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 만져주세요 >
꼴린다.
‘꼴리다’라는 표현 외에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
지유와 라희의 마사지를 끝낸 후부터 몸이 계속 흥분상태라서 일에 집중을 못하겠다.
정확히는 마사지 도중 의문의 사정감이 생긴 이후부터다.
앞선 두 차례의 사정감은 귀신같은 순발력을 발휘해 막아냈지만 이번에는 미처 틀어막지 못하고 0.4 정도의 사정을 허용해 버렸다.
화장실에서 물티슈로 닦아내긴 했지만 물티슈의 물기가 마르지 않아서 속옷이 영 찝찝한 상태다.
대체 그 증상은 뭘까.
‘비뇨기과 주치의’ 패시브가 항시 발동중이기 때문에 비뇨기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 것이다.
그럼 됐고.
아무튼.
내가 지금 정액을 분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질이든, 입이든, 얼굴이든, 손이든, 배든, 겨드랑이든, 발이든, 음모 위에든, 어디든 상관없으니 사정을 하고 싶다.
싸고 싶다.
토해내고 싶다.
때려 넣고 싶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로 달아올랐냐면 충동적 자위 욕구까지 느끼고 있다.
자위가 땡긴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나에게 자위라는 건 몽정을 피하기 위한 방지턱 같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회사.
내가 아무리 꼴려도 자위를 할 정도로 사회성이 뒤틀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은 먹지 않는 법.
차라리 섹스를 하고 말지.
나는 란&라희의 버스킹 촬영 및 연습생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 일정을 확인한 뒤 뭐에 홀린 듯이 휴대폰의 야설 앱을 터치했다.
이럴 때는 영상보다는 활자를 통해서 은은하게 성욕을 배설하는 게 낫다.
보자, 요즘에 뜨는 게 뭐가 있······.
―아빠가 너무 잘함
잠깐만요, 선생님.
아빠가 잘하는 게 과연 뭐라는 겁니까.
제목에서부터 1만 구매수의 위엄이 느껴진다.
아무리 야설 사이트라고 해도 근친이나 강간처럼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소재는 허용이 안 되니 아마 의붓딸이나 그런 거겠지.
일단 소개 글을 살펴보자.
―――――――
천마의 귀환!
남은 삶은 평범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빠가 넣어 주세요. 제가 졸업할 때 까지만.”
딸이 생겨버렸다.
―――――――
굉장히 저돌적인 딸인 걸.
호기심에 첫 화를 누르던 그때였다.
―떡떡떡
발랄함이 느껴지는 노크소리에 잽싸게 핸드폰 화면을 껐다.
“예, 들어오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은빛이가 양 손을 흔들며 들어온다.
오전에 화보 촬영을 마친 업키걸 아이들이 공연 연습을 위해 출근을 했나보다.
“촬영 잘했어?” “잘했지. 오빠는 뭐하고 있었어?”
“나야 뭐··· 일하고 있었지.”
“으흥, 그렇구나.”
“다른 애들은?”
“연습실 먼저 올라갔어.”
“하얀 마음 육구는 잘 있고?”
“푸핰!”
“으이그··· 엔간히들 해라.”
“아 왜. 육구는 서원 언니가 말한 거란 말이야.”
“제일 먼저 웃은 건 너잖아.”
“내가 진짜 잘 참고 있었거든? 근데 하얀 마음 육구는 못 참겠더라고. 아, 생각하니까 또 웃기네, 프하캏핰핰핰!”
한차례 웃음보를 터뜨린 씨바는 집 보러 온 사람처럼 사무실을 천천히 돌며 이것저것 살펴봤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닌 듯, 별 의미는 없는 행동 같아 보였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아니?”
“그럼 왜 왔어.”
“그냥 오빠 얼굴 보고 싶어서 왔지.”
“근데 왜 얼굴 안 보고 어슬렁거려. 와서 얼굴 봐.”
녀석은 대답을 하지 않고 책꽂이 상단에 손을 뻗었다.
키가 닿지 않자 까치발을 들고 낑낑 댄다.
“뭐 보게?”
“이거, 성공한 덕후.”
아이돌 덕후인 연예부 기자가 쓴 건데, 내가 매니저를 처음 시작할 때 참고하려고 읽었던 책이다.
“있어봐, 내가 꺼내줄게.”
나는 책장 앞으로 가서 손을 뻗었다.
뻗은 손의 겨드랑이 옆으로 은빛이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녀석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의미심장하게 나를 불렀다.
“오빠.”
“응.”
“오빠아.”
“아 왜.”
“나 오늘 화장 잘 됐지?”
봄 시즌 화보 촬영을 마치고 온 터라 화사하고 맑은 톤으로 메이크업이 되어 있었다.
검정색 베레모와 똥글이 안경을 썼다.
하얀색 박시한 후드티가 반바지보다 길어서 원피스처럼 보인다.
스타킹 같은 하얀색 시스루 양말에 자신들이 모델을 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의 어글리 슈즈를 신었다.
“어, 잘 됐네.”
“이뻐?”
“우리 씨바야 항상 이쁘지.”
