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마라(끝부분 추가) (158/371)

<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마라(끝부분 추가) >

대환장 콜라보레이션이 벌어졌던 그날 밤. 

 당산역 인근 도로변에 카니발 한 대가 멈춰 선다. 

 운전자는 미오였고 조수석에는 란, 운전석 뒤 2열에는 라희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정규율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유는 은빛 주니어 때문에 오지 못했다. 

 “라희야, 인나라. 다 왔다.” 

 “예, 언니···.” 

 라희를 깨운 란은 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저희 도착했어요.” 

 ―11번 출구 쪽에 보면 할리스 있거든요. 

 “아, 보여요.” 

 ―저 거기 3층에 있어요. 

 이윽고 주차를 마친 세 사람이 카페에 들어섰다. 

 세 명 모두 연습을 마치고 바로 온 탓에 땀에 절은 연습복 차림이었지만, 아이돌 지망생의 기본 클래스가 있던지라 주변인들의 시선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빈 테이블에서 음료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고 있던 20대 남자 세 명 중 한 명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향한다. 

 그는 앞에 앉은 친구의 발을 툭 치며 복화술로 소곤거렸다. 

 “야··· 지금 들어온 세 명 개씹카와이···.” 

 나머지 두 명의 눈길도 조심스럽게 오더데스크 쪽을 향했다. 

 오오옷! 오오오옷!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접선을 하듯 속닥였다. 

 “개씹카와이 린정···.” 

 “나는 가운데 금발 숏컷. 완전 내 스타일···.” 

 미오였다. 

 “나는 왠지 마스크 낀 애가 제일 예쁠 거 같은데···.” 

 “얼굴은 모르겠고, 몸매는 진짜 장난 없다.” 

 란이었다. 

 유일하게 얼굴이 알려진 탓에 후드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특유의 색기는 감출 수가 없는 모양이다. 

 “라희 케이크 먹을래?” 

 “아뇨··· 지금 먹으면 다 살로 가요···.” 

 “괜찮아, 괜찮아. 언니가 다 사줄게.” 

 “안 돼요. 꼬시지 마요오···.” 

 미오와 라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피 끓는 남자들의 속닥거림은 계속되었다. 

 셋 중에서는 란이만이 유일하게 그들의 음흉한 시선을 눈치 챘다. 

 란이는 그 시선을 즐기면서 그들의 속닥거림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는 잘 안 들리지만 마스크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자기 얘기를 하는 건 분명해보였다. 

 그들의 시선이 몸을 훑을 때마다 심장이 생동감 넘치게 뛰고 클리토리스가 보근보근 거린다. 

 ‘나는 역시 사람들한테 관심 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빨리 앨범 내고 활동하고 싶다···.’ 

 자신의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정규율을 고정 멤버로 확정짓고 앨범 제작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 자리는 그것을 확정짓기 위한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었다. 

 란은 의자 팔걸이로 클리 자위를 하던 규율의 모습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확실해. 그 언니도 우리 과야. 아직 자신의 본모습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란은 또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김윤호 대표의 남다른 안목이었다. 

 대표님이 데려온 사람이라면 분명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소란은 김윤호가 아이컨택에서 요나를 빼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당시에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요나가 아이컨택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멤버였기 때문이다. 또한 김윤호는 요나가 스폰서 접대를 하던 모습을 현장에서 직격으로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감수하면서까지 요나를 데려갔고 결국 업키걸을 최고의 걸그룹으로 만들었다. 

 어디 요나뿐인가.  업키걸 멤버 전원을 발굴한 사람이 바로 김윤호 대표다. 

 그 중에서도 요나, 연홍, 알리야는 회사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영입한 멤버들이었다. 연예계와는 일절 관계가 없던 평범한 회사원의 신분으로 말이다. 

