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바는 건드리면 안 되지(팬 아트 삽입) >
오후에는 라희가 작곡하고 은빛&서원이 부르기로 한 ‘분수’의 정식 녹음이 잡혀있다.
예상대로라면 내일이 디데이였는데 서원이와 은빛이는 재능러들답게 하루 일찍 본 녹음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지유네 집에서 회사로 복귀한 나는 YH연습생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해서 미팅을 가졌다.
임신한 동기를 대신해서 메인 작가 진으로 들어오게 된 엄승미 작가와 그녀의 보조 작가가 회사로 직접 찾아왔다.
엄승미 작가가 란이의 출연 문제를 두고 백방으로 노력은 해봤는데, 안타깝지만 어려울 것 같다는 확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도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안 되는 게 당연한 건고, 되면 초대박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엄승미와 교배를 해서 설득하라는 상태창의 조언은 뭐였을까.
내 정액은 의미 없이 뿌려진 걸까?
아니.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본 미팅이 끝나고 잠깐 여담을 나누던 중에 엄 작가가 란이의 행보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인터넷 방송 쪽은 어떠세요?”
관객과 바로 앞에서 소통하는 버스킹 공연을 통해 대중의 친밀감을 올리는 방법을 제시했던 그녀가 그 버스킹 과정을 인터넷 콘텐츠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엄 작가는 업키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인방으로 제작해서 큰 성과를 거뒀던 전례가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인방 콘텐츠의 인지도나 중요성이 더 높아진 만큼 적극적인 홍보의 통로가 되고 있고, 우리 회사에서도 전담 팀을 꾸리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많다.
“혹시 ‘잼미디어’라고 아세요?”
“예, 알죠. 요즘에 은빛이가 거기서 나오는 드립을 자주 쓰더라고요.”
유튜브나 넷플리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후발 주자인데, 스트리머 콘텐츠와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하며 젊은 층 사이에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요즘 넷상이나 SNS에서 유행하는 짤이나 밈 중에 ‘잼미디어’ 예능 콘텐츠에서 나온 것들이 은근히 많다.
“제가 그쪽 대표님한테 란이 얘기를 해봤는데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란이 얘기를 했는데도 만나자고 했다고요?”
“예, 되게 좋아하던데요?”
“왜죠.”
“거기 대표님이 원래 B맛이나 갱스터 코드 같은 걸 좋아해요. 희미해져가는 이 시대의 저항 정신이 부활했다나 뭐라나.”
마약하고 섹스한 걸그룹 멤버와 저항 정신이라.
그 인간도 제정신은 아니네.
혹시 란이한테 이상한 마음 품고 있는 건 아닌지 선입견이 생긴다.
엄승미가 물었다.
“혹시 ‘도롱뇽 군단’이라고 아세요?”
“예, 알죠. 저희 세대 남자들은 웬만하면 다 알걸요?”
도롱뇽 군단.
엽기 콘텐츠가 유행하던 2000년도 초반, 인터넷 엽기 문화의 선봉장에 서 있던 또라이들이다.
지금은 대중화가 된 병맛 스트리머 콘텐츠의 시조격으로 볼 수 있는데, 스턴트맨 동료들끼리 병신짓을 하는 ‘잭애스’의 한국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불알친구 6명이 모여서 가학적이거나 무모하거나 더러운 짓을 벌이는 영상이 주를 이뤘고 나도 꽤 좋아했었다.
동물원 맹수 우리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사자한테 등짝 스매싱 당해서 요단강 건널 뻔한 영상은 지금도 가끔 커뮤니티에 전설의 짤로 올라오고 있다.
물론 지금 시대상에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재미는커녕 사람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지겠지만 그때는 그런 게 먹히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들의 유명세가 단순히 엽기적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이나 정당, 사회 유명인사, 연예인 등을 성역 없이 까는 걸로도 유명했는데, 단순한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이나 이념에 편향된 시선이 아니라 꽤 중립적이고 날카로운 디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훗날 대통령이 된 당시 서울시장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이트가 폭파됐다는 소문이 지배적이다.
