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5화. 정규율 이모 이정아(3)-유사 모녀덮밥 (228/371)

< 정규율 이모 이정아(3)-유사 모녀덮밥 >

“나 너네 대표님 만나고 있다 기집애야. 내가 니 허락 맡고 만나야 되냐? 대표님 지금 화장실 가셨어.” 

 이정아는 내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나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계속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취기를 드러내다가 내가 오자 눈물을 닦으며 멀쩡한 척 한다. 

 “어, 대표님 지금 오셨어. 바꿔드려? 응, 잠깐만. 대표님, 정귤이 대표님 바꿔 달래요.” 

 “예.” 

 이정아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귀에 댔다. 

 핸드폰에서는 그녀의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어, 여보세요.” 

 ―대표님, 저희 이모 혹시 술 마셨어요? 

 “어. 그냥 간단하게 칵테일 한 잔.” 

 ―어울리지 않게 웬 칵테일···. 어쩐지 말투가 이상하더라고요. 

 나는 이정아의 눈치를 살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취하진 않으셨어.” 

 이정아는 핸드백에서 꺼낸 팩트 거울로 자신의 낯빛을 살폈다. 

 내가 규율이와 통화를 하는 동안 쿠션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화장을 수정한다. 

 ―어디서 만나셨어요? 

 “여기 너네 집 근처 같은데? 당산역 쪽.” 

 ―아하. 

 “연습 아직 안 끝났지?” 

 ―예, 이제 안무 평가 남았습니다. 

 “그래, 고생하고. 끝나면 톡해.” 

 ―예, 알겠습니다. 

 “기다려, 이모 바꿔줄게.” 

 ―예. 

 한창 냉전 시기를 겪던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대화를 했다. 

 내가 화장실에 갔을 때 이정아가 먼저 마음을 터놓고 말을 한 모양이다. 

 “목 관리 잘하고. 대표님 말씀 잘 듣고. 다른 연습생들한테 깐깐하게 좀 하지 말고.” 

 이모의 잔소리에 규율이가 뭐라고 했나보다. 

 이정아는 “알았어, 기집애야. 끊어.”하며 통화를 마쳤다. 

 회사 돌아가는 꼴에 대해서는 포기를 한 건지, 아니면 취기에 알딸딸해서 그런지 제법 너그러워진 모습이었다.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코로 한숨을 후으으으 내쉰다.  

 “언어라는 게 가장 편리하고 쉬운 소통 매체이긴 한데, 생각이나 마음을 오롯이 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거 같네요.” 

 “말로 표현하는 게 제일 힘들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먼 게 마음에서 입까지의 거리라고 하잖아요. 가족끼리는 특히 더 그런 거 같아요.” 

 이정아는 공감해줘서 고맙다는 듯 피식,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저 규율이 숙소 들어간 뒤로 정신과 상담 받고 있어요.” 

 나는 별 다른 대답 없이 으음, 하는 침음으로 리액션을 해주었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누구나 다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하면서 살잖아요. 그러다가 또 좋은 일 생기면 괜찮아지는 거고. 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별 다른 생각 없이 지냈는데 얼마 전부터는 계속 언니가 꿈에 나오더라고요.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모습으로요.” 

 “아···.” 

 “제가 그 모습을 보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언니가 죽는 걸 직접 목격한 같은 착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좀 심각하다 싶어서 병원을 알아봤어요.” 

 “잘하셨네요. 저희도 소속 가수들이랑 연습생들, 직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정신과 상담을 하고 있어요.” 

 “상담해주시는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우울증이라는 게 결국 뭔가를 잘 보내주지 못해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래요. 그게 사람이 됐든 물건이 됐든, 떠난 것을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으면 그게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표출이 되기 마련인데, 저한테는 규율이가 그 

대상이래요.” 

