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욘나 요망한 요나(1)-묶이는 게 재미있다고? >
뉴욕양키즈X구찌 콜라보 볼캡.
마스크.
단가라 폴라티에 크림색 양털 후리스 자켓.
발목이 보이는 일자진, 티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스니커즈.
리야와 똑같은 무늬의 쇼핑백에서 살짝 흠칫하긴 했지만, 업키걸 리더가 아닌 OT에 참가한 신입생처럼 입고 온 요나의 퓨어한 차림새에 나도 모르게 입 끝에 미소가 걸렸다.
요나는 혹시라도 파파라치가 따라붙지는 않았는지 복도 양끝을 재차 확인하고는 현관으로 쏙 들어왔다.
“저 너무 편하게 하고 왔죠?”
“아니, 이쁜데?”라고 대답하는 동시에 녀석이 내 허리를 감으며 품속으로 폭 파고든다.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어?”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빨리.”
“어, 당연히 보고 싶었지. 말이라고.”
“히히.”
“저녁 먹었어?”
“네, 언니랑 토다이 갔다 왔어요. 아, 그리고 아빠가 휴가 끝나기 전에 대표님이랑 한 번 오라고 하는데 싫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왜? 안 그래도 새해 때 전화로 인사드렸었는데 그때는 아무 말씀 안 하셨는데?”
“아, 몰라요. 저번에 일본 공연 할 때 솔로무대 가지고 뭐라 그러잖아요.”
“큭큭, 노출 때문에 대노 하셨구나.”
“으응!”
“나 또 혼나겠다.”
“전화 오면 받지 마요.”
“그럴 수야 있나.”
“제가 책임질 테니까 받지 마요. 완전 잔소리 대마왕이야.”
요나 부녀는 요나의 가수 진로 때문에 갈등을 빚어서 한 차례 의절을 했었다.
체육학과 교수이자 진성 딸 바보인 요나 아버님은 아직도 요나의 의상이나 안무 등을 두고 걱정이 많으시다.
물론 업키걸의 이미지상 의상 팀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트랜드나 스타일을 따르다보면 짧은 하의라든지 시스루 소재 같은 걸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무 역시도 마찬가지고.
“아니, 그럼 나는 뭐 맨날 한복 입고 전통가요만 부르냐고요. 어휴! 그래놓고 자기는 또 섹시한 홍이 언니 좋아하잖아요!”
“큭큭큭큭큭.”
성격이 맞지 않는 아버지 얘기를 할 때는 요나 역시 평범한 또래 여자애들과 똑같다.
아버님도 귀여우신 게, 요나 말대로 최애캐가 육덕요정이라는 거다. 부모와 남자 사이의 모순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요나의 투덜거림은 계속 되었다.
“저 원래 오늘도 치마 입고 나오려고 했거든요. 근데 추운데 무슨 치마냐고 하면서 바지 입고 가라고 하잖아요. 더 이상 말싸움하기 싫어서 그냥 아무렇게나 입고 온 거예요. 1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데 만나기만 하면 잔소리야.”
“맞는 말씀하셨네. 추운데 치마는 무슨.”
“아, 어차피 차타고 왔다 갔다 하는데 뭐가 추워요. 암튼 아빠랑 저는 진짜 성격 안 맞아요. 다음에 집에 갈 때는 엄마랑 언니만 봐야겠어.”
“그러지 마라.”
“대표님은 어제 리야랑 뭐하셨어요?”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그냥 뭐···.”
“땡깡 엄청 부렸을 텐데 고생 많으셨어요.”
요나는 의례상 물어봤다는 듯 내 대답에는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눈치였다. 들고 온 수상한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외투를 벗은 뒤 어디에 둬야 할지 두리번거린다.
“이리 줘, 내가 걸게.”
“감사합니다. 근데 집 구조가 조금 변한 것 같은데요?”
“어. 소파 위치 바꿨어. 근데 쇼핑백 뭐야?”
“아, 선물이요.”
자기가 대답을 해놓고 뭐가 웃긴지 실소를 흘린다.
내가 되물었다.
“오, 내 선물?”
“아뇨. 제 선물이요.”
“응?”
“작년 한 해 열심히 산 보상으로 요나가 요나한테 주는 선물이요.”
그렇게 말하고는 또 크크크크 하고 웃으면서 묻는다.
“아, 대표님 침대 좀 봐도 돼요?”
“침대? 어, 봐도 되지.” 설마 바로 섹스를 할 생각인가?
요나는 곧장 안방 문을 열었다. 침대를 확인하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 채울 데가 없구나.”
“채워, 뭘?”
“아니에요.”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방안에 뭔가를 채워 넣는다는 뜻인 줄 알았다.
