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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검스 여신 정아윤(3)-침대에선 어떤 모습일지 (145/371)

< 검스 여신 정아윤(3)-침대에선 어떤 모습일지 >

과연 효과가 어떨까. 

 미약 아이템을 이용해서 정아윤과 섹스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섹스가 목적이라면 굳이 미약 아이템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정아윤은 분홍색 아우라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먹고 분위기만 잡으면 성관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을 잃거나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등, 일반적인 마약처럼 몸에 해를 끼치는 성분이었다면 아예 봉인을 해놨을 것이다. 그러나 도파민, 세로토닌처럼 사람이 행복할 때 분비되는 이로운 호르몬인데다가 피부 개선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다만 정아윤이 마실 술에 침을 뱉는다는 게 위생적으로 걸릴 뿐이지. 

 꿀꺽···. 

 칵테일로 제조시의 권장 사용량은 10ml. 

 서원이가 내 정액을 담아가기 위해 준비했던 박카스 크기의 병이 100ml였으니 그 10분의 1정도를 넣으면 된다. 일반적인 액체로는 적은 양이지만 침이라고 생각하면 꽤 많이 모아야 할 양이다.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반응만 보면 되니까 3ml 정도만 해볼까···. 

 <‘불타는 태양의 미약’이 발동됩니다.> 

 주변에 직원이 있나 눈치를 살핀 나는 정아윤의 와인 잔에 손톱 크기 정도의 침을 쪼록 흘려 넣었다. 

 투명한 침은 바로 와인에 희석되어서 육안 상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다. 

 정아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도 이런 장난은 치지 않았는데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인지···. 

 그저 빛 [오빠 나 안무 연습하는 중인데 제니가 막 두근두근 거려ㅋㅋㅋ 뮨돌이가 또 보고 싶은가봐ㅜㅜ] 

 나 [뮨돌이도 좀 쉬자······] 

 그저 빛 [빛무룩···.] 

 그저 빛 [정아윤 에디터님 만났어?] 

 나 [어. 얘기 중이야] 

 그저 빛 [혹시 표지 모델 안 필요하냐고 물어봐] 

 나 [응. 너는 안 돼] 

 그저 빛 [아 왜. 나 겨드랑이 컨셉으로 찍어서 오빠한테 선물해주고 싶어] 

 나 [야잌ㅋㅋㅋㅋㅋㅋㅋ] 

  일본 투어를 마치고 5일간의 휴식을 가진 업키걸은 3월에 열리는 팬클럽 2기 창단식 및 새 앨범 준비로 다시 바빠졌다. 

 그래도 일본 활동을 할 때보다는 한가해서 그런지 개인 톡이 많이 오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명 한 명에게 답을 해주는 것도 내 업무 중 하나이다. 

 정조여우 [뭐해요] 

 나 [숨셔] 

 정조여우 [뭐하면서 숨 쉬고 있어요] 

 나 [정아윤 씨 만났어] 

 정조여우 [그 여자는 왜] 

 나 [일 때문이지 뭐] 

 정조여우 [가래떡 관리 잘해요. 철창 계속 차고 다니기 싫으면] 

 나 [ㅇㅇ 연습 잘해] 

 정조여우 [아 뭐야 왜 벌써 끊으려고 해요] 

 정조여우 [둘이 뭐해요?] 

 정조여우 [어디야] 

 정조여우 [영통하기 전에 순순히 불어요] 

 나 [연남동에서 와인 마시고 있어. 잠깐 화장실 가서 톡하는 거야] 

 정조여우 [와인 마시고 뭐할 건데요] 

 나 [새로운 연습생이랑 보호자 만나러 가야지] 

 정조여우 [규율이라는 애?] 

 나 [응. 이모님이랑 같이 만나기로 했어] 

 정조여우 [그거 끝나면 뭐해요] 

 나 [란이랑 라희 버스킹 레파토리 짜는 거 모니터링 해주기로 했어] 

 정조여우 [회사로 오겠네?] 

