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글리 더클링 정규율(1)-얘도 빌런이다 >
205. 어글리 더클링 정규율(1)-얘도 빌런이다
규율이가 트로피컬 정액 주스를 마시자마자 상태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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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용 횟수 : 20/21>
<다음 복용시간 : 7:59:52>
―복용 후 8시간동안은 통증이 가라앉고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액은 1시간 이내에 채취한 신선한 상태여야 합니다. 1시간이 지난 정액은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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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한 번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해두면 어떨까 했는데 꼼수가 원천봉쇄 당했다. 하여튼 씹창 이 새끼는 나를 못 싸게 해서 안달이라니까.
“어? 흠, 흠!”
정액 주스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규율이가 먼저 알아챘다. 성대의 느낌이 뭔가 달라졌는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녀석은 바로 발성연습의 음계를 내뱉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음이 힘겹긴 했지만 방금 전까지 말도 제대로 못했던 것에 비하면 극적인 효과가 아닐 수 없었다.
기적을 몸소 체험한 규율이가 신을 영접한 신도처럼 나를 쳐다본다.
“목소리 나와요! 아, 아!”
“거봐, 내가 괜히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니까.”
녀석은 그제야 약병을 주의 깊게 쳐다보며 물었다.
“이거 뭐예요? 약이에요?”
“어? 어··· 약은 아니고. 뭐 목에 좋은 즙 같은 거 몇 개 섞은 건데 하루에 세 번 먹으면 돼. 한 번 먹을 때마다 8시간 정도 효과 있고.”
“어디서 팔아요?”
“안 팔아. 내가 직접 만든 거야.”
규율이는 첨가물이 뭔지 알아보려는 듯, 약병에 미세하게 남아있던 한 방울 정도의 액체를 탈탈 털어서 혀끝으로 맛봤다. 짭짭거리며 묻는다.
“뭐뭐 들어간 거예요? 오렌지 맛도 나는 거 같고···.”
말 못해. 정액이랑 침이라고 어떻게 말을 해.
나는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알면 못 먹을 텐데.”
“윽, 혹시 이상한 거 들어가요?”
“응. 지네랑 개구리, 사마귀, 변기에 낀 분홍색 곰팡이, 수놈 유기견 꼬추 끝에 달린 털 세 가닥.”
“큭큭큭.”
“원래 잡내가 엄청 심해서 못 먹는데, 델몬트 오렌지 주스로 냄새를 없앤 거지.”
목이 나은 규율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웬일로 농담까지 건넸다.
“그 귀한 재료를 다 어디서 구하셨어요?”
“중고나라 직거래.”
“크흐흐흫, 감사합니다.”
“그래. 나 진짜 고생 엄청 많이 했어. 그리고 이건 신선도가 생명이라서 미리 만들어 놓지도 못해. 무조건 1시간 이내에 싼··· 만든 거라야 효과가 있거든. 이건 농담 아니야.”
“아···. 근데 진짜 신기해요. 어떻게 먹자마자 바로 낫지? 아! 아!”
규율이는 발성을 통해 목 상태를 계속 시험했다.
소리를 내면 낼수록 꽉 잠겨 있던 목청이 점점 뚫린다.
성대에 이상이 생긴 뒤부터 불안하게 일렁이던 아우라도 이제야 진정이 됐다.
“바로 연습해도 될 거야. 보자··· 지금이 1시니까 9시 전에 한 번 더 먹으면 되겠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내가 출근하기 전에 숙소 들릴게. 한 6시쯤 괜찮아?”
“예. 저 요즘에 5시에 일어나요.”
“그렇게 무리하니까 목이 나가지. 암튼, 나 볼 일 있어서 나가봐야 되는데 같이 나갈래?”
“저는 세수 좀 하고 가겠습니다.”
“응, 그래. 그럼 나 먼저 간다.”
“예···.”
대답이 영 시원찮기에 되물었다.
“왜? 할 말 있어?”
“아··· 감사합니다···.”
나는 싱겁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진지하게 말을 해주었다.
“그래, 규율아. 내가 너 마음 편하라고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너한테 생긴 문제의 대부분은 내 선에서 해결 가능한 거니까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예···.”
혼자 울면서 괴로워했던 게 자기도 멋쩍었던지 민망한 손짓으로 뺨을 긁는다. 그리고 비 오는 발리에서 내게 고백을 했던 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업키걸님들이랑 저희 멤버들이 왜 그렇게 대표님을 의지하고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나는 낯 뜨거운 티를 내지 않으려고 괜히 허세를 부렸다.
“내가 매력이 좀 있지.”
