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2화.뜻밖의 팬티스틸. 너 누구야? (125/371)

< 뜻밖의 팬티스틸. 너 누구야? >

정신 심리 상담센터에서 회사로 복귀한 나는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대체 이게 며칠 째 강행군인지. 

생각해보니 거의 5일 정도를 평균 수면시간 3시간으로 버티고 있었다. 

아이템 덕분에 피로도는 심하진 않다. 하지만 수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치유와 안식, 만족감까지 완벽히 채워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신은 조금 나른하다. 

저녁부터는 또 피지컬 요정 홍이와의 육탄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낮잠을 자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잠이 오면 잠깐 눈을 붙일 생각으로 소설 사이트에 접속했다. 

제목들 진짜 살벌하다, 살벌해. 

‘잠지적 독, 자지, 점’과 ‘야설 속 섹스트라’ 투톱 체제, 그리고 오나니 물이 여전한 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걸 그냥 놔둬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이상성욕 제목들이 눈에 띈다. 

―포주가 종말에 라오하는 법 

“···포주가 종말에 뭐를 해? 라오가 뭐야.” 

―헌터 김황제의 불알속 왕국 

“······불알에 그게 들어간다고···?” 

―독신전설 귀두열 

“아재물인가. 제목에서부터 홀애비 사타구니 냄새가 풀풀 풍기네.” 

―만렙 신병 박아라! 

“아니아니, 가만히 있는 신병한테 갑자기 왜 박아···.” 

―재벌가 오나니 

“응. 너 때문에 XX했어.” 

―망겜의 성기 사 

“안 사요, 안 사.” 

―사상 최강의 보안관음 

“관음은 보안이 생명···.” 

―신화급 스킬 조교 헌터 

“주인공들이 하나 같이 몰래 싸기로 유명해서 ‘몰쌀요도’라는 별명을 가진 ‘오늘요도’ 작가의 신작이구나.” 

―오늘은 예언 

“히로인 이름이 예언이야? 이름 이쁘네.” 

―안 보이는 대물 투명츄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투명 꼬추에 대물이면 보나마나 먼치킨물이고···.” 

―성황의 손자는 네크로필리아 

“······위험하잖아 이건···.” 

아이돌계나 장르소설계나 똑같다. 

워낙에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다 신인 같은 경우에는 팀이름이나 컨셉, 제목에서부터 어그로를 끌어야 그나마 대중들의 눈에 띄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적당히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엔 ‘넣어 키운 걸그룹’처럼 딱 봐도 싼티나고 노골적인 제목은 그냥 거르고 본다. 

근데 넣키걸은 연재한지 꽤 된 것 같은데도 조회수가 꾸준히 나오네···. 

나는 자극적인 제목들을 제쳐두고 유료 베스트에 올라 있는 ‘환색표사’라는 실로 정직하고 우직한 제목의 떡협지를 골랐다. 

이것 봐라, 글이 좋으면 제목과 상관없이 뜨는 거다.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으며 야설의 기본인 꼴림력도 충분했다. 덕분에 잠깐 눈 좀 붙이려고 했던 나의 수면욕구가 싹 달아났다. 

그렇게 한참 소설 속에 빠져 있는데 은빛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오빠, 모레 녹음 몇 시야? 

“5시.” 

―오키. 

“너 서울 언제 올라올 거야?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갈게.” 

―응? 나 지금 서울인데? 목동 집이야. 

“목동 집? 우리 집?” 

―응. 아침에 첫 뱅기로 와서 한숨 자다가 엄마가 밥 먹으래서 일어났어. 

그때 은빛이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어머니 씽씽걸의 식사 독촉 고함이었다. 

―얼른 나와서 밥 먹으라고! 

―잠만요, 오빠랑 통화 중이에요. 

―누구? 윤호? 

―예. 

―쌍놈의 새끼! 

―푸하핰하캌, 오빠는 왜 또 쌍놈의 새끼가 됐어. 

“나야 뭐 항상 죄인이지.” 

―대충 끊고 빨리 나오라고! 찌개 식어! 

―뉘에뉘에! 오빠, 나 밥 먹으러 갈게. 

“서두를 것 없어. 어차피 지금 나가도 상은 안 차려져 있을 거니까. 숟가락 놓으라고 그러는 걸거야.” 

―에이 설마. 

2초 뒤. 

―흐엉, 뭐야! 진짜 안 차려져 있어! 

“거봐라. 또 당하냐 씨바야. 

―아 왜 훼이크 써요! 

―니 오빠 아직 통화중이야? 

―예. 

―전화기 엄마 주고 숟가락이나 놔. 

―칫···. 오빠, 엄마가 바꿔 달래. 

“아냐, 됐으니까 그냥 끊어.” 

―너는 이 쌍놈의 새······. 

“응 엄마, 나도 사랑해.” 

뚝. 

“후우···.” 

