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왕색기 지선경(1)-세계관의 끝판왕 >
“이쪽으로 오세요.”
목소리가 제법 먼 곳에서 들린다.
지선경의 목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 나는 공기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섹투력에 한 번 위축됐고, 객실의 호사로움에 또 한 번 놀랐다.
이게 로얄 스위트룸이구나.
엘리베이터를 단독으로 쓸 때부터 일반적인 스위트룸은 아닐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스케일이었다.
현관에서 이어진 대리석 복도를 따라 5m 정도 이동하자 그제야 메인 응접실이 나왔다. 15인용 소파와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있었다.
왼편에는 주방이 있다. 서울시내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일법한 오른쪽 벽면 쪽은 모두 커튼으로 둘러져 있어서 아쉽게도 야경은 볼 수 없었다.
벽 곳곳에는 유치원생이 생전 처음 크레파스를 잡고 그린 낙서쯤으로 보이는 난해한 면과 선으로 된 그림들이 걸려있다. 하지만 비싸겠지.
층고는 일반 가정집의 3배 이상 높았다. 1층 로비에나 붙어 있을 법한 크기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응접실 천장 정중앙에 매달려 빛나고 있었다.
응접실을 쭉 가로질러서 들어가자 지선경이 있는 메인침실이 나왔다.
침실 중앙에 대중사우나 욕탕 같은 대리석 욕조가 있으니 이곳이 메인침실이 맞을 것이다. 물은 반쯤 채워져 있었고 수사자 얼굴 모양의 수도꼭지에서는 온수가 콸콸콸 쏟아져 흐르고 있다.
가습기 대용으로 쓰는 건가···.
“안녕하세요.”
“예, 오셨어요. 후우···.”
손님을 불러놓고 운동을 하고 있다니.
긴팔, 터틀넥으로 된 새하얀 하이레그 수영복 ―아마 요가복이겠지― 을 입은 지선경이 요가 매트 위에서 막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5분만 기다려줘요.”
“예, 편하게 하세요.”
“지루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 제법 잘하거든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테이블 의자에 앉자 지선경은 머리와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무릎을 구부려서 알처럼 웅크렸다. 물구나무를 서려는 것 같았는데 구불구불한 갈색 단발이 흐드러지며 얼굴을 가렸다.
내 쪽에서는 그녀의 옆모습이 보였다.
피부는 카메라 어플로 뽀샵 처리를 한 것처럼 하얗고 매끈했다.
아무리 관리를 잘했다고 해도, 여자 나이 50이 넘어서 저런 톤과 탄력이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아마 섹보창의 보상이나 아이템 효과일 것이다.
“후우···.”
호흡을 조절하며 완벽한 1자로 물구나무를 선 그녀는 그 상태로 다리만 꼬아서 가부좌를 틀었다.
나는 그녀의 우아한 동작에 바로 몰입을 해버렸다.
제법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내가 비전문가라서 잘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고난이도의 동작이었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꿈치 그립을 푼다. 양 팔의 힘만으로 몸을 들어올린다.
마치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처럼, 체위를 천천히 전환하는 동안에도 일절의 떨림이 없었다.
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그녀는 가부좌를 풀고 다시 1자 형태를 만들었다.
다리를 앞뒤로 쫙 벌렸다가 프로펠러처럼 양 옆으로 펼친다. 관절이 일절 구부러지지 않는 완벽한 평면이었다.
양 옆으로 벌어져서 꼿꼿이 세운 발끝이 나를 향했는데, 빨간색 페디큐어가 마치 스나이퍼의 빨간 조준점처럼 내 심장을 저격하는 것 같았다.
발이 너무 예쁘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묻는다.
“저 발 예쁘죠?”
움찔!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내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텐데. 설마 속마음을 읽는 스킬이라도 쓰는 건가···.
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덤덤하게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예.”
“풋잡파?”
“싫어하진 않습니다.”
“흐흥, 그럼 이런 거에 미치죠.”
지선경은 내게 발 모양을 강조하듯이,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다리 형태를 계속 변화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요가 동작이 너무 멋지고 신기해서 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물리엔진이 제대로 고장 난 것 같았다.
허리를 90도 가까이 뒤로 꺾으면서 팔 힘만으로 중심을 잡는 동작에서는 나도 모르게 ‘나마스떼!’를 외칠 뻔했다.
예술이다.
이 정도 됐으면 분명히 꼴려야 하는데, 너무 근사하고 우아해서 발기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다시 머리와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천천히 하강하면서 이내 무릎을 꿇고 앉았다.
후우우우 길게 호흡을 뱉고 나서, 아주 차분한 음성으로 내게 묻는다.
“발기했나요?”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뇨, 안 했는데요. 야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녀는 새침하면서도 중후한 미소를 띠며 일어섰다.
