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딸딸이요 (202/371)

< 딸딸이요 >

가수나 강사 등,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군에 있어 성대 결절은 독감과도 같다.

연습을 많이 하거나 피곤하면 언제라도 걸릴 수 흔한 증상이지만, 그렇다고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쉬운 질병도 아니다.

규율이의 경우에는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고 통증이 있었으며 용종이 터졌는지 출혈까지 생겼다.

곧장 병원 검사를 받아본 결과 규율이의 증상은 꽤 심각한 편이었다.

“아이고··· 환자분 요새 연습 많이 하셨구나. 그쵸?”

“예···.”

“대답하지 마시고 그냥 듣고만 계세요. 최대한 목소리 안 쓰셔야 돼요.”

의사가 정상적인 성대와 규율이 성대의 내시경 사진을 비교해서 보여주는데, 비전문가인 나도 상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일단 주사 치료를 권장했고, 심할 경우 수술까지도 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곳은 우리나라 탑 보컬리스트들도 많이 오기로 유명하고 업키걸 아이들의 단골 클리닉이기도 하다.

성대 상태가 나빠도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프로들이 많이 오는 만큼, 의사들도 웬만해서는 수술 얘기를 하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나면 아무래도 수술 전의 성대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 환자 분 같은 경우는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말을 하면 안 돼요.”

프로그램 간담회를 일주일 앞둔 규율이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간담회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오디션 자체를 나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치료 방법을 알고 있는 나는 태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잔뜩 겁을 먹은 규율이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호흡만으로 간신히 쥐어짜내며 의사에게 소곤소곤 물었다.

“저 일주일 뒤에 중요한 공연 있거든요··· 어떻게 안 될까요···.”

물론 돌아오는 답변은 뻔했다.

“저희도 가수분들 상황 잘 알죠. 하필이면, 유독,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이런 불상사가 많이 생겨요. 저희가 아무리 목을 쓰지 말라고 해도 써야만 하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드리는데······.”

본인도 안타깝다는 듯 잠시 말을 멈춘 의사가 나를 쳐다보며 착잡하게 눈살을 찌푸린다.

업키걸 애들과 몇 번 왔던 곳이기 때문에 나와는 안면이 있었다.

그는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투로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환자분 본인이 더 잘 아실 거예요. 다리가 골절된 육상선수가 대회에 나가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목소리 자체가 안 나오는 판국인데 공연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규율이는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무너져 내렸다.

녀석의 보라색 아우라가 고슴도치 가시처럼 변했고, 그 날카로운 기운에 공명을 해버린 내 기분도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

“약 잘 먹고 푹 쉬면 괜찮아질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회사로 돌아가는 차안.

뒤에 앉은 규율이에게서는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새 문자 읽어주기 어플을 받았는지 그것으로 내게 대답을 했다.

―지금 상태로 보면 일주일 안에 해결이 될 것 같지가 않아요. 저 이제 어떡해요. 유유.

“괜찮아질 거야.”

하루 3번.

신선한 정액과 불타는 태양의 미약(이라고 쓰고 침이라고 말한다)으로 제조한 트로피컬 정액 시럽을 먹여야 한다.

라희 마사지, 란이 질싸, 미오 질싸, 지유 질싸&마사지.

5호기는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이런 앙증맞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 먹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용량이 10ml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약병에 담아서 목에 좋은 약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냄새도 상큼한 과일 향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을 테고.

문제는, 하루에 3번 꾸준히 정액을 짜내야 하는 나의 자괴감이다.

이건 무슨 젖소도 아니고, 앞으로 일주일동안은 곧 죽어도 1일3딸을 쳐야 된다는 말 아닌가.

젖소가 아니라 좆물 짜는 좆소구나···.

“미쳤냐고 진짜···.”

―예?

“어, 아니야. 앞에 차 때문에.”

―저 때문에 괜히 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 내가 너 케어 잘해서 무조건 쇼케이스 무대 세울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근데 너 핸드폰 타자 속도 진짜 빠르다.”

―중학교 때 반에서 문자 빨리 보내기 1등이었어요. 저는 키보드보다 이게 더 빨라요.

“목 안 쓰고 편하네. 아, 맞다. 너 약 먹으려면 일단 밥부터 좀 먹어야겠구나.”

―목 아파서 아무 것도 안 넘어갈 것 같아요.

“항생제가 독해서 꼭 식후에 먹으라잖아. 부드러운 걸로 먹으면 돼. 숙소 앞에 본죽 있으니까 죽 사 가지고 들어가자. 아니면 밀크쉐이크 같은 거 먹을래?”

―차가운 거 안 좋으니까 그럼 죽 먹겠습니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돼.”

후우, 나는 딸딸이를 어디서 쳐야 하나···.

내 회사 사무실 비밀번호는 이미 노출이 됐기 때문에 도어락을 달아놓은 의미가 없다.

아, 업키걸 숙소에서 하면 되겠구나. 업나니들도 회사에서 한창 연습 중이라 비어 있다.

