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1화.GIG 혜진(1)-할래요, 하고 싶어요, 제발 하게 해주세요 (244/371)

< GIG 혜진(1)-할래요, 하고 싶어요, 제발 하게 해주세요 >

내가 말을 걸고 나서야 내 존재를 인식한 남자들.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 파마 안경남이 일어서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되묻는다.

 “예, 어떻게 오셨어요?”

 “방금 전에 모델 하다가 중간에 나간 애 있었죠?”

 “어··· 예.”

 “걔 한 시간 촬영했다면서요.”

 “그런데요.”

 “그거 페이 받으러 왔어요.”

 “아아, 안 그래도 제가 계좌 번호 달라고 문자 보내려고 했는데···.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직장 동료예요.”

 “아아, 그러시구나.”

 미심쩍은 눈치지만 지들이 찔리는 게 있으니 꼬치꼬치 캐묻거나 추궁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는 내가 누군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내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좋게 좋게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겠지.

 다른 놈들도 흠흠, 딴청을 피우는 중에도 내 눈치를 꾸준히 살피고 있었는데, 그 중 두 명 정도는 내 얼굴을 알아본 것 같았다. 내가 진짜 랑깡깡 실장인지, 아니면 비슷한 사람인지 확인해보려는 목적으로 계속 흘끔거린다. 하지만 굳이 내게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파마머리가 슬리퍼를 찌걱찌걱 끌며 내 앞으로 온다.

 “현찰로 드릴까요?”

 “예.”

 “잠시만요, 봉투가···.”

 “그냥 주세요.”

 나는 그가 지갑에서 바로 꺼내 건네는 5만원을 받으며 사근사근하게 태도로 말했다.

 “오늘 촬영은 끝난 건가요?”

 “뭐··· 그렇죠. 모델이 없으니···.”

 “촬영 더 하실 생각이면 괜찮은 모델 소개시켜 드리려고요. 우리 애는 중간에 나갔다면서요. 그런 거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는 친구가 있거든요. 외모도 그 급인데 키가 더 크고 몸매가 좋아요. 남자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한국남자.

 그들의 경계심은 단번에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당황하지 않는다.

 내가 업키걸, 어덕 애들 키우면서 는 건 뻔뻔한 연기력과 교미력 뿐.

 쫄거나 굴하지 않고 능글능글하게 뻥카 딜을 이어갔다.

 “대신 시간당 10만원 맞춰주세요. 우리 애가 아무리 초짜 티가 났다고 해도 5만원은 너무 했네 진짜. 그러니까 그냥 가지.”

 그제야 구릿빛 피부의 등산복 아재가 조심스럽게 떡밥을 물었다.

 주최자로 보이는 파마머리를 향해 묻는다.

 “어쩔래, 한 타임만 해봐?”

 “뭐 회원님들이 괜찮으시다면···.”

 파마랑 등산복이 메인이고, 다른 사람들은 초면이거나 몇 번 안 본 사이 같다.

 다들 말없이 수긍하는 눈치기에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제가 전화 한 번 해보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아마 강남 쪽에 있어서 바로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1층으로 나온 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진을 데리고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래요? 돈 줘요···?”

 “어, 돈은 받았고. 잠깐만 나 전화 한 통만 할게.”

 “넹.”

 <미라클 존슨>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와썹, 미스터 킴.

 “예, 안녕하세요 형님, 김윤호 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가능해서 받았습니다.

 “혹시 지금 어디세요?”

 ―청담동 아마조네스 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무슨 일입니까. 미스터 킴은 Me에게 부탁이 있으면 단도삽입적으로 말씀하셔도 되는 사람입니다. 말하세요.

 “그럼 죄송한데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두 개 줘도 됩니다.

 “다른 게 아니라요···.”

 이래이래 해서 이러저러한 상황이다.

 헌데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니, 안 그래도 요즘 상황이 안 좋은 혜진이의 신변이 언론에 노출될까 걱정된다. 그래서 형님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다, 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임무를 확인한다.

 ―퍽킹 메모리 카드와 스파이 캠 데이터 삭제. 맞습니까?

 “예.”

