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8화.이건 무슨 기획물도 아니고 (171/371)

< 이건 무슨 기획물도 아니고 >

라희와 란이의 첫 버스킹 공연이 있는 토요일 오후.

장소는 홍대입구역 인근의 어울마당로였다.

대학로와 함께 버스킹의 성지로 불리는 홍대였지만, 요즘은 아무데서나 공연을 할 수가 없다. 소음으로 인한 주변 상가의 민원이 너무 많아서 아예 거리 하나를 버스킹 공연을 위한 장소로 지정해놓고 사전승인 제도로 운영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공연 팀들은 물론 유명 스트리머와 현직 가수들도 선착순으로 신청을 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라희와 란이의 픽업은 당연히 내가 맡았다. 회사에서 막바지 연습 중이던 애들을 태우고 홍대로 향했다.

란이가 보조석에, 라희가 운전석 뒤 2열에 앉았다.

오디오에서는 오늘 녀석들이 공연을 할 MR이 흘러나오고 있다. 라희의 기타 연주로 3곡을 부르고 MR로 6곡을 부른다.

“컨디션들은 괜찮아?”

“전 너무 좋아요. 빨리 하고 싶다!”

그래도 나름 기성이라서 그런지 란이는 긴장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것 같았다.

멘탈 관리 부분에서는 역시 1등이다. 쭉쭉 늘고 있는 실력도 자신감을 키워준 요인이고.

“후우, 저는 조금 떨려요···.”

문제는 라희였다.

연습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실전 경험 부족이었다.

과도하게 긴장을 하면 다리가 말썽을 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공연 중에 다리가 뒤틀리면 호러 쇼로 변한다.

“적당하게 긴장하는 건 좋아.”

내가 라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자 란이가 만물자위설을 설파한다.

“긴장될 때 딸딸이 치면 진정된다.”

“넌 쫌···.”

“하고 올 걸 그랬나아···.”

“아니아니, 라희야 그런 건 물들지 마.”

“아뇨, 딸딸이 말고 앞머리요. 너무 푹 가라앉아서요.”

“음란마귀는 라희가 아니라 대표님이구만 뭘.”

아니아니, 라희 저거 분명히 딸딸이 의미로 말했다가 태세전환 한 거야.

누가 요나 바라기 아니랄까봐 점점 요망해지고 있네.

“언니 구르프 가져 왔는데 쓸래? 대표님 꼬추만 한 굵긴데.”

“아, 예··· 주세요.”

“거기 가방 안에 있어.”

“예.”

“혹시 몰라서 딜도도 가져왔으니까 쓸라면 쓰고.”

“예.”

“야 이 미친놈아, 딜도를 왜 가져와! 쓸 일이 어디 있다고!”

“혹시 마이크 안 나오면 대용으로 쓰려고요.”

“하아··· 진짜 미쳤냐고.”

“어휴, 농담이죠.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데 딜도가 무슨 필요가 있어요.”

“쫌, 쫌··· 라희 있는 데서는 자중 좀 하라고···.”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대표니임. 야한 얘기 하니까 긴장 좀 풀렸어요오.”

라희가 그렇게 대답하자 신이 난 란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얘기하듯이 줄줄줄 읊는다.

“자지, 보지, 섹스, 앞치기, 뒤치기, 김윤호, 후장, 떼씹, 똥까시.”

“중간에 김윤호는 뭔데.”

“세상에서 제일 꼴리는 단어.”

대꾸할 여력도 없다.

라희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인정이요오.”

나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문득 규율이가 보고 싶어졌다.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녀석이 이 팀의 최후의 보루이자 유일한 개념인이다.

***

같은 시각, Y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화장실.

―쯧쯧쯧쯧쯧쯧

윤호가 신뢰해 마지않는 정규율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열심히 클리토리스 자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소변을 보러 왔었는데, 소변을 본 후 휴지로 뒤처리를 하다가 그만 야외 자위의 충동이 생겨버렸다.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손가락을 대버린 것이다.

‘하··· 하다하다 이제는 휴지로 닦다가 흥분을 하다니··· 진짜 구제불능 쓰레기네···.’

***

버스킹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인근 카페에서 대기 중이던 ‘잼미디어’ 팀과 만났다.

투블럭 호일펌과 구릿빛 피부, 조거팬츠에 에어맥스 97시리즈를 신은 육봉선생이 라희와 란이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크으, 이게 나라다! 반가워요, 육봉현이에요.”

“이소란입니다.”

“안녕하세요, 예라희입니다.”

“어떻게, 선곡은 잘 짰어요?”

나는 휴대폰에 저장해둔 선곡 리스트와 음원이 담긴 외장하드를 그에게 건넸다.

반응은 나이스했다.

“오이오이, 선곡 좋은 걸? 버스킹은 선곡이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거라고.”

저번에 미팅을 했을 때 느낀 거지만 항상 한톤 정도 업이 돼 있는 사람이다.

