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화장실 플레이 기억 안나? >
“대표님 저희 이모랑 성관계 맺으셨어요?”
규율이의 그 말은 심증만 있던 의혹의 마지막 확인절차처럼 느껴졌다.
녀석의 성격상 그 심증이라는 것은 꽤 신빙성이 있는 자료를 토대로 쌓였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 나름대로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멤버들을 나한테 떼어내고 벽을 쳤지만 ―물론 팀을 위한다는 명목도 있기는 있었을 것이다― 그 설득력 높은 심증을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물증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눈물까지 줄줄 흘리는 연기를 펼치면서 끝까지 안 했다고 우겼을 경우 잘하면, 아주 자아아아알 하면 넘어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나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습생 신분으로 기자와 맞짱까지 뜨는 녀석인데 웬만한 각오로는 설득시킬 수 없겠지.
“어. 섹스 했어. 니가 생각하던 그날이 맞아.”
“그렇군요···. 솔직히 심증만 있었는데 대표님이 직접 확인해주셨네요. 근데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나도 솔직히 말했으니까 너도 이제 솔직히 말해줘. 그거 때문에 나한테 실망해서 멤버들하고 다 같이 나랑 의절하려는 거야? 물론 의절까지는 아니겠지만 당장 그걸 대체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규율이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저는 이해가 좀 안 되는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실 수 있어요? 이건 제가 보수적이라서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가 누구라도 이해 못할 상황이잖아요.”
“일단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쓰로 받아들일게. 내가 이모랑 관계를 맺은 것 때문에 실망해서 나랑 멀어지려고 했던 거야. 맞지? 물론 니 입장에서는 다른 멤버들이 더 이상 나랑 문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싫었을 테고.”
“예.”
“그래. 그럼 너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정아 씨랑 그랬다고 생각해? 단순히 발정이 나서?”
“술 취해서 충동적으로 했겠죠. 그날따라 두 사람 감정이 평소와 달랐을 수도 있고요. 그 이유가 어찌됐든, 저는 그걸 알면서도 대표님이랑 예전처럼은 지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되물었다.
“그럼 니가 생각하던 김윤호라는 사람은, 술에 취해서, 충동적으로, 자기가 관계를 맺은 연습생의 이모까지 덮칠만한 그럼 사람이었어?”
규율이는 바로 대답을 할 만한 질문이 아니었는지 몇 초 정도 생각에 잠겼다가 독기가 조금은 풀린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천천히 생각하고 그냥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도 돼. 나는 지금 너한테 따지거나 싸우자는 게 아니라 내 진심이랑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너한테 이해시켜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제가 처음에 YH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를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이모도 그 이유 때문에 끝까지 반대를 했었고요.”
“어. 란이 때문이었잖아.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사생활이 문란한 애를 받아주는 회사가 믿을만한 회사는 아닐 것 같아서. 그런데 니가 생각하던 그때의 란이랑 지금의 란이가 다르다는 걸 알았잖아. 물론 란이가 아직까지는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이제는 그걸 자제할 수 있는 정신력이 생겼어.”
“예. 그런데 대표님이랑 저희 이모가 그랬다고 하니까 간신히 쌓은 믿음이 다시 깨졌어요. 저는 아무래도 성적인 부분에서만큼은 대표님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 이해했어. 그 단점 하나가 내 다른 장점까지 모두 지울 만큼 크다는 거지?”
“예.”
“내가 너희랑 성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너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율이는 나의 그런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그런데 이모는 저희 멤버가 아니잖아요.”
“그 전에, 나한테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는 거지? 내 침이랑 정액이 니 성대결절을 고쳤고,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라희랑 지유의 증상을 내가 계속 해결하고 있고, 란이의 섹스중독은 나 때문에 해소되고 있고, 자기를 남자라고 생각하던 미오의 정신병도 나 때문에 바뀌고 있다는 거, 이 모든 걸 다 받아들이는 거야?”
“뭐······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거니까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애를 낳지 않은 여자의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일까?”