 나 [아마도] 

 정조여우 [그럼 일 다 끝나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요. 나 가래떡 오물오물하면서 자고 싶다] 

 나 [나 좀 쉬자ㅋㅋㅋㅋ] 

 정조여우 [재수 없어] 

 나 [나도 사랑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구속욘나 [은빛이랑 서원 언니 지금 대표님이랑 톡하죠?ㅋㅋ] 

 나 [응ㅋㅋ 쉬는 시간이야?] 

 구속욘나 [넹ㅋㅋ] 

 나 [쉬다가 하려니까 힘들지?] 

 구속욘나 [쪼금요ㅋㅋ 이래서 쉬면 안 된다니까요ㅋㅋ] 

 나 [다른 애들 생각도 좀 해줘. 어디 니 눈치 보여서 마음대로 쉬겠냐ㅋㅋ] 

 구속욘나 [대표님 팔베개 하고 자고 싶어요] 

 나 [갑자기?] 

 구속욘나 [ㅋㅋㅋ저 요즘 음란마귀 시즌인가 봐요. 계속 대표님 생각만 나요8ㅅ8] 

 나 [언제라도 환영이야:)] 

 구속욘나 [ㅋㅋㅋㅋ5일 동안 고생하셨는데 대표님도 좀 쉬셔야죠. 제가 참을 게요] 

 역시 내 생각해주는 건 욘리다 밖에 없······. 

 구속욘나 [참다가 안 되면 대표님 집으로 몰래 갈게요^^] 

 요망한 놈···. 

 최종병기홍 [대표님 저 큰일 났어요] 

 나 [무슨 일이니] 

 최종병기홍 [계속 먹고 싶어요] 

 나 [봉인 풀렸니] 

 최종병기홍 [그런가 봐요] 

 나 [그럼 먹는 만큼 연습을 빡시게 하려무나] 

 최종병기홍 [예······] 

 왜 갑자기 홍무룩해졌니. 

 설마 계속 먹고 싶다는 게 음식이 아니라 나인 거니···. 

 윽. 

 홍이의 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추가 욱신거린다. 

 이러다가 홍트라우마 생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다음에는 부드럽게 하는 법을 좀 알려줘야겠다. 

 나는 ‘최종병기홍’이라는 카톡명을 ‘최종병기(진)’으로 바꿨다. 

 알댕이 [멍멍! 멍멍멍!] 

 나 [연습 열심히 해라. 이건 특급 명령이야] 

 알댕이 [멍멍!] 

 홍아, 우리 알댕이 좀 봐라. 

 얼마나 귀여워졌냐. 

 이 맛에 댕댕이를 키우는 건가보다. 

 다섯 명 모두에게 답장을 마쳤을 때 정아윤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생맥 한 잔과 와인 두 잔 정도를 마셨는데,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지 눈빛이 살짝 풀려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분 좋은 강아지처럼 배시시 눈웃음을 흘린다. 

 남자깨나 홀리고 다닐 상이다. 

 누가 남자 잡지 에디터 아니랄까봐 어떻게 해야 남자한테 매력 있게 보일지 알고 있다. 

 나도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좀 알딸딸해지신 거 같은데요?” 

 “티 나요?” 

 “예, 눈이 살짝 풀렸어요.” 

 코트를 벗어서 등받이에 걸치고 의자에 앉은 그녀는 열이 오르는지 손으로 양 볼을 감싸며 인정했다. 

 “제가 소주 맥주는 괜찮은데 와인이 좀 안 받는 편이에요.” 

 “그럼 계속 맥주로 갈 걸 그랬네요.” 

 “아니에요. 어차피 취하려고 마시는 건데요 뭐. 오빠는 괜찮아요?” 

 “예, 저는 괜찮아요.” 

 “혹시라도 알딸딸해질 거 같으면 그만 마시세요.” 

