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고구마는 없다, 섹스만 있을 뿐 (201/371)

< 고구마는 없다, 섹스만 있을 뿐 >

상암동 방송국. 

 데뷔 5년차 9인조 보이그룹 나인원의 ‘음악최고’ 대기실. 

 컴백 무대에서 선보일 2곡 중, 타이틀곡의 사전 녹화를 마친 그들은 본방용 의상으로 갈아입은 뒤,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모바일 게임 랩업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 

 하지만 찬영은 그렇게 한가하게 보낼 마음이 없다. 

 새로 들어온 막내 스타일리스트가 제법 귀여운 것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돼서 다음 달에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아이돌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일찍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며 뷰티 아카데미를 수료한 소녀였다. 그리고 마침내 수습기간을 맞아 꿈에 그리던 현장에 나오게 됐는데 첫 담당 연예인이 나

인원이라니! 

 비록 최애 그룹은 아니었지만 호감은 있던 그룹이었다. 그리고 실물을 보니 호감이 더욱 강해졌다. 

 월급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24시간 내내 부려 먹혀도 상관없다. 

 나인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본인이 돈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가,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수습의 이름까지 기억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은 스타일리스트 팀장이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이주아입니다.” 

 “어, 그래 주아. 짐 좀 미리 차에 실어놔야겠다. 이거랑 이거 실어놓고 와. 차 어디 있는지 알지?” 

 수습이라고 실수할까봐 일도 잘 시켜주지 않았는데 모처럼 할 일이 생겼다. 

 주아는 캐리어 두 개를 자신의 옆으로 끌고오며 힘차게 대답했다. 

 “예!” 

 옳거니. 찬영에게 기회가 왔다. 

 찬영은 번잡한 대기실 상황을 틈타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차 키 저한테 주세요. 저도 어차피 차에서 약 가져와야 되니까 같이 갔다 올게요.” 

 “아, 그럴래?” 

 선하고 젠틀해 보이는 인상과 사교적인 성격의 찬영은 평소에 스텝들에게도 남녀 구분 없이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었다. 그 때문에 아이돌 친구들도 많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인성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물론 가식이 아니고 실제 그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성격과 성욕은 다른 개념이다. 

 그에게 가학적인 성벽이 있다는 건 멤버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의 전 여친 또는 관계를 가진 여자들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성향이다. 

 멤버들은 그가 모두에게 친절한 나머지 여성편력이 있는 편이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찬영은 표정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매너 미소를 지으며 수습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나 주세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들 수 있어요.” 

 이주아의 송구스런 거절에도 불구하고 찬영은 캐리어 하나를 뺏어서 주차장으로 앞장섰다. 그의 진짜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여자 스텝들의 칭찬이 뒤따른다. 

 “역시 매너남 찬영쓰.”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은 찬영과 주아. 

 찬영은 자신감 넘치게 대화를 이끌었다. 주아가 자신을 거부하지 못할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몇 살이에요?” 

 “저요? 스무 살이요.” 

 차라리 눈도 못 마주치는 순진한 아이였으면 찬영도 조심히 다가가겠는데, 이주아의 얼굴에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기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찬영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빛이 설렘과 흥분으로 들끓는다. 

 “오빠가 말 놔도 되지?” 

 “그럼요, 오빠. 놓으세요.” 

 “아직 졸업식 안 했겠네.” 

 “예, 2주 남았어요.” 

 “오빠가 졸업식 때 꽃 들고 갈까?” 

 “와, 대박. 진짜요?” 

 카니발의 옆문을 연 찬영은 먼저 안으로 들어가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일단 들어와.” 

 이주아는 한껏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문 닫아. 거기 버튼 누르면 닫혀.” 

 “예.” 

 ―질이잉, 딸깜. 

 2열 시트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찬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소녀를 쳐다봤다. 

 “너 진짜 귀엽게 생겼다.” 

 “히익,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귀여운데 왜. 얼굴 이쪽으로 돌려볼래?” 

 주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예?”하고 물으면서도 이미 찬영을 향해 몸을 틀고 있었다. 

 곧바로 찬영의 얼굴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뒷머리를 잡고 키스를 한다. 

 이주아는 깜짝 놀라 눈을 감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나 씨발? 초대박 사건!’ 