녀석은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한 듯 시선을 밑으로 내리며 체념하듯 대답했다.
“아니요.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죠···.”
“그럼 그걸 자유자재로 분비시킬 수 있는 나는 뭘까.”
“뭘까요···.”
“내 정액에서는 왜 좋은 향기가 날까?”
“······그러니까요···.”
“나랑 섹스하고 나면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 들지 않아? 피로도 싹 풀리고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고 정신도 안정 되고.”
“예···.”
“왜 그럴까.”
규율이는 마치 자신의 상식과 지식을 벗어난 외계 생명체와 대화를 나누는 듯, 뭔가에 홀린 표정으로 고개를 살살 저으며 중얼거렸다.
“모르죠···.”
“내 그런 능력들이 굳이 너희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적용이 된다고 하면 내가 정아씨랑 섹스를 한 이유가 설명이 될까?”
“······.”
“그날 정아씨가 너무 불안해 보였어. 너랑 싸운 이후부터 계속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자기한테 키스를 하면서 고백했었던 미오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걸 알고 나니까 어이가 없었던 거지. 그리고 그런 미오랑 너랑 한 팀이 된다는 것도 모자라서 란이랑 미혼모까지 한 팀이 될 거라고 내가 얘기를 했거든. 그런 팀에서 니가 리더를 맡을 거라고 했더니 진짜 실성하신 것처럼 웃더라.”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실성했을 수도 있어요.”
가벼운 농담으로 대꾸하는 걸 보니 규율이의 마음이 조금은 열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정아와 내가 성기를 접촉하게 된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것들은 내가 그날 그녀와 섹스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의 전초전일 뿐이다.
“답답하셨는지 먼저 술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술 한 잔 하면서 니 얘기도 하고 본인 얘기도 하고··· 그리고 너희 어머님 얘기도 나왔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녀석의 어머님과 친가의 관계는 규율이와 나 모두에게 상당히 민감하고 껄끄러운 얘기지만, 내가 이정아와 섹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단어 선택과 표현에 신중을 기하면서 말을 이었다.
“니가 숙소에 들어간 이후로 어머님이 계속 꿈에 나왔대. 정신과 상담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그거였다고 하시더라. 상담을 받아보니까 너에 대한 책임감이랑 좀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런 식으로 표출이 된 것 같았대. 혹시 이 얘기 이모가 너한테도 했어?”
“아뇨··· 처음 들어요.”
규율이는 뒤늦게 알게 된 이모의 상황과 그녀에 대한 미안함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도 이정아가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했던 얘기를 대신 전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녀석과 나의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크게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이정아의 당시 상황을 규율이에게 모두 전했고, 내 몸과 정액에 담긴 초월적인 힘을 또 한 번 상기시켜줬다.
“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잖아. 그리고 나는 그게 조금 더 강한 사람인데 그날 정아 씨는 진짜 위태로워보였어. 집에 바래다주는데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더라고. 이렇게 말하면 좀 사이비 교주처럼 보이는데, 나는 그 나쁜 기운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뭐, 그렇게 된 거야.”
그 과정에서 사적인 꼴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의 나도 묘한 배덕감과 성충동에 사로잡혀서 이정아에게 음탕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교미의 결정적인 계기는 아니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솔직함으로 대의를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내가 너랑 정아 씨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미쳤다고 그런 짓을 했겠냐. 내가 무슨 또라이야?”
내 할 일은 다 했다.
이렇게까지 오픈했는데도 규율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설령 녀석이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녀석이 아까 말했던 것처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머리의 이해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니까.
규율이는 다행히 어느 정도 납득을 한 듯 보였다. 코로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뿜으며 어깨를 늘어뜨린다.
“그러니까··· 그때 대표님이 저희 이모랑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이모가 나쁜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이런 얘기죠?”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어.”
“대표님 느낌일···.”
“그래, 내 느낌일 뿐이지. 그런데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서 쌓인 촉이야. 베테랑 형사들이 범죄자들한테 특유의 느낌을 받는 거랑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험이 또 있으셨어요···?”
