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7화.저도 이제 김윤호 좋아해요 (220/371)

< 저도 이제 김윤호 좋아해요 >

동서남북 사방교배가 끝난 뒤. 

 숙소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업키걸이 타는 밴을 가져왔던 나는 어덕 5명을 태우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먼저 가 있으라고 했던 라희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묻지 않았다. 

 “와, 차 진짜 좋다아.” 

 “우리는 언제 이런 거 탈 수 있을까.” 

 “일어서도 머리 안 닿는 게 제일 좋다. 옷 갈아입을 때 편할 거 같아.” 

 “연말 시상식 할 때 업키걸 언니들 이 차에서 내리시는 거 보니까 진짜 멋있더라고요.” 

 “그치, 허리 안 숙이고 바로 서서 내리니까 뭔가 쫌 있어 보이는 거 같아.” 

 “아, 그것도 그렇겠구나. 짧은 치마 입었을 때는 차에서 내릴 때 쫌 신경 쓰이잖아요.” 

 “에이, 팬들을 위해서 살짝 보여주는 게 매너지.” 

 차를 주제로 한 차례 호들갑을 떤 녀석들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곧장 교배 이야기로 넘어간 것은 역시나 란이 때문이었다. 

 2열 문 쪽 좌석에 앉은 녀석이 마치 3차선에서 1차선으로 냅다 들이미는 것처럼 내게 묻는다. 

 “대표님이랑 섹스 하면 제일 좋은 게 뭔지 알아요?” 

 “어···? 차 얘기 하다가 갑자기?” 

 “할 때는 막 당장이라도 잠들 것처럼 나른하거든요? 근데 막상 끝나고 나면 하나도 안 피곤하고 오히려 개운해요. 뭐랄까, 땀 뻘뻘 흘린 뒤에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나온 느낌?” 

 지유가 “맞아요, 맞아요.”하면서 한마디 거든다. 

 “저는 대표님 정액에서 좋은 향기 나는 게 제일 좋아요. 맛도 좋··· 흠, 흠.” 

 “그렇지. 뭔가 싸구려 향기가 아니라 되게 맛있고 달달한 냄새야. 냄새 맡으면 그냥 먹고 싶어져.” 

 “네, 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네요.” 

 그 모든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미오는 보조석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육욕에서 벗어나 규율이는 현타에 빠졌는지, 이제 그런 얘기 따위 듣고 싶지 않다는 투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튼 것 같다. 

 3열에 앉아 있는 라희는 화자인 란이와 지유를 번갈아 쳐다보며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조금 더 세세하게 얘기해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망란이는 막내의 호기심 충만한 눈동자에 부응해주었다. 차가 회사 앞에 멈춰서는 그 짧은 시간동안 자지보지교미삽입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차에서 내릴 때가 돼서야 고개를 흔들며 자책했다. 

 “아, 이러면 또 꼴리잖아. 안 돼, 안 돼! 정신 차려야지! 내립시다! 아으, 잠깐···!” 

 문을 열고 내리려다가 멈칫 거린 란이를 시작으로. 

 “흐읏.” 

 “아이코···!” 

 “흐응···.” 

 차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서려던 동서남북 수호성기들 모두가 몸을 움찔거리거나 인상을 찌푸리며 외마디 신음을 흘렸다. 

 녀석들의 집단 광기가 또 시작된 건 아닌지 심장이 쿵 내려앉은 나는 보조석에서 막 문을 열던 미오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 

 “아··· 대표님 정액 흘러 나와서요··· 으으으···!” 

 나머지 세 명도 같은 이유였다. 

 녀석들은 하나 같이 복통에 시달리는 포즈로 엉거주춤하게 멈춰 서서 후폭풍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 중에서도 사정액을 머금고 춤을 추면 안무의 느낌이 더 산다는 란이의 표정이 꽤나 억울해 보였다. 녀석은 곧장 바지 앞면을 당겨서 팬티 속을 확인했다. 

 “안 돼, 내 아가들아. 오늘은 최대한 오래 붙어 있어줘야 돼···! 흐읍!” 

 란이의 말을 들은 미오의 어깨가 흠칫 움츠러든다. 

 “와아··· 방금 그 말은 마음으로 설렜다, 하아아···.” 

 지유는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주먹 쥔 양손을 바르르 떨었다. 

 “하으응, 어떡해. 저는 모유까지 흘렀어요···.” 

 규율이는 요가에서 호흡을 하는 것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백미러를 통해 내 눈치를 살폈다. 

 눈이 마주치자 특유의 슬픈 개구리 표정을 짓는다.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약물 치료라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성대 치료가 끝나면 녀석으로서는 나와 섹스를 할 수 있는 대의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녀석의 성격상 먼저 섹스하고 싶다고 징징 거릴 리는 없고, 또 밤마다 내 영상을 보고 이름을 울부짖으면서 자위로 해결하겠지. 

 나 역시 규율이의 하얀 피부와 슬렌디한 몸매, 핑크빛 유두, 음부가 그리울 것이다. 

 “란이 언니 잠시만요, 저 먼저 내릴 게요오.” 

