상을 도대체 몇 번째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개다리춤 진짜 개 꽂히네ㅋㅋㅋㅋ
―garnett21 : 외부회사(YH)랑 협업한 시너지가 충분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GNTLMN : 00:47 이 멤버 누군가요? 썸넬보고 무심코 눌렀다가 팔자에도 없는 입덕하게 생겼네..
ㄴlky6374 : 서바이벌에서 1위로 뽑힌 노서나입니다^^
―your2sory : 1:31 이 멤버가 한 헤어스타일 이름이 뭔가요?
ㄴjdkkkro : 그냥 평범한 단발머리 같은데 나굥이가 해서 이쁜 듯..
―이야키프 : 전원센터돌이라고 홍보하길래 또 과대 광고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무대를 보고 납득을 해버렸다.. 가운데에 누가 있어도 위화감이 없다
―버르주나 : 시선강탈 요정 나굥, 양갈래 레전드의 컴백 하늘, 무대 찢는 걸크큐트 서현, 내 최애님 앉으나 서나 서나서나, 보컬이랑 비주얼 모두 업그레이드된 개상 누리, 폴짝폴짝 넘나 귀여운 쏭냥아, 얼굴 되는 메보 메젼,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감귤 미나······
아주 신났네들 신났어.
그동안 실력과 비주얼에 비해 아쉬웠던 노래와 컨셉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 충족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것만 놓고 보면 어차피 이번 앨범으로 떡상할 운명이 아니었나 싶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태창이 꿀팁을 통해 알려준 디테일을 칭찬하는 반응이 많다.
특히 각자의 파트를 칭찬하는 댓글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원래는 루미가 했던 파트를 상태창의 팁을 통해 나경이로 바꾼 부분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빙글빙글 샤르륵 녹아버린 왼쪽 가슴이’라는 가사와 함께 양 손으로 만든 하트를 심장 부위에 올리는 동작이었는데, 나경이의 아이덴티티인 상큼한 미소와 어깨를 흔들 때마다 찰랑거리는 연분홍색 단발머리, 그리고 귀여운 발음이 맞아떨어져서 중독성 있는 킬링파트로 거듭난 것이다.
그동안 오디션 1위 서나와 ‘양갈래 한 애’ 하늘이, 예능캐 승채, 남초 커뮤니티 짤보스 다빈이에게 집중됐었던 대중의 인지도가 나경이에게도 불이 붙는 느낌이랄까?
마치 VNF에게 연말 대상을 안겨줬던 ‘심쿵♡’에서 은솔이 ‘널 보면 내 심장이 콩콩콩’이라는 킬링파트로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나경이의 댓글 지분이 유독 많아진 것과, 검색창에서 프라미슈12를 치면 나경이의 이름이 윗줄에 뜨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팬들은 이제야 나경이의 매력이 빛을 본다며 좋아했고, 나경이의 이번 컨셉 때문에 입덕했다는 글이 많이 보였다.
―에피리아 : 프라미슈 이번 앨범 요약해드림.
1. 남덕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다.
2. 컨셉 잘 바꿨다. 안무팀이랑 코디 칭찬해
3. 이제야 뜨겠구나ㅜㅜ
4. 나굥이의 리즈시대가 열렸다
5. 뮨렐루야
6. 뮨멘
7. 빛뮨.
8. 킹뮨.
새끼들···.
12스타킹 자위로 일궈낸 내 업적을 인정해주는 댓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던 사이, TV에서는 프라미슈12의 컴백 시크널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TV에 집중했다. 지난 3일간의 컴백 무대는 모두 클립 영상으로만 봤었고 본방 시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대세가요에서는 한 곡만 부르기로 했는데 1위 후보로 컴백을 하게 되니 뒤늦게 한 곡을 더 편성해줬다고 한다. ‘뷰티풀 선샤인’을 생방으로 먼저 부르고 사전 녹화를 한 ‘러빙’이 두 번째로 나왔다.
팬들의 엄청난 응원구호와 함께한 1절이 끝난 뒤, 킬링파트로 떠오르는 나경이의 2절 도입부가 시작됐다.
―빙글빙글 샤르륵 녹아버린 왼쪽 가슴이···.
어···?
왼쪽 슴가에 만든 손 하트 모양이 상당히 이상하다.
지난 며칠 간 녀석들의 컴백 무대 퍼포먼스를 몇 번이나 모니터링 하면서 단 한 번도 거슬린 적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 눈에 딱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확실히 이상했다.
양 손으로 만든 하트의 엄지 부분이 너무 떨어져서 마치 영어 ‘M’처럼 보인 것이다.
나경아. 지금 니가 만든 M이 설마 뮤노의 M이니?
그런 거니?
나는 너의 미래를 생각해서 멀어지려고 하는데, 자꾸 그렇게 시그널을 보내면 이 노총각 아저씨의 마음이 어떻겠니.
요즘 제희한테 푹 빠져 있는 씽씽걸과 올드보이의 마음도 돌릴 수 있겠니?
악귀처럼 너를 공격하는 업나니들의 텃세를 견딜 수 있겠니?
빵덕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와의 결혼 소식을 전할 수 있냐는 말이야.
프라미들의 컴백 무대가 끝난 뒤 메인급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이 앨범 활동 막방인 차밍카펫의 엔딩무대를 끝으로, 이제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3분할 된 1위 후보 화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은 프라미슈12뿐이다.
다른 두 후보가 앨범 발매나 방송출연이 없고 팬덤의 실시간 투표 화력 지원도 없이 디지털 음원 쪽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팀이기 때문에 종합 점수에서 앞선 프라미슈의 1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송예나와 피톤치드, 프라미슈 트웰브 중에서 오늘의 1위는 누가 차지하게 될지. 점수, 공개해주세요.
―온라인음원, 음반 판매, SNS선호도, 실시간 문자투표, 그리고 온라인 사전투표를 합친 이번 주 1위는······.
화면에 잡힌 빵순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애써 기대를 안 하는 척 연기를 하지만, 내심 숨기지 못한 물욕이 표정에서 훤히 드러나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물욕에 대한 기대는 헛된 꿈이 아니었다.
―프라미슈 트웰브, 축하드립니다!
프라미슈12의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였다.
―펑!
폭죽소리와 함께 꽃가루가 날렸고.
―정애애애애애액!
“그읏···!”
나는 엄청난 사정을 해버렸다.
“아씨, 뭐야···!”
< 나는 사정을 해버렸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