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8화.규율아 여기서 그러는 거 아니야 (221/371)

< 규율아 여기서 그러는 거 아니야 >

우리 회사에서 연습생 시스템을 도입한 뒤 영입했었던 초창기 연습생은 10여명. 

 그 중 2명이 라희와 란이였고, 나머지는 YH엔터의 전신인 흥얼흥얼 사운드 시절에 보컬 레슨을 받던 학생들과 그들이 데리고 왔었던 지망생 친구 등으로 이뤄졌었다. 

 그 이후 미오, 지유, 규율이가 합류했고, 나머지 12명은 이번 프로젝트를 대비한 회사 자체 오디션 또는 트레이너들의 지인 추천을 통해 발탁한 연습생들이다. 그래서 나도 아직 얼굴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연습생 경력은 미오가 3개월로 가장 짧고 규율이가 10년으로 가장 고여 버렸다. 

 나머지는 모두 6개월에서 3년 사이. 

 이미 데뷔가 확정되어 컨셉 회의까지 진행 중인 어덕 5명은 최종 후보를 뽑는 준결승 미션 전에 모두 탈락할 예정이고, 나머지 19명 중에서 최종 7인이 새로운 데뷔조가 되어 팀을 꾸리게 된다. 

 ―우리 연습생분들, 왼쪽 끝부터 한 번 봐주세요. 예, 아주 예쁘고 귀엽습니다. 

 쓰리에스 게이트가 여전히 기사에 오르내리며 ‘아이돌 흑역사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업키걸 이후 처음으로 제작되는 YH표 걸그룹 프로젝트인 만큼 걸그룹 덕후들의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쇼케이스는 뮤즈티비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있는데, 연습생들이 무대에 공개된 이후 시청자수가 2천 명에서 1만 명 정도로 뛰며 나름 나쁘지 않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으흠, 비주얼로 눈에 띄는 분이 몇 명 있네요.” 

 연예부 팀장인 강도형 기자도 이제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걸그룹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애그룹은 VNF― ‘덕기자의 십덕쿵덕’이라는 테마로 한 달에 한 번 걸그룹 기획 기사를 쓰고 있는데, 무대에 일렬로 선 24명의 얼굴을 쭈욱 훑어보면서 휴대폰에 메모를 시작했다. 

 나는 쇼케이스 라방에 올라오는 채팅창을 모니터하며 그에게 물었다. 

 “비주얼로는 누가 제일 괜찮아 보여요? 센터 후보.” 

 “제 개인적인 취향은 5번인데, 대중이 좋아할 만한 비주얼 센터감은 12번이랑 17번 아닐까요? 근데 메이크업이랑 컨셉, 카메라 빨에 따라서 또 달라지니까 아직은 모르죠.” 

 “그렇죠.” 

 그의 첫인상 컨텍을 받은 세 명 중에서 어덕 멤버는 12번인 규율이 뿐이었다. 

 아무래도 비율이 좋고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가장 먼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5번은 가장 밝은 스타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회사 자체 평가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안착하고 있는 서아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무난하게 데뷔조에 들어 팀의 센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번은 이번 오디션을 통해서 새로 들어온 아이였는데, 키도 적당하고 얼굴도 예쁘장하지만 아우라는 좀 희미하다. 

 뭐, 아우라가 희미하다고 해도 자신만의 매력과 노력이 뒷받침되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이번 오디션을 통해 나머지 아이들의 포텐이 충분히 발휘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덕도 어덕이지만 저 아이들도 모두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식구들이니까. 

 ―자 그럼 우리 연습생들이 준비한 무대를 한 번 볼까요? 뒤에 앉아 계신 팬 분들, 스물네 명의 소녀들에게 눈과 마음을 빼앗길 준비 되셨습니까! 

 연습생들이 준비한 무대는 30분 정도. 

 스물네 명 전원이 함께하는 단체곡 두 곡에 보컬, 랩, 댄스 등 자신의 주요 포지션에 맞춰서 다섯 팀으로 조합된 무대로 꾸며진다. 

 어덕 아이들도 각자 찢어져서 다른 연습생들과 팀을 꾸렸다. 