 흘러나올 것이 없는 라희는 좌석 통로로 나와서 처음 듣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 

 “사실 나도 할 수 있는데, 꼭 어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데, 내게도 하얀빛의 사랑을 담아주세요오.” 

 “오, 라희쓰 멜로디 좋은데? 새로 쓴 거야?” 

 “예? 아··· 예···.” 

 “완성되면 들려줘.” 

 “예엡.”  주로 어쿠스틱하고 애널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라희의 특성상 현재 구상 중인 어덕의 컨셉과는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멜로디가 한 번에 확 꽂히는 것이, 라희의 솔로 앨범에 넣든가 다른 곳에 팔아도 좋을 것 같다. 

 “아으··· 아까운 내 섀끼들, 엄청 많이 나왔네. 힝···.” 

 “나도 엄청 많이 나왔어. 대표님, 저희 숙소 다시 가서 팬티 갈아입고 와야겠는데요.” 

 “규율이랑 지유도?” 

 “예.” 

 “예.” 

 “그럼 내가 숙소 가서 가져올 테니까 너네 먼저 들어가 있어. 왔다 갔다 할 시간 없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란이가 놀란 투로 대답한다. 

 “어, 잠깐만요. 팬티 바로 말랐는데요? 엄마야, 내 섀끼들 다 어디 갔노.” 

 아, 맞다. 

 아까 주간 사정 횟수 경신 보상으로 휘발 정액 머시기 나왔었지, 참.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 내부는 질척한데 비해 밖으로 흘러나온 정액들은 팬티에 닿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증발이 되어버리는 기현상을 체험했다. 

 미오는 스킬의 영향인 것을 뒤늦게 눈치 채고 고개를 끄덕였고, 란이는 이제 이 정도 초자연적 현상은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덤덤하게 드립을 날렸다. 

 “참나. 이제는 섹스를 그냥 김윤호라고 불러야겠다. 대표님, 나 오늘 김윤호 하고 싶어요, 이렇게.” 

 “푸흐흑, 잘 어울린다.” 

 “흐흐흐흫, 웃겨요 언니.” 

 지유와 미오가 맞장구를 쳐주자 란이는 아주 신이 나서 되묻는다. 

 “지유야, 너는 언제 제일 김윤호가 꼴려?” 

 “저요? 저는··· 으음······ 잠들기 전···? 풉! 아, 진짜 웃겨요! 흫하하핰” 

 “미오 언니는 김윤호 판타지가 뭐예요?” 

 “내 김윤호 판타지는 공중화장실에서 하는 거.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데.” 

 “어우, 공중화장실 완전 꼴려! 말만 들어도 김윤호 확 땡기는 데요?” 

 “그치? 죽기 전에 야외 김윤호는 한 번 해봐야 돼.” 

 대표의 위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구제 받지 못할 놈들······. 

 미오가 규율이에게도 묻는다. 

 “귤리다님은 언제 김윤호가 땡기십니까?” 

 “뭐래, 늦었어. 빨리 나가.” 

 “우리 귤리다님 현타 오셨네.” 

 “현타가 아니라 대표님 앞에서 이미지 관리 하는 거죠 뭐.” 

 미오와 지유의 합동공격에 규율이는 “어휴···.” 하고 한심하다는 투로 고개를 저으며 차에서 내렸다. 

 란이가 내게 묻는다. 

 “대표님은 항상 김윤호 땡기죠?” 

 나도 규율이처럼 어휴, 하고 도리질을 치며 내렸다.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지잉 하고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규율이의 톡이었다. 

 정선비 [저도 이제 김윤호 좋아해요..] 

구제해야 할 놈이 하나 더 늘었다. 

*** 

 “지금부터 ‘프라우들리24 소녀날다’, 이하 ‘소녀날다’의 쇼케이스 간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제작진과 심사를 맡은 메인 프로듀서님들부터 모셔볼 텐데요,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주십시오. 나와 주세요!” 

 ‘노래해듀오’와 ‘리플레이걸’에 이어, 이번 ‘소녀날다’까지 함께하며 우리와는 인연이 깊은 MC 전성모가 직접 쇼케이스 진행까지 맡으면서 능숙하게 시작을 알렸다. 

 나는 제작진, 심사위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100여명의 기자 및 연예 관계자, 그리고 사전 모집한 100명의 방청객들이 아직은 정돈되지 않은 어색한 박수와 함성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무대에 오르신 분들 다 같이 손 한 번 흔들면서 무대 오른쪽 봐주시고요. 다음은 정면 한 번 봐주세요. 예, 좋습니다. 왼쪽 무대 끝도 한 번 봐주세요.” 

 기사에 첨부하기 위한 포토타임이 끝난 뒤 메인 PD의 제작 의도 및 프로그램 소개가 이어졌다. 

 “예, ‘소녀날다’의 메인 프로듀서를 맡게 된 주승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짝짝짝! 

