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거운 숙소생활(1) - 파블로프의 귤 >
“승부가 뭐야?”
라희에게 물었다.
“며칠 전부터 의견 갈리는 멤버들끼리는 그냥 게임으로 정하기로 했어요.”
“아, 이기는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는 거야?”
“예에.”
그렇단다.
게임 종류는 3자가 정해주는데 보통 미오가 담당한다고 한다.
란이와 규율이가 마주 앉자 미오가 바로 종목을 제안했다.
“팔씨름 어때요?”
규율이가 고개를 젓는다.
“나 팔 힘 약해.”
“그럼 허벅지 씨름은요?”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규율이라 망란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의자 두 개가 준비됐고 두 사람은 그 위에 앉았다.
무도가 출신답게, 중앙에 선 미오는 심판처럼 규칙을 설명했다.
“사람마다 벌리는 힘이랑 오므리는 힘이 다르니까 체위는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세 번 먼저 이기는 사람이 이기는 거고요. 괜찮죠?”
둘 다 쓸데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오는 양 선수를 쳐다보면서 승패에 따른 패널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규율 언니가 이기면 란이 너는 앞으로 치약은 무조건 뒤로 짜야 되는 거야. 오케이?”
“오케이.”
“귤 언니가 지면 앞으로 치약에 대해서는 말씀 안 하시는 거예요. 손이 아니라 대음순으로 짠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야 돼요.”
미오친놈의 섹드립에 규율이의 표정이 곤란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로 짜는 건 좀 그런데···.”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설마 진짜 대음순으로 짜겠어요?”
미오가 규율이의 융통성을 지적했다.
그러자 란이가 규율이를 놀리듯이 대꾸한다.
“예. 제가 이기면 진짜 대음순으로 짤 거예요. 엉덩이로도 짜고.”
규율이도 지지 않았다.
오기를 부리듯이 반문한다.
“그럼 손은 안 쓴다는 거지?”
“그거야 제 맘에 따라서 그때그때 다르죠.”
“그게 뭐야, 공정하게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손이야 거기야?”
“알았어요, 보지로 할게요.”
“그래? 니가 분명 니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것이 여자들의 기 싸움이라는 건가, 서울대 나와도 진짜 별 거 없구나.
기 싸움에서 지기 싫어서 치약을 보지로 짠다고 하는 란이나, 그걸 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규율이나 정신연령은 둘 다 초딩 수준이다.
그깟 치약 그냥 각자 하나씩 따로 쓰면 될 것을···.
그래도 이런 쪼잔한 걸로 아웅다웅하는 게 숙소생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 많은 방을 놔두고 굳이 지하 골방에서 모여 자던 업키걸 애들도 비슷했지.
“예. 그 대신 숙소에서만이에요.”
“당연하지.”
란이의 확답을 받은 규율.
미오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쿨하게 말한다.
“나 기권할게.”
그러고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란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앞으로 손으로 짜기만 해봐. 무조건 거기로 짜. 알겠지?”
아앗, 판이 뒤집어졌다!
란이의 장난스러운 도발이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뒤늦게 상황파악이 된 란이 놈이 어버버버 거리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미오가 바로 녀석을 손을 들며 판정을 내려버린다.
“정규율 선수의 기권으로 인한 이소란 승! 이소란 선수는 앞으로 숙소에서 치약을 짤 때는 무조건 대음순으로 짜야 합니다!”
“아, 이게 뭐예요! 기권이 어디 있어요, 무효! 무효!”
“푸흐흡!”
“풐큭흫큭큭.”
발상의 전환이 불러온 통쾌한 반전.
지켜보던 라희와 지유, 그리고 나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나는 쎄엑쎄엑 거리고 있는 란이를 놀리듯이 말했다.
“야, 굳이 기권이 아니라고 해도 규율이가 일부러 지면 끝나는 거잖아. 그러게 너는 왜 쓸데없이 도발을 하냐?”