우리는 거실 식탁에서 배달시킨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업키걸 활동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낮에 가이드 녹음을 끝낸 ‘분수’를 들려줬다.
요나는 라희와 란이 두 사람의 성장세에 놀랐다. 특히 가창력이 급격히 상승한 란이의 보컬은 직접 듣고도 믿지 못한다는 투였다.
“이게 란이라고요?”
“어. 많이 늘었지?”
“대박. 는 정도가 아니라 발성이랑 창법 자체가 완전 달라졌는데요? 그때 월말평가 때도 연습 많이 했구나, 생각했었는데 이건 그때랑 또 다른데요?”
역시 재능이 답이었다.
어제 란이가 연습도 없이 한 번에 화음을 넣는 걸 보고 깨달았다.
질내사정을 통해 커진 재능(잠재력)이라는 것은, 한 가지를 배우면 열 가지를 깨우친다는 뜻이었고 정답으로 향하는 수백 개의 미로가 몇 갈래의 간결한 통로로 확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물론 란이의 노력도 무시 못 한다.
란이는 나의 질내사정을 통해 얻은 잠재력을 노력으로 따라잡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노래도 너무 좋다. 라희가 확실히 센스가 있네요.”
“이거 은빛이랑 서원이 줄 거야.”
“아 진짜요?”
“응.”
나는 내 계획에 대해 요나에게 말해주었고 요나는 언제나 그랬듯 평가는 아끼고 그저 격려해주었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에휴, 잘 돼야지.”
“저희도 만드셨는데 걔네라고 못 만드시겠어요?”
응. 너네는 걔네한테 비하면 초보모드야.
큰 캔으로 맥주 두 개를 마신 요나는 딱 기분이 좋을 정도로 들떠 보였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나오면서 의문의 쇼핑백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요나가 요나한테 주는 선물 보여드릴까요?”
“어, 보여줘.”
“잠시만요······.”
―보스럭 보스럭
“짜잔!”
아아.
요망한 요나가 박스에서 꺼낸 그것의 정체는 빨간 가죽으로 SM세트였다. 수갑과 발에 채우는 족갑, 안대, 엑스 반도 같은 벨트가 구성품이었다.
요나야, 요나야···.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더니, 내가 그 선물이라는 뜻이었나.
“예쁘죠?”
“······.”
수갑이 끝이 아니었다.
다른 포장지에서 꺼낸 건 빨간색 새끼줄이었다.
심장이 벌컥벌컥 뛴다.
나, 어제는 주인님으로 군림하다가 오늘은 노예가 되는 건가··· 묶인 채로 능욕 당하는 거냐고······.
평소에 갑질하던 리야가 노예화되면서 흥분을 느끼는 반면, 평소 내게 순종적이던 요나가 반대로 나를 능욕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묶어주세요.”
“어···?”
“침대에 묶어주세요.”
“나 말고 너를?”
“예.”
“왜?”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요?”
“몸이 묶이는 게 재미있다고?”
내가 너무 정색하면서 물었는지 요나는 주눅 든 표정이 되어 내 눈치를 살폈다.
“왜요···? 이런 거 싫어하세요······?”
예전에 홍이를 통해서 듣긴 했었다.
요나가 본디지라는 섹스용어를 입에 올렸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경험을 해봤다는 건지, 아니면 해보고 싶다는 건지는 못 들었었다. 녀석의 정보창에 뜬 성판타지는 방송국 대기실에서 섹스 하나뿐이었는데, 이런 것도 관심이 있었구나.
“아니··· 뭔가 의외라서. 니가 이런 거에 관심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거든.”
“어렸을 때부터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저 많이 이상해요?”
“나야 뭐 내가 묶이는 거만 아니면 상관없지. 너의 취향을 응원해.”
“크히히히, 역시 관대하셔. 저 씻고 올게요.”
“어.”
“아야!”
요나는 신나서 거실 욕실로 나가려다가 안방 문에 발가락을 찧고 주저앉았다.
“아야아, 아파라!”
“괜찮아?”
“히이잉, 새끼발가락 부딪쳤어요!”
“에헤이, 어디 봐봐. 많이 아파?”
<에스테틱 갓 핸드가 발동됩니다.>
요나는 괴로움에 뒹굴면서도 종아리에 쥐가 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내게 발을 내밀었다.
발, 아아, 발···.
이번에도 시작은 또 발이구나.
미오라는 풋잡요정의 마법에 빠진 이후로 아주 여자 발만 보면 자동으로 발기가 된다.
“넌 추운데 왜 양말도 안 신었어.”
“아빠 때문에 정신없이 나오느라고 까먹었어요.”
“새끼발가락?”
“예. 혹시 부러진 거 아니에요?”
“부러진 거면 이렇게 대화도 못 나눌 걸.”