 김윤호 본인은 업키걸 멤버와 회사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있지만 그것은 과한 겸손이었고, 란이가 보기에는 김윤호가 그들의 멱살을 잡고 끌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2기로 넘어오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라희는 그렇다 쳐도, 일단 자신을 데뷔조로 컨택한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그 이후에 들어온 미오와 지유도 사실 말이 안 되는 멤버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김윤호 대표가 독단적으로 뽑았다는 것이고, 다들 데뷔를 하지 못할, 아니, 하면 안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함은 김윤호에 의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자신의 섹스중독과 라희의 다리 마비도 마찬가지였다. 

 란은 요즘 들어서야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나는, 우리는, 대표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일단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태원과 강남의 클럽을 미친년처럼 돌아다니고 있었겠지. 

 라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마비 증상 때문에 병원에 누워있을 테고. 

 지유는 말할 것도 없고, 미오 언니도 썩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는 않아. 

 대표님은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 비스무리한 존재가 아닐까? 

 그냥 천사가 아니라 큰 죄를 짓고 추방당한 천사. 

 우리를 통해서 업보를 씻어나가는 거지. 

 김윤호 천사설. 

 그것은 업키걸 멤버들도 한 번씩 거쳐 갔던 생각이었다. 

 란이는 일련의 생각들을 정규율에게 그대로 말해주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언니는 우리랑 같이 할 수밖에 없어요. 같이 해야 돼요.” 

 정규율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제가 그쪽들이랑 같은 과라고요?” 

 “예.” 

 “그 과가 무슨 관데요?” 

 “대표님이 없으면 인생 망하는 과요.” 

 “프흐흐흐···.” 

 예상치 못한 답변에 규율은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은 안도의 웃음이기도 했다. 

 팔걸이 자위를 약점 삼아서 협박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동화적인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제가 대표님이 없으면 망한다고요? 무슨 근거로요?” 

 “근거는 없어요. 그냥 느낌이에요.” 

 “미안한데 저는 그런 느낌 같은 거 별로 안 믿거든요. 그리고 저 솔직히 가수 안 해도 할 거 많아요.” 

 할 거는 많지. 행복하지 않아서 문제지만···. 

 정규율은 마음에도 없는 방어기제를 펼치며 차분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하지만 란이의 다음 말에 마음 한구석이 찡― 울리고 말았다. 

 “저희는 이거 아니면 할 거 없어요. 그러니까 언니가 사람 네 명 살리는 셈치고 도와주세요.” 

 란이가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했을 때 ‘뭐 이런 건방진 게 다 있나’ 생각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한 판 뜰 생각으로 나왔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스스로가 못나 보였다. 

 이번에는 미오가 말을 잇는다. 

 “저희 팀 멤버들 문제 많은 거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게 언니의 신념과 부딪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저희 많이 노력하고 있고 계속 나아지고 있는 중이에요. 제 이름 걸고 장담하는데 데뷔할 때쯤 되면 지금 있는 문제들 다 해결될 거예요.” 

 규율이 대답한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이 팀이 데뷔는 할 수 있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 돼요. 뭐, 앨범까지는 어찌저찌 낼 수 있겠죠. 근데 그 다음은요?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 계약조건이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활동을 할 수 없으면 말짱 꽝인데요.” 

 그녀는 란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대중들이 란이 씨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죠?” 

 “예. 마약돌, 걸레, 창녀요. 아, 관종도 있구나. 정신병자도 있고요.” 

 직설적인 대답에 살짝 당황했지만 규율은 냉정하게 현실을 짚어줬다. 

 “란이 씨가 솔로로 나오는 건 상관없어요. 혼자만 욕먹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룹은 그게 아니잖아요. 멤버들이 겪을 연좌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봤어요?” 

 “연자지요?”  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규율은 생각했다. 

 란이는 옆에 있는 미오를 쳐다보며 “연자지가 뭐예요?”하고 되물었다. 

 미오가 연좌제의 뜻을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아아, 그거.”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규율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연예계가 무섭고 냉정한 곳이라는 건 여기 있는 누구보다 란이 씨가 제일 잘 아시잖아요.” 

 “알죠.” 