“아니, 저는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뭐 그렇게 다들 진지하게···. 아, 퐝당해.”
란이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본 규율이의 턱이 으스대듯이 살짝 들렸다. 그동안 란이에게 쌓였던 것이 조금은 풀어졌다는 느낌이었다.
미오가 내게 묻는다.
“대표님, 이런 방법 괜찮지 않아요?”
“어, 재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내면서 서로 불편했던 거나 안 맞는 거 있으면 이 자리에서 승부로 정해. 내가 심판 겸 증인해줄게.”
그동안 회사와 숙소만 오가던 아이들은 오랜만에 놀 거리가 생겼다는 듯 꽤나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생활 습관 결정전이 시작됐다.
역시나 깐깐한 씹선비가 1빠로 손을 들며 또 하나의 불만사항을 제기한다.
“숙소 들어올 때 제발 자기 신발 좀 신발장에 정리하자. 현관이 너무 정신 사나워.”
“자, 이견 있는 사람은 승부 걸어 주세요.”
누가 봐도 당연한 발언이었기에 다들 동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미 한 방 제대로 먹은 란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저는 반대요.”
“반대 이유는요?”
“귀찮아요.”
“인정. 이렇게 정규율과 이소란의 2차전이 성사됐습니다. 대결 종목은 아까 하려고 했던 허벅지 싸움으로 가겠습니다. 이의 없죠?”
란이가 손을 들며 발언한다.
“옵션 추가 돼요?”
“무슨 옵션이요.”
“여자 대 여자로, 치마 짧은 걸로 입고 노팬티로 하죠.”
야이 미친놈아, 라고 튀어나올 뻔한 말을 용케 참은 나는 규율이에게 물었다.
“규율 선수, 노팬티 승부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규율이는 란이의 인생이 한심해서 죽을 것 같다는 듯,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합장을 하며 란이에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두 손 모아 부탁하는데, 우리 제발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적인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면 안 될까?”
란이는 바로 반격했다.
“대표님 이름 부르면서 상상 자위하는 건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적인 거고요?”
또 다시 시작된 인신공격에 규율이는 심오하고도 낮은 날숨을 흘리며 란이를 째려봤다. 눈빛만 보면 이미 살인을 저지르고 부관참시까지 한 사람이다.
란이 녀석도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한 발 물러서주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냥 해요.”
의자에 마주 않는 두 사람.
허벅지를 주무르거나 목을 돌리며 몸을 푼다.
란이는 자주 입던 분홍색 돌핀팬츠를 입었고 규율이는 와이드 핏의 하늘하늘한 회색 추리닝을 입었다.
“벌리는 쪽이 공격이고 오므리는 쪽이 수비야. 가위바위보 이긴 사람이 먼저 공격하기. 연속 두 판 이기는 사람이 이기는 거고, 한 번씩 이기면 세 번째 판에서 승부 갈리는 거야. 이해했지?”
“예.”
“예.”
“한다.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가위바위보는 란이가 이겼다.
수비에 들어간 규율이가 허벅지를 벌리며 란이의 무릎을 감싼다.
란이 놈은 나를 슥 올려보며 아쉽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아, 이런 건 노팬티로 해야 대표님도 볼 맛이 나는데. 그쵸?”
나는 규율이를 쳐다보면서 변명처럼 대꾸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란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거야.”
“저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까지 미친놈 취급할까봐 미리 말한 거야.”
“예···.”
규율이의 얼굴에서 눈빛을 거두다가 무심결에 녀석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를 슥 훑어보고 지나갔다.
다리를 오므리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바지의 재질이 워낙 부드러운데다가 밑위까지 짧은 바람에 음부의 굴곡이 마치 레깅스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그것이 꽤나 귀엽고 새초롬한 도끼자국이었다.
규율이의 연분홍빛 그곳에 반쯤 삽입을 했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연산 작용처럼 떠오른다.