 코를 찡긋거리면서 히힛, 웃은 그녀가 잔을 들고 내 쪽으로 내민다. 

 “짠.” 

 ―챙 

 가볍게 잔을 부딪친 나는 태연하게 한 모금 마시고 정아윤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반쯤 채워진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켠 뒤 뭔가 이상하다는 듯 “응?”하며 빈 잔을 쳐다봤다. 미간에 주름까지 잡혔다.  왜 그러지. 

 침 한 방울 넣었다고 맛이 변했을 리는 없는데···. 

 “오빠, 저 큰일 났어요.” 

 “왜요?” 

 “술이 달아요.” 

 “아··· 그런 날은 꼭 취하던데···.” 

 “그러니까요. 어떡하지. 저 발동 걸린 거 같아요.” 

 “원래 술 좋아해요?” 

 “좋아하는 건 아닌데 가끔 이럴 때 있어요. 큰일 났네.” 

 그녀는 이런 날 내가 빨리 가야해서 아쉽다는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업무 미팅이라고 말했으니 가지 말라는 말은 안하겠지만, 내게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들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다. 

 귀엽네. 

 나는 그 의도에 적당히 넘어가주었다. 

 “원래는 제가 계속 마셔드렸어야 되는 건데 미안해요. 괜히 발동만 걸리게 해놓고···.” 

 “으응, 아니에요. 일 때문인 건데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운을 뗀 검스 여신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장난처럼 끼를 부렸다. 

 “근데 솔직히 사적인 약속이었으면 한 번 잡았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막 이래, 히히히.” 

 꽤 당돌하게 나오네. 

 단순히 취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에게 먼저 들이대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얼굴은 귀여운데 몸에는 색기가 넘친다. 거기에 성격까지 사근사근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굳이 다가가지 않아도 남자들은 알아서 따라붙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 몸에서 풍기는 페로몬에 영향을 받아서 평상시 성격보다 더 과감해진 것 같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게 호감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아까 화장실에 가기 전에 스타킹 신은 다리를 보여줄 때부터 알아봤지. 

 요 근래 나를 만나는 여자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정아윤 역시 나와 교배를 할 마음이 있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굳이 그녀와 관계를 맺을 명분은 없다.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이건 뒤탈이 생길 수도 있는 관계다. 

 엄승미 때야 정보창 개갞기가 하라고 했으니까 한 거고···. 

 미약을 먹인 것도 야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롯된 충동적인 호기심에서였다. 

 나는 그녀의 장난스런 끼 부림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아윤 씨 마감 끝나면 한 번 더 만나요. 그때는 저도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마실게요. 제가 웬만하면 술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타이밍이 진짜 아쉽네요.” 

 샐쭉하게 웃은 정아윤이 와인 병을 들고 자작을 하려고 한다. 

 “어, 주세요. 제가 따라드릴게요.” 

 나는 병을 가로채서 대신 잔을 채워주었다. 

 정아윤은 빨갛게 익어가는 와인 잔을 지그시 쳐다봤다. 

 눈빛이 조금 처연해졌다. 

 일부러 분위기를 잡으려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채워준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팔꿈치를 세우고 턱을 괸다. 

 나른하다는 듯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꼰 다리가 테이블 옆으로 조금 삐져나와서 내 쪽에서도 보였다. 

 허공에 뜬 발목을 한 바퀴 휘이 돌린다. 

 그러고는 다시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혼잣말을 하듯 덤덤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근데 궁금하긴 하다.” 

 “뭐가요.” 

 “오빠는 침대에서 어떤 모습일지요···.” 

 “응? 갑자기?” 

 “아, 어떡해. 나 벌써 취했나보다. 못 들은 걸로 해요. 미쳤나봐, 진짜···.” 

 “아니에요. 아윤 씨 절대 취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연어 집에서부터 그랬어요. 막 자위 얘기 하고 섹스 얘기하고. 그거에 비하면 뭐···.” 