씨바색기 [ㅋㅋㅋㅋㅋㅋㅋㅋ씽씽걸 극대노. 오빠 전화 끊은지 모르고 한참 혼잣말 했어ㅋㅋㅋㅋㅋㅋ] 

나 [엄마 용돈 좀 드려] 

씨바색기 [이미 드렸지. 올드보이도 드렸고] 

나 [잘했어. 역시 딸 밖에 없네] 

씨바색기 [하앍. 그럼 우린 근친이네?] 

나 [닥쳐] 

씨바색기 [응] 

나 [거기서 잘 거야?] 

씨바색기 [아니 저녁에 나갈거야. 리야 만나기로 했어] 

나 [만나서 뭐하게] 

씨바색기 [얼굴 꽁꽁 싸매고 영화관 데이뚜! 그리고 영화 끝나면 서원 언니 만나서 연습할거야] 

나 [요나는?] 

씨바색기 [욘리다는 그냥 숙소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잘 거라는데? 어제 얼마나 열심히 놀았으면···.] 

그래서 오전 내내 연락이 없었구나.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이따가 퇴근길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오늘의 데이트 상대인 홍이는 본가인 광주에서 올라와 이제 막 서울에 도착했다고 한다. 장을 봐야 한다기에 먼저 우리 집에 가 있으라고 하고 나는 잠깐 숙소에 들렀다. 

현관에는 애들 신발 몇 켤레가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고 그 중에는 어제 요나가 신었던 신발도 있었다. 

하지만 거실부터 쥐 죽은 듯 조용한 걸 보니 아직도 자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새벽 내내 영혼이 나갈 듯이 뒹굴다가 잠도 얼마 못 자고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 같이 나왔다. 그래봤자 겨우 8시간쯤 자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안방 문을 열었다. 

암막커튼이 단단히 쳐져 있어서 완전한 암흑이다. 

핸드폰 불빛으로 침대 위를 비췄다. 이불을 목까지 덮은 채 곤히 자고 있는 요나의 형상이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자고 있는 걸 보면 괜히 괴롭히고 싶단 말이지. 

나는 두더지처럼 하체 쪽 이불을 파고들었다. 

늘 그랬듯 팬티차림이다. 

―지르륵 

쫀쫀한 손맛을 느끼며 팬티를 내린 뒤 통통한 허벅지를 벌리고 곧장 음부에 코를 박고 점막 틈새를 혀로 주욱 핥아 올렸다.  흐응, 하며 살짝 허스키한 콧신음이 새어나온다. 

어, 근데 잠깐···. 

요나가 갑자기 왜 이렇게 살이 쪘지? 

내가 오랜만에 만진 거라면 착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바로 오늘 새벽까지 주물렀던 허벅지였기 때문에 바로 이질감이 들었다. 

허벅지 한 쪽의 살을 더듬더듬 만져본 결과 상당히 높은 확률로 요나의 다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피부결도 거칠었고 무엇보다 음모의 질이 다르다. 내가 사랑하는 요나의 극세사 음모가 아니었다. 요나의 것보다 두껍고 숱도 수북했다. 

요나뿐만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 아이들 중에는 이 정도로 거친 음모를 가진 아이가 없다. 

그, 그럼 누구라는 거야?! 

그제야 식겁한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불 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행히 상대방은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요나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니 얼굴 옆선이 확실히 낯설다. 

나는 핸드폰 불빛을 비춰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아··· 아는 사람이다. 

근데 얘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으응···.” 

녀석도 불빛이 거슬렸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실눈을 떴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투로 오히려 내게 묻는다. 

“누구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니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아, 뮨 샐럽님이구나···.” 

요나 침대에서 팬티바람으로 자고 있던 사람은 서원이 친구이자 메이퀸즈의 멤버인 정유진이었다. 

내가 정유진의 음부를 핥은 것이다! 

“아··· 서원이랑 새벽까지 술 마셨어요.” 

“서원이는?” 

“몰라요. 저 먼저 취해서 잤는데··· 다른 방에 없어요?” 

“나도 몰라. 아직 확인 안 해봤어.” 

“그럼 딴 방에서 자고 있겠죠. 걔 원래 누구랑 같이 자는 거 싫어하니까···.” 

“근데 왜 서원이 집 놔두고 여기서 마셨어?” 

“아, 제가 숙소 구경시켜달라고 해서요.” 

나는 심장이 쿵쾅거려 죽겠는데 정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확인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한 쪽 눈만 간신히 뜨고 누군가의 메시지를 읽다가 내게 확인시켜준다. 

“아··· 서원이 찜질방 갔대요. 저녁에 은빛이랑 연습하기로 했는데 목 완전히 잠겨서 사우나로 풀어줘야 된다고···.” 

“···너네 대표님한테는 말하고 나온 거지?” 

“당연하죠. 저희도 앨범 녹음 다 끝나서 휴가 받은 거예요···.” 

“그래···. 근데 혹시 요나 못 봤어?” 