 망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주아도 혀를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찬영의 혀를 핥아댔다. 

 찬영은 정신없이 키스를 나누는 와중에도 용케 한 손만으로 바지를 벗었다. 팬티까지 벗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물론 눈을 감고 있는 주아는 그의 음경이 노출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찬영의 입술이 떨어진다. 주아의 뒤통수를 휘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머리카락을 살짝 움켜쥔다. 그러면서 45도 밑으로 잡아끌었고, 그 강제적인 완력에 이주아는 그제야 눈을 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귀두가 이미 인중 앞까지 들이밀어져 있다. 

 ‘으응? 이게 뭐임? 웬 꼬추?’ 

 다소 당황한 주아에게 찬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어, 괜찮아. 빨아도 되는 거야. 깨끗해.” 

 “웁···.” 

 이주아가 어떻게 반응을 보일 틈도 없었다. 

 발기된 음경이 주황빛 틴트로 반짝이는 주아의 입으로 쑤욱 들어갔고, 찬영은 머리카락을 강하게 쥐며 그녀를 시트 앞에 무릎 꿇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검은자보다 흰자가 더 많이 보였다. 

 “하아, 씨발··· 존나 좋아···.” 

 ‘뭐야, 이런 인간이었어? 진짜 대박 사건이다···.’ 

 주아로서는 생애 첫 오랄 섹스였다. 

 성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예전 남자친구들이 소심해서 정자세 삽입 섹스만 했기 때문이다. 

 주아는 찬영의 의외의 모습에 당황하긴 했지만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붙잡힌 머리카락이 조금 아플 뿐이었다. 

 “아, 이빨에 긁힌다. 입술 쫌만 오므려봐.” 

 ‘이 인간 완전 변태였구나. 설마 우리 오빠들도 이러고 다니는 거 아니야?’ 

 ―굵적굵적굵적 

 ‘아윽, 근데 목구멍이 원래 이렇게 아픈 건가. 너무 깊이 들어오는 거 같은데···.’ 

 기분이 좋았으면 모를까, 가학적인 딥쓰롯이 계속될 때마다 찬영에 대한 환상은 점점 깨지고 있었다. 자기도 욕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씨발, 씨발을 연발하는 느끼한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아서 찬영의 허벅지를 탁탁치며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거부 의사를 밝히면 밝힐수록 찬영의 폭력성은 더욱 짙어져만 갔다. 

 급기야 뺨까지 때렸다. 

 그는 여자를 무릎 꿇린 뒤 강압적으로 딥쓰롯을 하며 뺨을 때리는 것에 도착증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이렇게 거칠게 다뤄도 여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과 과한 자신감,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약자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여자 친구를 비롯해서 썸을 타던 걸그룹 멤버들, 심지어는 자신의 팬까지. 지금까지 관계를 가졌던 상대 중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니와,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을 표현하던 여자들도 결국은 고분고분하게 받아줬다는 것이 그의 뒤틀린 성욕을 굳게 만

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이주아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의 지속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울컥! 

 “아그읅!” 

 “아우우우우, 씨발!” 

***  ―――――― 

 [단독] <나인원 前스태프의 폭로, “나인원 찬영도 매맥 패밀리.”> 

 나인원과 함께 일했던 전 스태프가 찬영의 성벽을 폭로하면서 이른바 ‘쓰리에스 게이트’에 가담했다. 

 작년 말까지 나인원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는 A양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습으로 출근한 첫날, 찬영이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가서 구강성교를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A양에 따르면 “그날은 나인원의 새 앨범 컴백 날이었고, 사전녹화가 끝난 뒤 차에 함께 짐을 옮기다가 갑자기 키스를 하며 그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설명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앨범 활동을 하던 한 달 동안 차 안에서만 무려 수십 차례의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한다. 

 A양은 “찬영은 착하고 젠틀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성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고통스러워하면 더욱 흥분을 했고, 마지막에는 항상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욕설을 내뱉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찬영의 개

인 팬카페 이름은 ‘하울링 울프’이다.) 

