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4화.이상한 나라의 씹선비 (157/371)

< 이상한 나라의 씹선비 >

정규율은 어떤 현상이나 경험, 사물에 대해 학구적이면서 분석적인 마인드로 접근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게 선천적인 성격이라서 서울대에 들어간 원동력이 되어준 것인지, 아니면 서울대를 들어갈 정도로 공부를 해서 생긴 후천적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생긴 버릇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지유의 틱을 보고 놀랐다기보다는 신기한 마음이 앞섰다. 

 얼굴 근육을 움찔거리거나 헛기침을 하는 등의 틱은 종종 봤지만 음란욕설 틱은 말로만 들었기 때문이다. 

 젖몸살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임신과 육아에 관심이 없는 정규율로서는 모유가 비현실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장관처럼 느껴졌다. 

 김윤호가 아무렇지 않게 지유의 가슴을 마사지하는 장면이 어이없긴 했지만, 이지유가 몸도 펴지 못할 만큼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말 그대로 응급조치였다. 

 물론 자신의 몸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119에 실려가면 실려갔지 절대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나름 튼튼하다고 볼 수 있는 정규율의 멘탈이 온난화에 시달리는 빙하처럼 허물어져 내린 것은 이지유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올 때부터였다. 

 “핸드폰으로 대표님 사진 보면서 슬기로운 클리 자위!” 

 흠칫! 

 어떻게 알았지? 

 우리 집에 CCTV라도 달려있나? 

 아니면 다들 그런 짓을 하면서 사는 거야?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실제로 김윤호의 사진을 보면서 샤워기 자위를 했던 정규율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니, 얼굴만 화끈거리면 다행이었다. 

 ―보근보근······. 

 대체 배꼽 아래쪽 은밀한 곳의 맥박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걸까.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마치 심장의 위치가 질 안으로 옮겨간 것처럼 콩떡콩떡 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규율은 이때부터 이지유의 입에서 성적인 단어가 나올 때마다 클리토리스가 욱씬욱씬 쑤셨다. 

 “염대표의 왕 불알은 나메크별 드래곤볼!” 

 욱씬! 

 “액정에 정액!” 

 욱씬! 

 김윤호의 사진을 보면서 자위를 하던 그때와 똑같았다. 

 난생 처음 성충동의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 그녀는 속으로 애원했다. 

 ‘제발 나대지 마 내 몸아···.’ 

 막내 예라희의 다리가 뒤틀리는 순간부터는 현실감이 아예 사라졌다. 

 정규율의 몸은 미오를 도와서 라희의 팬티를 벗기고 있지만 머릿속은 방송이 끝난 TV화면처럼 지지직거리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이그룹과 마약하고 섹스한 전 걸그룹 멤버. 

 남자의 인격이 튀어나오는 이중인격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음란한 말을 내뱉으며 모유를 분사하는 미혼모.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하체의 물리엔진이 고장나버린 막내. 

 그래,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지금까지 만나지도 못했고, 평생을 살면서 한 명이라도 만날까 말까한 사람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 중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은 단연 김윤호 대표였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이들을 데리고 어떤 실험이라도 하는 건가.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다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친데. 

 아니, 잠깐만···. 

 멤버들의 면면을 살피던 정규율은 문득 소름이 끼쳤다. 

 대표님은 나를 왜 굳이 이 팀에 넣으려고 했던 걸까. 

 혹시······ 나도 그쪽 부류······.  오싸악! 

 자신이 귀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식스센스의 브루스 윌리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규율의 심장이 급속도로 요동친다. 

 콩떡콩떡 맥박 뛰던 음부는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동물처럼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이 김윤호의 손을 좇는다. 

 왼손은 이지유의 유방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있고 오른손은 예라희의 허벅지를 밀가루 반죽하듯 매만지고 있다. 

 아무리 응급조치라고 한들, 남자라면 음흉한 마음을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윤호의 손길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아무 욕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무에 못을 박는 숙련된 목수의 망치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상황을 즐기기는커녕 피로해보였으며 야하기는커녕 오히려 숭고한 장인정신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내 몸은 왜 이렇게 달아오르는 거지. 마치 대표님이 내 몸을 만지는 것처럼 젖꼭지와 성기가 찌릿찌릿 거려······.’ 

 그때 정규율의 성감을 자극하는 이지유의 음란틱이 또 한 번 터졌다. 

 “새내기 배움터 집단 난교!” 