“제가 이모 외의 누군가에게 의지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거봐 인마.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했잖아. 지금도 봐봐. 니가 그렇게 걱정하던 란이 사건. 그거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어? 어? 지유도 곧 해결 될 거야.”
“예, 이제는 의심 안 할 게요.”
“그래.”
“그리고··· 아까 허락도 없이 대표님 안았던 거 죄송합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아요.”
“아, 내 몸이 원래 그런 용도로 쓰이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예?”
“옛날에 업키걸 애들은 방송이나 공연하기 전에 한 명씩 포옹하고 출동했어.”
“아, 포옹식. 방송에서 봤어요.”
“나중에는 다른 팀 애들도 해달라고 하더라. 피곤할 때 잠깐 쉬었다가 가는 졸음쉼터 같은 거지.”
“큭큭킄.”
“그래. 간다.”
현관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규율이가 다급하게 외친다.
“저, 저 그럼 한 번만 더 안을게요!”
나는 관대하게 팔을 벌리며 졸음쉼터를 개방했다.
“드루와.”
다시 한 번 품에 안긴 규율이의 심장박동이 내 가슴 전체를 울릴 만큼 강하고 빠르게 뛴다.
몸도 뜨겁다.
호흡도 흡흐흡흐 거칠다.
이거 뭔가 포옹의 느낌이 아까처럼 순수하지 않고 야릇한 것이···.
아뿔싸, 불타는 태양의 호로새끼 미약!
덧붙여 이곳은 멀쩡한 사람도 뒤틀리게 만드는 어글리 더클링 숙소!
도망가야 한다.
규율이가 맘먹고 몸으로 밀어붙이면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버려.
“그래, 연습 열심히 하고, 밥 잘 챙겨 먹고.”
나는 규율이의 등을 적당히 토닥여주면서 명절에 만난 안 친한 친척처럼 형식적인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그 의미 없는 토닥임에도 규율이의 몸은 반응을 보였다.
가슴과 하복부를 내게 밀착시키면서 대놓고 끼를 부린다.
위험해!
“나 가야겠다. 늦었다.”
“예, 예.”
나는 규율이의 몸을 떼어내다시피 하고 재빠르게 숙소를 벗어났다.
아마 규율이도 내가 자신을 일부러 피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갈 데까지 간 몸뚱이, 규율이 하나 거부한다고 해서 얼마나 깨끗해지겠냐마는 그래도 명분 없는 교배는 최대한 지양하자는 최소한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녀 날다’ 제작진 미팅 시간이 빡빡하기도 했다.
차에 오른 나는 일산 방송국으로 향했다.
***
―흡흐흡흐
김윤호의 품에 안긴 규율은 호흡부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몸에서 열도 난다.
그보다 심각한 건, 온몸이 어찌나 예민해졌는지 이성을 유지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규율은 이런 몸 상태를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김윤호와 처음 식사를 하던 그날이었고, 규율은 그날 밤 처음으로 김윤호의 동영상을 보면서 미친 듯이 자위를 했다.
‘아, 진짜 미치겠네. 나를 뭐라고 생각하실까···.’
안으면 조금 해소될 줄 알았는데, 차라리 안지 말았어야 했다.
김윤호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를 했던 규율인데, 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강해진 지금은 어떨까.
완전히 맞닿은 김윤호의 체온과 체취, 코에서 새근새근 흘러나오는 숨결은 규율의 이성을 완전히 달나라로 보내버렸다.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먼저 옷을 벗고 그를 자빠뜨릴지도 모른다.
“나 가야겠다. 늦었다.”
하지만 다행히 김윤호 쪽에서 선을 그었다.
아쉬움보다는 자신의 이성을 잡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그리고 김윤호가 숙소를 떠나자마자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985헥토파스칼급 대형 자위를 시작했다.
영상도 필요 없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 영상은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할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안고 있었던 그의 온기는 1류 호텔 뷔페 급의 훌륭한 자위 반찬이었다.
규율은 자신의 등을 토닥이던 손길의 리듬을 그대로 구현해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마치 신에게 기도를 하듯, 김윤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가득 담긴 경배 자위였다.
“아, 대표님··· 감사합니다! 제 인생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규율의 입속 점막에는 트리피컬 정액 주스의 잔해가 붙어 있었다.
정액이라는 것이 원래 한 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지독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초월한 김윤호의 그것은 일반인의 정액보다 더 매웠다.
물론 규율은 그것의 정체를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풍기는 페로몬에 취한 나머지, 본능적으로 입 구석구석을 핥으며 김윤호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김윤호! 김윤호! 김윤호! 아윽!”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넓은 대우주의 오르가즘이 밀려왔다.