“어, 예전에···. 아는 동생한테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그 신호를 무시했었어. 에이, 설마, 하는 마음에 그냥 보냈는데 결과는 뭐··· 최악이었어. 나랑 헤어지고 며칠 뒤에··· 그렇게 됐어.”
“아···.”
“그 이후에도 또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그때는 다행히 내가 과감하게 행동해서 막을 수 있었어. 얘기 들어보니까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유서까지 썼었는데, 나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최악의 결과는 1회 차 은빛이의 얘기였고, 후자는 요나의 얘기였다.
“이 정도면 설득력이 있지 않나?”
“그럼 두 번째 때도··· 성관계로 해결하신 거예요?”
날카롭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내가 미처 예상치 못한 허점을 너무도 날카롭게 푹 찌르며 들어왔다.
역시 웬만한 말빨로 넘어갈 놈이 아니구나.
선의의 거짓말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아니··· 그때는 그냥 안아주고 말로 위로해줬지.”
“그럼 이모한테도 그렇게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대표님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건 저도 알겠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위로의 수단이 꼭 섹스가 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보통은 대화를 먼저 생각하지 않나···.”
“아니아니, 그때랑은 상황이 달랐어.”
“뭐가 달라요. 똑같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인데, 누구는 포옹이랑 말로 설득이 되고 누구는 육체관계로 설득을 해야 되는 거예요?”
“정아 씨가 그때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뜻이 아니라, 취한 채로 집에 혼자 있으면 충동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컸다, 이거지.”
“논점에서 자꾸 벗어나시는데요, 제 말은 굳이 섹스까지 필요 했을까, 이거예요. 대표님 얘기 들어보면 그냥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됐던 거 같은데요?”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적당히 넘어갈 줄도 알아야지, 회사 대표를 탈탈 털어 먹으려고 들어?
“그래, 니 말처럼 그냥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됐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건 니 생각이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했어야만 했어. 그리고 내 선택은 성공적이었고. 제3자가 결과론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사건이 쉬워 보이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꼭 그렇게 계산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섹스보다 대화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이모랑 대표님이 연인관계나 원래부터 친한 지인이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요.”
아, 울컥한다, 울컥해.
이게 자기도 까마귀 밭에서 질펀하게 뒹군 주제에 아직까지 혼자만 고고한 학처럼 굴어?
“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너는 나랑 섹스를 하면 안 됐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너는 나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였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너랑 나랑 미오랑 지유랑 란이가 집단난교를 하면 안 되는 거야.”
나 역시 녀석의 췌장을 향해 날카롭고 깊숙하게 비수를 찔러 넣었다.
우레와도 같은 팩트 공격에 우리 씹선비 님의 얼굴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옳거니, 처음으로 기세를 잡은 나는 샌드백처럼 굳어버린 녀석을 신나게 두들겨 팼다.
“계속 일반적인 마인드로 접근해볼까? 어느 일반적인 연습생이, 회사 대표한테 올림픽공원 북2문 수영장 쪽 야외화장실에서 교미하자는 말을 하냐?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비서 코스프레까지 하고.”
“교, 교미는 동물들의 생식활동에만 쓰는 단어예요···.”
“어허, 단어까지 트집을 잡아? 너 그때 올림픽공원 북2문 수영장 쪽 야외화장실에서 음탕한 비서차림으로 교미하면서 나한테 뭐라고 했어?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내 자지가 너무 맛있어서 보지 터질 것 같다고 했지. 그건 일반적인 문장이야? 자지가 입이 아닌 보지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맛있을 수가 있어? 너는 보지에도 미각 세포가 있나 보지? 그래, 문학적 관용으로 백 번 양보해서 맛있다고 치자. 근데 맛있는데 보지가 왜 터져? 너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이 막 터지고 그러는 타입인가? 그 전에 자지랑 보지가 표준어인지 비속어인지부터 대답해. 어서.”
녀석은 정액 먹은 서원이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 야외화장실 플레이 기억 안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