찰나에 스쳐지나간 내 음란한 눈빛을 규율이도 의식한 것 같다. 바짓단에 걸쳐졌던 티셔츠 밑단을 잡아당기며 가랑이 사이를 가린다.
핸드폰으로 스톱워치를 맞춘 나는 란이의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를 끼워 넣으며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시간은 5초. 준비······ 시작!”
“이잇!”
“얍!”
―쩍!
시작하자마자 란이가 허벅지를 쩍 벌리며 규율이를 압도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불뚝 도드라졌고, 바지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팬티가 살짝 엿보였다.
섹시했다.
“우와아!”
“란이 언니 대박.”
“카운트 한다. 일, 이, 삼···.”
규율이는 의자를 꽉 붙들고 벌어진 허벅지 각도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울었다.
몸만 부들부들 떨릴 뿐, 좁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사, 오! 이소란 승!”
가볍게 승리한 란이는 아이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덤덤하게 승리 소감을 밝혔다.
“벌리는 거야 뭐 자신 있죠.”
두 번째 경기는 체위를 바꿔서 규율이가 벌리는 쪽이었다.
첫 판이 워낙 싱겁게 끝나서 이번에도 란이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란이가 다리를 벌려 규율이의 무릎을 감쌌다.
오므라든 규율이의 가랑이 사이에 바지주름이 잡히면서 또 한 번의 명확한 도끼 자국이 새겨졌다.
규율이는 허벅지 위의 바지를 잽싸게 끌어내리면서 대음순이 삼킨 바지를 빼냈다.
허벅지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었는지 이제 알았다.
나는 규율이 무릎 사이에 주먹을 넣으며 2라운드를 시작했다.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시작!”
“얍!”
“으이이이잇···!”
규율이 얘 너무 허접하다.
예상했던 대로 두 번째 판도 란이의 압승 각이다.
경기 시작 1초 만에 내 주먹이 들어갔었던 규율이의 무릎 사이가 바로 붙어버렸고, 그 상태로 5초가 지나갔다.
아까는 벌리는 게 자신 있다던 란이가 또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쪼이는 건 자신 있죠.”
“최종합산 이 대 영으로 승자는 이소란!”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승자가 승자인지라 관객들의 박수 소리도 뭔가 야하게 들린다.
나는 규율이에게 승패를 확인했다.
“이제 란이는 신발 정리에서 자유로워 진거야. 규율이 인정하지?”
“예···.”
란이가 불난 집에 애액을 붓는다.
“거봐요, 여기서도 섹스를 한 사람이랑 안 한 사람이랑 차이가 나잖아요. 제가 장담하는데 언니랑 라희 둘 중에 한 명이 꼴찌일 걸요? 꼴찌 안 한 사람이 4위고.”
발끈하는 씹선비.
“그래? 니 말대로 안 되면 어쩔래? 앞으로 죽을 때까지 신발 정리 니가 할래? 다른 멤버들 꺼도 몽땅 다.”
규율이가 다시 승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미 자충수에 한 번 당했던 란이는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제가 한 수 물러준 거나 마찬가지데 저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알았어. 니 말대로 나랑 라희가 4등, 5등하면 앞으로 신발정리는 내가 다 할게. 됐지?”
“뭐야, 그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럼 또 뭐?”
“언니랑 저랑은 치마 입고 노팬티로 해요.”
“싫다면?”
비꼬듯이 되묻는 규율이에게 란이는 시크하게 대꾸했다.
“그럼 마는 거죠 뭐. 저는 그냥 섹스 안 해본 사람이 다리 힘도 약한 걸로 생각하면서 살게요. 그래서 허벅지 싸움은 언니랑 라희가 꼴찌.”
규율이는 말없이 란이를 쳐다보면서 잠시 대화를 멈췄다.
그러다가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말문은 연다.
“알았어, 해.”
다른 건 몰라도, 규율이는 란이의 성교학만큼은 진짜 인정하기 싫은 것 같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개와 고양이가 된 것이다.