“아 맞다. 여기 요나 방이지 참. 요나 들어왔어요?” 

“아니다.” 

아침에 들어온 요나는 유진이가 자기 방에서 먼저 자고 있는 걸 보고 다른 방으로 간 것 같다. 

불청객은 핸드폰 화면을 끄고 다시 베개에 머리를 기댔다. 

“아, 머리 아파···.” 

“더 자라.” 

내가 요나를 찾기 위해 방을 나서려던 그때. 

유진의 목소리가 다시 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응···?” 

“제 팬티 벗기고··· 암튼 그거요···.” 

―두근두근두근두근! 

“아니, 아니···.” 

“뭐 당연히 요나인 줄 아셨겠죠.” 

“야, 그게 아니라···.” 

“근데 뮨 샐럽님 요나랑 그런 사이였어요? 우리 대표님이랑 썸타는 거 아니었나?” 

“아니, 제희 씨랑은···.” 

너무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반면 유진이는 재미있는 건수 하나 잡았다는 듯 잠긴 목소리로 꾸역꾸역 나를 몰아붙였다. 

“근데 이거 서원이가 알면 완전 난리나는 거 아닌가··· 아니, 난리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지.”  “서원이한테 말하지 마.” 

물론 서원이도 눈치 채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멤버가 아닌 유진이의 입으로 듣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자존심 상해서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제가 미쳤어요. 서원이 죽는 꼴 볼 생각 없어요.” 

“너는 왜 남의 침대에서··· 하아···.” 

“뭐래. 남의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 사람 확인도 안 하고 팬티부터 벗긴 게 잘못이죠. 그리고 서원이가 아무도 안 들어올 거니까 아무데서나 자라고 했어요.” 

“아, 아니구나. 야, 일단 내가 미안하다. 사과부터 했어야 되는데 나도 너무 당황해서 말이 헛나갔다. 미안해.” 

“됐어요. 뭐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잠결이기도 했고.” 

“어어, 그래. 나 요나 얼굴 보고 바로 갈 거니까 너도 알아서 가라. 진짜 미안해.” 

“연습 좀 더 하셔야겠어요, 큭흐킄.” 

나쁜 새끼. 

누가 서원이 클리친구 아니랄까봐 싸가지가 아주···. 

“뮨 샐럽님.” 

“어.” 

“저 물 한 잔만 주고 가시면 안 돼요?” 

“···너 지금 약점 잡았다고 협박하는 거지?” 

“예? 고작 이 정도로요? 제가 맘먹고 제대로 협박해드릴까요?” 

“아니다···. 차가운 물?” 

“아니다, 물 말고 냉장고에 오렌지주스 있는데 그거 갖다 주세요. 컵에 얼음 두 개 넣고 예쁘게 따라서.” 

부글부글. 

내가 진짜··· 아오, 아오! 

고추가 죄다, 죄야. 

리야랑 서원이한테 이런 패턴으로 잘 당해봐서 안다. 

물론 정유진이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그런 쪽으로 몰아가지는 않겠지만, 싸가지 없고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딱 말해. 물이야, 오렌지주스야.” 

“주스요.” 

“진지하게 말하는데, 내가 큰 실수한 건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당해주긴 하겠지만 너도 눈치 봐가면서 적당히 해라.” 

“무섭게 왜 그래요. 누가 보면 제가 잘못한 줄 알겠어요. 서원이한테는 말 못해도 저희 대표님한테는 말할 수 있어요. 저 대표님한테 블랙리스트로 찍혀서 쉬는 날에 누구랑 어디서 뭐했고 오줌 몇 번 쌌는지까지 보고해야 되거든요. 근데 뮨 샐럽님이 제 팬티 벗기고 거

기에 코 박고 핥았다는 말은 안 할게요.” 

“야···.” 

“큭큭큭 알았다고요. 뮨 샐럽님이 저한테 해주신 것도 있으니까, 저도 적당히 넘어가 드릴게요. 적당히.” 

“그래, 너랑 제희 씨 연결해준 게 누구냐. 나야, 나. ‘리플레이걸’때도 우리가 많이 도와줬잖아. 우리 친하잖아, 그치?” 

“에이, 샐럽님이랑 내가 친한 건 아니다. 그냥 아는 사이 정도지.” 

“섭섭하게 그러지 마라. 난 너랑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너 그때 회사 앞에서 담배 피다 걸린 것도 내가 커버쳐 줬잖아. 기억 안 나?” 

“아, 맞다, 그때.” 

“그래. 내가 원래 남의 회사 일이라서 그냥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너라서 특별히 실드 쳐 준거야.” 

“알았어요. 주스는 제가 알아서 마실 게요.” 

“아니야,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어.” 

“됐으니까 팬티나 입혀주고 가세요.” 

“응···?” 

“대표님이 벗긴 건 다시 입혀주고 가셔야죠.”

< 뜻밖의 팬티스틸. 너 누구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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