 신입생을 포함한 선후배들이 뒤엉켜서 난교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해버린 규율은 자기도 모르게 “흣···!”하고 콧신음을 흘렸다. 

 소란스러운 상황 덕에 아무도 눈치 듣지 못한 것이 다행이었다. 

 ‘나 진짜 미친 건가···. 설마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욕구불만···?’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싶었다. 

 그때처럼 샤워를 하면서 엉망진창으로 자위를 하고 싶었다. 

 ―즈륵 

 아아, 질액이 분비되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소설 속의 과장된 묘사가 아니라 실제로도 느껴지는 거였구나. 

 그녀의 눈이 김윤호의 팔을 훑는다. 

 셔츠 소매 밑으로 슬쩍슬쩍 비치는 손목이 너무 섹시했다. 

 지유의 가슴을 마사지하는 왼쪽 손목에는 업키걸 멤버들과 맞췄다는 염주를 차고 있었고 라희의 허벅지 안쪽을 애무, 아니, 지압하는 오른 손목에는 자신이 사준 팔찌를 차고 있었다. 

 상상이라는 마수가 정규율의 머릿속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팔찌를 계속 차고 있는 건 나를 스카웃하기 위한 아부성 장치일까. 

 아니면 설마 대표님도 나를 좋아하는······ 아니, 아니야! 

 정신 똑바로 차려 정규율. 

 지금 이건 뇌의 착각에 불과해. 

 본능적인 욕구로 자극받는 내 몸이 김윤호 대표님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리고 성욕이란 건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유전자의 자연스러운 끌림이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너무 혐오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겉으로 표현만 안하면 되는 거야. 

 규율은 합리화와 절제의 적절한 분배를 통해 본능의 늪에 빠지려던 멘탈을 간신히 부여잡는데 성공했다. 

 서울대가 괜히 서울대가 아니다. 

 그곳에 들어갔다는 것은 남들과는 다른 자기관리 기술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규율은 하루에 2시간씩 자며 연습생과 수험생을 소화했던 자신의 절제력과 판단력을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대표님, 반대쪽은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자지! 보지! 자지! 보지! 둘이 합쳐 은빛이 동생!” 

 “저도 편두통 있을 때 자위하면 직빵으로 낫거든요.” 

 “하윽! 자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워얽, 거얽, 얽!” 

 “미오 언니, 발 간지러워요오··· 흐으응!” 

 이곳은 현실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세계였다는 것이다. 

 미오가 교미하는 수캐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라희의 발가락을 토할 듯이 집어삼킨다. 

 란이가 지유의 성기를 마찰하며 만물자위설을 설파한다. 

 비릿한 모유가 스프링클러처럼 분사되고, 정상인이라고 믿었던 막내는 애액을 소변처럼 퓻퓻 분비하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다. 

 그 네 명의 소녀들의 중심에는 김윤호가 있었다. 

 그들은 다섯이면서 하나였고, 하나이면서 여럿이었다. 

 마치 여러 동물이 뒤섞인 키메라 혹은 합체로봇처럼 말이다. 

 이곳은 아귀도인가 무릉도원인가. 

 그들은 괴로운 것인가 행복한 것인가. 

 실내를 가득 메운 지독한 페로몬의 열기는 정규율의 피부를 끊임없이 자극했고, 결국 김윤호의 미약을 삼켰던 그날의 절대성욕을 완벽히 복기하기에 이른다.  정규율은 입고 있는 옷의 촉감마저 애무로 느껴질 만큼 극도의 예민한 상태가 되었다. 

 다섯 명의 신체가 찌걱찌걱 들러붙는 야한 소리에 또 한 번의 콧신음이 터졌다. 

 “흐읏···!” 

 도, 도망가야 돼.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돼. 

 이곳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야. 

 규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슬금슬금 게걸음을 치던 그녀는 성기에서 느껴지는 번개와도 같은 자극에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흡!” 

 회의실의 의자는 모두 바퀴가 달린 사무용 의자였는데, 플라스틱 팔걸이의 끝부분이 규율의 클리토리스를 정확히 찌른 것이다. 

 이미 질액이 줄줄 흘러나올 만큼 예민해져 있던 성기가 절대쾌감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 

 갸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규율은 의자의 목받이를 잡고 팔걸이 끝으로 클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작금의 미친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에게 시선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성욕에 이성을 잡아먹힌 정규율의 오판이었다. 

 클리 자위를 시작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버린 것이다. 

 그것도 가장 걸리면 안 될 요주의 인물과 말이다. 