“대신 공평하게 다른 사람들도 다 치마에 노팬티로 해.”
“저, 저희도요?”
라희가 흠칫 놀라며 묻자 규율이는 오히려 라희가 이상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럼. 우리 둘 중에 누가 이기든 간에 다른 사람들은 신발 정리 평생 안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옵션이라도 따라야지.”
“재밌겠다, 하자.”
미오가 란이의 말에 선뜻 동의하며 나서자 라희와 지유는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듯이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란이가 굳이 노팬티 싸움을 고집하는 이유는 뻔하다.
내 앞에서 규율이를 능욕하려는 생각이다.
미오는 그냥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거고.
나는 여기 있는 다섯 명의 음부를 모두 목격한 사람이다.
얼핏 봤던 규율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네 명의 것은 음순의 모양만으로도 주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징하게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미오가 모두에게 알린다.
“그럼 다들 치마로 갈아입고 옵시다. 잠깐 쉬었다가 10분 후에 노팬티로 다시 모일게요.”
아이들은 미오의 안내에 고분고분 따르며 일어섰다.
규율이와 란이는 아주 가문의 영광을 걸고 싸우는 전사들 같다.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며 거실로 나선다.
조금은 부끄러운 기색이었던 라희와 지유도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거리면서 옷 방으로 건너갔다.
“아무래도 내가 꼴찌할 거 같은데. 너 재활하면서 다리 힘 엄청 세진 거 아냐?”
“아, 그런가···? 근데 저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허벅지 싸움은 한 번도 안 해봐서···.”
“나도 한 번도 안 해봤어.”
얘네들은 진짜 일반사람들하고 관점 자체가 다르다.
노팬티는 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냐고···.
―떡떡
“안에 누구 있어?”
나는 욕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변을 누러 들어갔다.
문을 닫고 잠그려는데 다시 바깥쪽으로 당기는 힘이 전해진다.
“안에 나 있어.”
“저 잠깐 손만 씻고 나올게요.”
망란이 놈이었다.
그새 테니스 스커트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온 녀석이 문을 닫고는 세면대 물을 튼다.
―정애애애액!
세면대 물소리가 왜 이래···.
물소리로 목소리를 감춘 란이가 키득거리면서 묻는다.
“규율이 언니 바지 보셨어요?”
도끼자국을 말하는 건가.
나는 모른 척하며 고개를 저었다.
“바지? 아니, 왜?”
“허벅지 사이에 애액 샌 거 못 보셨어요?”
“에이, 설마···.”
“제가 확실히 봤어요. 언니 지금 난리 났을 걸요.”
“왜.”
“딸딸이 치고 싶어서요.”
“갑자기···?”
“그거 뭐지? 종 울리면 침 흘리는 개 있잖아요.”
“파블로프의 개?”
“예, 그거랑 똑같은 거예요. 원래는 대표님이 라희랑 지유한테 마사지해주는 걸 보면서 흥분을 했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대표님이랑 우리 다섯 명이 모여만 있어도 자동으로 젖는 거죠.”
“큭큭큭,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궁예야?”
“지금도 보세요. 아까는 노팬티로 하자니까 미쳤냐고 하던 사람이 순순히 따르고 있잖아요.”
“그거야 너 때문에 열 받아서 그런 거지. 걔 욱하는 성격 있더라.”
“아잇, 대표님이 언니를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거라니까요. 저 언니도 성욕 장난 아니에요.”
나는 피식 웃었다.
실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규율이 녀석도 일반인의 주파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란이가 하는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았다.
“규율이 언니 자기 전에 꼭 샤워하거든요. 근데 그때마다 자위해요. 그것도 대표님 나온 유튜브 영상 보면서요. 숙소에 들어온 이후로 하루도 빠진 적이 없어요. 라희는 적어도 저랑 대표님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흥분을 하는데, 이 언니는 그냥 중독이에요.”
< 질거운 숙소생활(1) - 파블로프의 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