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가족까지 건드리라고? (147/371)

< 가족까지 건드리라고? >

‘불타는 태양의 미약’과 ‘갓 핸드’의 조합은 여자를 짐승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짐승보다 더 했다. 동물은 사정과 수태라는 목적이 달성되면 교미를 멈추지만 쾌락에 눈이 먼 정아윤은 정신이 나갈 때까지 내 프레스를 갈구했다. 그리고 끝내 정신 줄을 놓았다. 

 기절을 한 건 아니지만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몸을 못 가누었다. 

 숙직실에서 조금만 쉬었다가 간다고 하기에 내가 부축을 하고 옷을 입혀준 뒤에 침대에 뉘어주었다. 

 그녀와 나의 절정 타이밍 맞지 않아서 나는 사정을 하지 못했다. 

 내가 마음을 먹었다면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었겠지만, 어차피 사무실에서 뒤처리를 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RU-69’ 알약을 복용하셨습니다. 혈중 알콜 농도가 0.06%에서 0.00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취기 해소 아이템의 효과는 완벽했다. 

 맨스로망 사무실에서 나온 나는 차를 몰고 규율이와 이모 이정아와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악셀을 밟는데 허벅지 사이가 잔잔하게 울린다. 

 검스 여신의 반투명 검스는 명불허전이었다. 비록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고 정점도 찍지 못했지만, 그녀는 내 고환에 깊은 여운과 에프터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섹스는 역시 좋은 거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 

 식당에는 내가 먼저 도착했다. 

 양주시 인근의 갈비 집이었다. 

 나는 차안에서 기다리며 그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했다. 

 이번 만남의 키맨은 당사자인 규율이가 아닌 이모 이정아다. 

 그녀는 이번 만남뿐만이 아니라 정규율 영입이라는 큰 틀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 

 이정아를 설득하면 규율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녀의 심지 깊은 도덕주의를 어떻게 해야 깨부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철벽을 치고 나와 버리니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정보창 색꺄, 뭐라고 말 좀 해봐. 

 업키걸 영입 당시에는 즉각즉각 공략법을 제시해주더니 이번에는 나를 강하게 키우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잘 해나가고 있다는 건지, 이렇다 할 파훼법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뭐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기껏 해봐야 ‘섹스를 통해서 설득 하세요’가 아닐까? 

 뭐··· 그렇게라도 해서 데려올 수 있다면야 내 한 몸 기꺼이 바칠 수 있다. 

 한 번 버린 몸, 두세 번이라고 못 버릴까. 

 “흐흐···.” 

 이제는 자연스럽게 뿌리박힌 창남 마인드가 자조감이 들어서 헛웃음을 짓는데 팝업창이 뜬다. 

――――――――――― 

 ★정답입니다^^ 

 대부분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 

 “푸흐흐흐흫······.” 

 정답이었냐? 

 이제는 하다하다 가족까지 건드리라고? 

 정보창의 매운맛에 코가 알싸해진다. 

 그래, 어떤 면에서는 참 쉽다. 

 요 넣고, 저 넣고. 

 세상만사 섹스로 해결이 되니 이 얼마나 편한 세상이란 말인가. 

 이정아에게는 분홍색 아우라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만···. 

――――――――――― 

 ★이정아의 집착과 도를 넘은 도덕주의가 가장 큰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합니다. 

 이정아와의 적나라한 성관계를 통해서 정규율에게 실망감을 준 뒤, 이모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 틈을 타서 설득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 

 기승전섹.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에도 결국 데우스 섹스 마키나지만,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과 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대화합의 섹스가 아니라 관계를 깨뜨려야 하는 파괴의 섹스라는 점도 기존 멤버들과의 차별점이다. 

 정보창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내게 당위성을 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몇 가지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내가 정규율을 케어하지 않을 시 녀석에게 일어날 근 미래의 일이었다. 

 보라색 아우라가 떴다는 것 자체가 내가 아니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망가진 삶을 살 것이라는 암시였기 때문에 역시나 암울한 모습이었다. 

 규율이가 현재 소속된 어반드림은 결국 아이돌 파트를 해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몇 몇 연습생들은 우호 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로 영입이 되는데 정규율은 거기에 포함되지 못했다. 

 규율이의 마음은 이랬다. 

 ‘차라리 데뷔를 해서 뭐라도 한 뒤에 망하면 깔끔하게 포기를 하겠지만, 시작도 못 해보고 그만두기에는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다.’ 

 본전 생각에 판을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들의 심정이었다. 