좋은 말로 하면 예술가적 에너지가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 같다.

물론 또라이라는 말도 이쪽 업계에선 포상 같은 표현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게 제우스의 길거리 노래방이라서 끝나고 나서도 사람은 꽤 있을 거예요.”

제우스의 길거리 노래방.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이 있나 했더니 그거였구나.

유튜브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콘텐츠이다. 주로 아마추어나 가수 지망생들이 참여를 하는데, 은근히 옥석을 찾을 수 있어서 우리 회사 캐스팅 매니저들도 요즘 눈여겨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은 창가로 다가가서 1층을 내려다봤다. 원형의 버스킹 존을 중심으로 사람의 띠가 다섯 겹 정도로 모여 있었다.

“저건 생방이지?”

“예. 지금 아프리카에서 하고 있어요.”

란이가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을 하며 대답했다.

라희는 말이 없어졌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하는 것처럼 호흡 소리가 길어졌다.

얘가 혹시 무대공포증이 있나?

지금까지 몇 번의 월말 평가를 거쳤고, 연말에는 관객들 앞에서도 공연을 했었지만 이렇게 티가 나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정식 무대도 아닌 버스킹 공연인데 말이다.

―찌잉

녀석의 불안불안한 감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기에 감응을 한 심장이 급격하게 뛰어서 나도 숨을 길게 쉬어야만 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라희의 현재 상태라면 단순한 긴장을 넘어서 공포 또는 공황에 가까운 게 맞는 것 같다. 설령 공연을 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경험상 다리 경련이 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예약을 한 공연 시간까지는 40분 정도 남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육봉선생에게 말했다.

“대표님, 저희 잠깐 차에 갔다 올게요.”

“예, 어차피 저거 끝나도 장비 설치하느라 10분 정도 걸려요. 스탠바이 되면 전화 드릴게요.”

라희, 란이와 함께 카페 밖으로 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다리에 보라색 반점이 올라왔나 확인을 하고 싶은데, 라희는 오늘 레깅스와 플랫워커로 다리를 꽁꽁 여민 탓에 피부 상태가 보이지 않았다.

“라희, 다리 괜찮아?”

“예, 괜찮아요.”

“참는 거 아니지?”

“진짜 괜찮아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함께 뒷좌석에 오른 뒤에 종아리의 맨살을 보여 달라고 했다.

라희는 워커와 양발을 벗고 레깅스를 걷어 올려서 양쪽 다리를 확인시켜줬다.

종아리 아래쪽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3열에 앉아 있는 란이가 묻는다.

“왜요?”

“얘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혹시 마비 올까봐 미리 확인해보려고.”

“괜찮아요?”

“어, 아직까지는 별 이상 없어.”

“으음, 우리 라희 어울리지 않게 왜 긴장을 하고 그래. 혹시 언니 못 믿나?”

“아뇨 그게 아니라, 뭔가 일반적인 공연하고 느낌이 달라서요오···.”

라희는 버스킹 공연의 특성상,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관객이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요, 오늘 아침에 다른 사람들 버스킹 한 거 영상 보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도착해서 사람들 모여 있는 거 보니까 더 심해졌어요.”

“공연은 할 수 있겠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대답이 한 타이밍 늦게 나온다.

“···해야죠.”

“내가 볼 때는 안 될 거 같은데? 벌써부터 목소리가 떨리는데 뭐.”

“아, 왜 이러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신경 쓰면 더 부담되니까 마음 편안하게 먹어.”

지금까지는 가볍게 생각했던 란이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진다.

둘이 듀엣으로 파트를 나눈 곡들이라서 란이 혼자 공연을 하기는 힘들다.

취소를 하든가, 아니면 라희가 무리를 해서라도 공연을 강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다리 경련이 오면 제대로 망하는 거고···.

모든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한다.

육봉선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내게 전해지는 라희의 보랏빛 감정을 생각하면 취소를 하는 게 맞다. 공연을 강행했을 시에 얻을 이득이 하나도 없다.

그래, 우선 취소하는 걸로 결정을 내리자. 근데 이걸 어떻게 말을 해줘야 라희의 죄책감이 덜 할까.

라희의 미안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멘트를 생각하던 그때였다.

라희는 운전석 뒤에, 내가 보조석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라희의 왼쪽 골반 위로 빨간색 홀로그램 화살표가 떠올랐다.

뭔가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정보창의 알림이었다.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줬을 거란 생각에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던 나는 라희 쪽으로 상체를 틀며 말했다.

“라희야, 잠깐만 일어서볼래?”

“예?”

라희는 내 손길의 안내에 따라 일어섰고, 나는 라희의 몸을 돌려서 엉덩이를 내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화살표가 꼬리뼈 쪽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 바지 좀 벗길게.”

“예···.”

라희는 엉덩이를 덮은 오버핏 청자켓을 벗어주었고, 나는 주저 없이 레깅스와 팬티를 내렸다.

아아, 이런.