 그동안 딸처럼 키우던 규율이를 이제 좀 더 넓은 세계로 보내줘야 하지만, 그녀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묶어두기만 하니, 결국 내면에서 갈등을 일으켜 우울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불안감은 무의식에도 영향을 줬고, 자신이 규율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곧 죽은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동일시되어 꿈으로 표출됐고···. 

 그녀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규율이를 자신의 품 안에서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의절이 아니라 규율이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던 비뚤어진 집착과의 이별 말이다.  “솔직히 대표님이 많이 미웠어요.” 

 “죄송합니다.” 

 “대표님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던 거죠. 규율이가 저한테서 멀어지게 된 이유를 우리 둘의 관계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았던 거예요. 저한테는 그게 대표님이었고요.” 

 용기 있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이정아는 얼음이 거의 녹아서 흐려진 칵테일을 마저 마셨다. 그러고는 얼마 남지 않은 내 잔을 보며 물었다. 

 “대표님 한 잔 더 하실래요?”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아··· 저 조금 더 마시고 싶은데 한 잔은 다 못 마실 거 같아서요. 대표님 거 조금 뺏어먹으려고요.” 

 “아··· 괜찮으시겠어요?” 

 “저요? 왜요? 취해 보여요?” 

 “취한 것보다는 알레르기 있다고 하셔서요.” 

 “음, 원래는 한모금만 마셔도 바로 혓바늘이 올라오거든요. 근데 지금까지 괜찮은 거 보면 오늘은 안전한 날 같아요.” 

 꼴릿. 

 안전한 날이라는 표현에 심장과 고추가 또 반응을 했다. 

 이 정도면 음란마귀가 씐 것이 아니라 내 자체가 그냥 음란마귀다. 

 “그럼 한 잔 시켜서 나눠 먹어요.” 

 “제가 화장실 가면서 시킬 게요.” 

 “예, 다녀오세요.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규율이에게 톡을 보냈다. 

 원래 연습 중에는 핸드폰 사용금지인데, 규율이는 리더의 특권이자 긴급 연락용으로 가지고 있다. 

 나 [이모님 혹시 특별한 주사 같은 거 없으시지?] 

 귤리다 [주사는 없는데 저한테는 평소보다 애교를 많이 부리는 거 같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취한 티 절대 안낼 거예요. 이모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술 마시면 성격 바뀌는 사람이거든요] 

 나 [오케이] 

 귤리다 [이모 혹시 취했나요?] 

 나 [괜찮으셔. 나는 알러지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괜찮으시대] 

 귤리다 [제가 다른 건 걱정이 안 되는데 저희 집으로 가는 골목이 밤에 좀 으슥하거든요. 가끔 술 취한 사람들이 노상방뇨하고 그래서 밤에는 이모랑 저랑 항상 같이 다녔어요. 헤어지실 때 저희 이모 집 앞까지만 데려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 [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규율이가 취한 걸로는 딱히 걱정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지금까지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는 것 같다. 

 잠시 뒤 이정아가 돌아왔다. 우리는 칵테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좀 더 심화된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이 그녀의 자기고백이었다. 

 그녀는 엄하고 보수적이었던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어느 샌가 자기도 그렇게 변해버렸음을 인정했고, 규율이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억압되고 금욕적인 삶을 강요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완강하시던 아버지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존심이 워낙 강하셔서 남한테 미안하다는 말 거의 안 하고 사셨거든요.” 

 결혼도 안 한 딸이, 죽은 언니를 대신해서 규율이를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약해진 모습에서 이정아는 꽤 충격을 받았다. 

 그런 일련의 복합적인 상황을 통해 그녀는 규율이에 대한 소유욕을 조금씩 덜어내고, 본인 스스로도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슬픈 게 뭔지 아세요?” 

 이정아는 눈을 느리게 꿈뻑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제 인생에서 규율이를 빼니까 남는 게 없어요···.” 

 그녀의 자조적인 고백은 나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정심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단단해보이던 그녀가 마치 세상에 홀로 던져진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내가 정말 그녀에게서 규율이를 뺏기라도 한 것처럼 죄책감까지 들었다. 

