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아래쪽이 화끈거려요 (123/371)

< 아래쪽이 화끈거려요 >

“자 이제 당신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깊게 더 깊게··· 아주 깊어집니다.” 

“흐으응···.” 

정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아로마 향초가 최면유도실을 포근하게 밝혀주는 가운데 미오의 최면 상담이 시작됐다. 

나는 뒤쪽 간이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관망했다. 

예전에 리야를 담당했던 최면센터장은 해외 세미나에 참석했고, 그 다음으로 권위가 있다는 부원장이 미오를 담당해주었다. 40대 초중반 정도의 여자 선생이었는데, 최면치료실 벽면에는 방송에 출연한 그녀가 한 남자 아이돌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캡처되어 

액자로 걸려있었다. 

책상 위 명패에 적힌 이름은 장민하. 

뒤로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과 검은색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린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굴이 어느 정도 받쳐주니 방송 출연도 했을 것이다. 

“깊은 잠에 빠진 당신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상담 전 그녀에게는 미오의 괴상한 성정체성 오류 증상에 대해 미리 말을 해두었다. 

의사 역시 미오 같은 케이스는 단순한 성정체성 혼동 문제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조현병 또는 트라우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예상했다. 

얌전히 잠이 든 미오는 의사의 암시를 고분고분 따르며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나갔다. 

“자, 뭐가 보이나요.” 

“자지··· 자지요···.” 

움찔! 

이거 시작부터 굉장한 것이 튀어나와 버렸는걸. 

예비 걸그룹 멤버가 입으로 똥을 싸버렸다. 

나는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장민하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더 진행해도 되겠냐는 투로 내 눈치를 살핀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마른침을 삼킨 뒤 질문을 이어나간다. 

“아··· 남자의 성기요?” 

“예. 크고 아름답고··· 예뻐요··· 귀엽고···.” 

“누구의 것이죠?”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지는 자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마치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처럼요···.” 

하아, 역시 최종 보스는 이 새끼였어······. 

예전에 케이블 방송에 어느 19금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반인 도전자를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난감한 질문을 던진 뒤 솔직하게 대답을 할 때마다 상금을 주는 방송이었다. 

상금이 올라갈수록 질문의 수위도 점점 높아졌는데 ‘나는 연인 또는 배우자의 친한 친구와 섹스를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배우자 외의 사람과 섹스를 한 적이 있다’ 이 정도가 난이도 중급이었다. 

도전자는 자신의 가족이나 연인이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 도전을 할 것이냐 멈출 것이냐를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고작 두 번째 질문 만에 자지예찬론이 나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남성의 성기를 좋아하세요?” 

“많이요···.” 

“왜요?” 

“저한테는 없는 거니까요···.” 

“······.” 

“······.” 

최면실 내에 흐르는 미묘한 적막. 

최면 상태에서만큼은 미오가 스스로를 여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장민하 선생은 나름 단서가 되는 답변이었다는 듯이 고개를 짧게 주억였다. 

“그렇다면 처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게 언제죠? 남자의 성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 

“······.” 

“······.” 

“얼마나 어렸을 때요?” 

“네 살··· 다섯 살··· 그쯤이요···.” 

내게도 정지버튼이 있었다면 지금 눌렀을 것이다. 

미오가 바로 말을 잇는다. 

“아빠랑 목욕탕··· 거기에 나 빼고 다 꼬추 있어···.” 

“아··· 아버지랑 대중목욕탕을 갔었군요.”  “예. 원래는 엄마랑 갔었는데··· 오빠가 하늘나라 간 이후에 아빠가 몇 번 데려갔어요···” 

“예에, 그랬군요.” 

“···아빠가 이제부터는 머리 짧게 자르고 체육관에 나오래요.” 

“아버지께서요?” 

“예··· 계속 운동했어요. 태권도, 킥복싱··· 주짓수···.” 

“재미는 있었나요?” 

“예. 아빠랑 운동할 때는 재미있었어요. 시합 나가서 이기면 선물도 사주고··· 좋았어요.” 

“살면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때예요?” 

“아뇨··· 가장 행복했던 때는··· 처음 제 몸에 자지가 들어왔을 때예요···.” 

설마 내 꺼? 

“자지 좋아요··· 제 몸과 마음속의 부족한 부분을 꽉꽉 채워줘요···.” 

뭔가 중요한 실마리가 풀리는가 싶던 찰나에 다시 튀어나와버린 자지예찬론이었다. 

