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불 속에 서원이! >
4번방에서 상상 자위로 절정에 오른 규율.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타던 오르가즘이 최고 정점을 찍는 순간, 그녀의 고개가 뒤로 꺾이면서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그 순간 직사각형의 작은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과 웬 여자의 이목구비 눈이 마주친다.
귀신이라고 생각한 규율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러버렸다.
“히기야아아악!”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요나가 들어왔다. 규율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보다는 공포에 질린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저 요나예요, 귀신 아니에요!”
모자를 벗은 요나의 얼굴을 알아본 규율은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 게 너무 민망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아, 진짜 놀랐다···.”
하지만 귀신이었던 게 나을 뻔 했다.
차라리 귀신이었어야 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성을 되찾은 규율은 이내 밀려오는 끔찍한 수치심과 자괴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왼쪽 발목에 걸친 팬티, 치켜 올라간 티셔츠, 브래지어 밑으로 삐져나온 도톰한 유방, 그리고 핸드폰 화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김윤호의 영상까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 샐 틈 없이 완벽한 변태 행위의 발각이었다.
‘하아··· 다 봤겠지? 그냥 자살할까······.’
둘 사이의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규율도 규율이지만, 요나 입장에서도 상당히 민망하고 오그라드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당연히 규율은 요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요나는 기억 못하겠지만 요나가 KU엔터의 연습생 시절이던 몇 년 전, 회사끼리의 평가전에서 만났을 때부터 규율은 요나를 눈여겨봤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빛나는 아이였다.
같은 연습생이고 나이도 한 살 어린데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래서 요나가 아이컨택으로 데뷔를 했을 때의 실망감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특유의 매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업키걸로 재 데뷔를 하고 나서야 첫 만남 때의 생기와 에너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요나가 업키걸로서 보여준 재능과 무대매너, 자기관리는 깐깐한 10년차 연습생이 롤 모델로 삼아도 될 만큼 존경스러운 것이었다.
정규율 뿐만이 아니다.
업키걸의 요나는 걸그룹을 꿈꾸는 지망생 사이에서 모두가 인정하고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참 선배였다.
관계자들의 평을 들어봐도 요나의 자기관리는 보여주기식 액션이 아니라 연습생 때부터 꾸준히 쌓아온 습관임을 알 수 있었다.
스타로서의 재능보다는 노력과 성실함, 인성을 중요시 생각하는 규율은 업키걸 멤버 중에서 요나를 가장 만나보고 싶었다.
회사를 오가면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김윤호 대표가 조만간 정식으로 인사를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마주칠 줄이야···.
크다.
더 커져버렸어.
창피한 건 둘째 치고 규율은 요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스타의 아우라에 압도되어버렸다.
그 거대한 에너지 앞에서 자신이 더욱 하찮게 느껴진다.
한 때 연습생 대 연습생으로 실력을 겨룰 때가 있었는데, 회사의 선후배로 다시 만난 지금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로 격차가 벌어져 버린 것이다.
한 명은 모두가 센터라고 불리는 업키걸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센터 겸 리더.
한 명은 여전히 연습생.
그것도 그냥 연습생이 아니라 새벽에 회사까지 나와서 대표의 영상을 보며 딸딸이를 치는 상변태 연습생······.
숨통을 조여드는 어색함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요나였다.
“규율이 언니죠? 저 언니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요나는 자신이 방금 전에 봤던 것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
규율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예···?”
“제가 편의점에서 사올 게요.”
“아···.”
“혹시 대표님 방 도어락 단 거 비밀번호 아세요?”
“예.”
“그럼 먼저 들어가 계세요.”
업키걸의 리더는 자기 할 말만 하고는 먼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한쪽 발목에 팬티를 걸친 채 주저앉아 있는 규율에게 몸을 추스를 시간을 주기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
‘대표님 너어는 진짜···.’
요나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나서야 허어, 하고 헛웃음을 터뜨리며 생각했다.
‘대체 뭘 어쩌고 다녔길래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연습생이 대표님 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냐고요. 그것도 이 새벽에 굳이 회사까지 와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요나는 업키걸 멤버들과 김윤호가 있는 단톡방의 대화를 통해서 김윤호가 아직 안 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연습생들 숙소를 둘러본 뒤에 이제 집에 들어갔다고 했지.
바로 개인톡을 보낸다.
***
―정애애애애액!
“으읏!”
또 그거다.
어덕 숙소 탐방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던 중이었다.