“규율아, 나 잠깐 회사에 들렀다가 갈 테니까 죽 사가지고 숙소에서 먹고 있어.

―예.

내가 진짜 38살 먹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규율이를 먼저 어덕 숙소에 내려준 나는 업키걸 단톡방을 통해서 5명 모두 회사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업키걸 숙소로 갔다.

***

내가 자위 스팟으로 택한 곳은 씹대장 방이다.

아···.

‘섹시주의!’ 팻말이 붙은 씨바스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면에 전신 거울이 보인다.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은 그저 비참하기만 했다.

약국에서 받아온 물약 통을 보니 자괴감이 더 심해진다.

이 조그만 구멍에다가 정액을 어떻게 집어넣지···?

일단 종이컵에다 싼 다음에 주둥이를 뾰족하게 만들어서 조심스럽게 따르면 될 것 같다.

주방에서 종이컵을 가져온 나는 하의를 탈의한 뒤 은빛이 침대에 누워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막상 딸딸이를 치려고 하니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안 잡히니 발기도 안 된다.

은빛이 노트북으로 야동을 켤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상하게 야동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성욕이 더 식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야동을 방불케 하는 실전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야동 따위로는 흥분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뒤틀렸다.

뒤틀린 놈들과 같이 뒹굴다보니 나도 심각하게 뒤틀려버렸어.

나는 대자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하릴 없이 고추를 주물렀다.

베개에서 은빛이 고유의 향과 체취가 난다.

어···?

은빛이의 냄새를 인지하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고추에 힘이 들어간다.

이어서 교배를 할 때 녀석의 표정과 신음, 작지만 더없이 예쁜 4슴 빈유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면서 발기에 속도가 붙었다.

나는 눈을 감고 땅땅해진 음경을 척척척척 흔들었다.

아아. 느낌이 온다, 씨바!

이제는 시각적인 야동보다 상상 자위가 더 자극적인 몸이 되어버린 나.

허허벌판 황무지로부터 끓어 올린 성욕이라서 그런지 짜릿함은 오히려 더 컸다.

상상 자위의 대상이 은빛이라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면서 묘한 죄책감도 들었는데, 그 누구보다 뒤틀려 버린 내게는 그 죄책감마저 훌륭한 자위 반찬이 되어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 이왕 뒤틀린 김에 확실하게 뒤틀려주마.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은빛이의 속옷 서랍을 뒤졌다.

섹시오패스답게 섹시란제리와 야한 속옷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속옷 외에도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AV DVD와 러브젤 같은 것도 있다.

그 중에서 퍽 익숙한 모양의 팬티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이 방에서, 은빛이에게 첫 질내사정을 할 때 녀석이 입었던 팬티였다.

팬티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마치 사이코 메트리처럼,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몹시도 또렷하게 떠올랐다.

‘2017년 5월 13일 토요일 오후 4시 39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149-38 흥얼흥얼 사운드 앞.’

‘옛날 사무실 주소네. 날짜랑 시간은 뭐야?’

‘오빠랑 내가 처음 만난 날.’

‘아···.’

‘나는 그날 오빠를 처음 본 이후로 오빠 말고 딴 남자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암튼 나는, 오빠한테 나를 주기로 했어.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읏···!”

당시의 애틋했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쿠퍼액이 왈칵 분비됐다.

나는 씨바의 팬티로 음경을 감싸준 뒤 다시 침대에 누워 수음을 시작했다.

팬티 엉덩이 부분의 부드러운 망사가 귀두를 자극하면서 야한 쾌감을 일으킨다.

―빛빛빛빛빛빛

아, 산섹수섹 다 겪은 내가 소년의 순수함이 깃든 혼딸에 다시 도취될 날이 올 줄이야.

의료용 정액 채취 목적으로 시작한 자위가 이렇게까지 큰 쾌감이 될 줄은 몰랐다.

규율이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자위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들끓는 감정을 표출해보았다.

“하아, 좋아···.”

방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제발 이놈의 ‘그때였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섹스의 신은 내가 편하게 자위를 하는 모습이 꼴 뵈기가 싫은지 기어코 변수를 삽입하고야 마는 것이다.

열린 문 사이에서 얼굴을 드러낸 건 서원이 베프 정유진이었다.

음경 됐네.

홍이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는 꼬라지를 보니 어젯밤 여기에서 잔 것 같다.

나는 녀석에게 헐벗은 채 은빛이 팬티로 자위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들켜버렸다. 이불로 가리거나 몸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깔끔한 한판 승부였다.

아까 업키걸 아이들한테 확인을 할 때, 내가 숙소에 간다고 하면 녀석들 중 누군가가 중간에 난입할까봐 숙소의 시옷자도 꺼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숙소에 간다고 하면 유진이가 있다는 걸 한 명이라도 말해줬을 텐데 말이다.

“허얼. 죄송해요.”