엉덩이 골 약간 밑, 그러니까 항문으로 추정되는 위치가 호두만한 분홍색 반점으로 물들어있었다.

나는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양해를 구했다.

“미안, 엉덩이 좀 벌릴게.”

“예? 잠깐만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나를 믿었던 라희가 처음으로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엉덩이를 손으로 가렸다. 아직 마비나 통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얼른 의자에 주저앉으며 묻는다.

“어, 엉덩이 사이를 봐야 돼요?”

“그래야 될 거 같아. 그쪽에 마비 증상이 조금 보이는 거 같아서···.”

“아아···.”

“아직 느낌은 안 와?”

“예··· 괜찮아요.”

“음···.”

이번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저 분홍색 반점이 마비의 전조 증상인지, 아니면 라희의 무대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한 버튼인지 말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화살표로 강조가 된 걸 보면 후자일 거라는 예감이 든다.

어쨌든.

이야기 속에 권총이 등장하면 반드시 발사가 돼야 하는 체호프의 법칙처럼, 일단 반점이 나타난 이상 마비가 오건 안 오건 관계없이 나는 무조건 거기를 지압해서 반점을 없애야 한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인을 좀 해봐야 할 거 같은데···.”

라희는 결국 내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항문 검사를 하는 것처럼, 뒤돌아 일어서서 의자 헤드레스트를 잡고 다리를 벌렸다.

예상했던 대로 분홍색 반점은 정확하게 애널을 덮고 있었다.

<‘에스테틱 갓 핸드’가 발동됩니다.>

“미안해. 빨리 끝낼게.”

“예···.”

란이는 이런 상황이 그저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라희를 기어코 놀리고 자빠졌다.

“한두 번도 아닌데 뭘 부끄러워해. 대딸 받으면 긴장감도 확 풀리고 좋지 뭐. 너 대표님이 손으로 해주는 거 좋다면서.”

“제, 제가 언제요···.”

“망란이 이제 쉿.”

“예.”

나는 왼손으로 엉덩이 한 짝을 잡고 살짝 벌리면서 오른쪽 엄지로 뾰로통한 항문 위를 부드럽게 눌렀다.

“흐으으응···.”

주사를 맞는 것처럼 라희의 몸이 바짝 긴장되며 둔부가 오그라드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이 엉덩이 사이에 꽉 끼었다.

“어, 미안한데 엉덩이에 살짝만 힘 빼보자.”

“예···.”

다시 이완되는 엉덩이.

나는 섬세함보다는 속도를 택해서 빠르게 문질렀다.

―애너르애너르애너르애너르

“꺄으으으으···.”

“어, 미안해, 미안해, 최대한 빨리 끝낼게.”

“지금 어디 문대고 있는 거예요? 짬지 아니죠?”

란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라희 녀석이 굳이 대답을 한다.

“똥꼬요오···.”

“오호, 똥까시.”

―애널애널애널애널애널

“아아, 아아아··· 아아앙.”

“크으, 우리 라희 신음소리 달라졌죠? 슬슬 느끼죠? 역시 대표님 스킬은 알아줘야죠?”

“너는 좀 닥치죠?”

“칫···.”

의도한 건 아지만, 음부에서 배어나온 애액이 손가락 마찰 반경 안까지 스며들어오면서, 처음의 건조하고 뻑뻑했던 마찰력이 확 줄어들었다.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운 게 라희에게도 좋을 것이다.

“으응, 흐으응···.”

“아, 나도 못 참겠다.”

“왜, 왜, 왜! 뭘 못 참아!”

“꼴려서 안 되겠어요. 한 번 빼야 될 거 같아요.”

망란이 놈이 남자가 할 법한 말을 하면서 치마를 걷어 올린다.

녀석의 오늘 의상은 옆트임이 돼 있는 니트 원피스에 살색스타킹, 양말처럼 발목을 감싸는 삭스 힐이었다.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내리고 뒷좌석 중앙 자리에 M자로 다리를 벌린다. 반쯤 풀린 눈빛으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대음순을 벌린 뒤 오른쪽 중지로 클리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주말을 맞아 홍대를 찾은 행인들이 계속 오가고 있었다. 우리 차 바로 옆을 스치면서 말이다.

일명 ‘연예인 썬팅’을 했고 뒷좌석 2, 3열에는 블라인드까지 설치돼 있어서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차 안쪽에서는 앞 유리를 통해 바깥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아, 좋아아아···.”

란이는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자위를 하는 것에 큰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고작 몇 번의 터치만으로 복부가 들썩들썩 거렸고, 이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며 아헤가오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꾸준한 마사지 덕분에 라희 애널에 떴던 분홍색 반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내가 지압을 멈추자 라희가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말한다.

“아, 어떡해··· 다리 마비오는 거 같아요, 대표님···.”

아니아니, 구라치지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라색 반점 하나도 안 보이니까.

< 이건 무슨 기획물도 아니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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