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 벗고 자위해 pt.2 >
‘갓 핸드’는 말 그대로 갓이다, 갓.
애무 마사지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근육통과 생리통에 직방이고 장 마사지를 통한 배탈 및 변비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3호 루미가 일주일로 특별히 심한 편이었고, 두세 명 빼고는 나머지 아이들도 기본 2~3일 정도는 쾌변을 못 누고 있다고 한다.
배변이 자유롭지 못하고 식생활이 불규칙한 걸그룹 아이들에게는 흔한 고질병이다.
그 결과, 프라미슈 숙소에는 아닌 밤 중 변비 클리닉이 열렸다.
거실에 두툼한 패드가 깔렸고, 루미가 누운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다음 순서를 정했다.
서나의 생리통 마사지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와 피술자를 중심으로 부두교 의식과도 같은 인간의 원이 둘러졌다.
우오, 우오.
나는 덤덤하게 루미의 티셔츠 밑으로 손을 넣어 배를 부드럽게 지압하며 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꾸욱꾸욱
손에서 느껴지는 전문적인 촉감.
나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손 끝에 집중했다.
“확실히 아랫배 쪽이 많이 뭉쳤네.”
루미는 “끄음···.”하고 침음을 흘리며 얼굴을 붉혔다.
서구적인 이목구비와 섹시한 외향과는 달리 프라미슈 열두 멤버 중에서 가장 내향적인 아이이다. 말수도 적고, 말을 함에 있어서도 신중하게 생각을 거친 티가 난다.
나이도 팀에서 두 번째로 많고, 만약 맏언니인 다빈이가 없었다면 리더가 됐을 타입이다.
전체적으로 업텐션인 팀 분위기 속에서 루미는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눈에 띄었다.
내가 이틀 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로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차분함에 대해서 고민이 좀 있는 것 같았다. 내향적 성향의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다.
특히 미디어에 최대한 많이 노출하여 스스로의 끼를 어필해야 하는 아이돌에게 내향적인 성격은 부담감으로 이어지는데, 그 결과 본인의 텐션 이상으로 오버를 하다가 오히려 실수를 하거나 이도저도 아닌 어색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요즘 루미가 하는 고민도 그런 종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은 그런 루미의 마음을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내가 이 업계에서 많은 경험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업키걸과 어덕 아이들을 비롯한 십 수 명의 여자 연습생들, 간접적으로는 립밤까지 맡아본 노하우를 통해 녀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일념 하에, 변비 클리닉에 이어 고민 상담 센터도 개장했다.
“이제부터 고민 상담 시간이야. 나한테 마사지 받는 사람은 무조건 고민 하나씩 말해야 돼.”
그러자 승채가 풉, 웃음을 터뜨리며 끼어들었다.
“변비 마사지 하다가 갑자기요?”
“4호, 제일 뒷 순서로 가.”
“아, 왜요.”
“대표한테 대든 대가.”
“어우, 완전 독재자.”
“내가 진짜 독재자였으면 너는 독재자라는 말도 못 했어.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줄 알아. 그런 의미에서 코끼리 코 열 번 돌고 대한민국 만세 세 번 외쳐.”
“아앙, 갑자기 코끼리 코는 왜 또 돌아. 대표님 진짜 아무말 대마왕이야.”
“어쭈, 은근슬쩍 말을 놔? 그거 아주 안 좋은 말버릇이야. 벌점 2억 점.”
“2억 점 뭔데요!”
“프히히히히히!”
승채는 서현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웃고 있는 8호한테 화살을 돌렸다.
“유하늘 너 진짜 조증이야? 뮤노 대표님이 뭔 말만 하면 웃냐.”
“코끼리 코랑 벌점 2억 점 웃기잖아요.”
“안 웃겨. 너만 웃고 있어.”
“저도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말하면 그냥 웃음부터 나와요.”
“그럼 사랑이네.”
“사랑이구나.”
“하늘이랑 대표님이랑 몇 살 차이지?”
“거의 스무 살 넘지 않나.”
“대박.”