 ‘어라, 이 언니 봐라?’ 

 바로 란이었다. 

 이지유의 가슴과 음부를 애무하던 이소란은 정규율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지었다. 

 ‘우리 팀에 들어온 걸 환영해요, 씹선비 언니.’ 

 정규율은 그대로 회의실을 박차고 도망갔다. 

*** 

 “규율이 어디 갔냐.” 

 “아, 방금 나갔어요. 한 20초 정도 됐나?” 

 “에이!” 

 망했다. 

 규율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추노꾼의 심정으로 당장 뛰어나가서 잡아야 했지만 아직 지유와 라희의 보라색 반점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서 지유의 가슴과 라희의 생식기를 마찰했다. 

 타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고, 망란이 놈이 히죽거린다. 

 “천천히 하세요.” 

 “란아, 난 니가 밉다. 너는 지금 내 속이 어떤지 상상도 못 할 거야. 규율이 놓치면 그냥 우리 다 같이 죽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냐.” 

 아차. 

 욱하는 마음에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라희와 지유가 울먹거리며 사과한다. 

 “대표님, 죄송해요오···.” 

 “죄송합니다, 씹새끼야.” 

 “···아니야. 방금 그 말은 내가 실수한 거야. 미안하다. 너희들은 아무 잘못 없어.” 

 “거얽! 얽! 얽!” 

 “미오야, 너도 이제 정신 차려. 라희 발이 무슨 죄니.” 

 “하악, 하악··· 죄송합니다!” 

 “아니야. 너도 잘못한 거 없어.” 

 평정심을 되찾은 나는 라희와 지유의 몸을 원상태로 돌려놓은 뒤, 아이들이 청소를 하는 동안 규율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를 하면 안 받았을 것 같았다. 

 나 [규율아. 많이 놀랐니?] 

 정선비님 [아닙니다..] 

 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무슨 변명을 하겠냐마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설명을 해줄 날이 올 거야.] 

 정선비님 [미오 씨한테 들어서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이해는 안 되지?]라고 타이핑을 하려는데 란이 놈이 내 어깨에 턱을 괴며 묻는다.  “정선비가 그 언니죠?” 

 나는 녀석의 이마를 밀어내며 되물었다. 

 “너는 규율이 나가는 거 봤어?” 

 “예.” 

 “어때 보였어?” 

 “저도 자세히는 못 봤어요. 뒷모습만 봤지.” 

 내가 이런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드는지, 라희와 지유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규율이도 규율이지만 얘네부터 신경을 써줘야지.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여성화 됐던 목소리와 가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미뤄 아직까지 규율이의 결정이 바뀌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녁에 한 번 더 만나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알아서 추스르고 내일 회사에서 보자고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그때 란이가 내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씹선비님 전번 찍어주세요.” 

 “왜.” 

 “제가 한번 얘기해볼게요.” 

 “응. 마음만 받을게. 고마워, 란아. 이제 연습하러 올라갈래?” 

 “저 한 번만 믿어보시라니까요.” 

 “대표님은 항상 너를 믿고 있단다. 근데 넌 언니한테 씹선비가 뭐냐, 씹선비가. 그런 말 한 번만 더 써봐.” 

 녀석은 내 훈계에도 아랑곳 않고 피식피식 웃으면서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씹을 좋아하는 선비니까 씹선비···.” 

 “뭐라고?” 

 “아니에요. 암튼 선비님 전번 찍어줘요. 이제 한 팀이니까 단톡방도 만들고 해야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나는 방을 하나 파서 2기 5명을 모두 초대했다. 

*** 

 이소란 [언니 저희 한 번 봐야 되지 않을까요?] 

 정규율 [둘이요?] 

 이소란 [저는 언니가 너무 좋아요. 꼭 팀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정규율 [대표님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우선 한 달만 해보기로 한 거예요. 그동안 잘 지내봐요.] 

 이소란 [근데 언니 자위는 자주 하시는 편이에요? 저도 책상이나 의자 모서리 같은 데 클리 비비는 거 좋아하는데······] 

 “아··· 망했어···.” 

 혹시나 자기가 잘못 본 건 아닌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던 정규율은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울만 했다. 

 깨끗하면 깨끗한 사람일수록 작은 티끌을 견디지 못하는 법인데, 이건 티끌이 묻은 정도가 아니라 농구공만 한 소똥이 묻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소란 [대표님한테는 아직 말 안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연습 끝나고 봬요!]

< 이상한 나라의 씹선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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