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아다는 티가 난다 (188/371)

< 아다는 티가 난다 >

나 [숙소는 별 문제없어?] 

 미오치치 [평화적입니다. 의견충돌 생기면 게임으로 결정하고 있어요] 

 나 [다행이네] 

 아이들의 숙소 생활은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앞두고 연습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게 돌아가는지라, 숙소에 들어가면 다들 피곤해서 트러블이 생길 틈도 없는 것 같다. 

 란이가 섹스 고프다는 말을 안 할 정도이니 얼마나 피곤한지 가늠이 됐다. 

 오랜만에 워드 프로그램을 켜고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 

 보도 자료로 배포될 ‘어글리 더클링’ 관련 근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내가 1차로 간단하게 써서 홍보팀에 보내고, 홍보팀에서 다듬은 뒤 각 언론사 담당 기자에게 보내면 기사로 만들어질 것이다. 

 SNS나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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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비 

 팀명 : 어글리 더클링 

 멤버 : 정규율(리더), 백지민, 이소란, 이지유, 예라희 

 ―전원 계약서 작성 후 숙소 입주 완료. 

 1. MBC every1 아이돌 오디션(제목 미정) 

 이소란을 제외한 YH 연습생 전원 출연 예정. 

 어글리 더클링에서는 정규율, 미오, 이지유, 예라희 참여. 

 작가 미팅 주2회 진행 중. 

 2. 눈누란라희(란, 라희) 버스킹 공연 

 잼미디어, 뮤즈티비와 협업하여 현재 2회 진행했음. 

 뮤즈티비 생방송 후 편집을 거쳐 잼미디어, 유튜브 동시 업로드. 

 3. 뮤즈티비에 ‘미운 오리 날다’ 채널 생성 예정. 

 오디션 프로그램 시작 전 사전 팬덤 형성 및 버스킹으로 유입된 시청자와 소통 효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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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항목까지 타이핑 했을 때 회사의 전 직원이 참여 중인 단톡방에 기사 하나가 링크됐다. 

 이번 달에 매니지먼트 1팀장(업키걸 담당 팀)으로 승진한 장우가 올린 인터넷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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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분수’ 의문의 1위 후보 제외··· 재 점화된 순위 조작 논란> 

 뉴스E 강상호 기자 

 ‘음악최고’가 또 한 번 순위조작 논란에 빠졌다. 

 서원, 은빛의 ‘분수’가 음원 차트를 올킬하고 유튜브 조회수도 상위권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1위 후보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지난주 4위에서 4계단 떨어진 8위까지 순위가 밀려버린 것이다. 

 타사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모두 2주 연속 1위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이고, 지난 주 음악대세에서는 1위까지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업키걸 입장에서는 다소 의문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현재 ‘음악최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의혹제기와 해명을 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음악최고’의 순위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과 6개월 전에도 순위 조작 의혹에 휩싸인 전례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모두 쓰리에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와 연관이 돼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논란이 일어난 이번마저도 쓰리에스 엔터의 아티스트가 끼어있다. 

 바로 ‘에이텐션’이다. 

 업키걸 팬덤 ‘어부바’가 정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화요일에 컴백을 한 에이텐션의 미니앨범 ‘어쩌라고’가 앨범 판매를 제외한 모든 수치에서 ‘분수’에 밀리고 있는데도 1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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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우 팀장 [단독은 뉴스E에 줬고 팩트패치는 음악최고 담당 작가랑 전화해서 통화 내용 따로 쓰기로 했습니다]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음악최고’와 쓰리에스 엔터의 유착 관계는 팬들도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굳이 쓰리에스 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대형기획사들은 저마다 우호적이거나 선호하는 방송국 또는 음악 방송이 있다. 

 우리 회사 역시 마찬가지인데, 업키걸과 엄승미 작가와의 인연 때문에 대세가요와 가장 친밀하고, 케이블 채널인 B뮤직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물론 업키걸이야 데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인지도가 상승했고, 방송계에 나름 잔뼈가 굵은 헤드 매니저―현 립밤 담당 김상인 팀장―을 영입해서 그의 인맥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방송을 땄지만, 신생이나 중소형 회사 같은 경우에는 대표나 담당 실장이 매일 방

송국에 출근을 해서 PD들의 눈도장을 찍고 친분을 쌓아야 겨우 음악 방송 출연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인맥과 커넥션을 통한 은밀한 순위 조작과 특정 가수 밀어주기가 관행처럼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음반 및 음원 사재기를 통한 순위 조작, 가상 ID를 이용한 실시간 투표 조작, 자사 프로그램과 라디오를 이용한 방송 횟수 뻥튀기 등인데, 가끔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생소한 아이돌이 1위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편법 덕분이다. 

