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컵 후타··· 에이씨··· >
“대답해. 자지보지는 표준어야 비속어야?”
“예, 예, 제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하세요···. 대표님 지금 많이 흥분하신 것 같아요.”
“이게 자기가 먼저 시작해놓고서 그만하긴 뭘 그만해. 대표님 전용 육변기에 맛있는 정액 많이 싸달라고 한 게 누구냐고. 당장 대답해.”
“아 진짜······.”
“어? 대답 안 해?”
“제가 죄송하다고요···.”
“그래, 넌 좀 죄송해야 돼.”
그동안 가슴 한 곳에 꾹꾹 눌러놨던 생체딜도로서의 애환이 새어나왔다.
말하다보니 어조가 점점 유치해졌고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리던 어린 시절처럼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울컥울컥 차올랐다.
“야, 누구는 섹스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누구보다 일반적인 인생을 꿈꾸던 사람이 나였어. 평범하게 회사 다니다가 평범하게 연애하고 평범하게 결혼해서 평범하게 가정 꾸리고 어? 근데 이게 뭐야?”
“······.”
“라희랑 지유 다리 마비랑 젖몸살 생기면 새벽에도 달려가서 마사지 해줘야 돼, 란이 발정나서 난리치면 달려가서 생체딜도 역할 해야 돼. 내가 미오한테 어떤 짓까지 당했는지 알아? 목 졸리는 건 기본이고, 딜도로 목구멍 폭격당한 적도 있다. 그것도 똥꼬 뚫겠다는 거 겨우겨우 설득해서 목구멍으로 합의한 거야.”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는 뭐 엄청 모범생 부류인 줄 알지? 너도 다른 애들 만만치 않게 손 많이 가는 타입이야. 너 처음에 성대결절 생겼을 때 내가 하루에 세 번씩 정액 짜내느라 얼마나 자괴감 들었는지 아냐? 그거 다 자위로 빼낸 거야. 그리고 내 침 먹고 나서 너 흥분하면 그거 또 풀어줘야 되고. 기억 나, 안 나.”
“기억납니다···.”
“···그런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 결국 코끝이 찡해지면서 말끝이 갈라졌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눈물이 제대로 터질 것 같았지만 격해진 감정은 좀처럼 억누르기 힘들었다.
나는 어차피 규율이는 알아듣지 못할 비밀까지 말해버렸다.
“그래, 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인 건 인정해. 그런데 나는 뭐 좋아서 이러는 줄 아냐고. 란이 케어 안 하면 대머리 되고 어? 그래도 란이는 양반이었지. 페널티는 니가 제일 심했어.”
“예···?”
“내가 너 모른 척 했으면 C컵 후타··· 에이씨, 진짜···.”
내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해서 중간에 말을 멈췄다.
녀석은 C컵 후타가 무슨 뜻인지 궁금한 표정이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물어보지는 않았다.
“결론은. 너나 나나,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운명이라고··· 크흐흨···.”
아, 쪽팔려.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뽕이 너무 차오른 나머지 내뱉은 오글거리는 말에 끝끝내 울음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나이가 들면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진 것이 분명하다.
“우세요···?”
“아··· 내가 진짜 쪽팔려서···.”
나는 차창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려 눈물을 삼켰다.
쿠퍼액과 임신즙만 흘리던 내가 눈물이라는 감성 체액을 흘리다니.
새삼 생체딜도가 아닌 인간임이 상기돼서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다. 뭔가 후련하기도 하고···.
규율이는 장난처럼 쏘아붙이던 내가 눈물을 흘리자 꽤 놀란 듯 보였다. 이제야 내 진심이 느껴진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도 민망하고 멋쩍어서 이렇다 할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대화 없이 어색한 침묵이 커피 한 잔 만들어지는 시간쯤 흘렀을까.
이제는 뭐라도 말을 해야 할 마지막 타이밍인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명이 좀 됐냐?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되고 내가 싫어? 아니다, 이걸 이해하길 바라는 내가 이상한 거지. 어쨌든 나는 있는 그대로 얘기한 거다.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정아 씨든 누구든, 그때랑 비슷한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나는 또 똑같이 행동할 거야. 섹스로 위로해줄 거고 섹스로 힐링시켜 줄 거야. 솔직하게 말하면 너한테 미안한 감정도 안 들고···. 누누이 말하지만 나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병신 같은 사명감 때문에 하는 거다. 니가 속으로 더럽다고 생각는 건 상관없는데 적어도 내 앞에서는 티내지 마라.”
참나, 말하고 보니까 진짜 슈퍼히어로의 고뇌 그 자체네···.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애들 선동하는 것도 이제 그만해. 너야 성대결절 낫고 나서 끝났지만 나머지 애들한테는 아직 내가 필요하니까.”