 그동안의 연습 과정을 지켜본 트레이너들이 포지션 별 밸런스를 종합해서 A~D까지 사전 등급을 매긴 결과 안무와 보컬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규율이와 란이가 A등급, 라희와 지유가 B등급, 댄스 실력은 월등히 올랐지만 노래가 아직 부족한 미오는 C등급에 랭크됐

었다. 

 A등급을 받은 연습생은 규율이와 란이, 서아 세 명뿐이었다. 

 등급은 초반 방송의 분량으로도 직결이 되는데, 아무래도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반의 관심은 A, B 상위그룹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도 10년차 연습생 및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야깃거리를 가진 규율이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란이

가 초반 이슈 메이커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에, 틴크러쉬 느낌이 물씬 풍겼던 마지막 팀의 무대까지 보셨습니다! 

 아이들의 소개와 준비했던 공연이 모두 끝났다. 

 강 기자가 마지막 무대에 올랐던 라희를 지목하며 묻는다. 

 “아, ‘분수’ 작곡한 친구가 6번이구나. 맞죠, 대표님?” 

 “예, 맞아요.” 

 “완전 싱어송라이터 느낌인 줄 알았더니 퍼포먼스도 꽤 되는데요? 저는 마지막 무대에서 6번이 제일 좋았어요.” 

 “저희 회사에서 제일 오래된 연습생이에요.” 

 “음, 체크, 체크. 저 친구 느낌 있어요. 데뷔 초 소민정 느낌 좀 많이 나고···. 롤 모델이 혹시 소민정?” 

 “제가 봐도 음악 스타일은 소민정인데 자기 롤 모델은 곧 죽어도 요나래요.” 

 “음, 그건 또 반전이네요.” 

 “업키걸 팬 미팅하러 방송국 온 거 캐스팅 했거든요.” 

 “아, 대표님이 직접요?” 

 “예.” 

 강 기자는 라희의 떡잎을 알아봤는지 휴대폰에 라희 관련 메모를 적어나갔다. 

 나는 아이돌 전문가인 그에게 다른 어덕 멤버들의 평가도 물어봤다. 평소 직설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이라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확실히 덕후로서나 전문가로서 보는 눈이 있었다. 

 <라희>  음악적 재능과 퍼포밍, 귀여운 외모까지 겸비했으니 대중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 롱런할 스타일이다. 아예 소민정을 롤 모델로 잡고, 국민여동생 컨셉에서 뮤지션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차라리 좋을 듯. 

 <란> 

 방금 버스킹 영상도 확인했는데, 외모도 실력도 쩌리였던 아이컨택 때와는 180도 달라져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아예 인상 자체가 달라졌다. 사생활과 스캔들을 배제하고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와 매력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데뷔조의 가능성이 있다. 

 <미오> 

 키가 큰데다가 댄스 포지션이라서 그런지 센터에서 안무를 할 때 확실히 존재감이 나타난다. 춤을 출 때 표정과 연기가 좋다. 얼굴은 하얀 미소녀인데 비해 피지컬이 좋아서 남덕 여덕 모두가 좋아할 타입이다. 

 <지유> 

 전형적인 씹덕몰이상. 보컬 스타일도 그렇고 업키걸 은빛이 떠올랐다. 

 <규율> 

 비주얼 센터감. 연습생답지 않게 무대 위에서 노련하고 여유롭다. 비주얼과 실력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능숙해 보이는 나머지 신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상큼함과 신선함을 가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만약 규율이가 팀의 리더면요?” 

 “그럼 상관없죠.” 

 평가를 마친 강 기자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무대 위의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혹시 방금 물어보신 다섯 명이 한 팀이에요?” 

 나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거만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왜 그렇게 여쭤봤냐면요, 다섯 명이 따로따로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한 번에 묶어놓고 이미지를 떠올리니까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다들 워낙 개성이 강해서 그 부분이 조금 걱정됐거든요.” 

 “업키걸도 그렇잖아요. 떨어뜨려 놓고 보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무대 위에서 모아놓으면 조합도 좋고 시너지도 좋고. 아, 그러고 보니까 똑같이 다섯 명이네요.” 