 그녀는 자기가 생각해도 민망한지 특유의 변깃물 내려가는 소리를 내며 크흙크흐흐크크킇 웃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열이 오르는 모양이다. 

 목을 감싼 폴라 니트를 만지작거리며 심호흡을 크게 한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지금 저만 더운 거 아니죠?” 

 “더워요?” 

 “예.” 

 “저는 원래 추위를 좀 많이 타는 편이라서···.”  “흐으응···.” 

 그녀가 의미 없이 내뱉은 콧소리에는 고조된 색기가 묻어나왔다. 

 아이템 빨이 슬슬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눈빛이며 입술의 움직임 또한 뭔가 야해졌다. 검스. 

 내심 미안해진다. 

 내가 해결해 줄 것도 아니면서 흥분만 시켜놓은 것 아닌가. 

 내게 보내는 교배 시그널도 점점 강해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나도 내 절제력을 장담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검스. 

 한 시간 정도 더 있을 수는 있지만 여기서 자리를 끝내야겠다. 검스. 

 나는 서로의 잔에 남아있는 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만 마시고 일어나죠?” 

 “예, 예···.” 

 “아, 그리고 혹시 커버 모델 필요하면 얘기해요.” 

 “왜요? 오빠가 해주시게요?” 

 “아니요, 립밤이요.” 

 “어? 립밤 오빠네 회사 들어갔어요?” 

 “예.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첫 앨범 준비 들어가는데 그거에 맞춰서 하면 될 것 같은데요.” 

 “저희야 완전 감사하죠!” 

 정아윤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크게 기뻐했다. 

 현재 메이저 걸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섹시 컨셉을 표방하는 립밤과 남성 잡지의 케미를 굳이 설명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업키걸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맨스로망 입장에서는 립밤도 언감생심일 것이다. 

 하지만 이내 정아윤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드리웠다. 

 “오빠, 근데요··· 저희가 예산이 안 되는 건··· 아시죠···? 맥심 때도 넉넉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거보다 더···.” 

 “알죠. 컨셉이랑 의상만 신경 써 주세요.” 

 “어후, 그건 진짜 걱정하지 마세요.” 

 다소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덕분에 그녀에게 미약을 먹여놓고 마무리 해주지 못한 나의 미안함도 사그라졌다. 

 우리는 웃는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은 그녀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법카로 미리 했다고 한다. 

 “대리··· 부, 부르셔야죠.” 

 “예, 그래야죠.” 

 와인 바에서 나와서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데 둘 사이의 보폭이나 간격이 들어올 때와는 달리 어색했다. 

 정아윤 쪽에서 나와의 거리감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를 애써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골목을 벗어나자 그녀가 거리 반대편의 건물 하나를 가리킨다. 

 “오빠, 저희 사무실 저기예요.” 

 “바로 앞이었네요.” 

 “대리 부르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그럼 저희 사무실 잠깐 들러서 커피 한 잔 하시고 가실래요?”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시켜주고 싶은 모양이다. 자랑도 하고 싶겠지. 

 잠깐 들러서 얼굴을 익혀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야릇한 분위기도 안 생길 테고. 

 “그래요.”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산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지나는데 정아윤의 하이힐 소리가 유난히 야하게 들린다. 

 ―찌걱찌걱 

 대체 구두 굽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는 거냐고. 

 미쳤냐고. 

 잠시 뒤 문 앞에 선 정아윤이 도어락에 지문을 입력했다. 그러다가 뭐가 잘못됐는지 “어?”하며 놀란다. 

 “보안키가 왜 걸려있지? 벌써 퇴근했나···?” 

 그랬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여자가 나를 낚은 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섹스 정보창이 떴다. 

 야야야, 띄울 필요 없어! 

 나 안 할 거라고!

< 검스 여신 정아윤(3)-침대에선 어떤 모습일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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