은빛이는 히이, 하고 웃으면서 책장과 나 사이로 꾸역꾸역 들어왔다.
가슴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씨바의 몸에서는 달콤한 향취가 솔솔 올라왔다.
나를 올려보는 녀석의 눈빛이 갑자기 흐리멍덩해진다.
그것은 녀석이 섹시미를 강요할 때 짓는 섹시오패스 표정이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내가 받아주지 않자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으응~”
“뭐. 어쩌라고.”
“으응으응~”
“큭큭큭, 그냥 말을 해. 원하는 게 뭔데.”
“아잉,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얘기하냐. 부끄럽게···.”
뭐야 이 인간.
설마 여기서 섹스 하자는 건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응. 아니다.
그동안 씨바가 보여준 행동 패턴과 녀석의 성격, 분위기 등등을 종합해 봤을 때 이건 유은빛의 행동원리가 아닌 것이다.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평소와는 다른 작위감도 느껴졌었고.
“뭐야.”
“응?”
“몰카야?”
“응? 무슨 몰카?”
살짝 정색하며 되묻는 녀석의 표정이 어색하다.
나는 확실히 감을 잡았다.
“큭큭큭, 뭔데. 게임 같은 거야?”
“아닌데?”
“내가 한두 번 당하냐? 빨리 말해. 뭐야.”
“아니라고요.”
왔다.
녀석의 입 꼬리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슬슬 비실거리기 시작했다.
“너네 무슨 내기 같은 거 했지?”
“아니야아아.”
“내 느낌으로 봤을 땐 누가 스킨십 빨리 하나, 그런 거 같은데? 말로 직접 표현하면 안 되는 거고. 맞지?”
“큽!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맞구나···.
결국 웃음이 터진 씨바는 슬금슬금 게걸음치더니 결국 몸을 훽 틀어서 도망갔다.
뛰어가는 녀석의 얼굴 쪽에서 콩알만 한 뭔가가 떨어졌지만 녀석은 그것도 모른 채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귀걸이가 빠진 건가 싶어서 확인해봤더니, 아···.
예전에 홍이와 리야가 썼던 초소형 인이어였다.
귀에 꽂아보았다.
아직도 은빛이가 끼고 있는 줄 아는 업키걸 아이들의 원성이 쏟아진다.
―아, 유은빛 딱 걸렸네. 야 이 멍청아.
서원이고.
―거봐요, 첫 번째로 씨바 언니를 보냈으면 안 되는 거예요.
알댕이.
―와··· 은빛이 연기 너무 못한다.
느그홍.
―에휴···.
욘리다의 깊은 한숨.
“너네 한가하냐? 연습 안 해?”
―어, 뭐야. 유은빛 아직 안 나왔나본데? 대표님 목소리 들렸어.
“서원아, 너는 나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래.”
―끼에엑! 그게 아니라 뮨댕댕한테 걸린 것이에요!
―엥?
“리야, 니가 하자고 했지?”
―아니야! 욘리다가 하··· 읍! 읍! 으읍!
요나가 리야의 입을 손으로 막은 모양이다.
“요나가 범인이구나···.”
―아니에요! 저는 그냥 재밌을 거 같다고만 했고요, 실제로 하자고 한 건 홍이 언··· 니웁! 꾸우웁!
홍이가 요나의 입을 손으로 막은 모양이다.
―대, 대표님 그게 아니라요.
“응, 그럴싸하게 변명해봐 홍아.”
―서원이가 하자고 했어요.
―야! 내가 언··· 즈흡! 웁웁웁웁웁웁!
홍이가 서원이의 입도 막은 모양이다.
“누가 하자고 한 건지는 상관없고 결론은 다섯 명이 하나 된 마음이었네. 리야 내려와서 인이어 가져가.”
―끼에엑, 싫어! 혼내려고 그러는 거자너!
“내려오라고 했다.” ―네.
잠시 뒤 문이 빼꼼 열리고 리야가 슬금슬금 들어왔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나는 접대용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 있어.”
“왓? 여기 올라가서 빨가벗고 도게자 하라고?”
“뭔 소리야. 인이어 거기 놔뒀다고.”
“아···.”
녀석은 민망한지 괜히 화를 냈다.
“랑깡깡 많이 변했다.”
“뭐가.”
“옛날에는 장난인 거 알면서도 당해주고 그랬자너! 꼬깔 좀 썼다고 이제 이런 것도 안 받아주는 것이야?”
“야, 내가 평범한 장난이었다면 당해줬지. 근데 나 도청 같은 거에 민감한 거 알잖아. 누구 때문에.”
“또, 또, 남 탓 한다! 랑깡깡은 큰 사람 되긴 글렀어!”
“아니아니, 남 탓이 아니고 팩트잖아. 니가 옛날에 내 핸드폰 도청했어, 안 했어.”
“했어!”
“그때 내가 그런 짓 한 번만 더 하면 혼내다고 했어, 안 했어.”
“했지!”
“그런데도 홍이한테 또 아바타 도청 시켰어, 안 시켰어.”