 ―그냥 스튜디오 물건으로 캠프파이어를 열어서 바비큐 파티를 할까요. Me에게는 그럴만한 용기와 능력이 있습니다.

 “아뇨, 그냥 사진하고 영상만 확실하게 지워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오케이, 확실한 거 Me도 좋아합니다. 그쪽 프리티 한국 남자는 몇 명입니까.

 “일곱 명이요. 나이는 대부분 삼사십 대 쯤 되는 거 같아요.”

 ―나이에 관계없이 한국 남자는 얼웨이즈 옳고, 갱뱅은 Me의 라이프를 연장시켜줍니다. 위치 보내주시면 5분 안에 My 퍽킹 브로들과 함께 갑니다.

 “예, 제가 밑에 다시 내려가서 자세한 주소 물어보고 톡으로 보내드릴게요. 일단 스튜디오 이름은 가로수길 안에 있는 ‘사랑의 스튜디오’거든요?”

 ―Fucking 스튜디오 네임, 좆습니다. 지금 당장 갑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다시 스튜디오로 내려가서 파마머리에게 주소를 물은 뒤 존슨에게 보내주었다.

 미라클 존슨 [Good job. 거리상으로 4km입니다. 차 탔습니다]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욕정에 눈이 먼 음란 사진사들은 미모의 출사 모델이 온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으며 카메라 장비와 세트를 부랴부랴 점검했다.

 나는 파마에게 받았던 5만원을 소파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걸로 새살이 솔솔 마데카솔 사서 바르세요.”

 필요할끼다, 써라.

 그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마데카솔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대충 인사를 마친 뒤 잠시 후 대참사가 벌어질 스튜디오를 벗어났다.

 건물 밖에서 다시 만난 혜진.

 나는 녀석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탈의실 몰카니 뭐니 하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야, 앞으로 이런 거 하지 마.”라고 말했을 뿐이다.

 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 저도 좀 별로인 거 같아요.”하고 대답했다.

 “배 안 고프냐?”

 “고파요.”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그럼 돈 받아주신 걸로 제가 살게요!”

 “오, 진짜?”

 “어차피 생각도 안하고 있던 돈인데요 뭐. 뭐 드실래요?”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그럼 저 곱창 먹으면 안돼요?”

 “근처에 어디 아는데 있어?”

 “넹.”

 “여기서 멀어?”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걸어가도 돼요.”

 “거기 테이블 형태가 어떻게 돼있어? 옆 테이블이랑 많이 가까워?”

 “좀 그랬던 거 같아요. 곱창집이니까 아무래도···.”

 “그럼 내가 아는 데로 가자. 사람들 많은 거 불편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근데 실장님 아는 데면 비싼 데 아니에요?”

 “안 비싸, 니 페이 안에서 해결돼.”

 “아, 다행이다.”

 나는 녀석을 차에 태우고 다른 손님들과 테이블 간격이 넓고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보장돼 있는 곱창 집으로 갔다.

 사실 곱창은 내가 안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혜진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그냥 그걸로 결정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주문을 마칠 때쯤 존슨 형님에게 영상 통화가 왔다.

 그의 뒤에는 사랑의 스튜디오 간판이 보였다.

 ―여기 맞습니까?

 “예, 맞아요 형님.”

 ―오케이, 뭅, 뭅.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힙합 흑인 두 명이 퍽킹, 퍽킹 거리면서 지하 스튜디오를 향해 돌진하듯이 뛰어 내려갔다. 그가 같이 온다고 했던 퍽킹 브로들인가 보다.

 ―그럼 끝나고 연락하겠습니다.

 “예, 고생하세요, 형님.”

 ―한국 남자 앞에서 고생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업계 포상입니다.

 한국말이 능숙한 건 그렇다 쳐도 인터넷 밈까지 사용할 줄이야.

 통화를 마치자 화면은 못 보고 통화 목소리만 들었던 혜진이가 감탄한다.

 “와, 목소리 되게 멋있다. 느낌이 우리나라 사람 안 같아요.”

 “어, 외국인이야. 아는 흑인 형님.”

 “근데 실장님, 저 술 마셔도 돼요?”

 “어, 마셔. 너 성인이잖아.”

 “실장님은 차 때문에 못 드시죠오?”