 이모를 속이고 클럽에 간 시점부터 이미 규율이의 심경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실금 같던 조바심은 점점 더 커졌고 이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금껏 고수했던 도덕적 신념을 낮추면서까지 새 회사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이제는 나이가 찰만큼 찬 중고 연습생을 받아줄 회사가 없었다. 

 한창 붐을 일으켰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 중인 아이돌 오디션은 회사를 끼지 않으면 출연이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심해졌다. 

 규율이와 이정아에게는 유튜브 등의 인터넷 방송을 생각할 만한 유연함도 없었다. 

 그러던 중 과거 타 회사에서 친분이 있던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그가 만든 신생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멤버는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으니 너만 들어오면 6개월 안에 데뷔가 보장돼 있다는 말에 넘어간 것이다. 

 센터 급의 푸시와 신인으로서는 높은 계약금까지 제시했다. 

 물론 그 매니저가 한 말은 진심이었고 데뷔 계획 역시 제대로 세워놨지만, 현실은 그 당찬 포부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만큼 너그럽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생 회사와 연습생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규율이도 지금까지 숱하게 경험했듯이, 이번에도 이런 저런 악재가 겹치면서 데뷔는 무산된다. 

 1년을 또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다. 

 이번에는 규율이의 멘탈이 제대로 나갔다. 

 11년이라는 시간을 의미 없이 날렸다는 생각이 깊어지면서 우울증이 왔다. 성격까지 예민하게 변하면서 이모와의 갈등이 깊어졌다. 

 이모 외에는 기댈 곳조차 없었던 규율이의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오픈 채팅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채팅이라는 것에 선입견이 있던 규율이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곳에서 만난 익명들과 소통을 하며 위로를 받던 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연예인 지망생들과 오프라인 만남까지 갖게 되었다. 

 그 모임에서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모델지망생이었다. 

 정과 사랑에 굶주려 있던 규율이는 홀린 듯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첫사랑이었다. 

 안타깝게도 둘 사이의 상성이 맞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규율이를 괴롭게 했고 집착하게 만들었다. 

 새드 엔딩의 결정타는 임신이었다. 

 남자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인성과 책임감이 없었다. 급기야 자신의 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냐는 의심까지 나왔고, 임신 초기의 정서적 불안정함은 결국 유산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규율이를 완전히 무너지게 만들었다. 

 규율이는 결국, 요나가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실행 했을 최악의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END. 

 하아······ 나까지 우울해지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가 없었듯이 이번에도 해결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감사하게도, 내 쪽에서 규율이를 포기하면 받게 될 패널티도 미리 공개가 됐다. 

 은빛이 때는 상실이었고 란이 때는 탈모였었지. 

―――――――――― 

 ★7일 내에 정규율 영입 실패 시,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여유증(C컵)과 목소리 변조, 갑상선 질환, 갱년기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 

 가슴 C컵이 제일 싫어···. 

 하자! 

 할 수밖에 없다. 

 규율이 이모와 섹스를 하는 거다. 

 그래도 정보창 이 새끼가 인정머리가 있는 게 뭐냐면, 외모가 괜찮은 여자들로만 배정을 해준다는 것이다. 

 근데 한 가지 애매호모한 것이 있다. 

 정보창은 이정아와의 충동적이고 적나라한 섹스를 통해서 규율이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라고 했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섹스를 하고 나서 그 사실을 알려 주라는 거야, 아니면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거야. 

 내가 받은 문맥상의 느낌과 직감적인 직감으로는 후자 같은데, 만약 그게 맞다면 이제는 하다하다 섹스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라는 거잖아. 

 대체 거기까지의 빌드업을 어떻게 짜라는 건지, 이럴 거면 차라리 규율이랑 하는 게 깔끔할 것 같다. 

 “하아··· 골치 아프네···.”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때, 이정아의 흰색 아반떼 차량이 주차안내원의 수신호를 따라서 진입했다. 

 약속시간보다 정확히 10분 일찍 도착한 것이 그들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차에서 내려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차에서 내려 패딩을 입으려던 규율이가 동작을 멈추고 박력 있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어, 안녕.” 

 감귤색 블라우스와 트위드 자켓, 무릎을 살짝 덮은 검정색 스커트&살스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정아와도 인사를 나눴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아무 거나 괜찮다고 하시길래 여기로 예약했는데 괜찮으시죠?” 

 “그럼요. 갈비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특유의 딱딱하고 곁을 주지 않는 말투는 여전했다.  

 두 사람과 인사를 마치자마자 규율이 영입의 마감 시간인 일주일―168시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정보창이 제시한 정석적인 루트를 따르려면 일주일 안에 이정아과 교배를 하고 규율이까지 설득해야 한다. 

