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2화.GIG 혜진(2)-하자고 하면 할 거야? (245/371)

< GIG 혜진(2)-하자고 하면 할 거야? >

혜진이가 말을 하려는 찰나에 존슨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잠깐만, 나 전화 좀.”

 “넹.”

 “예, 형님.”

 ―미스터 킴. 그들은 좋은 단백질 배출원이었습니다. 한국 남자 7층 덮밥으로 Me의 라이프가 10년은 연장된 것 같습니다. 몹시 개운합니다.

 “아··· 고생하셨··· 좋으셨겠습니다!”

 ―미스터 킴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부탁한 미션은 확실하게 처리했으니 영상으로 보냅니다.

 “예,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런 퍽킹 한국 남자가 있으면 꼭 연락바랍니다. 서로 윈윈 입니다.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하는 내내 애널이 움찔거려 혼났네.

 통화를 마치자마자 바로 존슨의 카톡 메시지가 떴다. 혜진이 놀랄 수도 있으니까 확인은 나중에···.

 나는 혜진이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어떻게 한다고?”

 미묘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띤 녀석은 양 쪽 검지 끝을 맞닿아 꼼지락거리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저 사실은··· 노래방이··· 너무 가고 싶어요. 아하하···.”

 “노래방?”

 “예···.”

 “가면 되지 뭐가 문제야. 노래방 바로 여기 있네.”

 나는 곱창집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페로몬에 취해 내심 교미의 유혹을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쓸데없는 꿈··· 고민을 했구나.

 “제가 아직··· 노래방을 혼자 가본 적이 없어서요.”

 “나랑 같이 가. 나는 너 집에 간다고 하길래 바래다준다는 거였지.”

 “저는 대표님이 약속 있으셔서 집에 보내는 건 줄 알았어욤···.”

 “아니야. 약속 있던 거 펑크나서 프리하다니까.”

 “저 때문에 괜히 휴식 시간 뺏는 거 아닌가요···.”

 “참나 진짜, 인생 피곤하게 산다. 가자, 노래방, 가!”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히잇.”

 “니가 쏴.”

 “예, 예, 음료수도 드세요.”

 “맥주.”

 “아, 노래방에서 맥주도 팔아요?”

 “응, 여긴 팔 거 같은데?”

 “와, 좋다. 그럼 저도 맥주 마실래요.”

 우리는 지하로 내려가 방을 잡고 맥주를 시켰다. 계산은 그냥 내가 했다.

 4~5인실이었는데 벽지 꼬라지며 낡은 소파며, 강남 한복판에 있는 노래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테리어가 상당히 구지다.

 “와, 이런 소파 오랜만이네. 귀신 나올 거 같은데···.”

 혜진이는 리모컨을 눌러보더니 자기가 원하는 신곡이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저 먼저 불러도 돼요?”

 “어, 그래. 쭉쭉 예약해.”

 녀석의 첫 선곡은 은빛&서원의 ‘분수’였다.

 “오올, 분수.”

 “저 이 노래 너무 좋아요. 요즘 이것만 계속 듣고 있어요.”

 “나도 좋아해.”

 노래방 화면으로 보는 ‘작사, 작곡 예라희’라는 문구가 참 낯설면서도 대견스럽다.

 “내가 더 슬퍼지는 거헌~ 분수를 알기 때문이야~”

 얘가 느린 노래를 부른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인트로의 감정이 상당히 좋았다.

 간주가 나가는 동안 내가 의외라는 듯 박수를 치자 으스댄다.

 “저 이래봬도 복면가왕 2라운드 진출자예요.”

 “아, 너 복가도 나갔었어?”

 “예. ‘제일 빠른 나무늘보’요. 2라운드에서 다루 선배님 만나서 20표 차이로 졌어요. 졌지만 잘 싸운 거죠.”

 “다루가 가왕 되지 않았었나?”

 “예, 맞아요.”

 ‘분수’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나는 종이컵에 따른 맥주를 홀짝이며 혜진이 터뜨리는 분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가수는 가수다.

 팀에서 보컬 라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몰입하는 표정부터 음정, 박자의 정확도가 확실히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나는 분수가 끝난 뒤 물었다.

 “너 랩도 하지?”

 “제 별명이 이기 혜잘레아예요.”

 “혼자 솔로로 할 수 있는 거 있어?”

 “앗, 뭔가 오디션 분위기. 저 지금 평가 받고 있는 중인 건가요?”

 그러면서도 리모컨으로 바로 검색을 한 뒤 시작을 누른다.

