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언니가 손으로 해줄게 (106/371)

< 언니가 손으로 해줄게 >

차라리 사쿠라희이길 바랐다. 

하지만 레깅스 밑으로 보이는 발목 부분이 최근 발병 때와 마찬가지로 가지색으로 물들어있었고 경련과 뒤틀림도 동시에 찾아왔다. 

지유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기괴하게 꺾인 다리의 모양만으로도 라희의 증상 짐작될 것이다. 그것을 풀어주는 해법이 내 마사지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대표님, 너무 아파요!” 

라희는 소파에서 떨어지자마자 비틀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곧장 나를 향해 고통을 호소했다. 

소파와 테이블의 좁은 틈에서 몸을 흔드는 바람에 테이블 위에 있던 커피와 음료수가 쏟아졌다. 

나와 미오가 동시에 반응했지만 미오가 좀 더 빨랐다. 

미오가 라희를 번쩍 들어 올려서 소파에 눕혔고 나는 신발을 벗기고 레깅스와 팬티까지 바로 내렸다. 

미오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 저도 보여요···.” 

퍽커인 미오의 눈에도 하체 전반을 뒤덮은 보라색 반점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현재로서는 미오가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임은 확실하다.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데요.” 

그렇다. 

색깔이 탁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지금껏 봤던 라희의 증상 중에 가장 심각했다. 발가락 10개까지 전부 다른 방향으로 꺾여있던 것이다. 

통증도 상당한지 라희는 바로 눈물을 흘리면서 흐극흐극 앓았다. 

그래도 가장 오래 알고 지낸 룸메이트라고, 란이가 라희의 손을 잡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면서 위로해준다. 

“괜찮다, 괜찮다, 대표님이 주물러주면 바로 나으니까 쫌만 참아라, 응?” 

나는 갓 핸드를 발동시킨 뒤 지체 없이 발가락 끝부터 주물러나갔다. 하지만 상태가 심각해서 그런지 성의 있게 주물러도 보라색은 쉽사리 연해지지 않았다. 

라희는 란이의 손이 생명 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꽉 끌어안고 최선을 다해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아흐으, 아으으윽···.” 

“어어, 쫌만 참자···.” 

이거 안 되겠는데. 

회복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아무래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미연시를 연상케 하는 분홍색 치트 반점이 어딘 가에 있는 것 같다. 그 부위를 누르니 바로 증상이 완화됐었지. 하지만 그때는 치골 위에 나타나서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한 번에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이는 곳에는 없었다. 

혹시나 해서 허벅지를 벌려 음순 쪽도 살폈지만 그곳에도 없었고 엉덩이나 다리 뒤쪽에도 없다. 

이번에는 그냥 치트키 없이 노가다로 주물러야 되는 건가? 

생각하며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아, 염병, 저기 있네. 

마치 옷 속에 LED전구라도 품은 듯, 라희가 입고 있는 커다란 후드 위로 희미한 분홍색 불빛이 보였다. 

왼쪽 가슴 부위였고 위치상 유두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짐작컨대, 100% 맨살의 꼭지를 문지르라는 거다. 

하반신도 모자라서 공략 지대가 이제는 상체까지 넘어갔다. 

수위로 따진다면 지난번 공략지점이었던 클리토리스 인근보다 유두가 훨씬 건전하긴 한데 내가 체감상 느끼는 죄책감은 이상하게 가슴 쪽이 더 강했다. 

“아흐으으··· 못 참겠어요 대표님. 너무 아파요오오···.” 

시간이 없다. 

내가 상념에 빠진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라희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래, 나는 지금 이것이 아니면 해결책이 없는 옳은 일을 하는 거다. 

사사로운 감정에 현혹되지 말고 늘 그랬듯 기계적이고 무정하게 작업해나가면 된다. 

“라희야, 이번에는 다리가 아니라 가슴 쪽을 풀어줘야 될 것 같은데···.” 

“흐흑, 예, 저는 아무데나 만지셔도 상관없어요오.” 

“어, 알았어. 바로 할게.” 

이 모든 게 내 의지가 아님을 알고 있는 퍽커 미오와 그동안 내가 라희를 고쳐주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던 란이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지유가 충격을 받거나 오해를 하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됐다. 

녀석은 틱을 막기 위해서 볼 주위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지유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지금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끝나고 나서 설명해줄 테니까 오해하지 마.” 

지유는 읍, 으브브브,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곧바로 라희의 후드티를 올린 뒤 반점이 비치고 있는 오른쪽 가슴의 브래지어를 위로 젖혔다. 예상했던 대로 분홍색 반점이 유륜 전반에 걸쳐서 발광하고 있었다. 

미오는 그 핑크 반점까지도 보이는 모양이다. 테이블을 밀어서 자신이 위치할 공간을 확보하고는 라희의 티를 텐트처럼 잡아주며 말한다.  “위에까지 벗기면 너무 추울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들고 있을 테니까 얼른 하세요.” 

“어.” 

“브래지어는 풀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는 미오의 지시대로 브래지어 훅을 푸르고 느슨해진 브래지어를 아예 위로 올렸다. 그리고 엄지를 이용해서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는 유두를 시계방향으로 누르며 풀어나갔다. 철저하게 환자의 회복 용도로 제작된 의료용 AI처럼···. 

―꾹꾹꾹꾹꾹 

옳지. 

발끝을 30초 동안 빡시게 주무른 것보다 분홍빛 꼭지를 다섯 번 돌린 게 더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뒤틀렸던 양쪽 발가락이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피부 색깔도 본연의 건강했던 색으로 회복됐다. 

그에 따른 라희의 리액션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아읏! 흐으으응···.” 