 “업키걸이랑은 느낌이 조금 다르지 않나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달라요. 상대적으로 업키걸이 신인처럼 더 풋풋해 보이고 이쪽은 뭐랄까···. 조금 경력 있는 신입? 재수해서 입학한 신입생?” 

 처녀 비치 느낌인가···. 

 “아무래도 데뷔를 했었던 친구도 있고 업키걸 애들에 비해서 연습기간도 길어서 그런가 봐요.” 

 “저는 뭐 컨셉만 잘 빠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일단 멤버들 비주얼이랑 구성은 좋아요.” 

 그의 평가 속에는 당연히 이런 전제가 깔려있었다. 

 데뷔를 할 수만 있다면···. 

 ―안녕하세요, 줌인더스타의 황유리 기자입니다. 

 아이들의 퍼포먼스가 끝난 무대 위에선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이 시작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이미 경쟁과 평가가 시작된다고 볼 수가 있다. 

 기자는 미리 전달된 프로필을 통해서 특정 연습생을 지정해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전체에게 질문을 할 수가 있는데, 전체 질문에 대한 답변은 MC가 랜덤으로 지정할 수가 있고 연습생이 직접 나서서 할 수도 있다. 

 PD와 작가를 포함한 연출팀과 심사위원단이 지켜보는 앞에서, 얼마나 조리 있고 재치 있게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주목도와 기대감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 

 청문회 자리에서 스타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처럼, 답변자는 기사사진에 단독 샷이 나가게 될 확률도 높고,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아이돌로서의 재능과 인성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될 상황이 온다면 어떤 걸 포기하시겠습니까? 

 요즘 떠들썩한 연예계 시국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고, 먼저 손을 드는 사람이 답변을 할 수 있는 전체 질의였다. 

 하지만 질문의 포인트가 약간 두루뭉술한데다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지 곧바로 나서는 연습생은 없었다. 그러자 MC 전성모가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대중 앞에 보여지는 연예인에게 있어서 인성과 재능은 모두 중요한 요소인데요, 그 둘 중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뭘 택하시겠습니까. 5초 안에 답변자가 나오지 않으면 제가 직접 지목을 하겠습니다. 오, 사···. 

 ―저요. 

 ―예, 저기 12번 연습생에게 마이크 좀 주세요. 

 손을 든 사람은 규율이었다. 

 녀석의 답변은 당연히 인성이겠···. 

 ―굳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저는 재능을 고르겠습니다. 

 으응? 재능? 

 ―이유는요? 

 ―화가가 그림에 의미를 담고 작가가 글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연예인은 연기와 노래, 웃음 등, 본인이 가진 재능을 통해 대중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직업입니다. 물론 인성까지 갖춰서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질문해

주신 것처럼 둘이 공존할 수 없다면 직업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답이 갈릴 수 있는 문제였다. 

 질문의 요점은 자신의 생각이나 센스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 였는데, 규율이는 유머나 재치보다는 논리적인 답변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규율이의 조리 있고 딱 부러지는 언변에 프레스석과 관객석의 모든 시선이 규율이에게 집중이 되었다. “오오~” 하는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규율이는 예시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보강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실력이 압도적으로 좋으면 사생활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무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 팬 서비스가 나빠서 안티가 많던 운동선수가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여론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사생활

이 문란하고 좋지 못한 스캔들에 휩싸이다가도, 작품만 공개되면 항상 흥행을 하고 상을 타는 연예인도 많습니다. 

 많지. 

 그 대표적인 예가 실력파 보컬리스트 ‘시루’인데, 문어발식으로 문란한 연애를 하다가 수차례 스캔들을 일으킨 그를 향해 네티즌들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시루의 성기는 욕하되, 성대는 욕하지 말라. 

 ―하지만 재능이 없으면 애초에 대중의 주목이나 인정 자체를 못 받게 되기 때문에 연예인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인간으로서는 당연히 인성이 앞서야 하지만 예체능인에게 있어서만큼은 재능이나 실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봅니다. 

