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9화.랑깡깡 계탔누 (242/371)

< 랑깡깡 계탔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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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 관찰 예능에 출연해 ‘업키걸의 아버지’, ‘국민 매니저, 츤장님(츤데레 실장님)’, ‘랑깡깡’, ‘뮨샐럽’ 등의 별명을 얻으며 매니저 전성시대를 열었던 김윤호 대표가 다시 현장 매니저로 복귀한다.

 B뮤직 ‘체인지’ 제작진은 “YH엔터테인먼트의 ‘립밤’과 로그인레코드의 ‘프라미슈12’가 체인지의 새 멤버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두 팀은 프로그램 룰에 따라 3일 동안 상대방의 회사에 소속되는데, ‘프라미슈12’를 담당하게 될 립밤의 매니저가 부득이한 스케줄로 하루를 빠지게 되어 김윤호 대표가 대신 투입된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돌 강제 이직 프로젝트 ‘체인지’는 현직 아이돌 그룹들이 다른 소속사와 트레이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그린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B뮤직을 통해 방송된다.

 ―오곡밥 : 뮤노 대표님 하늘덕후 아니었나? 성덕 되셨네ㅋㅋㅋㅋ

 ―滿月 : 랑깡깡 계탔누

 ―Kakat : 립밤 말고 업키걸로 하지ㅜㅜ

  ㄴ소설만세 : 왜 립밤 조쿠만

  ㄴ마검기사8 : 그래, 립밤 나이도 있는데 푸시 좀 해주자

 ―roh : 꿈은 이루어진다★

 ―체레 : 하늘이랑 뮤노 실장님 케미 기대ㅋㅋ

 ―성탄제 : ???:랑깡깡 견찰서 가고 시퍼!!!!

――――――

 양심적으로 ‘업키걸의 아버지’라는 별명은 이제 좀 안 썼으면 좋겠는데···.

 별명 볼 때마다 괜히 죄 짓는 거 같잖아.

 암튼.

 내가 김상인 실장에게 오케이 사인을 내린지 10분도 안 돼서 기사가 떴다.

 자기들끼리는 이미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보도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에게 바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홍이와 요나가 출연했었던 ‘걸크러쉬’ 작가라서 연락처는 이미 저장이 돼 있었다.

 아주 입에 정액을 바른 듯한 매끈매끈한 말빨로 나를 꾀어낸다.

 ―대표님이랑 한다고 하니까 프라미슈 멤버들이 너무 좋아해요.

 “아··· 그래요?”

 ―그냥 24시간 말고 그냥 3일 동안 통으로 하시는 건 어떠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도 민망한지 호핳핳하하핳, 하고 웃었다.

 내가 장난으로라도 긍정적인 말을 하면 바로 기사를 낼 것 같아서 정색 빨고 대답을 해주었다.

 “제가 그 정도 스케줄은 못 뺄 것 같아요. 타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

 ―아, ‘소녀날다’ 제작사가 YH였죠?

 “제작사까지는 아니고 공동 투자 정도예요.”

 ―그럼 지금 준비 중인 그룹 데뷔는 언제로 예상하고 계세요?

 “글쎄요, 방송 끝나자마자 바로 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국장님이 명예 어부바시잖아요. 후속 그룹도 완전 기대하고 계시던데.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연 장본인이자 걸크러쉬 PD였던 주동성이 B뮤직의 국장이 됐다.

 홍이와 요나가 걸크러쉬에 출연해서 서로 윈윈을 한데다가, 홍이는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고 준우승까지 했던지라 업키걸과 우리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오다가다 주동성 PD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는 업키걸은 자신들이 업어 키운 거나 마찬가지라며 장난스럽게 생색을 내고는 한다.

 그러면 나는 걸크러쉬는 요나랑 홍이 아니었으면 망했을 거라고 받아치고.

 “예, 그럼 미팅 때 뵙겠습니다.”

***

 ‘소녀날다’ 3회 차 촬영이 끝났다.

 연습생 아이들의 숙소로 함께 가서 우등반에게는 축하를, 열등반에는 위로와 격려를 해준 뒤 규율이와 단둘이 내 차로 건너와 대화를 나눴다.

 오디션 기간 동안에는 자료 검색을 제외한 핸드폰 사용이 금지라서, 나조차 촬영 때가 아니면 아이들과 연락을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습생 담당 매니저인 조유리 실장 선에서 해결이 되고 있다.

 만약 어덕 아이들의 증상이 도지면 미오가 연락을 주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버스터 콜이 발동된 적은 없다.

 “다른 애들하고 숙소생활 하는 거 안 힘들어?”