규율이는 조금 더 말을 아끼다가 힘이 많이 빠진 목소리로 새로운 대화의 길을 열었다.
“대표님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멀쩡한 일이 어디 있냐. 전부 다 이상한 일들뿐이지.”
“대표님만 옆에 있으면 평소의 내가 아닌 것 같고, 절제력도 없어지고···.”
“그거 니 잘못 아니야. 내 몸에서 여자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음란한 페로몬이 계속 분비돼서 그런 거야.”
“아··· 그런 거죠···?”
“어. 타고나도 어떻게 이런 능력을 타고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섹스의 신(가명)이 준 이능력을 적당하게 선천적인 피지컬로 포장해서 말했다.
“제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네요···.”
“너는 진짜 자부심 가져도 돼. 너나 되니까 그 정도까지 절제한 거야.”
규율이는 흐흐··· 하고 자조적인 비소를 흘렸다.
“할 얘기 끝났으니까 이제 들어가.”
“다른 얘기도 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아, 별 건 아니고. 니가 애들 멘탈 관리 좀 잘 해달라고.”
“아··· 예.”
“이제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했으니까 시청자들이나 팬들 반응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을 거야. 란이야 뭐 리플걸 때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되는데 다른 애들이 좀 걱정이네. 혹시 인터넷 쓸 일 있어도 기사나 댓글 같은 건 절대 못 보게 하고. 조유리 실장님이 잘 케어해주시겠지만 너도 좀 신경 써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란이, 지유, 미오 세 사람은 아직 정신적으로 불안해. 처음에 비하면 진짜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간담회 아침때처럼 언제 어느 때 증상이 생길지는 나도 몰라. 이건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란이랑 지유는 며칠 전에 야반도주해서 우리 집에 왔다 갔다.”
“예? 여기서 탈출했었다고요?”
“어. 내가 새벽에 다시 바래다줬어.”
“맙소사···.”
“내가 공황장애에 걸려보지 않아서 느낌은 잘 모르겠는데, 걔들 입장에서는 아마 그거랑 느낌이 비슷할 거야. 란이 같은 경우에는 발정 증상이 생겼을 때 풀어주지 않으면 진짜 정신 잃을지도 몰라.”
“아···.”
“예전에는 한 번 발동되면 밖에 뛰쳐나가서 제일 처음 보는 남자랑 섹스하고 싶다고 했었어. 그게 노숙자가 됐든 할아버지가 됐든, 눈이 돌면 그런 건 전혀 상관이 없어. 고추만 달려 있으면 되는 거야. 그나마 지금은 내가 옆에 있어서 나한테만 푸는 거지.”
“다, 다행이네요···.”
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녀석에게 짧게 말했다.
“들어가자.”
“예···.”
대답을 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모습이 아직 할 얘기가 남은 같다.
내가 먼저 물었다.
“왜? 할 얘기 있어?”
“아···.”
“해.”
“아니에요.”
“아니면 들어가고.”
“예···.”
자기가 생각했던 최악의 오해는 피했으니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한창 좋았던 때처럼 사적인 대화도 나누고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싶은 눈치였다.
내가 지난 번 이곳에서 녀석을 만났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스킨십을 원할 수도 있다.
방금 전 ―자기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는― 말을 꺼낸 걸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은 녀석의 자의라기보다는 내 몸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녀석을 밀어내려 한다.
나는 해명을 했고 녀석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정아 때문에 빚어진 규율이와의 갈등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규율이에게 더 이상 오해의 여지를 주고 싶지가 않다.
어차피 녀석은 내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지났고 특별한 증상도 없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나에 대한 의존도도 낮다.
정체모를 누군가가 나와 어덕을 음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 어덕 멤버들에 한해서만큼은 페널티나 특이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사사로운 피부 마찰은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규율이를 밀어냈다.
내가 먼저 깔끔하게 차에서 내렸다.
규율이도 뒤따라 내렸다. 쌀쌀함마저 느껴지는 내 태도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기가 줄곧 이성적으로 뱉은 말이 있고 딱히 내 다정함을 이끌어낼 명분도 없었기 때문에 내게 더 이상 살갑게 굴지 못했···.
“대표님.”
“응.”
“저··· 힘들어요.”
조금 애매한데.
이번만큼은 나도 그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여기서 규율이의 ‘힘들어요’는 무슨 뜻일까?(2점)
1. 내게서 발산되는 페로몬 영향으로 인한 지금 당장의 스킨십 욕구를 참기 힘들다.
2. 그동안 나를 배척하면서 쌓인 육욕을 참기가 힘들다.
3. ‘소녀날다’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는 요즘의 상황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나는 무난하게 3번을 택한 뒤 그에 따른 답변을 내놓았다.