 “왜, 같이 마시고 싶어?”

 “그냥··· 혼자 마시면 좀 그렇잖아요. 뭔가 사연 있는 여자 같고···.”

 “그럼 같이 마셔. 대신 대리비는 니가 내주는 거다?”

 “앗, 그럼 예산 오버되는 거 아닌가···. 대리비는 얼만데요?”

 “10만원.”

 “히잌, 그렇게 비싸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요!”

 “그럼 대리비는 내가 내는 걸로 하고···.”

 “어휴,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흑흑흑.”

 “그리고 여기 밥값도 내가 낼 테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앗, 아앗. 어떤 부탁이요?”

 “술부터 시키자. 뭘로 마실 거야?”

 “곱창엔 당연히 소주죠. 진로이즈백.”

 술을 주문하고 한 잔씩 따른 뒤, 나는 예전부터 구상을 해온 프로젝트 앨범 얘기를 꺼냈다. 녀석도 마지막 후보 중 한 명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우리 회사랑 디지털 싱글 하나 같이 하자.”

 녀석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당황했다.

 “그, 그거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요···.”

 “당연히 너네 회사랑 얘기해야지. 그 전에 니 의견부터 먼저 묻는 거야.”

 “설마 제 솔로··· 는 아닐 테고···.”

 “4인조 프로젝트 그룹이야. 업키걸 요나, 메이퀸즈 유진, 립밤 가온···.”

 “헐렝! 멤버 대박! 할래요, 하고 싶어요, 제발 하게 해주세요.”

 평소 느릿느릿한 말투인데, 녀석은 멤버 이름만 듣고도 호들갑을 떨며 말이 빨라졌다. 그러다가 조울증 환자처럼 다시 슬픈 눈이 되어 느리게 말한다.

 “근데 저희 회사에서 허락 안 해주면 어떡하죠···.”

 “앨범 제작비랑 홍보는 우리 회사에서 맡아서 할 거니까 웬만하면 오케이 해주시지 않을까?”

 “역시 혜자 소속사네요. 요나랑 유진 언니랑 가온 언니 오랜만에 보겠다.”

 “아, 너 유진이랑 서원이한테는 언니라고 하냐?”

 “예, 리플걸 할 때 족보 꼬일까봐 빠른 생일은 그냥 언니로 하기로 정리하기로 했어요.”

 “근데 니가 요나보다 언니인 건 좀 안 어울린다.”

 “아 왜요.”

 “이거 다 익은 거 같은데. 먹어.”

 “아싸아싸. 실장님은 안 드세요?”

 “어, 먹어. 나는 밥 먹었어.”

 “근데 왜 밥 먹자고 하셨어요···!”

 “너 배고파 보여서 먹이려고. 한 시간 동안 포즈잡고 촬영하느라 힘들었을 거 아니야.”

 “아···.”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꽤나 감동을 받은 표정이다.

 “이래서 다들 뮤노 실장님, 뮤노 실장님 하는 건가 봐요.”

 “나 대표된 지 꽤 됐는데.”

 “아아, 맞다. 죄송해요. 버릇이 돼서···.”

 녀석은 곱이 탐스럽게 삐져나온 소곱창을 서툰 젓가락질로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눈썹이 황홀하게 일그러지며 혀르가즘에 빠진다.

 “아, 너무 맛있다.”

 체구는 작은 애가 참 복스럽고 야무지게 먹네.

 “너 먹방하면 잘 하겠다.”

 “옛날에 친구들이 해보라고 했는데, 전문 먹방러들 먹는 거 보고 포기했어요. 저는 그렇게 많이는 못 먹어요.”

 입에 있는 걸 다 먹고는 비어있는 내 잔에 술을 채워준다.

 나도 술병을 건네받아 녀석의 잔을 채워주었다.

 왼손에 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안주로 먹을 곱창과 부추를 미리 세팅 해놓은 뒤 건배를 권한다.

  챙, 하고 잔을 부딪쳐주자 술을 입에 흘려 넣으며 몸을 바르르 떤 뒤 바로 준비해둔 안주를 먹는다. 그러고는 바로 하나를 더 만들어서 내게도 내밀었다.

 “하나 드셔보세요. 진짜 너무 맛있어요.”