 “아직까지는 재미있어요. 수학여행 온 기분이에요. 얘기하다보니까 예전 회사에서 잠깐 같이 있었던 애들도 있더라고요.”

 “다행이네. 다른 애들도 괜찮지?”

 “예. 오히려 다른 연습생들이 저희 멤버들 눈치를 보는 거 같던데요.”

 “그렇지. 란이랑 라희는 지금 회사로 옮길 때부터 있던 암모나이트 수준이니까.”

 “지유는 은빛이 보고 싶다고 가끔 울어요.”

 “엄마는 엄마네.”

 8회 차에서 가족들이 서프라이즈 방문을 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금은 일부러 가족들과의 접촉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정아도 아마 그때 올 것이기 때문에 규율이 녀석에게도 비밀로 했다.

 “밥은 괜찮지?”

 “예, 너무 맛있던데요. 남기는 사람이 없어요.”

 오스칼 호텔에서 협찬해주는 도시락인데 당연히 맛있겠지.

 “그래, 컨디션 관리 잘하고. 무슨 일 있으면 유리 실장님한테 바로바로 말해.”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규율이가 나와 단둘이 있으면 간접적으로라도 애정표현을 하거나 스킨십을 유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은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 벽이라도 친 것 마냥 무언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후우.

 ‘소녀날다’ 공식 유니폼인 후드 집업과 돌핀팬츠를 입었는데, 하얗고 매끈한 허벅지를 버릇처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일렁인다.

 하지만 어린 여자의 몸뚱이에 안달난 늙은이처럼 내가 먼저 스킨십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여기서 스킨십을 하면 꼭 이러려고 부른 것처럼 생각하겠지?

 “······.”

 “······.”

 적막하다.

 공중화장실에서 섹스까지 한 사이인데, 몇 주 동안 스킨십을 안 했다고 어색하기까지 하다.

 나는 추하고 집착적인 욕망이 몸을 완전히 집어 삼키기 전에 서둘러 규율이에게 말했다.

 “어, 들어가 봐.”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규율이가 차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다.

 이 와중에도 녀석의 다리를 쳐다보고 있는 나란 놈의 새끼.

 아, 진짜 미치겠네.

 애들이 멀쩡해지니까 오히려 내가 안달이 나는 이 거지 같은 상황은 뭔지···.

 마치 아무 조건 없이 매달 100만원씩 들어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딱 끊긴 것처럼,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억울하고 손해 보는 느낌까지 들고 자빠졌다.

 성욕이란 게 이토록 사람을 추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지선경이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뭔 짓을 저질렀을지 모르겠다.

 ‘결국은 균형이 가장 중요하죠. 성욕에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아, 선경 센세.

 나이스 타이밍에 당신의 충언이 떠올라 괴물이 되지 않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을 떠올린 이후부터는, 어떻게 하면 규율이의 다리를 한 번 만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몇 분 전의 내가 너무 징그럽게 느껴져서 얼굴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뮤하다, 추노야.

 곱게 늙자, 곱게.

 차를 몰고 서울로 넘어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덕 아이들은 이제 내 정액이 필요 없게 된 건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보라색 아우라가 사라졌던 업키걸 아이들처럼, 녀석들과 나의 섹스 치료가 이제 끝나버린 것일 수도 있다.

 소녀날다 제작발표회 아침에 있었던 동서남북 사방 난교 이후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뜻인가.

 뭐, 나쁘지 않은 피니시이긴 했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좀 줬어야지, 이렇게 확 끊어 버리니까 더 집착이 되는 것 같다.

 내 마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렇게 나조차 가닥을 잡을 수 없는 묘한 감정을 지닌 채 강남에 도착했다. 그리고 신사역 인근 골목에 차를 잠시 퍼킹해 놓고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던 제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톡을 남겼다.

 나 [신사역 도착]

 제희에게 연락이 온 것은 몇 분이 지난 후였다.

 “여보세요.”

 ―아, 오빠 미안.

 급한 일이 생겼다는 걸 예감할 수 있는 다급한 목소리였기에 내가 먼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어, 연두가 연락이 안 돼.

 매드맥스 리스트에 언급됐던 메이퀸즈 멤버였다. 본가인 전주에 내려가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인데 아침에 말도 없이 나가서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매드맥스 사건 이후 참고인 조사 등에 시달리면서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난 어머님이 회사에 연락을 한 것이다.

 제희네 회사는 비상이 걸려서 연두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1회 차 때 은빛이를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확 배어나왔다.

 “어이고, 어떡하냐.”