 “정신과 쌤이 그러더라고요. 답답하거나 힘든 게 있으면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을 해야 된대요. 가족이나 친구들 만나서 하소연도 하고 울고 싶으면 울래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혹시나 해서 핸드폰 목록을 쭈욱 내려 봤는데 편하게 만

날 만한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어요.”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그럴 때 있거든요. 이유 없이 울적해서 아무 생각 없이 소주나 한 잔 하고 싶은데 친한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애 키우기 바쁘고···. 라고 입바른 위로를 해주기에는, 그녀와 내가 가진 인간관계의 근원적인 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

다. 

 지금 상황에서 내 처지를 빗댄 위로는, 회사 사장 아들이 자기도 힘들게 노력해서 회사를 물려받았다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와 공감은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이런 얘기를 친하지도 않은 대표님한테 하면서 위안을 얻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대표님도 당황스러우시죠?” 

 “아니에요. 제가 먼저 이런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 창피해···.” 

 이정아는 뒤늦게 민망함이 밀려왔는지 손부채질을 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 손 모양에서 핸드잡이 연상되는 건 나도 알딸딸해져서일까, 아니면 뇌가 정액에 절여져버린 탓일까.  나는 음탕한 마음을 소독하듯이 술을 한 모금 홀짝인 뒤 말했다. 

 “규율이랑 왔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다음에 규율이랑 같이 자리 한 번 만들어요.” 

 “어우, 아니에요. 걔 있었으면 애초에 이런 말 꺼내지도 못했을 거예요.” 

 하긴. 고민상담을 하기에 친분이 없는 사람이 더 편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동정심, 죄책감, 책임감, 취기 등이 뒤섞인 충동적인 감정에 의해 그녀에게 진심 반, 가식 반의 마음으로 말해버렸다. 

 “앞으로도 답답하거나 술 생각나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고민 해결은 못 해드려도 들어주는 건 할 수 있어요.” 

 “어우, 아니에요. 민폐는 한 번이면 족하죠···. 저 아마 내일 일어나면 이불킥 할 거예요.” 

 “남한테 힘든 얘기하는 거 진짜 어색하신 가 봐요.” 

 “예···. 규율이 말고 이렇게 속 깊은 얘기하는 건 대표님이 처음이에요. 오죽했으면 그동안 사귀던 남자들이 제가 감정 없는 로보트 같아서 헤어지자고 그랬겠어요.” 

 이거 어째 남 얘기 같지가 않다. 

 대현건설에서 사내 연애하던 가은이도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고 이별을 고했었지. 내가 너무 감정 표현을 안 하니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까 후련하긴 하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이정아의 얼굴에는 조금은 편안해진 미소가 번졌다. 

 나도 분위기도 풀 겸 장난스럽게 말했다. 

 “근데 남자친구는 있으셨네요.” 

 그녀는 떡밥을 덥썩 물었다. 

 “어머, 왜요? 저 남자친구 없게 생겼어요?” 

 “아뇨, 규율이 뒷바라지 하시느라 만날 시간이 없는 줄 알았죠.” 

 “에이, 그래도 나이가 몇 갠데. 저 학교 다닐 때 나름 인기 있었어요. 고백도 많이 받았고.” 

 “그러실 거 같아요. 왠지 규율이랑 비슷한 느낌이었을 거 같은데.” 

 “아, 규율이랑 저 많이 닮았어요?” 

 “예. 이모라는 얘기 안 듣고 만났으면 언니인 줄 알았을 거예요.” 

 “으음, 그랬구나. 저희 학생들도 사진 보고나서 언니 동생 사이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부정은 안 하네. 

 나름 공주 끼가 있다. 

 뭐, 규율이랑 닮았다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지금 계신 학교는 남녀공학이에요?” 

 “예.” 

 “남학생들한테 인기 많으시겠다.” 