 나는 곱창을 안 좋아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그냥 의리로 받아먹었다.

 “맛있죠?”

 “음, 괜찮네.”

 “저 진짜 곱창을 너무 사랑하는데요, 멤버들은 맨날 다이어트 해야 되니까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혼자 먹기에는 미안하고···.”

 말투만 느리다 뿐이지 말 자체는 참 많다.

 회사에는 돈암동에 있는 본가에 간다고 뻥을 치고 알바를 나온 거란다.

 우리는 소주 한 병을 똑같이 나눠 마셨고,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내가 먼저 일어섰다.

 “나 잠깐 차에 갔다 올 테니까 먹고 있어.”

 “설마 도망가시는 건···.”

 “어? 티 나냐?”

 “크흐흐흐흐흐흐. 대표님은 농담도 너무 잘 받아주시는 거 같아요.”

 “어, 안 받아주면 은빛이가 시무룩해지거든. 나는 자다가도 은빛이가 드립치면 벌떡벌떡 일어나서 리액션 해줘.”

 “와아···.”

 이번에도 있는 그대로 한 말이었는데 녀석은 또 감동을 받은 눈빛이 됐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흰 봉투를 산 뒤 CD기에서 현금 20만원을 뽑아 안에 넣었다. 그리고 곱창 집으로 돌아와 녀석에게 건넸다.

 “어, 받아.”

 “뭐예요···?”

 “모델 알바비.”

 “아, 감사합니당.”

 “모질아, 시간당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이잖아.”

 “예?”

 “니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라고.”

 “어? 인터넷에는 시간당 5만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뭐래. 내가 원래 이렇게 짜게 주냐고 했더니 걔네가 오히려 펄쩍 뛰던데? 자기네는 무조건 시간당 10이라고. 어쩐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적다고 했다.”

 “아아···.”

 “너네들이 촬영 내용 미리 말 안한 거,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20만원 주더라.”

 혜진은 봉투를 차마 열어보지도 못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다 먹었어?”

 “예.”

 “일어나자.”

 “옙.”

 꽁돈이 생긴 녀석은 자기가 계산을 하려는 마음으로 카운터로 앞장섰지만, 내가 벌써 해버렸지.

 “계산 하셨어요.”

 “앗.”

 “푸훕, 야. 놀란 척 연기하지 마.”

 “아니에요옹. 진짜 제가 사려고 했어요.”

 카운터 벽면에는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사인과 사진이 많이 걸려있었는데, 카운터를 지키던 여사장이 내 얼굴도 알아보고는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응해준 뒤, 벽에 걸기에는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니 걸지 말아달라고 농 반, 진 반으로 덧붙였다.

 밖으로 나오자 혜진이 부럽다는 듯 말한다.

 “역시 샐럽님은 다르시네요.”

 “너도 열심히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옙, 꼭 대표님처럼 유명해져서 이 곱창 집에 사인을 걸겠습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마지막은 진지하게 격려해줘야겠지.

 “혜진, 내가 보는 눈 정확한 거 알지?”

 “예.”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꼭 성공할 애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 지금 이거 힘든 거, 다 니 꿈을 이루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해.”

 “예, 감사합니다···.”

 “울지 말고.”

 “안 울어요.”

 “왜 안 울어. 빨리 울어.”

 “크흐흐흫!”

 “집으로 갈 거지?”

 “예.”

 녀석의 왼쪽 등 뒤에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 위로와 관심이 필요함’이란 상태창이 떠 있었다.

 뭐,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 난 진심으로 위로하고 관심을 줬다.

 “대리 불러서 바래다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저는 대표님 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이게 어디서 수작질을···. 너 집 안 가고 어디로 새려고 그러지?”

 “아니에요.”

 “남자 친구 있어?”

 “없어요!”

 “그럼?”

 “진짜 대표님 가시는 거 보고 간다고요오.”

 “그게 뭔 의미가 있냐.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니까?”

 허를 찔린 듯 멍한 표정이 된 녀석이 시선을 피하며 사실대로 말을 한다.

 “아니, 그게 사실은요···.”

< GIG 혜진(1)-할래요, 하고 싶어요, 제발 하게 해주세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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