 기획사에게 있어 음악 프로그램은 그냥 광고라고 보면 된다. 

 음악 방송에 오히려 광고료를 주면서 자사의 상품―가수를 홍보하는 것이다. 

 신인이나 인지도 없는 가수들은 몇 회 출연에 얼마라고 아예 가격이 정해져있다. 

 현재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월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매일 방송되고 있으니 신생, 중소 회사 같은 경우에는 말 그대로 돈을 갈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음방 출연 2주를 돌리기 위한 부대비용으로 최소 1억은 묻고 가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 중에는 로비 자금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 방송과 기획사의 커넥션이 이렇게 정형적인 시스템으로 굳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쓰리에스와 음악최고가 욕을 먹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쓰리에스 소속 가수들의 순위를 위해 룰까지 바꾸면서 편파적으로 조작을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6개월 전에 있었던 육탄방어전과 레드쉐도우의 1위 후보 진입 날짜 논란이었다. 

 당시 쓰리에스의 유일한 희망이라 불리던 레드쉐도우와 육탄방어전이 2주 차이로 컴백을 했는데, 음악최고에서 레드쉐도우의 3주 연속 1위―‘트리플 크라운’을 위해 의도적으로 육탄방어전의 점수 집계 날짜를 바꿔 버린 것이다. 

 2주 전, 똑같은 목요일에 컴백을 한 레드쉐도우가 컴백 무대에서 바로 1위를 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육탄방어전에게 국내 음방 순위 따위야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팬덤에서는 대놓고 행해진 이런 기만행위를 공론화 시켰다. 

 음악최고 측에서는 자체 집계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어물쩍 넘어갔고, 레드쉐도우는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월드스타 육탄방어전까지 건드리는 쓰리에스의 끝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적어도 음악최고에서만큼은 육탄보다는 쓰리에스였던 것이다. 

 하물며 우리라고 별 수 있을까. 

 음악최고는 고추에 씌우면 콘돔, 손가락에 씌우면 골무인 그 잣 같은 잣대를 ‘분수’에도 적용시켜버렸다. 

 당연히 쓰리에스의 파워라고 볼 수 있었다. 에이텐션이 컴백을 했기 때문이다. 

 뭐 에이텐션이 컴백 주에 1위를 한 거는 그렇다 쳐도, 분수를 아예 후보에서 지워버린 걸 보면 현용수가 우리 회사에 얼마나 이를 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도. 

 하지만 좋은 노래로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텐션의 컴백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부분만큼은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직원 채팅방에는 쓰리에스와 음악최고의 행태에 분개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조만간 쓰리에스의 존망을 결정지을 대형 스캔들이 터질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나만 천하태평이었다. 

 이 채팅 방에는 업키걸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리야가 있었는데 녀석도 의젓하게 한마디 했다. 

 갓리야 투자자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예요] 

 갓리야 투자자 [특히 뮨대표] 

 나 [예? 제가 왜요?] 

 갓리야 투자자 [멘탈 관리 잘하라고요. 의외로 쿠크 멘탈이라서 시근땀 뻘뻘 흘리고 있는 게 다 보이는 거예요] 

 나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갓리야 투자자 [what? 대표가 돼서 아무렇지 않으면 금무테만이자너] 

 어쩌라고···. 

 갓리야 투자자 [염보스는 어때요?] 

 염 대표 [저는 식은땀 적당히 나고 있지만 대표로서 멘탈 관리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갓리야 투자자 [잘하고 있는 거예요] 

 염 대표 [감사합니다] 

 상남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염도 많이 비굴해졌구나. 

 자본주의 만세다. 

*** 

 밤 11시. 

 방송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미팅을 마친 나는 어글리 더클링(이하 어덕) 숙소를 찾았다. 