“당연히 힘들지 인마. 그래도 첫방 반응도 좋은 편이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절대 나쁜 게 아니니까 조금만 고생하자. 이제 거의 다 왔어.”
“그거 말고요.”
“그럼 뭐. 다른 고민 있어?”
녀석은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눈을 빠르고 희미하게 깜빡이며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그, 그거··· 요···.”
아, 그거구나.
우리가 까마귀 밭에서 즐겨 했던 그거.
“그게 뭔데.”
나는 짐작했으면서도 모른 척 되물었다.
규율이 역시 내가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정아 문제로 자기가 나한테 했던 행동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자기한테 심술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비단 심술만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설령 심술이라고 해도 내가 이렇게 나오면 녀석도 두 번 매달릴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에요···.”
녀석은 체념하며 발길을 숙소 쪽으로 돌렸다.
평소였다면 내가 여기서 잡았을 것이다. 장난스런 실소와 함께 ‘섹스하고 싶어?’라고 물으면서 말이다. 그러고 난 뒤 다시 차 안이나 인적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가서 메차쿠차 생식기 화해를 했겠지.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뭐야.”
녀석에게 더 이상 대화의 여지를 주지 않고 시큰둥하게 반응한 뒤 먼저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틀 뒤에 맞이할 새로운 서바이벌 경연을 준비하고 있는 18명의 연습생들에게 대표로서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한 뒤 아름답게 퇴장했다.
회심의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규율이와 화해의 결합을 하지 않은 탓에 고추가 근질거리고 불알이 시큰거리는 고환통이 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통곡의 벽―목동 비디치>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끝끝내 절개를 지켜냈다.
그동안은 비디치에서 ‘디’가 빠진 비치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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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이승채 [체인지 방송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프라미들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2호 송영아 [그렇다면 마피아는 씅채입니다]
4호 이승채 [아, 아, 아, 아니거든요! 저는 무고한 빵순이일 뿐입니다!!!!]
6호 원지연 [김윤호 명예대표님도 고개를 들어주세요!]
어제가 ‘소녀날다’ 첫방이었다면 오늘은 프라미슈12 ‘체인지’가 방송되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아침 댓바람부터 프라미들과의 단톡방이 활기를 띠었다.
나 [명예대표는 무슨, 대표조무사지. 또는 팬츠CEO]
11호 김소원 [팬츠CEO??]
9호 정누리 [우와, 대표님 패션 브랜드도 갖고 계세요? 멋있다!]
나 [아니아니. 팬츠CEO=바지사장]
1호 노서나 [앜ㅋㅋㅋㅋㅋㅋㅋㅋ]
7호 이서현 [아 바지사장ㅋㅋㅋ]
3호 이루미 [검색창에 ‘김윤호 패션브랜드’ 검색하려고 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10호 한미나 [우리 막내늘보는 현웃이 터지셔서 바닥을 구르고 있습니다]
4호 이승채 [원래 뮤노 대표님이 하늘이 웃음벨이잖아요]
나 [왜 다들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침 스케줄 있어?]
12호 이다빈 [컴백 컨셉 싹 다 바뀌고 러빙이 더블 타이틀곡 돼서 연습해야 돼요ㅜ]
아, 바로 적용이 됐구나.
방윤수 대표의 추진력 대박이다.
1호 노서나 [저희 2시간 자고 인났어요ㅜㅜ]
7호 이서현 [저는 1시간도 못 잤음요..]
11호 김소원 [너무 피곤하니까 오히려 잠이 더 안와요]
1호 노서나 [그래도 러빙이 덥타돼서 넘나 좋은 거]
3호 이루미 [ㅇㅇ ㅇㅈ]
다들 한마디씩 하고 있는 가운데 5호 나경이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건지, 메시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아서 모든 메시지 옆에 1이 계속 떠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나경이에 대해서 아무 말도 없는 것이 더 신경이 쓰인다.
나경이의 룸메이트들은 알고 있겠지만, 괜히 승채한테 꼬투리를 잡힐까봐 나경이 안부를 묻지 못했다.
그저, 녀석이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대화창으로 스크롤을 올려서 녀석의 프로필사진을 눌러보았을 뿐이다.
엇. 사진은 그대로인데 ‘ㅂㄱㅅㅇㅇ..’였던 상태메시지에 변화가 생겼다.
‘ㅁㄴ, ㅂㄱㅅㅇㅇ..’
뭐지? 마니 보고싶어요, 인가?
아니면 뮤노 보고 싶어요?
얘가 참 사람 신경 쓰이게 하는 재주가 있네.
9호 정누리 [근데 아직까지 안 나타난 1인은 누규?]
8호 유하늘 [나굥 공주님!]
< C컵 후타··· 에이씨···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