나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170이 넘는 여자는 별로다. 하지만 그녀는 규격 외였다.
머리가 작고 다리가 긴 건 둘째 치고, 몸의 균형이 너무 좋다.
어깨가 여자치고는 조금 벌어져 있었는데, 목이 길고 쇄골과 어깨 라인이 너무 예뻐서 그런지 떡대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모델 같은 슬랜더도 아니고 육감적인 글래머도 아니다. 그렇다고 리야 같은 슬래머도 아니었다. 딱 그 중간쯤에 걸친 건강한 몸매였다.
살덩이는 마치 스펀지 안에 철심이 박힌 것처럼,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탄력이 넘쳐흘렀다. 그러면서도 유연하다.
서구적인 뼈대 위에 동양의 살성을 반죽해놓은 것 같다.
그녀는 씻을 생각인지 물이 제법 차오른 욕조를 향해 걸어갔다.
손을 뒷목으로 뻗어서 터틀넥에 달린 지퍼를 내린다.
저 옷은 대체 어떻게 입고 벗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요가복을 벗고 나체가 된 그녀는 내게 뒷모습을 보이면서 탕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뒤로 뉘이며 노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들어오실래요?”
“아뇨, 괜찮습니다.”
“꼭 팔려온 사람 같아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묻는다.
“혹시 제 S창 보셨어요?” “아뇨, 아직 안 떴어요.”
“요즘 제 판타지는 강간이에요. 남자 입장에서는 역강간이죠.”
“예···.”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김윤호 대표님을 강간할 거예요.”
“푸큭!”하고 웃음이 터진 나는 목을 가다듬고 결례를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흐흐흥, 장난 같아요?”
“살면서 여자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네요. 아니, 남자 여자를 떠나서, 현실에서 강간 예고를 듣는 것 자체가 어렵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녀가 탕에서 일어선다.
물이 뚝뚝 흐르는 몸으로 내게 다가온다.
근사한 가슴과 골반이 탐스럽게 흔들린다.
얼굴과 표정에서는 중년의 농익은 고혹미가 넘실대는데 몸은 건강한 소녀의 생명력을 발산한다.
새하얀 몸에 대비되는 까만 음모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보기 좋은 모양새였다.
분명 야릇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짓눌린 듯 몸이 무겁기만 했다.
압도적으로 큰 존재를 맞닥뜨린 보통사람의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그렇다.
지선경은 내가 속한 세계관의 끝판 왕이다.
그녀가 마인부우라면 나는 크리링.
이 바닥에서 나름 정액 좀 뱉는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평범해지는 순간이었다.
먹힌다. 확실하게 잡아먹힌다.
체액이 대걸레 짜이듯 콱콱 짜여져 버린다.
좋은데 괴롭고, 괴로운데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극한의 오르가즘 레이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긴장했나 봐요, 표정이 굳었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 뺨을 스륵 쓰다듬는 순간, 거대한 보지가 애액이 끈적이는 음순을 쩌억 벌리며 내 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환각이 보였다.
―오싸악!
볼을 쓰다듬던 지선경의 부드러운 손이 이내 뒷덜미로 돌아가더니 뒷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잡아챈다. 내 고개는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졌다.
그녀는 다정하면서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내리 깔아보며 갑을 관계를 분명히 했다.
“현용수는 깔끔하게 처리해줄게.” 갑자기 확 비참해진다.
내가 정말 창남이 된 것 같았다. 플스4나 외제차를 사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뛰어든 창남이 아니라 가족들의 빚 때문에 포주에게 팔려온 생계형 창남.
잡았던 머리카락을 놓은 지선경이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며 내게 명령한다.
“빨아.”
나는 여자의 음부를 빠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나름 즐기는 편이고, 혀를 놀리는 솜씨도 제법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마치 ‘니가 그렇게 재미있다며? 한번 웃겨봐.’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내가 본의 아니게 주저하자 지선경이 비꼬듯이 묻는다.
“왜 못 빨겠어? 자존심 상해?”
“아뇨, 그게 아니라···.”
“빨라고.”
그녀의 손이 다시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가랑이 사이로 끌어당긴다.
내 코는 음모에 처박히며 뭉개졌고, 그녀는 스스로 골반을 움직이며 클리토리스를 내 입술에 비벼댔다. 신음을 흘리며 명령한다.
“아, 아··· 혀 내밀어.”
아니아니, 강제로 하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니까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자존심 상해서 더 하기 싫잖아요.
발기도 안 된다고요.
그러든지 말든지, 지선경은 내 얼굴을 음부에 계속 문질러댔다. 샤워 타월로 사타구니 사이를 문지르듯이 말이다.
“브읍, 읍···.”
“혀에 힘줘서 내밀라고. 나한테 도움 청하러 온 거 아니야?”