전혀 죄송한 기색이 담겨있지 않은 녀석의 당당한 시선이 은빛이 팬티로 쥐고 있는 음경에 고정된다.

정보창의 신이시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분 전으로 회귀하게만 해준다면, 제가 가진 전부를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죄송하면 그냥 좀 나가줄래······.”

“오시면 오신다고 연락을 주시지.”

나는 그제야 이불로 하반신을 덮으면서 대꾸했다.

“내가 우리 애들 숙소에 오는데 왜 너한테 연락을 해야 되냐고. 그러는 너는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데. 너네 컴백 얼마 안 남지 않았어?”

“아, 컴백이고 나발이고 저희 팀 거의 파국 직전이에요.”

“왜.”

“매드맥스 리스트에 선영이랑 연두도 있거든요.”

“아······.”

“아직 공개는 안 됐는데, 제희 대표님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일단 조용해질 때까지 컴백 연기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열 받아서 멤버들이랑 술 한 잔하고 일루 왔어요. 우리 숙소는 들어가기 싫어서요.”

“그러니까 왜 여기로 왔냐고. 서원이도 없는데. 갈 거면 서원이 오피스텔로 가야지.”

“저도 서원이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요, 그년이 귀찮다고 그냥 숙소로 가래요. 어차피 홍이랑 리야 같이 자니까 방 하나 남는다고. 그래서 일루 왔죠.”

메이퀸즈도 쓰리에스 게이트에 걸렸구나.

이번 컴백 앨범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는데, 제희가 맘고생이 심하겠다.

안 그래도 카톡 프로필 상태가 뭔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연락을 한 번 해볼까 했는데···.

유진이가 방문 몰딩에 어깨를 기대며 삐딱하게 묻는다.

“실장님은 이 대낮에 딸딸이 치러 오신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근데 그 나이에도 성욕이 생겨요? 대다나다.”

“아니, 나이랑은 상관없는 거고···.”

“쫌 징그럽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나는 옆에 있던 종이컵을 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야, 내가 정액 검사를 해야 되는데, 병원에서 하는 건 자괴감이 들어서 그런 거야.”

“아아, 늙으면 그런 검사도 받아야 되는 구나.”

“아니이, 나이는 상관없다니까 그러네.”

“근데 병원에서 하는 건 자괴감 들고, 은빛이 팬티로 하는 건 자괴감 안 들어요?”

“에헤이, 그렇게 말을 하지 말라니까···.”

“서원이한테 일러야지~”

“살려줘.”

“아니, 서원이가 문제가 아니지. 뮨샐럽님이 업키걸 숙소에서 은빛이 팬티로 딸딸이 친 게 팬들한테 알려지면···.”

“살려달라고.”

“맨입으로요?”

“응, 원하는 거 말해.”

“흐흐흐흥. 도도킹 뮨샐럽님이 이렇게 나오니까 뭔가 어색한데 귀엽다. 흐음, 뭘 해달라고 해야 공평해질까. 이 정도면 아파트 한 채는 해달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그쵸?”

부들부들···.

순간적으로 욱한 나는 주도권을 뺏기 위해 아무말이나 내뱉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는 매맥 리스트에 안 걸렸지?”

“저요?”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녀석은 코를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섹스 싫어해요.”

그러고 보니 서원이가 그랬었지.

‘유진이는 처음 할 때 너무 아파서 남자애 발로 찼다던데······. 걔는 10번 정도 할 때까지 계속 아팠대요.’

“그리고 저는 어린 남돌은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아요. 조웅석이나 최연호 아저씨들 같은 듬직한 스타일이 좋지.”

다들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풍채가 좋은 유부남 배우들이다.

녀석의 ‘임자 있는 남자와 몰래 섹스하면서 우월감 느끼기’라는 뒤틀린 성 판타지와 딱 어울리는 이상형이네.

그나저나, 나 빨리 정액 채취해서 규율이한테 가봐야 되는데···.

“암튼 니 이상형 같은 거 관심 없고.”

녀석에게 이미 막장까지 들켜버린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 이거 빨리 빼서 병원에 갔다 줘야 되니까 자리 좀 비켜주지 않을래? 딜은 이따가 끝나고 하자.”

“어후, 나이 먹은 남자가 어린 여자애 팬티가지고 딸딸이 치는 거 보니까 진짜 불쌍하다. 원래 대표님 또래의 다른 남자들은 안 그러죠?”

“야, 그러지 마라.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는 있는데, 솔직히 너무 쪽팔려서 자살충동까지 들고 있어. 니가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

나는 허세 없이 솔직한 본심을 털어놓으며 동정표 유발 작전으로 갔다.

그러자 풉, 하고 실소를 터뜨린 유진이 경쾌하게 눈빛을 반짝이며 묻는다.

“어떻게, 제가 해드릴까요?”

“뭘···.”

내가 불길한 목소리로 되묻자, 녀석은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아래위로 흔들었다.

“딸딸이요.”

< 딸딸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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