“사겨라, 사겨라.”
구제 받지 못할 놈들···.
언니들의 짓궂은 장난에 하늘이는 그저 초승달 눈을 하고 프릉프릉 웃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루미의 딱딱했던 아랫배는 얼음 녹듯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뭉친 부위를 따라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음모의 윗부분도 살짝살짝 터치되고 있었는데, 씹선비 모드로 전환된 나에게는 그저 살갗 위로 삐져나온 단백질 세포에 불과했다.
털은 털이요, 물은 애액이로다.
하지만 찔러도 정액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돌부처인 나와는 별개로, 4호의 상태는 조금씩 쾌락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눈을 깜빡이거나 혀로 입술을 핥는 빈도가 늘어났고 광대 쪽이 더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털.
2호 영아가 해맑은 톤으로 묻는다.
“룸쓰, 신호 오는 거 같아?”
“아직 모르겠는데··· 배는 쫌 편해지는 거 같아.”
대답하는 루미를 향해 내가 먼저 되물으며 대화의 장을 열었다. 털.
“3호 성격이 조금 내향적이고 신중한 편이지?”
“저는 모르겠는데 주변에서는 그렇대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그런 편이라고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예능이나 라방 같은 거 할 때 조금 부담되겠다. 예능 울렁증 같은 건 없어?”
루미는 대답의 타이밍을 한 번 끊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걸그룹 베이커리 때도 그랬고, 내가 찾아봤던 라이브 방송이나 리얼리티 예능에서도 종종 이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팬들은 이제 루미의 성격을 알아서 이해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시선에는 조금 답답하게 보였는지 그런 종류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었다.
물론 멤버 모두가 예능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루미 본인은 은근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루미가 입을 연다.
“어··· 숙소 생활이나 평소 때는 안 그런데, 방송 할 때는 제가 좀 동떨어진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아, 멤버들하고 관계없이 그냥 저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거예요.”
“니가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아서 그래. 근데 팬들은 이제 다 알잖아.”
“팬들은 이해해주시지만, 넓게 생각하면 저 때문에 괜히 팀 색깔이 흐려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리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꼬이잖아.”
“예···.”
“부담감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겠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고···.”
나한테도 딱히 해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멤버들 앞에서 본인 입으로 이렇게 말함으로써 풀리는 뭔가는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차분한 루미와 정 반대 캐릭터인 승채에게 화두를 돌렸다.
“4호,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니가 프라미슈 대표 예능캐잖아. 너는 그런 이미지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 없어?”
“있죠. 제가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매일 그 텐션을 유지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방송 나가면 항상 제가 1번으로 뭔가를 해야하니까···.”
“그렇지. 너도 예쁜 거 하고 싶고 귀여운 거 하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러니까요!”
승채는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듯 목소리가 커졌다.
“근데 제가 예쁜 척하면 그게 더 웃기대요! 근데 루미 언니는 망가져도 예쁘다고 그러고!”
“자, 이렇게 본인들만의 고충이 있는 거야. 알았지···?”
“······.”
“······.”
“······.”
“······.”
열 두 개의 어색한 침묵.
이솝우화 식의 교훈으로 마무리 지은 뒤 아무렇지 않게 마사지를 이어가는 내 태도에 아이들은 이내 피식피식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프히히히히히!”
“하느리, 이것도 웃겨?”
“아, 대표님 진짜 너무 웃겨요!”
“뭔가 되게 초등학교 동화책 같은 느낌이었어.”
“갑자기 분위기 교훈적.”
“느낌이 뭐였냐면, 루미 언니 고민상담해주려고 하다가 답이 없으니까 괜히 승채한테 떠넘기는 느낌? 푸하하하!”
“근데 그것도 쫌 얻어걸린 느낌.”
“맞아요.”
낄낄낄, 키득키득, 푸흐흐흑.
나는 이런 조롱에 익숙한 사나이. 업키걸&망란이 비하면 순한 맛이지.
나 역시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걸 참아내며 녀석들에게 떡밥을 던져주었다.