 호주 출신 여자 래퍼 이기 아잘레아의 빌보드 1위곡 ‘Fancy’였다.

 랩도 곧잘 했다.

 연습생 시절 연습곡이었다면서, 혼자 심취해서 덩실덩실 춤까지 췄다.

 녀석이 혼자 잘 노는 동안 나는 잠시 핸드폰에 쌓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내일 열리는 ‘아시아 올스타 콘서트’를 위해 홍콩으로 출국한 업키걸 애들이 숙소에 도착했다며 톡이 와 있었다.

 그리고 제희의 메시지도 있었다.

 J [연두 찾았다ㅜㅜ]

 J [회사 단톡방에 그동안 고맙고 미안하다고 글 올라 왔길래 경찰에 위치추적 해달라고해서 펜션에서 찾았어]

 10분 전에 온 메시지였다.

 룸 밖으로 나온 나는 제희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들었다.

 경찰이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다행히 연두는 숨 쉰 채 발견이 됐는데, 그동안 한 알 두 알 모아놓은 수면제로 나쁜 마음을 먹었었다고 한다.

 “하아,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지금 메이퀸즈 애들이랑 회사 직원들 다 내려오고 있어. 친한 기자들한테 보도 자료 넘겼고.

 “기사 내려고?”

 ―응. 연두뿐만이 아니라 다른 리스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해야지. 어차피 경찰 신고까지 들어가서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참에 악플 다는 애들도 싹 다 고소해야겠어.

 “그래, 우리도 악플은 계속 수집해서 법무 팀에 넘기고 있어.”

 ―에휴, 플랜엘 때 악플 받은 것보다 우리 애들한테 달리는 게 더 아프네···.

 “그게 대표의 마음이지···. 암튼 진짜 다행이다.”

 제희도 크게 한숨을 돌린 뒤 묻는다.

 ―오빠는 뭐해용.

 “나 GIG 혜진이 만나고 있어. 아까 너랑 통화하고 가로수 길 넘어와서 혼자 커피 마시고 있는데 앞에 걸어가고 있더라고. 그래서 불러서 밥 먹었어.”

 ―아··· 걔네 회사도 요즘 분위기 장난 아닐 텐데.

 “알바 알아보고 있었대.”

 ―에이구···.

 “우리 그거, 요나랑 유진이 프로젝트 팀 하기로 한 거 있잖아.”

 ―응.

 “혜진이한테 물어봤는데 얘는 하고 싶다네.”

 ―아, 진짜? 혜진이 너무 좋지.

 “업키걸 애들 앨범 준비 들어가기 전에 빨리 하고 싶은데, 너네는 스케줄 어때?”

 ―우리도 빨리하면 할수록 좋아요.

 “그럼 내가 내일 혜진이네 회사에 바로 연락을 해볼게.”

 ―근데 오빠 ‘소녀날다’ 때문에 바쁘지 않아?

 “안 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앨범 컨셉은 너네 쪽에서 좀 진행해줄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1팀, 2팀 다 바빠서 여력이 안 될 것 같네.”

 ―곡도 우리가 받아?

 “어, 작곡가 풀은 너네나 우리나 똑같지 뭐.”

 ―그럼 유진이 요나, 가온이, 혜진이 이렇게 확정된 거지?

 “응.”

 ―알았어, 오늘은 연두랑 같이 있어야 될 것 같으니까 내일 서울 올라가면 바로 진행해볼게.

 “그래, 일단 연두 문제부터 잘 마무리 짓자.”

 ―응, 고마워요 오빠.

 “고맙긴···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냥 오빠 목소리만 들어도 좋아. 아까 여기 내려오면서 너무 무섭고 불안했는데, 오빠랑 통화하고 나니까 마음이 놓이는 거 있지.

 “다행이네. 되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야.”

 ―보고 싶다.

 웃.

 좋은 침투력이다. 확 설레네.

 가끔 이렇게 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제희의 심쿵유발력은 가히 고금 제일이 아닐 수가 없다.

 “서울 오면 얼굴 보고 맛있는 거 먹자. 소맥도 말고.”

 ―흐흐흥, 소맥 얘기 하니까 더더 보고 싶다.

 “나도 보고 싶어.”

 ―나 서울 가면 완전 취할 때까지 마시고 오빠 팔베개 하면서 푹 잘 거야.

 “제희 하고 싶은 거 다 해.”

 ―흐흐흐흥, 귀여운 것. 올라갈 때 톡할게용.