 A양은 찬영이 최근 물의를 일으킨 에이텐션 매드맥스, HAK의 지혁과 같은 ‘사나이 팸’이었다고 말했다. 자신과 성행위를 하면서 찍은 동영상을 그들과 공유했으며, “지워달라고 했는데도 지우지 않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사나이 팸’ 멤버들의 ‘걸그룹 잠자리 내기’에도 동참을 했다면서, “찬영의 스마트 폰에서 잠자리를 가진 걸그룹 멤버들의 이름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인원의 소속사는 회사 SNS를 통해 “현재 찬영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사건이 쓰리에스 게이트와 연관이 있다는 추측성 보도 및 악플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매드맥스와 지혁은 걸그룹 섹스 리스트 및 특수강간, 음란물 불법촬영 및 유포와 관련하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매드맥스 소속사인 쓰리에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현용수 역시 세금포탈, 법인자금 횡령, 불법청탁, 성 접대 혐의 등으로 검찰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쓰리에스 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한 달 만에 2,000억 원이 증발했고, 관련 투자자들의 고소 및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 

 나인원 찬영은 예전에 홍이한테 SNS로 작업을 걸었던 놈이다. 

 내가 대신 답장을 해서 연락하지 말라고 했었지. 

 매맥과 지혁의 ‘걸그룹 섹스 리스트’ 나비효과로 시작된 쓰리에스 게이트가 터진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전 정부의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의 이름이 거론될 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이 사건 역시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처음에는 매맥과 지혁을 비롯한 현역 아이돌들의 섹스와 마약사건이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부각됐었다.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기에 그보다 더 좋은 떡밥이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대중들의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한 지상파 뉴스에서는 모자이크가 안 된 자료를 그대로 내보내는 바람에 매맥과 지혁의 ‘섹스 리스트’가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었다. 

 한 페이지 분량의 그곳에는 탑급부터 시작해서 갓 데뷔한 신인까지, 총 34개 걸그룹에 속한 70여명의 이름 및 신상 정보가 적혀있었고, 그것이 캡쳐가 돼서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으로 퍼져나갔다. 중요한 건 뉴스에 노출된 자료가 ‘일부’였다는 것이다. 

 내가 지선경을 통해서 들은 바로는 그보다 3배에 가까운 피해자가 있다고 한다. 

 에이텐션의 매맥을 중심으로 결성된 ‘사나이 팸’은 누가 더 많은 걸그룹 멤버와 자는지를 두고 매일 내기를 했다. 

 ‘우리는 섹스하려고 연예인 한다.’라는 단톡방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었다. 

 매맥과 지혁, 찬영을 포함한 ‘사나이 팸’ 멤버들 모두가 순하고 착한 이미지였기에 대중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사실 나도 매드맥스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업키걸 애들이 미용실에서 매맥의 뒷담화를 깠을 때, 매드맥스가 오히려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에 란이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진작에 개호로 새끼로 떡락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잔 여자의 동영상과 섹스 후기 등을 스마트 폰에 저장해두고 있다가 이번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두 공개가 됐다. 

 그 중에는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탑 티어 그룹을 포함한 미성년자 멤버들도 다수 포함이 돼 있었다. 

 리스트에 중복된 이름도 많았고 그 때문에 현재 아이돌 시장 상황은 초상집 분위기다. 

 압권은 레드쉐도우였다. 

 쓰리에스의 마지막 산소호흡기로 불리던 레드쉐도우 멤버 4명 모두가 매드맥스 리스트에 포함이 돼있어서 깔끔하게 사망 선고가 떨어진 것이다. 

 ‘사나이 팸’ 7명의 리스트에 포함이 안 된 걸그룹을 찾는 게 빠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말 그대로 연예계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스캔들이 아닐 수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리즈소녀의 팬 한 명이 자살 시도를 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에 대한 반사이익 때문에 리스트에 언급이 안 된 걸그룹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좋아지기도 했다. 

 업키걸과 VNF가 대표적이었다. 

 업나니들이야 뭐 남자 연예인한테 관심 자체가 없고, 우리와도 친분이 있는 하연, 은솔이 속한 VNF 같은 경우에는 그들 소속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선경이 미리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연예인으로 대중의 눈을 가리고 꼬리 자르기로 넘어가나 싶던 쓰리에스 게이트 수사는 현용수의 구속 수사가 결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현 대표가 입을 열면 높으신 분들 여럿이 다치기 때문에, 대중들은 구속까지는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오늘로써 구속수사가 16일째 진행 중인데, 3일째 되던 날 ‘에이텐션 마약 사건’이 언급됐었다. 