 “1년에 네다섯 명 정도는 꼭 고백하는 애들이 있어요. 선생님한테 로망 가질 나이이긴 하죠.” 

 이봐이봐. 절대 겸손 떠는 성격은 아니라니까. 

 규율이 완전체가 맞다. 

 그래도 가식을 떠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살갑게 다가온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뜻이니까. 

 우리는 그렇게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30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눴고, 연습이 끝난 규율이에게 전화가 오고 나서야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녀가 산다고 했지만 계산은 내가 하려고 했다. 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정색하는 바람에 영수증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사 주세요. 저희가 마셨던 게 뭐라고 했었죠? 롱아?” 

 “롱티요.” 

 “아 맞다 롱티, 롱티. 발음이 귀여워요. 롱티.” 

 규율이의 말대로 술이 취하니까 애교가 좀 늘었다.  

 암기를 하려는 듯 계속 롱티, 롱티 거리면서 카운터를 향해 걸어간다. 걸음걸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러다가 결국 카운터 앞에서 카드를 꺼내다가 중심을 잃고 뒤로 휘청거렸다. 

 카운터 직원이 어머, 하며 놀랐고, 다행히 옆에 서 있던 내가 그녀의 팔뚝을 붙잡고 중심을 잡아주었다. 

 “괜찮으세요?” 

 “어후, 감사합니다. 넘어질 뻔 했다···.” 

 우리 선생님은 자기의 취한 모습이 신기한가보다. 

 창피해하기는커녕 나를 향해 순진한 함박웃음을 짓는다. 

 “진짜네요.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일어나니까 술이 확 올라요.” 

 “거봐요. 그게 그런 술이라니까요.” 

 “롱티, 롱티. 앉은뱅이 술, 롱티. 아, 여기 계산해주세요.” 

 “예, 카드 받았습니다.” 

 카운터의 여직원은 이정아가 귀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긁었다.  나는 이정아가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까지 팔을 붙잡아 부축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섹슈얼 스크린이 떴다. 

――――――――― 

 ―이름 : 이정아 

 ―나이 : 35 

 ―키 : 162cm 

 ―몸무게 : 50kg 

 ―나에 대한 호감도 : 조건부A 

 ―성욕 : D 

 ―성 개방지수 : E 

 ―성 판타지 :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 조건부 원나잇 

 ―핀 포인트 : 오금, 발목 

 ―공략 Tip : 평소였다면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오늘은 왠지 흐트러지고 싶어. 이상하게 남자의 살이 그립기도 하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기일식처럼 흔치 않은 기회이니 승부 성교를 통해 개척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집 앞까지 바래다 준 뒤 커피 한잔 달라고 해

라. 

――――――――― 

 “아, 맞다. 대표님 차 가지고 오셨잖아요. 대리 부르셔야죠.” 

 “예? 아, 이모님 모셔드리고요.” 

 “아니에요. 저희 집 바로 코앞이라서 그냥 걸어가도 돼요.” 

 “집 앞 골목길 무섭다고 규율이가 꼭 모셔다 드리래요” 

 “아··· 가는 길이 좀 그렇긴 한데··· 제가 너무 죄송해서요···.” 

 “그럼 커피 한 잔 주세요.” 

 “아, 그럼 차 한 잔 하고 가실래요?” 

 이정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내가 ‘섹스’ 그 자체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규율이의 이모를 건드릴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다. 만약 그녀가 평소처럼 철벽을 둘렀으면 당연히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너무나 외로워보였고 위태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와 피부 마찰을 하고 정액을 주입 받는다면 그 공허함이 채워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나는 질거운 섹스와 질내사정을 통해 기꺼이 이정아를 위로해줘야만 한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거부할 수 없고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생체 딜도로서의 의무이자 임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율이와 이정아 모두에게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만약 나와의 섹스를 통해 이정아의 우울증이 나아지고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만 있다면, 나는 유사 모녀덮밥도 할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

< 정규율 이모 이정아(3)-유사 모녀덮밥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