 “지유 씨는 미혼모라면서요. 그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요즘 시대에 설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미혼모가 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뇨. 걸그룹에는 흠이 돼요. 여기에 없는 사람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어차피 앞에서도 얘기할 생각이었으니까 냉정하게 말할 게요. 미혼모보다 차라리 마약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걸요?” 

 규율의 단호한 파골 공격에 아무도 대꾸를 못했다. 

 본인들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돌은요, 팬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직업이에요. 그 중 상당수가 어린 학생들이고요. 반대로 생각해봐요.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이 알고 보니까 애 있는 유부남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요?” 

 조용히 있던 란이와 미오가 눈빛을 빛내며 앞 다투어 대답한다. 

 “흥분돼요.” 

 “저는 나쁘지 않은데요.” 

 규율은 생각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규율이 말문이 막힌 틈을 타서 란이와 미오의 유부남 찬가가 시작됐다. 

 “솔직히 동급 외모라고 치면 유부남이 더 매력 있지 않아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 뭐랄까, 음··· 어린 애들한테는 없는 안정적이고 중후한 느낌? 그리고 금기에 대한 짜릿함도 있고.” 

 “금기가 제일 크죠. 저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어떤 거?” 

 “섹스하는 도중에 ‘와이프가 맛있어, 내가 맛있어?’ 하고 물어보는 거요.” 

 “난 해봤는데.” 

 “진짜요?” 

 “그렇게 말해달라고 하더라고.” 

 미성년자인 라희를 앞에 두고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규율은 진심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라희는 익숙한 광경이라는 듯 덤덤한 얼굴로 케이크에서 딸기를 파내고 있었다. 

 규율의 눈에 비치는 라희의 모습은 가정폭력에 무감각해진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두 사람 잠깐만요. 지금 설득하러 온 거예요, 다시는 보지 말자고 온 거예요?” 

 규율이 눈썹을 찌푸리며 정색하자 란이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꾸한다. 

 “설득하러요.” 

 “근데 전혀 설득 못하고 있잖아요. 저 지금 그냥 가고 싶은 거 참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요. 이제부터 주제랑 상관없는 얘기하면 바로 갈 거예요.” 

 분위기가 삭막해지던 그때였다.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라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언니가 저희 리더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몇 초간의 침묵을 깬 화자도 라희였다. 

 좋지 않은 일로 기자회견장에 불려나온 것처럼 무기력한 표정이었다. 

 “언니라도 있어야지 제가 살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라희를 ‘가정폭력에 무감각해진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던 규율은 깜짝 놀라 옆에 앉은 라희 쪽으로 몸을 틀었다. 

 “자세히 말해 봐요.” 

 “언니들이 인간적으로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같은 팀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음담패설 듣는 것도 싫고 언니들 때문에 저까지 이상한 취급 받는 것도 싫어요. 그리고 언니들하고 있으면 제가 비정상인 것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싫어요.” 

 “대표님도 이런 거 알아요?” 

 “아뇨. 대표님한테는 말 안 했어요.” 

 “하아···.”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규율은 란과 미오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당황해서 말문이 막혀있었다. 

 라희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요, 저는 우리 언니들 말고 다른 멤버랑은 팀 못 해요.” 

 “왜요.” 

 “계약조건이 그래요.” 

 “그 부분은 내가 대표님한테 말씀드려볼 테니까···.” 

 “그냥 언니가 같이 해주시면 안 돼요? 언니만 있으면 그래도 괜찮아질 것 같아요.” 

 “라희 씨,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라희가 울먹거리는 눈망울로 규율의 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차마 거절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애원했다. 

 “언니가 리더 하셔서 저희 팀 제대로 잡아주세요···.” 

*** 

 숙소로 향하는 차 안. 

 미오와 란이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성공적인 임무 완수를 자축했다. 

 “꼬맹이 연기 좋았어.” 

 미오가 백미러를 보며 라희를 칭찬하자 란이가 갸르륵 거리며 덧붙였다. 