 “그래.”

 고환 벅차게 차오르는 뿌듯한 마음 뭔데.

 한층 밝아진 제희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헛 싼 게 아니라는 보람이 들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노래방.

 고윤의 ‘헤어지며’를 부르고 있던 혜진은 간주가 나오는 동안 맥주가 든 종이컵을 소중하게 감싼 채, 화면을 멍하게 쳐다보며 줄줄 즙을 짜고 있었다.

 “넌 또 왜 울고 있어.”

 “슬퍼요···.”

 “뭐가.”

 “그냥 제 인생을 돌아보는데 문득 슬퍼졌어요.”

 “이별 노래 부르다가 갑자기 인생은 왜 생각했는데.”

 “제가 진짜 아이돌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응. 이제 술 그만 마셔.”

 “안 취했어요.”

 “자기 입으로 안 취했다고 하는 사람은 뭐다?”

 “진짜 안 취했는데···.”

 보라색 애들은 텔레파시라도 통하지, 일반 여자 애들의 널뛰는 감정은 내일모레 40을 바라보며 바싹 메마른 내 감성으로 공감을 하기에는 가끔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나는 방금 전 연두의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던 터라 장난을 거두고 진지하게 위로와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혜진아, 내가 아까 말했···.”

 “널 먼저 보낸 뒤 혼자 벤치에 앉았어어어~”

 “그래, 노래 불러라. 울지 말고.”

***

 “와, 진짜 인심 너무 한다. 1시간에 3만원이나 받으면서 어떻게 서비스를 20분밖에 안 줄 수가 있어요?”

 “그냥 한 시간 더 부르라니까.”

 “그건 너무 합리적이지 못해서 못 하겠어요.”

 노래방 타임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간다.

 “그래도 부를 건 다 불렀어요.”

 “다행이네.”

 “근데 노래 불러서 술 다 깼어요. 대표님 술 안 드실래요? 이번에는 진짜 제가 사드릴게요.”

 “너 은근히 질척거리는 스타일이구나.”

 “푸화하하핳하!”

 곱창 반주로 소주 반 병, 노래방에서 캔 맥주 2개.

 그리 많이 마신 편은 아니기 때문에 한 잔 더 해도 될 것 같다.

 나도 노래로 취기가 날아가서 알딸딸하지도 않았다.

 “집에 연락은 안 해 드려도 돼?”

 “아, 회사에는 집에 간다고 뻥 쳤는데 집에는 연락 안 했어요. 저 오는 거 몰라요.”

 “그럼 너 알바 끝나면 어디 가려고 했어.”

 “그냥 알바비 받아서 혼자 놀려고 했어요. 노래방도 가고, 만화까페도 가고, 한강 편의점 가서 라면도 먹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혼자 했으면 못 했을 거 같긴 해요.”

 “그냥 숙소에 있기 답답해서 나온 거구만.”

 “예, 그렇죠.”

 “그래. 술이나 마시자. 너 느글느글한 거 좋아하냐? 새우 퐁듀 같은 거.”

 “대박. 새우랑 퐁듀 조합이면 무조건 합격 아닌가요.”

 “가자.”

 “예.”

***

 녀석은 소주 파였다.

 술은 체격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는 듯, 여리여리한 애가 참 잘도 마신다.

 혼자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고 취했다.

 취했어!

 “대표님, 저 하나 여쭤볼게 있는데요, 저한테 왜 잘해주세요?”

 “그럼 못 해주길 바래?”

 “아니요, 이상하잖아요. 제가 차 문콩 했는데 혼내기는커녕 커피도 사주시고, 돈도 대신 받아 주시고, 곱창도 사주시고, 노래방도 같이 가주시고, 술도 마셔주시고, 앨범도 내주신다고 하고···.”

 “야, 야, 눈 감지 마. 졸려?”

 “조금 졸린데 괜찮아요. 참을 수 있슙니다. 아이돌은 실력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하는 거잖아요, 헤헤헤.”

 “헤헤헤,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실땅님 더 드세요. 아, 이제 실땅님이 아니다 대포님이지, 참.”

 “너 일단 집 주소부터 불러봐.”

 “집에 데려다주시게요?”

 “너 왠지 잠들 거 같은데 주소 먼저 받아놔야 겠다.”

 “저희 집 주소가 어떻게 되냐면요···.”

 “어어, 눈 감지 말라고. 여기가 히말라야 정상이라는 생각으로 버텨.”