“도룡농 군단 리더가 제가 방금 말씀드린 잼미디어 대표님이에요.”
“리더···? 아, 육봉선생이요?”
“크흐흐흫, 예 맞아요. 육봉선생.”
말 그대로 좆같은 닉네임이다.
엄상미와 함께 온 어린 보조 작가도 끝내 웃음보를 터뜨렸다.
육봉선생이란 닉네임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네.
리더인 동시에 제일 정신 나간 인간이었지.
맹수 우리에서 알통 구보하다가 사자한테 등짝 날라 간 장본인이다.
그 사람이라면 란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2기 애들 전체를 포용할 수 있으리라.
혹시 란이에게 흑심을 품은 건 아닌지 걱정했던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나는 엄승미에게 물었다.
“작가님은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아, 저희 오빠도 거기 멤버였어요.” “엇, 진짜요? 누구요?”
“······엄승준이라고···.”
“본명은 모르죠. 닉네임이 뭐예요?”
그녀는 막내 작가를 향해 귀를 막고 있으라고 말한 뒤 벌게진 얼굴로 대답했다.
“꼬, 꼭지보이요···.”
꼭지보이, 기억난다.
젖꼭지를 중심으로 하는 차력으로 유명한 멤버였다.
“레전드의 동생이셨군요. 영광입니다.”
“진짜 동네 창피해서 죽겠어요.”
엄승미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육봉선생에게 전화를 건 뒤 나와 연결시켜줬다.
그는 당장이라도 작업을 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고 버스킹 외에도 자기들 쪽에서 란이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했다.
조만간 식사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통화를 마쳤다.
느낌은 좋았다.
뭐랄까, 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본다?
육봉선생이라면 왠지 란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200% 끄집어내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란이 역시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
씹대장 씨바색기 [오빠 녹음실 언제쯤 와?]
나 [지금 갈 거야. 이제 퇴근했어]
씹대장 씨바색기 [올 때 투게더]
퇴근 후 신사동에 있는 녹음실을 찾았다.
‘분수’는 그동안 습작만 해왔던 라희의 정식 입봉작이자 디렉터로서의 첫 단추이기도 했다.
첫 디렉팅인 라희를 도와주기 위해서 염 대표가 함께하고 있었고 참관차 온 란이와 은빛이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녹음 부스 안에서는 서원이가 한창 감정을 잡고 녹음 중이었기 때문에 인사는 손짓 정도로 끝냈다.
나는 은빛이 옆에 앉아서 서원이의 후렴구 녹음을 감상했다.
―길고 긴 어둠 끝에서 그댈 만났지. 단지 그거 하나로 나는 더 특별해졌어~
크으으으, 이거지.
달팽이관이 징징 운다.
괜히 걸그룹 메인보컬 중에서 넘버원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노래를 부를 때의 서원이는 평상시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프로페셔널하다.
가이드 버전에서 라희가 불렀던 부분을 은빛이가, 란이의 파트를 서원이가 맡았는데, 란이도 잘 불렀지만 확실히 클라스의 차이가 느껴졌다.
두 보컬 간의 차이는 누구보다 란이 본인이 제일 잘 느끼고 있었다.
“와, 진짜 짱이다···. 이걸 어떻게 한 큐에 가지?”
하지만 정작 서원이는 성에 차지 않는지 노래를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 흠! 흠!
작곡가인 라희는 자신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염을 쳐다봤다.
이 상황이 익숙한 염은 ‘얘 또 시작이네’라는 표정이다.
녹음을 할 때의 서원이는 완벽주의자다.
물론 적당한 완벽주의는 좋지만, 그게 도가 지나치게 심하고 예민해서 오히려 디렉터와 엔지니어가 질릴 정도다. 전문가들이 듣기에는 티도 안 나고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는 미세한 부분을 서원이는 잡고 늘어진다.