“그럼 3호랑 4호는 고민 깔끔하게 해결된 거지?”
“무슨 고민이 해결돼요!”
“완전 사이비 같은데요.”
“푸흐흐흐흫!”
“너무 웃겨.”
그때였다.
루미의 하복부까지 딱딱하게 뭉쳐있었던 근육이 전부 풀어졌고, 루미의 얼굴 위에는 쾌감과 고통이 교차하는 미묘한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경탄 섞인 목소리로 “와··· 대박.”하며 말하자 영아가 물었다.
“왜?”
“느낌 오고 있어···.”
“아 진짜?”
루미는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호쾌하게 일어서서 안방 화장실로 사라졌다.
이 정도 효과라면 굳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아니라도 먹고 살 길 많겠는데. 갓 핸드로 변비만 고쳐줘도 떼돈 벌겠다.
“다음 누구야. 하늘이 올래?” “아뇨, 저는 괜찮아요. 전혀 문제없어요.”
“그래, 한창 왕성할 나이지. 좋은 거야.”
“아뇨, 그렇다고 왕성하지는 않고요!”
나는 이후 다섯 명의 장을 원활하게 풀어주었고 얼렁뚱땅 고민 상담도 이어갔다.
승채는 이제 나와 자기들은 똥 튼 사이라며 낄낄 거렸고, 이 장면이 방송으로 나가면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상큼한 컨셉인 프라미슈 이미지 상 변비 마사지는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제작진과 합의했다.
업나니들이었으면 노빠꾸로 내보냈고 팬들도 좋아했겠지만 빵순이들은 아직 여린 아이들이니 좀 더 세심하게 지켜줘야지.
***
퇴근 후 돌아온 나의 집.
일단 집에 누가 있나 없나 방과 욕실을 모두 살펴보고 장롱까지 열어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한 나는 병용이의 희생정신으로 지켜낸 네 벌의 팬티스타킹을 침대 위에 펼쳐놓았다.
이 네 개로 스타킹 자위를 성공할 경우, 빵순이들은 이번에 나오는 새 앨범이 음원차트 TOP 50위권에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문득, 샤워를 하는데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앨범 제작은 모두 끝난 상태이고 이제 발매 일만 기다리고 있다. 타이틀곡도 확정이고 바뀔 가능성도 없다.
여기서 내가 미션을 모두 성공하면 음방, 음원 모두 1위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될까?
일단 사재기나 순위 조작 같은 불법은 배제하고.
음원과 공중파 음방에서 모두 탑에 오른다는 것은 인지도, 노래, 마케팅 3박자가 모두 받쳐주거나 아니면 그 셋 중 압도적인 한 가지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프라미슈는 그 셋 중 특별한 뭔가가 없다.
타이틀곡인 뷰티 선샤인을 들어본 결과, 나쁘지는 않지만 노래 퀄리티 만으로 차트 1위를 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앨범 발매까지 12일 남은 현시점에서 순수하게 홍보만으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 촬영 중인 ‘체인지’ 외에는 이렇다 할 마케팅 통로도 없다. 그렇다고 시청률 1~2%대의 프로그램에서 한순간에 음원 1위를 찍을 만큼의 파급력이 나올 리도 없고···.
설마 타이틀곡이 아니라 후속곡에서 터지는 건가?
타이틀 밖에 못 들어봤는데 내일 만나면 다른 노래도 들어봐야겠다.
일단 노래가 좋고 말고를 떠나서, 프라미슈 1위의 최종 조건은 12스타킹 사정이니 그것부터 해결해야겠지.
샤워를 끝내고 침대로 돌아온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네 개의 스타킹 앞에 앉았다.
네 번 연속으로 칠 것도 없이, 돌아가면서 문질렀다가 단 한 번의 사정으로 끝을 낼 생각이다.
자 그럼.
혼자서는 발기조차 힘들어지게 된 나의 스타킹 자위를 도와주실 새로운 딸딸이 요정을 모셔보겠습니다.
나 [야]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톡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1이 없어지더니 답이 왔다.