 “어이고,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좋은데 말까지 잘하네요.” 

 안 그래도 규율이를 인상 깊게 지켜보던 강 기자는 흐뭇한 삼촌 미소를 짓다가 이내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근데 저거 기사 타이틀은 어떻게 뽑히는 줄 아세요?” 

 “어떻게요?” 

 “아이돌에게 인성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아···.” 

 “큭큭큭, 다 그렇게 쓴다는 건 아니고요. 그딴 식으로 자극적으로 타이틀 뽑아서 조회수 올리는 기레기가 한 명쯤은 있을 거예요. 특히 조오기, 쟤네.” 

 그가 턱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한 여자 기자가 손을 들며 일어선다. 

 ―안녕하세요. 소온 연예부 기자 김소영입니다. 저는 18번 이소란 연습생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소온. SONE. 

 쓰리에스 엔터의 홍보성 기사를 대놓고 써서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아예 쓰리에스 나팔수라고 인식돼 있는 그곳이다. 

 강 기자의 반응도 그렇고, 대놓고 란이를 지목하는 것이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연습생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미리 공문을 보내놨으니 민감한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본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이돌에게 있어서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마약과 섹스 스캔들에 연루되셨던 과거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재도전을 하게 된 계기나 원동력이 있었나요? 

 “에헤이, 저 봐 저 봐. 쟤네는 꼭 저런 다니까.” 

 강 기자를 포함해서, 프레스석에 자리한 다른 언론사의 일부 기자들도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래도 란이는 답변을 하려는 생각인지 마이크를 잡고 있는 규율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MC 전성모가 먼저 나서서 질문을 커트했다. 

 ―어··· 오늘 간담회 자리에서는 프로그램에 관련된 질문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영 기자는 굽히지 않았다. 

 마치 어떤 사명감이라도 가진 듯한 기세로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당연히 프로그램과 관련된 질문이었습니다. 앞서 12번 연습생은 인성보다 재능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능에서 과연 대중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아동성범죄 전과가 있는 연기자가 부성애 강한 딸 바보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고 하면 과연 대중들이···. 

 ―김소영 기자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김 기자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건 규율이었다. 

 ―기자님이 방금 말씀하신 예시는 전제부터가 잘못된 부당전제의 오류에 해당됩니다. 저는 재능과 인성 중에서 굳이 골라야 한다면 재능을 택한 거고요, 그런 전제 하에 의견을 말씀드린 거지 인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당연히 인성과 실력이 같이 동

반돼야 합니다. 

 규율이의 당돌한 답변을 들은 김 기자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졌다. 

 ―예, 제 말이 그거예요. 그런데 이소란 연습생은 인성이 동반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마약과 섹스에 빠진 아이돌을 과연 누가 좋아할까요? 

 규율이는 마치 자기가 란이의 변호사라도 된 것처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또박또박 항변했다. 

 ―김소영 기자님께서는 언급하신 마약은 이소란 연습생이 오히려 피해자 입장입니다. 그리고 다른 문제점으로 꼽으신 섹스는 인성과는 아무런 연관점도 없습니다. 

 ―연관점이 왜 없어요? 그럼 문란한 사생활이 옳다는 얘깁니까?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만약 섹스가 인성에 위배되는 거라면, 김소영 기자님을 포함해서 여기 계신 모두가 잘못된 인성을 가진 부모님들께 태어났다는 뜻이니까요. 

 아··· 머리 아파. 

 규율아, 싸우지 마······. 

 니가 옳든 그르든 여기서 그러는 거 아니야······. 

 “와, 말 잘하네. 연습생 프로필 중에 서울대 출신 한 명 있다던데 설마 저 친구예요?”  “예···.” 

 “전공이 뭐예요?” 

 “언론정보학과요. 아이돌로 데뷔 못하면 아나운서나 앵커 되려고 했대요.” 

 “어이고 어쩐지···. 완전 엄친딸이시네.” 

 말문이 막힌 김소영 기자. 

 우리 회사 사람들 빼고 모두가 꿀잼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규율이의 부관참시가 들어갔다.

< 규율아 여기서 그러는 거 아니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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