나는 왼손으로 뒤꿈치를 파지한 뒤 오른손으로 새끼발가락을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진 게 아닌 이상 웬만한 통증은 갓 핸드로 진정이 된다.
마치 커다란 유두를 잡고 돌리듯이 엄지와 검지, 중지로 파지한 뒤 정성스럽게 사알사알···.
“대박··· 대표님 손 진짜 약손이에요.”
“괜찮아졌어?”
“예, 거짓말이 아니라요, 대표님이 만지자마자 진짜 하나도 안 아파요.”
“다행이네.”
―만지작만지작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진짜 신기하다.”
―꼼지락꼼지락
“음······.”
―주물주물주물주물
“으응···.”
―꾸욱꾸욱꾸욱꾸욱
“하아아···.”
“크흐흨, 야, 갑자기 야릇한 신음 뭔데?”
요나는 자기도 이 타이밍에 뜬금포 신음이 흘러나간 것이 창피하다는 듯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하핳흐흐, 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갓 핸드 앞에서는 누구도 버틸 수가 없는 거야.
물론 나 역시도 녀석의 발을 주무르는 동안 해면체 가득 피가 고인 상태였다.
이 마당에 샤워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허기가 가장 큰 반찬인 것처럼, 서로 흥분했을 때 바로 하는 것이 최고의 애무이자 전희이다.
나는 그대로 요나의 발가락을 입에 넣었다. 녀석은 당연히 요들짝 놀라며 발을 빼려고 했다.
“아으응! 하지 마요, 발 더러워요!”
“안 더러워, 괜찮아.”
―발짥발짥발짥발짥발짥
“아으응··· 싫어요. 씻고 올 게요.”
“안 씻어도 돼. 그냥 해.” “안 돼, 안 돼··· 하아······.”
씻지 않은 부끄러움에 움츠러들면서도 결국 쾌락에 굴복하고 마는 요나의 이중적인 태도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
나는 요나를 침대 위에 올린 뒤 허겁지겁 바지를 벗겼다. 살이 살짝 비치는 연한 하늘색 팬티.
녀석은 소심하게 바지춤을 붙잡고 저항했다. 바지가 허벅지 부위에서 걸렸다.
“알았어요 잠깐만, 씻고, 씻고···.”
“안 씻어도 돼. 지금 당장 빨고 싶어.”
“으악, 어디를요? 어디를 빤다고요?”
“어디긴 어디야, 여기지···.”
나는 틈새가 시작되는 팬티 위 고랑 부위를 스륵스륵 더듬었다.
깜짝 놀라서 허벅지를 바짝 움츠린다.
“안 돼, 하지 마, 하지 마! 저 낮에 나와서 화장실 두 번이나 갔다 왔단 말이에요.”
“상관없다니까.”
“아아아앙! 잠깐만요오. 저 야한 팬티랑 망사스타킹도 준비해왔단 말이에요. 후딱 씻고 갈아입고 올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응? 으응?”
필요 없어.
그건 나중에 또 하면 되는 거고, 지금 당장 끓어오르는 이 맛있는 육욕은 풀고 갈 거야.
나는 끝내 요나의 바지와 팬티를 벗긴 뒤 허벅지를 강제로 벌리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천국에 깔린 카페트처럼 부드럽고 고운 털을 어루만지면서 촉촉한 소음순에 입을 맞춘다.
―보즛
“하아아···.”
요나는 그제야 모든 저항을 멈췄다.
나른한 신음과 함께 빳빳하게 긴장돼 있던 몸이 이완됐다.
화장실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더니, 음부에서는 더없이 달콤한 향기가 났다. 패시브 스킬의 효과가 아니라 요나의 몸에서 실제로 나는 채취였다.
성욕에 절여진 뇌가 직설적인 언어신호를 툭 내보낸다.
“하아, 맛있어. 냄새 하나도 안 나.”
“흐으응··· 창피하게···.”
나는 보자이너를 맛깔나게 핥으면서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자세를 옆으로 살짝 옮긴 뒤 단단하게 발기된 고추를 요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아, 뜨거워요···.”
“흔들어줘.”
“저도 입으로 해드릴까요?”
“응, 해줘.”
“하아···.”
요나도 상체를 옆으로 비틀어서 69자세를 만들었다.
나는 커닐링구스를 잠시 멈추고 고추를 입안에 넣는 요나의 표정을 내려다봤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핥기 전의 예비동작처럼, 혀로 입술을 한 차례 적신다.
두 눈이 황홀감으로 젖어들며 흐릿하게 풀린다.
눈꺼풀이 작은 풀벌레의 투명한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리면서 감긴다.
살짝 내민 혀끝에 귀두가 닿으면서 입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나 역시 요나와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하아아!”
< 욘나 요망한 요나(1)-묶이는 게 재미있다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