거품을 낸 샤워볼로 사타구니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던 와중에 정체불명의 사정감이 또 올라와 버린 것이다.
굳이 참을 이유가 없어서 배출을 해버리긴 했지만, 기분이 좋기는커녕 거지같았다.
이제는 숨만 쉬고 있어도 사정을 해버리는 우주 대걸레가 되어버린 나.
고추가 공기에만 닿아도 사정을 해버리는 나.
“진짜 음경 같다, 음경 같아···.”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요나에게 톡이 와 있었다.
요망할 요 [우리 대표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뭘까 이 뜬금없는 단어의 조합은.
왠지 0.3서원력 정도의 느낌으로 비꼬는 듯한 뉘앙스였다.
나 [으응?]
요망할 요 [인기 많아서 좋으시겠다고요]
나 [갑자기?]
요망할 요 [저 회사에서 정규율 언니 만났어요. 맥주 한 잔 하려고요]
뭔 소리야.
규율이가 왜 회사에 있어.
나 [규율이를 회사에서 만났다고?]
요망할 요 [예. 편의점에서 맥주 사서 대표님 방에서 마실 거예요]
나 [진짜 규율이 맞아? 너는 걔 얼굴 모르잖아]
요망할 요 [처음 봤는데 알겠던데요]
개인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규율이를 만났다는 거 같은데······.
아, 혹시 규율이도 잠이 안 와서 연습을 하러 갔다가 요나를 마주친 건가?
안 그래도 규율이와 요나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잘 됐다. 둘이 대화를 하면 팀의 구성원이자 리더로서 규율이가 깨닫고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나 [근데 내 방에 도어락 달았는데ㅋㅋ]
요망할 요 [비밀번호 알아요]
나 [어떻게 알아]
요망할 요 [리야가 알려주던데요]
문제는 내가 리야한테도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지.
지옥 유황불에서 고통 받을 놈들.
나 [규율이가 란이를 조금 버거워하는 거 같아. 니가 컨트롤 하는 법 좀 알려줘]
요망할 요 [걔는 저도 감당 안돼요]
나 [서원이랑 리야도 컨트롤 하는 애가 엄살부린다ㅋㅋㅋ]
요망할 요 [숙소 들어갈 때 연락드릴게요]
나 [그래. 고마워]
그건 그런데.
처음에 ‘인기 많아서 좋으시겠어요’라고 비꼰 건 무슨 의미였을까.
설마 규율이가 뭔가 단서를 흘린 건가···.
모르겠다. 신경 끄자.
어차피 내가 속한 이세계는 나의 이해에 의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웹소설이나 보면서 편하게 잠들어야겠다.
나는 팬티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요즘 공모전 기간이라서 볼만한 게 제법 올라왔을 것이다.
베스트 순위부터 쭈욱 검색을 해본다.
―절대 성감(絶對 性感)
내 경험상 축복만은 아니다.
―천재의 성인방송
요즘 성인방송물이 인기네.
예전에는 나도 가끔 성방물을 보고 의무 자위를 했던 적이 있었다.
BJ단공(단백질공주), 그분 참 괜찮았었는데···.
―천마는 조용히 싸고 싶다
천마 그는 대체 어디까지······.
―오피 때려치고 이제 내조 합니다.
신분세탁 오졌고.
―귀신 들린 제자지
자지라는 건 늘 귀신에 들려있는 법이지.
―업소 폐기물 센터장의 비밀
뭔가 상상력을 돋우는 제목이다. 일단 선작.
―백작가 서자의 사정교사
센세한테 마구 쥐어짜내져 버려.
―필드의 고춧물
‘홈플레이트에서 벌려!’ 작가의 신작이다. 이것도 선작.
―천재배우의 대주라Daezura
―골대 앞의 오나니
오나니 신드롬이 스포츠물에까지···.
―내 안에 마구니있다
누가 신음소리를 내었는가.
―육구천재 귀화하다
귀화물도 인기고.
―제로 라이트 : 1만 시간의 법칙
너무 평범한 제목이라서 더 수상한 걸.
제발 그 시간이 아니라고 해줘.
―내 딸이 창녀인데 나는 무림포주
굉장하네···.
―거기가 예쁜 여자
어덕 아이들의 음부를 질리도록 보고 와서 그런지 이 제목이 가장 끌렸다.
가장 마지막 무료편의 댓글 반응을 보니 내용도 썩 괜찮은 모양이다.
오늘은 이거다.
프롤로그를 터치하려던 그때였다.
현재 시각 새벽3시.