아니아니, 내가 도움을 청한 게 아니라 대표님이 먼저 도와주신다면서요.
그리고 이렇게 안 해도 내가 알아서 잘 할 수 있다니까요.
저도 섹스 잘해요.
―철퍽철퍽
몇 초 사이에 얼굴이 애액으로 뒤범벅됐다.
그녀의 애액에서는 어디서 많이 맡아본 거 같은데 이름은 알 수 없는 여자 향수 냄새가 났다.
“흐읏···!”
마찰 행위가 순간적으로 멈춘 걸 보니 절정에 오른 모양이다.
그녀는 내 입술을 둔덕에 꾹 짓누르면서 여운을 즐겼다.
“하아···.”
머리카락을 잡은 손이 느슨해졌다.
이내 내 얼굴을 놓아준 그녀는 새로운 명령어를 제시했다.
“벗어.”
이거 진짜 기분이 이상하다.
나 역시 기꺼이 섹스를 할 생각으로 왔고, 침대에서의 그녀가 궁금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니까 괜히 하기 싫다. 내 안에 잠재돼 있는 반항심과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이 자극받는 것 같다.
코트를 벗은 나는 진짜 하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셔츠 단추를 밍기적밍기적 풀었다.
세 번째 단추를 풀던 그 순간.
―촤악!
지선경이 내 셔츠를 잡고 좌우로 당겨버렸다.
튕겨져 나간 단추 두 개가 바닥에 토독 토독 떨어졌다.
그녀는 앉아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바지와 팬티까지 신경질적으로 벗겼다.
하지만 내 자존심을 대변하듯이, 고추는 기적처럼 서지 않고 있었다.
꼬무룩한 음경을 본 지선경의 한쪽 입 꼬리가 빙긋 올라간다.
“당신 참 흥미로운 사람이야. 정복하는 맛이 있겠어.”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 역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내 앞에 무릎 꿇고 앉더니 왼손으로 고환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이쯤 되니 나도 오기가 발동한다.
어차피 고추라는 것은 불어오는 바람에만 스쳐도 발기가 되는 것.
결국 서기는 서겠지만, 나는 그 속도와 강직도를 최대한 늦출 생각으로 의도적인 잡념에 빠져들었다.
어디보자.
섰던 고추도 꼬무룩하게 만들 만한 잡념이 뭐가 있을까.
은빛이의 택견?
서원이의 카톡 폭탄?
요나는··· 항상 예쁘니까 패스하고.
홍카쿠? 아아, 이거 세다. 많이 세다.
발기부전용으로 홍이의 진화 전 모습을 떠올리던 그 순간, 지선경이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더니 몇 차례 진득하게 꼼지락거린다.
―찌걱찌걱
이어서 손을 뽑아내자, 손바닥에는 끈끈하고 투명한 애액이 잔뜩 묻어나왔다.
그 손으로 여전히 초라한 크기의 음경을 감싸 쥐자, 애액이 러브젤 역할을 하며 기분 좋은 촉감으로 어우러진다.
지선경은 귀두를 엄지손가락으로 스륵스륵 비비면서 대딸을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여전히 고환을 어루만지고 있다.
―딸딸딸딸딸
아크읏, 이러다가 서버렷.
홍아, 도와줘!
“으흥, 자기 절제력 진짜 짱이다. 재밌네.”
제가 원래 창남이 아니거든요.
저 여자들한테 철벽을 하도 쳐서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던 사람이에요.
클럽에서 만났던 여자 애가 자기 집 앞에서 라면 먹고 가라고 해도 혼자서 택시타고 돌아왔고요, 소개팅 해서 제가 먼저 에프터 신청한 적도 거의 없고요, 업키걸 애들이랑 한 숙소에서 지내면서도 털끝 하나 안 건드렸던 사람이에요.
제가 어쩔 수 없이 남창의 운명을 살고는 있지만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냠.”
“갸익···!”
지선경은 결국 펠라치오로 노선을 변경했다.
고추를 반쯤 물고, 막대 사탕을 핥듯이 입안에서 귀두를 혀로 날롬날롬 훑는다.
이건 반칙이지.
나는 1차 핸드잡 공격을 이겨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것의 보상이라도 바라듯 고추가 2배속으로 커졌다.
마침내 최대 크기로 부풀자 지선경은 입에서 고추를 떼고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음, 이쁘다. 깔끔하게 세워졌어.”
손으로 기둥을 잡은 그녀는 혀를 빼족하게 만들어서 요도구멍을 가볍게 눌렀다.
그렇게 살며시 누른 상태에서 혀를 깔짝깔짝 움직이자 오래 참았던 소변을 누는 것 같은 배설쾌감이 좌아악 밀려왔다.
“으읗···!”
< 패왕색기 지선경(1)-세계관의 끝판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