트로피컬 정액 주스도 주스지만, 오늘로써 김윤호에게 완전히 마음을 오픈한 이유가 컸다.
보지가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을 소환할 기세로 동서남북 경련을 일으켰다.
신음이라기보다는 딸꾹질에 가까운 교성이 터져나갔다.
“흐끅, 흐끄윽!”
규율은 좀 더 큰 쾌감을 기대하며 클리토리스를 비벼댔다.
음핵에서 불씨가 타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맹렬한 마찰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르가즘이 정체됐다.
단순한 음핵 자위로 얻을 수 있는 쾌감 에너지는 모두 흡수를 해버린 것이다.
클리 쾌감에 면역이 된 청정 보지는 이제 자신의 공허를 채워줄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가 뭔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규율의 보지는 언젠가 반쯤 들어왔던 그의 살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규율은 어덕 멤버들에게 동화된 음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김윤호의 육봉을 갈구했다.
“자지··· 대표님 자지··· 핏줄이 부륵부륵 올라온 자지에 제대로 박히고 싶어···.”
그때 규율의 머릿속을 스치는 물건이 있었으니.
언젠가 짐 정리를 할 때 호모나 게이 뭐람, 하고 놀랐던 누군가의 ―아마 란이겠지― 실리콘 딜도였다.
자신의 제대로 된 첫 개통은 당연히 김윤호 대표의 생물 자지가 되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보지에 뭔가를 채우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규율은 결국 삽입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서랍을 열어 전용 케이스에 담긴 살구색 짭고추를 꺼낸다. 친절하게도 콘돔과 1회용 러브젤까지 같이 들어있었다.
그때는 너무 망측하고 놀라서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야 손에 쥔 딜도를 자세히 관찰하는 규율.
그것은 란이가 김윤호 대표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궁여지책으로 구입한 딜도였고, 김윤호의 맥스 발기 시 음경과 최대한 비슷한 사이즈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규율은 자기 안에 넣기에는 조금 버겁다고 생각했다.
‘이게 진짜 들어갈까···?’
하지만 여장부가 딜도를 뽑았으면 귀두라도 넣어야 하는 법.
규율은 마른침을 삼키며 딜도에 콘돔을 씌웠다. 그리고 러브젤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음부와 딜도에 충분히 바른 뒤 조심스럽게 삽입을 했다.
그러나 규율의 무공해 청정 보지는 김윤호의 음경이 아닌 이물질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일렀다.
“으아아··· 너무 아파!”
***
―정애애애애애액!
“아잇, 미친···!”
이번에도 어떻게 제어를 할 틈도 없이 정액이 터져버렸다.
숙소를 떠난 지 10분 정도가 지날 때쯤이었고, 차는 강변북로를 타기 위해 올림픽대로를 건너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사정 쾌감은 또 어찌나 짜릿하던지, 진짜 질내사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온몸이 오싹오싹하게 달아올랐다.
“하하, 어이없어···.”
패시브 스킬이 내 몸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성기능이나 비뇨기에 이상이 생겼을 리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면 병원을 가봐야겠다.
그 전에 일단 속옷부터 갈아입어야 한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바지까지 젖을 것 같다.
“어, 규율아.”
규율이에게 전화가 온 것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전한 곳에 차를 잠시 멈췄을 때였다.
―대표니임···.
나를 부르는 규율이의 목소리는 울먹거림으로 번져 있었다.
성대 결절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더 슬퍼보였다.
“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
―그게요··· 아, 이걸 어떻게 말해잉···. 죄송한데 그냥 좀 와주시면 안돼요?
업무 미팅을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큰일이 터진 것 같다.
“어, 알았어. 지금 갈게.”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엄승미 작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한 뒤 미팅을 미뤘다. 그리고 다시 숙소에 돌아갔을 때 엄청난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이이이잉!”
음부에 딜도가 박힌 규율이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서럽게 대성통곡을 한다.
수치심도 수치심이지만,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걸 보니 음부의 통증이 상당한 것 같았다.
“설마 안 빠져···?”
“예, 아파서 건드리지도 못하겠어요.”
“아이고··· 이게 꽤 깊이 들어갔구나···.”
“저 대표님한테 이런 모습 보이고 이제 어떻게 살아요···. 흐흐흑!”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이것부터 빼고 보자.”
후우우, 규율이를 2기의 희망이자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새끼야.
얘도 만만찮은 빌런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돼야 어디 가서 보라색이라고 말할 수 있지.
코쓱.
< 어글리 더클링 정규율(1)-얘도 빌런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