 “저희 ‘소녀날다’는 업키걸과 립밤의 소속사인 YH엔터테인먼트에서 현재 연습을 하고 있는 걸그룹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뷔 프로젝트 오디션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경연과 미션을 통해서 상위권에 오른 7명의 연습생들은 바로 데뷔조로 편성이 되고요, 올해 하

반기 내에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 기자 분들 질문을 받기 전에, 제가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은 MC로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질문을 하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예능 진행 MC에 최적화된 전성모답게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로 진행을 하며 테이블에 앉은 제작, 심사위원단을 긴장시켰다. 

 그의 타깃은 그동안 꽤 친분이 쌓인 나였다. 

 “김윤호 대표님.” 

 “예.”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제작간담회 보도 자료에 달린 댓글을 몇 개 읽어봤습니다.” 

 “예에.” 

 “그동안 범람했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의 이응 자만 들어도 외면하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저희 ‘소녀날다’가 기존 아이돌 오디션과 이 부분만큼은 다르다, 하는 점을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참가자들이 다릅니다.” 

 간단명료한 내 답변에 드문드문 웃음이 터진다. 

 물론 나는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답한 것이다. 

 비록 대본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이런 종류의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걸 예상했을 것이고, 나 역시 그에 대한 맞춤 답변을 미리 생각해두었다. 

 나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저 역시 오디션이라는 포맷에서 나올 수 있는 콘텐츠는 거의 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는 이유는, 오디션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이 새롭고 개별화 된 콘텐츠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

다. 또 그 개개인이 모여서 다양한 조합을 이루고 그 속에서 케미를 보여주는 것이 한 편의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전성모는 질문이 잘 먹혔다는 듯 흡족한 얼굴이고, 기자들의 노트북 타이핑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다. 

 “다소 식상하고 뻔하다는 의견 속에서도 그래도 매번 이슈가 되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매력적이고 재능 있는 참가자들이 있다는 전제가 붙어야겠지만요.” 

 “그럼 이번에 선보이게 될 YH 소속 24명의 소녀들 중에 시청자분들의 이목을 붙잡아둘 만한 연습생이 있습니까?” 

 “예, 그럼요.” 

 “자신 있으십니까?” 

 “예, 자신 있습니다.” 

 “좋습니다. 대세 걸그룹 업키걸을 키우며 국민 실장님이라 불리던 김윤호 대표님께서 이번에는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는지는 잠시 뒤에 공개하기로 하고요, 다음은 어제 막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심사위원 라예나 씨께 질문을 드리겠습···.” 

 “아, 전성모 씨 제발 대본대로 좀 하면 안 돼요? 몇 년을 봤는데도 항상 이래, 항상.” 

 “하하하하하하!” 

 방송이라면 잔뼈가 굵은 특별 심사위원단들은 전성모 MC의 돌발 질문을 재치 있게 받아넘기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냈다. 

 이어서 40여 분간 진행된 기자들의 질문은 제작발표회에서 으레 언급되는 통상적이고 형식적인 것들이었고, 그렇게 제작진과 심사위원단의 인터뷰는 별 문제없이 끝이 났다. 

 “이제 역사적인 데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될 24명 소녀들이 여러분 앞에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게 될 텐데요······.” 

 무대 밑으로 내려온 나는 아이들의 무대를 모니터 하고 관객들의 반응도 보기 위해서 무대 가장 뒤편 비상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리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연예전문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와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30대 초반의 남자 기자였다. 

 “뭐야, 설마 이제 온 거예요?” 

 “아뇨, 담배 한 대 피우고 왔어요. 제가 저기 앉아서 기사작성 할 연차는 아니잖아요. 참가자들 얼굴만 보면 되지.” 

 남성적인 사각턱과 수염자국이 인상적인 그가 스프레이형 구강 청결제를 칙칙 뿌린 뒤 능글맞게 묻는다. 

 “데뷔조 편성은 반반이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나 회사가 밀어주는 참가자가 있는 것은 공공연한 업계 비밀. 

 디테일한 순위까지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상위권으로 올라갈 만한 참가자들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다. 

 그들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편집과 분량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물론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만도 아니다. 

 사전에 참가자 인터뷰를 따고 실력까지 점검했던 제작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라이징 스타의 등장이야 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 아니겠는가. 

 사전 점검을 통해 상위권으로 평가 받던 참가자가 실제 무대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회를 거듭할수록 포텐을 터뜨리며 급성장하는 참가자들 또한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완전한 각본도 아니고 완전한 리얼도 아닌 ‘반반’이라고 부르는 것

이다. 

 “뭐 그렇죠.” 

 “그 누구냐, 아이컨택 란이.” 

 “예.” 

 “그 분은 그냥 이슈 메이커죠?” 

 “아니에요, 란이 잘해요. 요새 유튜브에서 버스킹으로 핫한데.” 

 “아, 그래요? 뭐라고 검색해야 돼요?” 

 “눈누란라희.” 

 강 기자가 영상을 검색하는 사이 연습생들의 쇼케이스를 위한 무대 준비가 끝났다. 스테이지 위로 뻔하디 뻔한 핑크색 교복 스타일로 맞춰 입은 아이들이 일렬로 등장하며 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자 지금 24명의 소녀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 저도 이제 김윤호 좋아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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