 “크흐흐흫, 대포님 재밌어요. 그런 의미에서 5분만 눈 감고 있을 게요.”

 “안 되겠다. 일어나자. 훠이, 훠이.”

 “훠이, 훠이.”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내 말을 따라하는 녀석을 일으켜 세우고 꺼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살린 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래봤자 얼마 못 갈 것 같다.

 일단 차 뒤에 태워놓고, 나는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서 대리를 호출했다. 그리고 졸린 눈을 잔뜩 찡그린 채 핸드폰 화면을 만지작거리는 녀석에게 집 주소를 불러달라고 했다.

 “돈암동 어디야.”

 “근데요 실땅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또.”

 “저한테 왜 잘해주세요?”

 했던 말 또 하는 타입!

 “아잇, 주소부터 말하라고.”

 “제가 비싼 차도 망가뜨렸는데 화도 안 내시고 저랑 오늘 하루 놀아주셨잖아요.”

 “하아···.”

 “그럼 이왕 놀아주신 거 저랑 좀 더 놀아주시면 안 돼요?”

 “그래, 뭐하고 놀까.”

 “놀이공원 갈까요?”

 “새벽 두 시에 무슨 놀이공원.”

 “아··· 그럼 저희 이제 뭐해요.”

 “제발 부탁인데, 뭐하고 놀지는 나중에 정해도 되니까 집 주소 좀 먼저···.”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 근데요 대포님. 저 지금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것도 민폐 같아요. 저희 빵구가 목소리가 커서 새벽에 짖으면 윗집 아랫집까지 다 들리거든요. 그리고 동생이 이제 고3 올라가서 조심해야 돼요.”

 “살··· 려··· 줘···.”

 “크히히히히. 근데 대폿님 저랑 지금까지 같이 있으면 여자 친구한테 혼나는 거 아니에요?”

 어쭈. 떠 보는 거 봐라?

 “여자 친구가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닐까.”

 “에이~ 당연히 있으시겠죠. 왠지 연예인일 거 같아요.”

 “그래서 집에 안 들어가시겠다?”

 “대폿님은 술 더 안 드시고 싶으세요? 하나도 안 취해 보이시는데.”

 “난 괜찮은데 니가 못 버티잖아.”

 “저희 매니저 언니가 아이돌은 실력이 아니라 정신력이라고 했거든요. 저는 버틸 수 있슙니다. 아, 근데 대폿님 내일 출근 하셔야 되니까 안 되겠죠···?”

 얘가 지금 나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이러는 건 확실한데.

 문제는 그 끝에 뭐가 있냐는 거지.

 교미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은 건가?

 여기서 술을 더 마셔봤자 못 볼 꼴만 볼 것 같고, 집에는 안 들어갈 거 같고, 어깨 뒤에 ‘위로와 관심이 필요함’ 상태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고, 상태창이 말하는 위로와 관심이라는 건 이제 보니 교미인 거 같고···.

 “흐으으으으음···.”

 복잡한 심정을 깊은 침음에 흘려보내자 혜진은 내가 화가 난 줄 알았는지 기가 팍 죽었다.

 “죄송해욤··· 저 그냥 저희 숙소로 갈게요···.”

 “솔직하게 말해봐. 너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예? 아, 저는··· 음··· 예··· 솔직히 오늘은 집이랑 숙소는 가기 싫어요···.”

 “같이 있는 상대가 내가 아니라고 해도, 집이랑 숙소만 아니면 괜찮다는 뜻이지?”

 “그, 그건 아니에요. 대폿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냥 숙소로 갔을 거예요.”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볼게. 너 나랑 잘 생각도 있는 거야? 내가 섹스하자고 하면 할 거야?”

 거의 데드볼에 가까운 몸 쪽 꽉 찬 직구였다.

 녀석은 흠칫 놀라 힉, 하고 숨을 집어삼켰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음, 어··· 싫지는 않을 거 같아요···.”

 “어이고··· 얘 이거 큰일 날 애네.”

 “근데요 저, 저, 그렇게 막 아무한테나 그러는 쉬운 여자 아니에요. 저 학교랑 회사에서 성교육 할 때도 되게 열심히 들었고요, 제 몸은 제가 지킬 줄 알고요, 지금까지 남자 친구랑도 피임도 한 번도 안 빼··· 아, 예··· 예?”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피임도 한 번도 안 빼먹었고, 그리고 뭐.”

 “뭐··· 그랬다고요···.”

< GIG 혜진(2)-하자고 하면 할 거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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