“시켰어!”
“그때도 내가 뭐라 그랬어. 다시는 하지 말라 그랬지?”
“그랬지!”
“너도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시는 안 한다고 했지?”
“그래!”
“근데 또 해?”
“잘못했다! 알리야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됐냐? 됐냐아아아!”
자기 화에 못 이긴 녀석은 코카스 파니엘 귀처럼 어깨 위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퍼덕퍼덕 흔들면서 소리쳤다.
“어린 애 팩트로 후드러 패서 사과 받아내니까 이제 좀 속이 후련하냐아아아아아아!
버럭버럭 성질을 부리면서 나름 인정을 하는 모습이 얄밉고 귀엽기도 해서 나는 그만 헛웃음이 터졌다.
그래, 리야는 멍멍이 버전 보다는 이렇게 톡톡 튀는 본연의 모습이 어울리지.
“나 일해야 되니까 올라가.”
“바쁜 척 하고 있네. 팬츠 CEO 주제에.”
“야, 나 요즘 바빠.”
“그래봤자 우리 회사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랑깡깡이거든.”
“그건··· 인정···.”
꽥꽥 소리를 지르고 나니 이제 좀 진정이 됐나보다.
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모니터를 슬쩍 쳐다본다.
“유튜브 보고 있었구만 일은 무슨 일이야.”
“연습생 애들 방송 할 때 참고하려고 모니터하고 있는 거야.”
“편성 잡혔어?”
“응. 세달 뒤.”
“그래도 뭔가 하고 있기는 하네.”
“그거도 내가 따온 거야.”
녀석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내 허벅지 위에 그대로 포개 앉으면서 화면에 떠 있는 영상 중 하나를 클릭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선보인 카밀라의 무대였다.
음악이 나오자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흔들흔들 리듬을 탄다.
짧은 라이더 자켓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자켓의 가죽냄새가 화장품 향에 섞여서 올라왔다.
위험해.
“안 가냐?”
“이것만 보고. 이거 언제 거야?”
“작년.”
“으흥, 욘리다가 보라던 게 이건가 보다. 우리도 이번에 세트 이렇게 나눠서 할 거자너. 한 명 한 명씩.”
“야, 나 다리 저려. 나와 봐.”
“뻥 치시네. 다리가 아니라 페니스 저려서 그런 거면서.”
움찔. 이 늙은 너구리 같은 놈,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이런 거였구나.
지금까지는 용케 안 커지고 있던 고추가 정곡을 찔리자마자 급속도로 팽창한다.
“알면 좀 비켜줄래.”
녀석은 비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엉덩이를 더 밀착하며 스무스하게 리듬을 탔다.
“나 지금 위험하다고.”
“뭐가?”
발정난 상태라고···.
차마 내 입으로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코로 내쉬는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리야는 계속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리듬을 탔다.
“하바나 우나나, 하폰마 허리진···.”
아··· 방어 해제.
은빛이의 도발은 평소의 그놈답지 않게 작위적이고 위화감이 들어서 거를 수 있었지만, 신체가 닿은 상태에서 이렇게 은꼴력을 가해버리니 차마 팽개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인정한다.
고추를 부비부비하는 리야 엉덩이의 리듬감과 촉감이 너무 좋다.
발기가 되면 될수록 마찰점이 집중되면서 실제 애무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맨살 대 맨살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쾌감이었다.
육욕의 노예가 돼버린 나는 결국 정신줄을 놓고 리야의 리듬감을 받아들였다.
―서걱서걱 서걱서걱
재생 시간이 1분 20초쯤 지날 때였다.
카밀라가 계단을 타고 메인무대로 내려와서 후렴구를 부르는데, 지금까지 줄곧 따라 부르던 리야의 노래가 허밍으로 바뀌었다.
무한대 기호를 그리듯 스무스하게 움직이던 골반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리듬감이 조금씩 투박해지기 시작했고 방향도 단조로워졌다.
마치 기승위 피스톤 운동을 하듯이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흥흥흥, 흥흥흥··· 흨킁···.”
허밍을 하던 중 탁하게 걸리면서 나오는 콧신음.
옳거니.
흥분을 하고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리야 녀석도 어느 순간부터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몸에서도 습한 열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바지 속 역시 쿠퍼액으로 질척해진지 오래고 귀두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
어쩌지, 어쩌지.
진지하게 갈등된다.
란이한테 홀린 나머지 계단에서 고추를 빨린 적은 있지만, 아직 회사에서 삽입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그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분기점이다.
업무가 끝났다면 모를까, 근무 시간 중에 섹스를 하는 순간 나는 진성 미친놈이 되는 거다.
물론!
여건은 된다.
내게 용무가 있는 직원들은 보통 전화로 하고, 회의는 회의실에서 한다.
지유와 라희의 마사지를 할 때도 직원이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내 방에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건 업키걸 애들이나 란이 정도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긴 미친놈아!
지킬 건 지켜야지!
“알댕쓰, 이제 그만 하···.”
“으응, 주인님아. 알댕이 가슴 만져주세요···.”
< 가슴 만져주세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