 ―경찰에는 어머님이 신고하긴 했는데, 못 미더워서 지금 회사 사람들 인맥 총동원해서 여기저기 연락하고 있는 중이야. 나는 지금 전주 내려가고 있고.

 “내가 뭐 도와줄 일 없어?”

 ―응, 도움 필요하면 얘기할게. 오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내가 다시 연락할게요.

 “그래, 일단 애부터 찾고 보자.”

 통화를 마치고나니 핸드폰을 쥔 손도 땀으로 끈적끈적해져있었다.

 쓰리에스 게이트의 수사는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S리스트 유출로 인해 연예계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한 피해자들의 고통과 불이익은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가 없었다.

 란이와 지유는 정말 기적과도 같은 특별 케이스였던 것이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빵꾸난 스케줄을 뭘로 메울까 고민도 할 겸, 가로수 길로 차를 옮긴 뒤 골목골목을 느긋하게 배회하다가 주차하기 편한 카페 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커피를 기다리는데 창밖으로 유명 남자 모델과 요즘은 TV에서 볼 수 없지만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이 함께 지나간다.

 가로수 길이 샐럽들도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인데 비해 상권 자체는 오밀조밀하기 때문에 올 때마다 유명인을 한두 명씩 꼭 보는 것 같다. 나도 그 중 하나일 테고.

 ―바이브레이터어어어어

 진동벨과 커피를 교환한 나는 골목 어귀 주차된 벤돌이가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스마트 폰으로 프라미들의 프로필과 최근 활동 등을 검색하며 다가올 만남을 준비해본다.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팀 이름을 검색해 팬들이 부르는 별명을 외우고 음악도 들어봤다.

 ‘리플레이걸’ 때 꾸준히 봐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되니 다행이긴 한데, 멤버 수가 12명이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일이다, 일.

 작가가 톡으로 보내준 촬영 당일 프라미들의 스케줄도 확인해본다.

 낮에는 목동에서 팬 사인회가 있고, 저녁에는 지역 행사···.

 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심코 쳐다본 나의 벤츠. 그리고 그 앞을 지나던 한 여자.

 그녀는 코너에서 과속으로 튀어나온 배달 오토바이를 피하려다가 그만 운전석 문에 등을 턱 기댔다. 크로스로 매고 있던 가방 본체가 등을 향해있었는데, 버클이 문짝에 찍혔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여자에게 눈길이 간 것은 내 벤돌이의 안위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파장의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형태의 스타 아우라였다.

 쟤는 여기서 또 뭐하고 있는 겨···.

 오토바이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골목에서 사라졌고, 회색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그쪽을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 위로 ‘오늘 일진 참 얄궂네···.’라는 듯한 체념의 미소가 번진다.

 차에서 몸을 떼어내고 가방이 닿은 곳을 살핀다.

 머리를 뒤로 꺾으며 한숨을 내쉰다.

 찍혔구나.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의 성격상 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 유리에 있는 연락처와 번호판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예,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혹시 1253 차 주인 분 맞으신가요.

 “예, 그런데요.”

 ―죄송합니다. 제가 차 문에 상처를 냈어요.

 “그렇군요. 앞에 보시면 1층에 커피숍 있죠? 제가 지금 거기에 있거든요.”

 나는 얼굴을 반쯤 가리고 손을 흔들었고, 녀석은 두리번거리다가 찌푸린 눈살로 이쪽을 쳐다봤다.

 ―아, 예. 보여요.

 “안으로 들어와요.”

 전화를 끊고 카페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꽃무늬 프릴 원피스, 크림색 가디건, 흰색 스니커즈.

 150cm 초중반의 작은 키지만 얼굴이 작고 다리가 긴 비율캐다.

 내가 계속 하관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쪽으로 다가올수록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름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이다 보니 주위 시선도 버릇처럼 의식을 한다.

 나는 녀석이 바로 앞까지 오고 나서야 손을 치웠다.

 내 얼굴을 확인한 소녀가장의 얼굴 근육이 그제야 캐발랄하게 펴졌다.

 “우와, 대박. 뮤노 실장님!”

 “인마, 오토바이를 잡았어야지.”

 “히잉···.”

 “어, 어. 왜 울어, 왜?”

 녀석은 ‘GIG(Girl's in groove)’의 소녀가장 혜진이었다.

 리플레이걸 당시 프라미슈 하늘이와 함께 나의 항산화를 도와주었던 또 하나의 비타민.

 나를 보자마자 징징 즙을 터뜨린 녀석의 머리 위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그래, 너네도 요즘 한창 힘들 때지···.

< 랑깡깡 계탔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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