염이 녹음 부스와 연결되는 빨간색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서원이를 달래듯이 말한다.
“좋았는데 왜.”
―그래요? 전 별론데.
“아니, 좋았어. 너무 좋았어.”
―그럼 방금 거 킵 해두고 하나만 더 가볼게요.
“진짜 하나만이다.”
―두 개.
“서원아, 일단 다 해놓고 나중에 수정하자. 너는 맘만 먹으면 원큐로도 갈 수 있는 애가 왜 이렇게 어렵게 가냐.”
―라희야, 니가 듣기엔 어땠어?
“저도 좋았는데요오.”
―‘특별해졌어’에서 ‘졌어’ 부분을 살짝 끌면서 떨어뜨려볼까?
라희가 또 염을 쳐다본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우리 천재 소녀 라희, 아무래도 첫 디렉팅에서 신고식 제대로 당할 것 같다.
나는 녹음이 끊긴 틈을 타서 은빛이에게 투게더 봉투를 건넸다.
“녹음 5시에 바로 시작했어?”
“응. 나 A파트 끝내고 바로 언니 들어간 거야.” “보아하니 오늘도 길어지겠네.”
“흐흐흥, 그래서 나는 이미 마음을 내려놨지요로롱.”
은빛이가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자며 란이의 팔짱을 낀다.
“우리 나가서 이거 같이 먹어요.”
하지만 란이는 자신의 보컬 스승인 서원이의 녹음을 더 듣고 싶은 눈치였다.
“예? 아··· 전 괜찮아요. 드시고 오세요.”
“제가 장담하는데요, 서원 언니 지금 부르는 파트 우리가 먹고 올 때까지 안 끝날 거예요.”
염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줬다.
나와 은빛이는 염과 서원이의 팽팽한 기 싸움을 녹음 때마다 겪었다. 그동안 업키걸의 타이틀을 써준 ‘옆집작곡가’가 디렉팅을 거의 염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기 싫다.
라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와 씨바, 망란이 세 명은 결국 휴게실로 도피했다. 조그마한 원형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서 녀석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는 커피를 마셨다.
“하아, 내가 잘못 생각했어. 녹음을 아예 언니랑 다른 날로 잡았어야 돼.”
은빛이는 투게더를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숏비니 밑으로 흘러내린 연갈색 머리카락이 코카스파니엘 귀 같다. 눈 화장은 안 했고 입술만 살짝 칠했다. 가뜩이나 어려보이는 녀석이 테가 둥근 동글이 안경까지 써서 더 어려 보였다.
나이는 씨바보다 한 살 어리지만 오히려 성숙해 보이는 란이가 회색 렌즈를 낀 눈으로 나를 게슴츠레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나른한 미소로 끼를 부리면서 중얼거렸다.
“음, 좋은 냄새···.”
“응? 무슨 냄새?”
되묻자,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려 있는 은빛이를 슬쩍 쳐다보더니 입 모양만으로 대답한다. 시선은 내 하복부를 향하면서 또박또박.
‘정. 액. 냄. 새.’
아 놔, 이 미친놈이 또 왜 이래.
은빛이가 앞에 있는 걸 의식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스릴을 즐기는 거지.
내가 미간을 찌푸려서 주의를 주던 그 순간.
“응? 무슨 냄새? 오빠 향수 뿌렸어?”
은빛이가 나를 향해 고개를 휙 들고 코를 킁킁 거렸다.
“어, 아니. 안 뿌렸는데?”
은빛이는 자기가 먹던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뜬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넣었다.
“오빠도 좀 먹어.”
“응, 응.”
그 모습을 본 란이가 흐뭇하게 말했다.
“두 분은 진짜 남매 같아요.”
“야, 세상에 어떤 남매가 숟가락을 공유하냐.”
내가 버럭하며 대꾸하자 은빛이도 동의한다.