나는 미오가 그 자지 주인의 실명을 밝힐까봐 심장이 쫄깃해졌다. 하지만 미오는 그것까지는 누설하지 않았다. 

“가짜 자지는 비교도 안 돼··· 아플 줄 알았는데 안 아파서 더 좋았어요··· 귀두가 질벽을 긁으면서 들어오면··· 아, 좋아··· 좋아··· 아, 아···.” 

야, 야, 최면 중에 느끼지 마! 

수건 던질까? 

선수 보호를 위해 이쯤에서 멈출까? 

이번에는 내가 의사 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단호하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과거의 당신 모습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남자··· 여야 돼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빠한테는 아들이 필요하니까요···.” 

“평소에 아버지가 아들을 더 선호하셨나요?” 

“제 앞에서 티는 안 냈는데··· 친구 분들이랑 전화할 때는 ‘역시 아들이 든든하지’ 그랬어요··· 엄마도 아들이 필요했고요···.” 

“그것 때문에 당신은 부담을 느꼈나요.” 

“죄송했어요···.” 

“왜요.” 

“죽은 게 오빠가 아니라 나였으면 그래도 두 분 다 조금은 든든하셨을 텐데···.” 

미오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나도 마음이 조금 찡해졌···. 

“자지가 최고예요.” 

기승전좆. 

나도 슬슬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전문가는 달랐다. 장민하 선생은 처음에만 조금 당황했을 뿐이지 그 이후로는 냉정을 되찾으며 자신의 역할을 이어나갔다. 

“혹시 아버지께서 남성성을 강요하지는 않으셨나요?” 

하지만 우리 미오도 보통 미친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역공을 펼치며 장민하 선생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자지 좋아요··· 진짜 좋아···.” 

“흐음, 박지민 씨?” 

“발가락으로 자지 껍데기 잡아당길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 그렇군요···.” 

“해보셨어요?” 

“아뇨.” 

“한 번 해보세요··· 진짜 좋은데···. 남자들 중에 풋잡 좋아하는 사람 은근히 많거든요··· 저희 대ㅍ···.” 

“자아. 좀 더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다행이다. 

미오의 입에서 대표님이라는 말이 거의 튀어나왔지만 다행히 장 선생님의 말과 겹치면서 흐지부지 흐려졌다. 

“깊이··· 아주 깊은 잠에 빠집니다.” 

“하아··· 깊이 들어오는 거 좋아요··· 자궁경부까지 꾹꾹··· 아, 아···!” 

점입가경이네. 

진짜 조마조마해서 미칠 것 같다. 

장민하 선생은 미간을 긁적이면서 잠시 호흡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살면서 가장 슬펐을 때로 가볼게요.” 

그러자 미오의 미간이 바로 찌푸려지면서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온다. 

옳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알 수 있었다. 

“끄으응······.” 

“주변에 뭐가 보이나요.” 

“아, 아빠···.” 

“예, 아버님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강간.” 

“예···?” 

“모르는 사람들한테··· 집단으로···.” 

“거기가 어디죠?” 

“체육관이요. 아빠 퇴근 도와드리려고 갔는데··· 거기서···.” 

의사가 더 이상 암시 유도를 하지 않아도 미오는 술술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반인족에게 살해당할 당시의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반인족’이라는 직접적인 명칭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민하 선생은 괴한들한테 습격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미오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망상으로 여길 수도 있고. 

하지만 미오가 한 얘기는 전부 사실이었다. 내가 지선경 대표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미오의 아버지는 체육관 업무를 마친 뒤 홀로 마감 준비를 하던 중에 4명의 남녀로 이뤄진 반인족에게 습격―강간을 당해서 생을 마감하셨다. 

하지만 당시 미오의 행동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오의 입을 통해 들을 수가 있었다. 

“제가 든든한 아들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게 지금도 당신을 괴롭게 하나요?” 

“예··· 제가 약해서 아빠를 못 지켰다는 죄책감··· 흐흐흑···.” 

여장을 하는 남자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여자였던 미오가 여장남장을 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정확한 진단은 의사가 내리겠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미오가 말하는 뉘앙스로는 아버님이 남성성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은연중에 계속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하셨고, 미오로서는 어린 마음에 그게 또 조금씩 쌓이면서 상처와 죄책감으로 변한 것 같다. 