누군가 현관 도어락 비번을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숸숸숸숸, 여우륵!
올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게 누구인지 알 것 같다.
나는 안방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향해 물었다.
“서원이니?”
“뭐야.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몰라. 초능력 생겼나봐.”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하얀색 롱 패딩으로 꽁꽁 감싼 서원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까 단톡방에서 대화할 땐 집이라고 했는데.
“왜 왔어.”
“란이네 숙소 갔다 왔다면서요.”
“응.”
“란이랑 했어요, 안했어요.”
“아···.”하고 탄식을 흘린 나는 포기한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안했어.”
불을 켠 녀석은 검사하듯이 방을 한 번 쭉 훑어본다. 킁킁, 냄새도 맡는다. 그러고는 하반신을 이불로 덮고 있는 내 몸을 보며 의심하듯 캐물었다.
“왜 벗고 있어요.”
“이제 씻고 누운 거야.”
“밑에도 벗었어요?”
“어.”
“이불 열어봐.”
“아, 또 왜에. 어디서 뭔 소리를 듣고 온 거야. 리야가 또 이상한 얘기 했어?”
“아뇨, 아무 소리도 안 들었어요.”
“근데 왜 그래.”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잠이 안 와.”
“무슨 이상한 생각.”
“대표님이 연습생 숙소에서 집단 강간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당하는 쪽이냐.
정조역전도 이런 정조역전이 없다.
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지만···.
침대로 올라온 서원이가 이불을 훽 들춘다.
소설 제목을 본 것만으로도 가래떡이 중간 강도로 발기가 돼 있었다.
녀석이 나를 쏘아보며 묻는다.
“얘는 왜 또 커져있어.”
그러더니 의부증 걸린 아내처럼, 가슴 위에 올려두었던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확인을 한다.
“야, 안 가져와?”
“거기가 예쁜 여자? 뭐야, 야설 보고 있었어요?”
“왜 남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봐. 내놔.”
“욕구불만이에요?”
“아니, 그냥 제목이 궁금해서 본 거야···.”
나는 쪽팔려서 목소리가 소심해졌다.
서원이는 그런 내가 측은해보였나 보다.
독기가 서려있던 눈빛이 풀어졌다.
“무슨 애들도 아니고 야설을···.”
“요즘 야설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
패딩을 벗는다.
대체 뭔 망상을 한 건지, 얼마나 급하게 왔으면 잠옷 차림에 양말도 신지 않고 왔다.
어휴. 그 다급한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좋지가 않다.
“올 거면 미리 연락을 하지.”
“왜? 여자랑 같이 있으면 미리 빼두게요?”
“나 집에 없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집에 있다고 했으니까 있는 줄 알았지.”
“그런 건 또 잘 믿네.”
“아, 몰라몰라.”
서원이는 의심을 하는 본인도 짜증난다는 투로 투명하게 대꾸했다.
내 팔에 깊숙이 머리를 묻으며 나른하게 웅얼거린다.
“졸려. 잘래.”
“잘 거면 불 끄고 와.”
“귀찮아요···.”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 돼?”
“대표님 출근할 때 같이 나가면 돼.”
나는 일어나서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팔베개를 하던 서원이가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내려간다. 그리고 가래떡을 입에 물고 쭈쭈바 빨 듯 쪽쪽 빤다.
“으···.”
음경이 최대치로 발기가 되자 서원이는 손으로 고환을 쓰다듬으며 정성스럽게 펠라치오를 해주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의 입 안에 사정을 했고, 사정액을 그대로 받아 삼킨 서원이는 가래떡을 입에 문 채로 잠이 들었다.
아닌 밤 중 두 번째 도어락 잠금해제음이 들린 것은 그로부터 2시간 뒤였다.
나는 깜짝 놀라 잠이 깼는데, 이번에도 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욘욘욘욘, 요르륵!
요오오오오망한 요나였다.
차가운 겨울밤의 공기를 그대로 머금고 들어온 녀석은 맥주 냄새를 폴폴 풍기며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서원이가 고추를 문 상태로 자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
이건 뭐 데자뷰도 아니고.
일전에 란이와 미오가 펼쳤던 영혼의 투봊 플레이가 떠올랐다.
문제는 이 두 녀석들은 란이와 미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서원이는 아직 개꿀잠에 빠져있었다.
퍼뜩 잠이 깬 나는 침대 속으로 파고들려는 요나에게 다급하게 속삭였다.
“이불 속에 서원이···!”
“힠···.”
< 이불 속에 서원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