 2주 만에 방문하는 건데 라희와 란이 둘이서 살 때와는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현관에 제멋대로 늘어져 있는 다섯 명의 신발만 봐도 답답하다. 

 이층침대와 함께 아이돌 숙소의 또 다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빨래 건조대 두 개가 거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도 이제 막 연습실에서 돌아와서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있던 중이었다. 오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두었기 때문에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없었다. 

 “톡으로 얘기했듯이 2주 뒤부터 메이킹 영상이랑 개인 인터뷰 촬영 들어갈 거야.” 

 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작가 미팅 관련 전달사항을 알려주었다. 

 “라희는 병원에서 몇 컷 촬영할 거래. 지금도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는 걸로 나가야 되거든. 일단 회사에서 너 다니던 병원이랑 얘기 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예에.” 

 “규율이는 옛날 회사에서 찍은 연습영상 다 가지고 있지?” 

 “예.” 

 “그거 이번 주까지 정리해서 홍보팀에 보내줘.” 

 “알겠습니다.” 

 “음, 그리고··· 지유.” 

 “예.”  “아무래도 내가 토마토소스 대표님이랑 지혁이를 좀 만나봐야 할 거 같은데.” 

 “아···.” 

 지유의 어깨가 좁아진다. 

 정보창의 별다른 지시가 없는 이상 지유의 미혼모 문제는 숨길 수 있을 때까지는 숨기기로 결정이 났다. 

 물론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게냐마는, 도둑질을 해도 손발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은빛주니어의 생물학적 아빠와 그의 소속사 대표를 만나 볼 생각이다. 

 “일단은 나 혼자 갈 생각인데 니가 원하면 같이 가도 돼.” 

 “저도요?” 

 “응. 너도 할 얘기 있을 거 아냐. 그리고 이참에 양육비 같은 것도 해결을 봐야지.” 

 “아···.” 

 “천천히 생각해봐.” 

 “예···.” 

 란이가 그동안 궁금했다는 투로 지유에게 묻는다. 

 “근데 피임은 대체 왜 안 한 거야?” 

 “오빠가 밖에다 하면 괜찮다고 해서···.” 

 “어휴, 너는 그걸 그대로 받아줬냐? 학교에서 성교육 안 배웠어? 콘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야, 필수. 그게 없으면 아예 섹스를 할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원래는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그렇게 돼버려서 준비를 못 했어요. 그리고··· 어······.” 

 지유가 뒷말을 잇지 못하자 란이는 다 이해한다는 듯 되물었다. 

 “막상 섹스각 잡히니까 너도 설마 임신이 되겠어? 그런 느낌이었지?” 

 “예··· 그리고 너무 아파서 제정신도 아니었고요···.” 

 “뭐고, 니 설마 걔한테 아다 떼인기가?” 

 “예? 예···.” 

 “첫 섹스에 임신이라고?” 

 지유가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아이들의 코와 입에서도 통한의 한숨의 새어나왔다. 그러자 지유의 어깨는 더욱 좁아졌고, 옆에 앉아 있는 규율이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너 잘못한 거 하나 없으니까 주눅 들 필요 없어. 오히려 칭찬 받아 마땅하지.” 

 “칭찬은요 무슨···.” 

 “혼자 힘으로 애기 키웠으니까 당연히 칭찬 받아야지. 아, 생각하니까 열 받네. 지혁이 걔는 뭐냐? 그래놓고 방송 나와서 개념 있는 척 가식 떤 거잖아.” 

 “가식까지는 아니에요··· 오빠 착하긴 착해요···. 좆같은 새끼! 퍽큐! 퍽!” 

 “야, 자기 자식을 모른 척하는 사람이 어떻게 착할 수가 있냐? 그건 부모의 자격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이 안 된 거야.” 

 “저 언니 또 욱한다.” 

 란이가 라희에게 중얼거리자 규율이의 화살이 그쪽으로 향한다. 

 “너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거야?” 

 “누가 뭐래요. 그런 것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묶어놓고 자지를 잘라버려야죠.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좆물을 왜 싸, 싸기를.”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너는···.” 

 “언니 저는요, 콘돔이 없으면 키스도 안 하는 사람이에요.” 

 “그건 좋네···.” 

 “언니가 조심하셔야죠.” 

 “내가 왜.” 