 현용수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불법 청탁과 뇌물이 오갔음을 인정했고, 에이텐션에게 집중되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란이를 이용했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당시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와 검사, 변호사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것까지 폭로하면서 관련자들 역시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개꿀잼 상황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구속도 구형도 아닌 최종 판결이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 평가해보자면 우리가 그동안 접했던 헬조선식 진행상황과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덕분에 란이에 대한 여론은 ‘마약난교돌’에서 ‘난교돌’ 정도로 소폭 나아졌다. 

 거기에 현재 5회 차까지 진행된 버스킹 공연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동안은 쓰리에스가 싫어서 상대적으로 란이를 옹호했다면, 이제는 란이를 직접적으로 응원해주는 팬덤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다. 

 엄승미 작가님 [오빠, 방금 간부회의 끝났는데 란이 방송정지 풀렸고요, 오디션 출연도 확정됐어요!] 

 엄승미 작가님 [저희 쪽에서 먼저 기사내보내도 될까요?] 

 나 [감사. 압도적 감사] 

 엄승미 작가님 [저희가 감사해야죠ㅋㅋㅋㅋ 의도치 않게 노이즈 마케팅이 돼서 벌써 광고 완판 분위기예요]  어글링 더클링을 포함한 우리 회사 연습생 24명이 출연할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목은 ‘Proudly24: 소녀 날다’였다. 

*** 

 ‘프라우들리24: 소녀 날다’의 제작 간담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0여명의 기자 및 사전 신청을 통해 모집한 200명의 팬들에게 우리 연습생 24명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쇼케이스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1시간30분의 공연을 해야 하는데, 이 공연을 통한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사전 순위가 정해진다. 

 현재까지 가장 인지도가 높은 멤버는 아무래도 쓰리에스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란이와 지유였다. 

 간담회 당일 기자들의 질문도 이 두 사람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S리스트’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기로 공문을 보내두었다. 

 어덕 아이들을 포함한 연습생들은 프로그램 촬영 전까지 매일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 스케줄이 짜여 있다. 

 우리 회사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온 직원과 트레이너들의 신경이 모두 여기에 집중돼 있었다. 

 제작진들의 기합도 상당했다. 

 작가들이 매일 연습실을 찾아와서 아이들의 캐릭터와 성향을 분석했다. 

 아무래도 24명 모두에게 집중을 할 수 없으니 미리부터 눈에 띄는 아이들을 선점해서 분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면 특정 연습생을 띄워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 

 “눈에 띄는 애들 있어요?” 

 나는 연습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엄승미 작가에게 슬쩍 물었다. 

 그녀는 제법 프로페셔널한 손짓으로 안경테를 슬쩍 올리며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럼요. 제 눈썰미 한번 보실래요?” 

 엄승미는 ‘노래해듀오’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은빛이와 서원이를 비롯한 수많은 일반인 스타를 만들어낸 전례가 있다. 

 그녀는 아이들의 상의에 붙어 있는 번호로 총 6명을 찍었다. 

 놀랍게도 어글리 더클링 5명이 모두 포함이 돼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기존 연습생 중에서 가장 화려한 아우라를 가진 서아였다. 

 역시 보는 눈은 있네. 

 “저는 그 중에서도 저 친구가 제일 눈에 띄어요. 20번.”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현동이에게 1대1 보컬 티칭을 받고 있는 규율이었다. 

 “확실히 눈썰미 있네요. 저 친구가 저희 비밀병기거든요.” 

 “비밀병기라고 하기에는 외모부터 너무 눈에 띄는데.” 

 그때였다. 

 노래를 부르던 규율이의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녀석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기침을 토해냈다. 그리고 정보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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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고인 연습생 정규율의 성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액 5ml와 ‘불타는 태양의 미약’ 5ml를 1:1의 비율로 섞어서 일주일간 식후 3회씩 꾸준히 복용해주세요. 

――――――――― 

 야이 미친 색꺄!

< 고구마는 없다, 섹스만 있을 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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