 “와, 연기인 거 아는데도 순간적으로 어찌나 욱하던지. 라희 너 연기가 아니라 평소에 진짜 그렇게 생각했던 거 아니야? 큭큭큭.” 

 당연히 라희를 골리기 위한 농담이었는데 라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 

 “······.” 

 “뭐야, 설마 진심이야···?” 

 “설마요오···.” 

 “근데 왜 대답이 늦어.” 

  “······.” 

  “······.” 

  “······.” 

 급격하게 어색해지는 분위기. 

 미오와 란이는 막내의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언니들이 조심할게···.” 

 “진작 얘기하지···.” 

 “킄킄킄, 장난이에요오!” 

 “아, 뭐야, 놀랐잖아.” 

 “도랐나!” 

 “저 언니들이 야한 얘기해주는 거 좋아요. 너무 꼴려요오, 킥킥킥킥!” 

 “와, 꼬맹이 말하는 거 봐.” 

 “우리 라희 어른 다 됐네. 이제 삽입해도 되겠어!” 

 “대꼴이에요오!” 

 “푸핰하하하핰!” 

 “하핳하하핰핰하!”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마라. 

 너무 재미있어서 물들어 버린다. 

*** 

 같은 시각, 또 다른 백로의 방. 

 침대에 누운 규율은 카페에서의 대화를 되새기는 중이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라희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일단 오케이는 했다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는 말이 있었다. 

 ‘대체 누구보고 같은 과라는 거야. 란이 걔부터 버릇을 고쳐놔야지 안 되겠어. 나랑 같은 팀 하게 된 걸 후회하게 될 걸.’ 

 감정이 격앙돼서 잠이 통 오지 않는다. 

 규율은 베개 옆에 내려놨던 핸드폰을 다시 잡았다. 

 이제 한 팀이 된 란이의 지난 기사들을 검색하려는데 연관검색어에 뜬 ‘김윤호’라는 이름이 먼저 눈에 밟힌다. 

 ―보근!  ‘흣··· 이제는 이름만 봐도···.’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에 접속한다. 

 메인 화면에는 자연스럽게 ‘김윤호’ 관련 영상이 뜬다. 

 규율은 그 중에서 업키걸과 김윤호가 출연했던 ‘그림자의 빛’ 에피소드를 터치했다. 

 영상을 보는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팬티 위로 향했다. 

 ―스륵스륵 

 “하아··· 대표님···.”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자위는 정상적인 행위이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업키걸 멤버들을 다정하게 다독이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말해본다. 

 “저 여기 만져주세요···.” 

 괜찮다. 

 자위 판타지는 누구나 있는 법이니까. 

 “아, 대표님, 좋아요···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팬티 위를 긁적이던 손가락이 이내 촉촉이 도드라진 클리토리스를 어루만진다. 

 규율의 머릿속에서는 김윤호의 손길이었다. 

 지유의 가슴과 라희의 허벅지 사이를 마사지하던 섹시한 터치. 

 “으, 으읏··· 아, 대표님, 저 갈 거 같아요··· 너무 좋아요···! 흑!” 

 김윤호를 반찬 삼아 자위를 마친 규율은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도 김윤호가 나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 

 그 시각 강남의 한 가라오케 룸에서는 YH엔터테인먼트 직원과 립밤 멤버들이 건배를 준비 중이었다. 

 립밤의 앨범 녹음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한 회식자리였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립밤 대박나자!” 

 염대표의 건배사로 잔을 부딪치려는 그때. 

 ―오싸악! 

 “어후, 씨···!” 

 김윤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오한에 몸을 떨며 잔을 거뒀다. 

 사정을 참기 위해 괄약근도 바짝 조여야만 했다. 

 고깃집에서 이정아와 정규율을 만나고 왔던 그날과 똑같은 증상이었다. 

 ‘아, 뭐야···. 미치겠네.’

< 까마귀 노는데 백로야 가지마라(끝부분 추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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