그러다가 자기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그렇게 되신 걸 보고 멘탈이 확 터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민하 선생은 무너져 내린 미오의 감정을 추스르고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생각인지 손가락을 탁 튕기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여자라서 행복했던 적은 없었나요.” 

미오는 코를 훌쩍이며 배시시 미소 지었다. 

왠지 듣고 싶지 않은걸···. 

“제 몸 안에 빳빳한 자지가 들어올 때랑··· 질싸 당할 때요··· 너무 따뜻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발로 자지 문지르는 것도 좋고, 반대로 발로 제 보지를 애무해주는 것도 좋아요···. 자지 너무 좋아요······.” 

미오의 최면유도 상담은 자지로 시작해서 자지로 끝났다. 

상담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대동소이했다. 약물치료까지는 안 해도 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방문해서 상담 치료를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고생했다.” 

“저 많이 울었죠···? 드문드문 기억은 나는데···.” 

“최면 상담하면 대부분 울더라.” 

“예···.” 

눈물을 보인 게 창피한지 내 한 발 뒤에서 멋쩍게 따라온다. 

다른 아이들이 아직 상담 중인 본동은 옆 건물이었다. 

미오와 함께 최면센터 1층으로 내려와서 입구로 나가려는데 미오가 숏컷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대표님, 죄송한데 저 먼저 차에 가 있으면 안 돼요?” 

감정 수습이 아직 안 된 모양이다. 

차는 본동 지하주차장에 있다. 

나는 그러라면서 차키를 건네줬다. 손끝끼리 살짝 닿았는데 미오가 의도적으로 내 손을 터치한 느낌이었다. 

“컨디션 안 좋아?” 

“아뇨, 그건 아닌데··· 어··· 아, 아니에요.” 

“뭐 인마, 말을 해. 어디가 안 좋아? 몸이 안 좋은 거면 나한테는 말을 해줘야지.” 

“그게 아니라···.” 

말끝을 흐리며 한 템포 쉰 미오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몸이 너무 달아서요···.” 

“응? 달아?” 

“아래쪽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끈거리고 간질간질해요···.” 

“아··· 아래쪽. 고추?”  “아뇨···.” 

“그럼 똥꼬?” 

“똥꼬··· 도 아니고··· 아···.” 

고추도 아니고 똥꼬도 아니면 남은 아래쪽은 음부뿐인데. 

얘가 설마 최면이 아닌 현실에서도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인정해버린 건가. 

뭐, 어찌됐든 결론은 섹스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지 좋아, 자지 최고, 그러더니···. 

나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앞장섰다. 

“일단 주차장까지 같이 내려가자.” 

“예···.” 

나는 본동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면서 먼저 상담을 끝낸 라희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물었다. 란이와 지유의 상담이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어, 우리 쪽도 거의 끝나가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예에, 고생하세요오. 

우리가 타고 온 카니발 앞에 도착했다. 

미오가 뒷좌석에 올랐고 나는 운전석에 올라 히터부터 틀었다. 

나와 라희의 통화내용―상담이 끝났지만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미오 녀석도 내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미오의 패션은 아메카지 스타일이다. 

체크 남방, 패딩 조끼, 떡볶이 코트. 

종아리의 반을 덮는 롱스커트. 

흰 양말, 스니커즈. 

나는 룸미러를 보며 일단 패션 칭찬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오늘 옷 이쁘다.” 

“감사합니다.” 

“스타킹은 신은 거지?” 

“예, 살스···.” 

“음··· 그렇구나. 살스.” 

“예··· 살스···.” 

“발 보여줄래?” 

“예? 풋잡이요?” 

“아니아니, 그냥 발 좀 보자고···.” 

“아··· 신발 벗고요?” 

“어.” 

잡티 하나 묻지 않은 순백의 양말에 감싸인 발이 콘솔 박스로 쑤욱 들어온다. 

나는 바로 양말을 벗기고 살스 발바닥을 주물 거렸다. 

요즘엔 왠지 검스보다 살스가 땡긴단 말이지···. 

“이제 말해봐. 아래쪽 어디가 화끈 거리고 간질거린다고? 니가 고추랑 애널 말고 또 뭐가 있어.” 

“아으···.” 

“10초 내로 말 안 하면 나는 그냥 나갈 거야. 십, 구, 팔···.” 

“보지요, 보지.” 

“니가 그게 어디 있어. 너 남자잖아.” 

“······있더라고요···.”

< 아래쪽이 화끈거려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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