그래 나 빈유다 [왜]
나 [카톡명 벌칙이냐ㅋㅋㅋㅋㅋㅋ]
그래 나 빈유다 [놀리지 마요]
나 [이제 팀에서 유일한 빈유네ㅜㅜ]
그래 나 빈유다 [수술할 거야]
나 [하지 마]
그래 나 빈유다 [할 거야]
나 [하면 싫어할 거야]
그래 나 빈유다 [대표님은 큰 거 좋아하잖아요]
나 [아니라고. 그 사람한테 어울리는 게 좋은 거야. 너는 작은 게 어울려]
그래 나 빈유다 [놀리는 거지?]
나 [아니 진짜야. 솔직히 은빛이도 빈유가 어울리지]
그래 나 빈유다 [그건 그래요. 꼬북이한테 B컵은 사치야. 자기는 이제 거북왕이라고 얌실거리는데 어찌나 꼴보기 싫던지]
나 [거북왕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우리 서원이는 숙소야?]
그래 나 빈유다 [아까 숙소라고 했잖아요]
그래 나 빈유다 [기억 못하는 거 봐]
그래 나 빈유다 [나한테 관심도 없지?]
그래 나 빈유다 [가슴 작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나 [아니아니, 한 번 더 확인하는 거지]
그래 나 빈유다 [확인을 왜 하는데?]
그래 나 빈유다 [와이프 몰래 바람 피는 남편처럼?]
그래 나 빈유다 [왜요? 나 숙소에 있으면 뭐 어쩌려고?]
그래 나 빈유다 [아하, 프라미슈 년들하고 뭐가 있었나보네]
그래 나 빈유다 [아주 좋아 죽겠지?]
그래 나 빈유다 [그 행복이 언제까지 갈 거 같아요?]
그래 나 빈유다 [어차피 걔네 다 가짜야^^]
그래 나 빈유다 [대표님 병들고 골골 거리면 다 떠날 애들이야]
그래 나 빈유다 [결국 마지막에 김윤호 옆에 남는 게 누군지 알아요?]
그래 나 빈유다 [누굴 거 같아요]
그래 나 빈유다 [프라미슈 하늘이? 올뉴데이즈 리브? GIG 혜진이? 제희 언니? 다 꺼지라 그래요^^]
그래 나 빈유다 [그래 뭐 우리 멤버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붙어 있겠지. 그런데 걔네라고 해서 죽을 때까지 김윤호 옆에 붙어 있을까?]
그래 나 빈유다 [결국 대표님 똥 수발 들 사람은 누군지 알아요?]
그래 나 빈유다 [누굴 거 같아요?]
그래 나 빈유다 [대답 안 해?]
그래 나 빈유다 [어쭈, 읽씹을 해?]
그래 나 빈유다 [나 지금 한국 간다]
그래 나 빈유다 [못 갈 거 같지?]
어이씨,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 오랜만에 카톡 테러 당하네.
나는 곧바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가자미눈을 뜬 집착여우가 다짜고짜 악담을 퍼붓는다.
―죽자. 그냥 같이 죽자.
“아니아니, 넌 또 왜 병이 도졌어···.”
―그러게 누가 내 앞에서 딴 여자 이름 꺼내래요.
“나 딴 여자 얘기 꺼낸 적 없는데.”
―프라미슈 애들 얘기 꺼냈잖아.
“······카톡 다시 확인해봐. 니가 먼저 했거든?”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럼 뭐가 중요한데.”
―머리카락은 왜 또 젖었어요? 샤워했어요? 지금 어디야.
“집이지 어디야. 퇴근해서 씻었어.”
―누구랑 있어. 솔직하게 얘기해요.
“야, 봐라, 봐.”
녀석은 내가 카메라로 집 구석구석 베란다까지 확인시켜주고 나서야 의심을 거뒀다.
나는 그제야 본론을 꺼냈다.
“나 부탁이 있는데.”
―뭔데요.
“옷 벗고 자위해줘.”
―으응···?
< 옷 벗고 자위해 pt.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