“응, 응. 현실 남매끼리는 절대 안 그래요. 제가 동생한테 숟가락 드밀면 주먹 날라 올 걸요? 저도 마찬가지고.”
“언니, 저한테 이제 말 편하게 하세요.”
“아, 죄송한데 란이님이 몇 년생이었죠?”
“저 공공 년이요. 언니보다 한 살 어려요.”
“근데 데뷔는 란이님이 빠르잖아요. 말 놓는 건 실례죠.”
“아니에요, 저 언니랑 진짜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요. 말 놓으세요.”
은빛이가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되냐고 묻는 것이다.
“니들끼리 알아서 해.”
“예, 언니 그냥 편하게 말 놓으세요.”
“그럼 우리 공평하게 서로 말 놓자. 너도 그냥 호칭만 언니라고 하고 편하게 반말해.”
“아 진짜요? 그래도 돼요?”
“응. 나도 그게 편할 것 같아.”
은빛이도 편하고, 란이도 편하고···.
그럼 지금 나만 불편한 거네?
불안하다.
왜 나는 씨바가 란이한테 서서히 잡아먹히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서원이가 그랬던 것처럼, 은빛이도 어느 순간 망란이놈 앞에서 발가벗겨진 채 응깃응깃 거릴 것만 같다.
“근데 언니 진짜 귀엽다.”
“야, 나 안 귀여워. 섹시해!”
“응, 맞아. 색기도 있어.”
“레알?”
“응, 진짜. 나는 언니 볼 때마다 섹시하다고 생각했는데? 꼭 소민정 같아. 소민정도 사람들은 귀엽다고 알고 있는데 색기 있잖아.”
“그치, 그치. 소민정님도 한 색기 하지. 우리 란선배가 사람 볼 줄 아네.”
색기 있다고 하니까 아주 좋아 죽는 댄다, 우리 씹대장 씨바색기. 란이의 씨바 핥아주기는 계속 되었고 씨바는 아주 입이 옆통수에 걸려서 히죽거리기 바빴다.
은빛이가 투게더 한 통을 거의 다 비울 때쯤에 스튜디오 쪽에서 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빛, 들어가서 코러스 하나만 후딱 해.”
“예입! 나 잠깐 갔다 올 게.”
“예 언니 고생하세요.”
은빛이는 녹음 부스로 들어갔고, 휴게실에는 란이와 나 둘만 남게 되었다.
망란이 놈이 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거린다.
“대표님 여기 오기 전에 섹스했죠? 옆에서 좆물 향기 계속 맡으니까 저도 꼴리잖아요.”
“야.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그런 건 둘이 있을 때만 해라. 은빛이가 만만하냐?”
“안 만만해요. 근데 누구랑 했어요?”
“어후, 넌 진짜···.”
“응? 누구? 누구우? 아 혹시 지유랑 했어요? 걔 아까 병원 갔다 온다면서 잠깐 외출했었는데···. 맞죠? 지유랑 한 거죠?”
나는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녀석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 뭐야. 설마 여기서 하게요? 전 좋아요···.”
<‘봉숭아 연젖’이 발동됩니다.>
나는 브래지어 속에 말랑말랑하게 파묻혀 있던 유두를 쿡 눌렀다.
따뜻한 유두체액이 치이익 분사된다.
“하윽···!”
젖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유두 오르가즘에 한 차례 몸을 꿈틀거리던 망란이.
모유가 자신의 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어? 자, 잠깐만요. 이거 우유 아니에요? 저한테 이런 게 왜 나와요?”
“내가 어떻게 알아.”
“어어? 뭐지 진짜?”
나는 반대쪽 유두도 꾹 눌러서 젖을 짜낸 뒤 당황하는 녀석을 남겨 둔 채 조용히 휴게실을 벗어났다.
이게 오냐오냐 해줬더니 요즘 아주 기가 살아가지고.
다른 애들은 몰라도 우리 착한 씨바는 건드리면 안 되지.
< 씨바는 건드리면 안 되지(팬 아트 삽입)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