 물론 오늘 당장 해결하려는 마음은 없지만,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일주일은 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을 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오늘 자리야 내가 규율이를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라고 쳐도, 이 다음 만남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삽입을 하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이번 식사 자리에서 에프터 약속은 확실히 잡아야 한다. 

 뭐라고 해야 자연스러울까. 

 이미 우리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니 일적으로 접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보자는 건 더 이상하고···. 

 그나마 분위기를 풀어나가려면 술이 도움이 될 텐데 차를 가져왔으니 술은 입에 대지도 않겠지. 

 소갈비 1인분에 3~4만 원 정도로 단가가 꽤 되는 곳이었다. 

 이정아는 그 중에서 가장 비싼 걸로 주문했다. 

 “이걸로 3인분 주세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간을 봤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 

 “죄송해요, 저랑 귤이는 술을 아예 못해서요.” 

 바로 철옹성이 둘러졌다. 

 “대표님 한 잔 하세요. 제가 대리기사님 불러드릴게요.” 

 “아닙니다. 혹시 이모님이 술을 좋아하실까 해서 여쭤본 거였어요.” 

 “저도 가끔 시원한 맥주가 땡길 때가 있는데, 저희 외가 쪽이 알콜 알러지가 있어서 몸에서 받지를 않더라고요. 귤이도 똑같고요.” 

 “아이고···.”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오늘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에프터 약속을 잡는 것에 사력을 다해야겠다. 

 그래도 식사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대화의 연결고리는 업키걸이었다. 

 두 사람이 다행히 업키걸 아이들은 좋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요나를 좋아했다. 

 “요나님 원래 KU 연습생이었잖아요.” 

 “어, KU에 2년 정도 있었어. 너도 거기 출신이야?” 

 규율이한테 물었는데 이정아가 대신 대답한다. 

 “귤이는 오디오스 있을 땐데, KU랑 오디오스 연습생 평가를 회사끼리 바꿔서 한 적이 있거든요. 귤이는 그때도 요나 씨가 제일 눈에 띄었대요.” 

 “아, 그렇구나.” 

 보는 눈이 있네. 

 “근데 요나님은 저 기억 못 할 거예요.” 

 “얘가 그 전날 장염에 걸려서 실력 발휘를 반도 못 했거든요.” 

 규율이는 이모의 실드를 걷어찼다. 

 “아니야, 그건 핑계였고 그냥 내가 못 한 거야···.” 

 이모는 바로 말을 돌렸다. 

 “요나 씨는 잘될 줄 알았어요. 엄청 성실하고 노력파라면서요?” 

 “예. 데뷔한 이후에도 개인 연습은 거의 빼먹지 않아요. 이번 휴가 때도 오히려 쉬는 게 더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크으 역시, 역시.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이정아의 흡족한 미소를 보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요나와의 만남을 빌미로 약속을 잡는 것이다. 조만간 서울에서 팬클럽 공연도 있으니 티켓도 준다 그러고···. 

 나는 규율이를 쳐다보며 미끼를 던졌다. 

 “규율아, 요나랑 업키걸 애들 한 번 만나볼래?” 

 “예?” 

 “애들 요즘 한국에 있거든.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그러면 너한테도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머, 잘 됐다!” 

 됐다. 

 이정아도 호의적이다. 

 나는 바로 히든카드를 깠다. 

 “이모님, 혹시 이번 주나 다음 주 초쯤에 시간 되세요?”  “이번 주요? 아··· 저희 모레부터 발리 가는데···.” 

 “발리요?” 

 “예. 요즘에 귤이도 좀 답답해하는 거 같고, 저도 방학기간이고 해서 바람 좀 쐬고 오게요.” 

 “몇 박 며칠이에요?” 

 “내일 저녁에 출발해서 4박5일이요.” 

 어, 망했네? 

 타이밍이 왜 이렇게 안 맞지? 

 ―팟 

――――――――――― 

 ―이름 : 이정아 

 ―나이 : 34 

 ―키 : 161cm 

 ―몸무게 : 50kg 

 ―나에 대한 호감도 : C 

 ―성욕 : B 

 ―성 개방지수 : E 

 ―성 판타지 :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핀 포인트 : 손목, 뺨 

 ―공략 Tip : 높은 성욕에 비해 개방성은 극히 낮다. 자신을 철저하게 컨트롤하고 절제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일시적 설렘이나 상대의 외모, 성충동, 유혹에 내성이 강하다. 조카에 대한 책임감도 그녀의 개방성을 낮추는 큰 요인이다. 흐트러지는 모습을 경계한다. 단기

적인 공략이 어렵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빠른 공략을 원한다면 ‘불타는 태양의 미약’을 활용하라. 

―――――――――――

< 가족까지 건드리라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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