 “언니도 아다잖아요. 원래 아다가 노콘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요.” 

 하, 하고 헛웃음을 흘린 규율이는 팔짱을 끼며 애써 침착한 어조로 되물었다. 하지만 첫 음절부터 더듬고 들어갔다. 

 “너, 너는 내가 왜 경험이 없다고 생각해?” 

 “에이, 딱 보면 티가 나죠.” 

 “어떤 부분이?”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돼요?” 

 “어, 말해.”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세요.”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고.” 

 란이는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멤버들을 쭈욱 훑으며 말했다. 

 “뭐랄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몸짓이나 표정에 여성적인 매력 없어요. 언니랑 라희처럼요.” 

 “니가 말하는 여성적인 매력이 뭔데?” 

 “남자를 끌어당기는 색기 같은 거요.” 

 “하하, 어이없어. 그런 게 여성적인 매력이야?” 

 “그래서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했잖아요. 남자도 마찬가지고요.” 

 란이는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대표님 봐요. 표정이랑 말투에서부터 섹스 많이 한 티가 나잖아요.” 

 “가만히 있는 나를 왜···.” 

 “대표님 생각은 어때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마.” 

 나는 규율이가 민망해 할까봐 그렇게 대꾸했지만 속으로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살폈다. 

 란이의 성교학을 듣고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다르긴 다르다. 

 대표적인 비교군은 라희와 지유였다. 

 같은 소심파인데다가 얼굴로 치면 라희보다는 지유가 더 순둥순둥해 보이는데 라희보다는 지유에게서 섹시미가 묻어나온다. 

 뭐 라희야 아직 경험이 없고 나이도 어린 편이니 그렇다 치자. 

 란이가 저격한 규율이는 이목구비부터가 야하게 생겼고 몸의 비율도 예쁘다. 

 업키걸까지 합쳐도 몸의 밸런스만큼은 탑이다. (리야는 혼혈 버프로 논외.) 

 하지만 그 타고난 피지컬만큼 섹시하냐고 묻는다면 고개가 살짝 갸웃거려진다. 

 미오는 보이시함에도 불구하고 처음 봤을 때부터 남자를 홀리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니 녀석이 남자라고 했을 때도 계속 위화감이 들었던 것이다. 

 란이는 그냥 섹아일체, 섹스 그 자체고. 

 “참나, 어휴···.” 

 규율이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면서 계속 고개를 젓는 와중에도 성경험의 유무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아마 없는 것 같다. 

 만약 경험이 있었다면 란이의 말이 틀린 것이니 바로 반박을 했겠지. 

 그 말은 란이의 성교학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음란 선생의 성교학 1장 1절 : 아다는 티가 난다.> 

 “숙소에 뭐 필요한 건 없어?” 

 분위기가 또 란이와 규율이의 대립구도로 가는 것 같기에 내가 화제를 전환했다. 

 란이가 대답한다. 

 “욕실이요. 여자 다섯이 욕실 하나가지고 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거 말고 생필품 같은 거.” 

 “탐폰이요.” 

 “그런 건 개인이 알아서 살 수 있는 거잖아.” 

 “뭐야, 그럼 왜 물어봤어요.” 

 “아, 저희 치약 거의 다 써가요.” 

 라희가 대답했다. 

 “치약 오케이.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톡으로 보내.” 

 “아, 대표님 저 멤버들한테 부탁할 거 있는데 말해도 돼요?” 

 규율이가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약 얘기 나온 김에 말할게. 우리 치약은 웬만하면 뒤에서부터 짜서 쓰자.” 

 난 뭐 또 대단한 거라고. 

 얘도 진짜 어지간하다. 

 란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 치약 맨날 앞으로 밀어 놓는 사람이 언니였구나···.” 

 “어. 나야.” 

 “근데 굳이 그럴 필요 있어요? 그런다고 해서 오래 쓰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보기 좋잖아.” 

 “되게 비효율적인데···.” 

 와, 얘네 둘이 진짜 상극이네. 

 느낌상 규율이가 또 욱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그럼 승부할래?” 

 “예, 승부할래요.” 

 승부? 그게 뭐지? 

 다른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미오가 말했던 게임이란 게 이건가보다. 

 란이와 규율이가 마주보고 앉았다.

< 아다는 티가 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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