물론 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초연할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라희만큼은 업키걸 아이들을 제작할 때처럼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란이 새끼가 옆에서 자꾸 분위기를 거지 같이 만든다. 

“우리 라희 또 느끼네. 대표님이 젖꼭지 만져주니까 좋아?” 

“아, 아니요오···.” 

“뭐 어때. 느끼는 게 죄도 아니고. 근데 젖꼭지를 만지는데 이상하게 밑에가 짜릿짜릿하지 않나? 언니는 대표님이랑 너 이러는 모습 볼 때마다 진짜 꼴려서 미치겠는데.” 

“란이 너 나가 있어.” 

“안 나가고 조용히 있을 게요. 근데요.” 

녀석이 미오에게 묻는다. 

“그럼 이제 오빠라고 불러야 돼요?” 

미오가 대답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 계속 언니라고 불러야지.” 

“그럼 뭐야. 우리는 걸그룹이 아니라 혼성그룹이에요? 아니면 계속 속이고 걸그룹으로 가는 거예요?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당연히 걸그룹이지.” 

내가 딱 부러지게 대답을 해주자 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자보다 더 예쁘니까 여자라고 해도 상관은 없겠네. 가까이에 있던 우리들도 몰랐을 정도면 뭐. 근데 언니가 남자라는 거 아는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동창이나 친구들.” 

“란아, 나 집중 안 되니까 자세한 얘기는 라희 마사지 끝나면 얘기하자.” 

“넹.” 

란이가 대답을 하는 순간 라희가 숨을 흐흡! 들이마시며 복부를 한차례 들썩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아, 어떡해··· 아으으···! 흐읏! 대표님, 기분 이상해요오···.” 

나는 무릎까지 회복된 다리를 보며 대꾸해줬다. 

“어, 이제 반 정도 풀렸으니까 쫌만 참아. 아프지는 않아?” 

“예, 아프지는 않은데요오··· 하아··· 아으으으응···.” 

란이와 마주잡고 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간 게 보인다. 

란이가 눈을 찡그린다. 

“아야, 아프다. 손톱, 손톱.” 

“죄송해요 언니, 하아, 하아···.” 

“하이고, 보고 있는 내가 다 안쓰럽네. 이쯤 되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되는데 꼭지만 주구장창 만지니까 얼마나 답답할까. 나도 그 맘 잘 알지.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 못하는 그 기분, 어후.” 

가만히 있던 미오도 동조한다. 

“좀 별로긴 하지.” 

“그럼요. 어중간하게 올랐다가 중간에 끊으면 하루 종일 보지만 웅웅거리고 기분 진짜 더럽잖아요. 연습에 집중도 안 되고··· 아참, 언니 이제 남자지. 근데 남자도 그러지 않아요?” 

“응. 남자가 더 심하지. 불알 엄청 아파.” 

응. 너는 아픈 불알 없어. 

그거 거짓 통증이야. 

“맞아, 맞아. 그렇담서요. 어떻게 아파요?” 

“알배긴 것처럼 막 뻐근하고 아리고 그래.” 

“근데 나는 언니가 남자라는 게 지금도 안 믿겨요. 죄송한데 꼬추랑 불알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얼굴은 완전 여잔데 밑에 그게 달렸으면··· 와, 상상이 안 가네.” 

아니, 상상하지 마.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을 보게 될 테니까. 

“아, 아아··· 아, 아···.” 

라희의 신음에 감정이 더 실렸다. 

란이의 말을 듣고 나서 그런지 소리에 뭔가 풀지 못한 한이 실린 것 같았다. 

란이 녀석은 자기가 당사자라도 된 것처럼 안쓰럽게 눈살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대표님, 우리 라희 너무 불쌍한데 밑에도 같이 만져주면 안 돼요? 접때는 클리 만져서 풀어줬잖아요.”  “오늘은 밑에는 안 해도 돼. 가슴이야.” 

“아, 다리가 아픈데 왜 젖꼭지를 누르냐고요.” 

나는 정상적인 각도로 돌아온 양다리를 눈으로 가리키며 반박했다. 

“지금 잘 풀리고 있잖아. 안 보여?” 

“아니, 다리는 풀리는데 성욕은 계속 쌓이니까 문제죠.” 

“아니, 그건 내가 알 바 아니··· 야, 너 미쳤냐? 내가 지금 라희 성욕 풀어주려고 이러는 거 같아? 가뜩이나 지유 앞에서 오해 살까봐 걱정이구만, 계속 헛소리 삑삑 해댈래?” 

내가 진심으로 정색하자 그제야 한풀 꺾인 표정으로 웅얼거린다. 

“아뇨, 저는 라희가 너무 불쌍해서···.” 

“아, 아니에요 언니, 저 괜찮으니까 대표님한테 안 그러셔도 돼요오··· 아, 아···.” 

“퍽이나 괜찮아 보인다. 야, 너 지금 발꼬락까지 힘 바짝 줘서 참고 있거든? 누가 보면 다시 마비 온 줄 알겠다.” 

아닌 게 아니라 라희의 작은 발은 거의 주먹처럼 오그라들어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송글송글 맺혔다. 

나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굳이 란이가 말을 하지 않았어도 라희가 느끼는 욕구불만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은 나였으니까. 

이전까지는 계속 음부 쪽의 반점을 지압해줘서 어찌저찌 절정까지는 이르렀지만, 오늘은 가슴 쪽에 반점이 나타나는 바람에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비가 왔다고 거짓부렁을 할 정도로 갓 핸드의 쾌락에 흠뻑 빠진 녀석인데 오죽 답답할까. 

마음 같아서는 나 역시 거짓말을 해서라도 음부 지압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라희와 나 사이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녀석이 내게 거짓말을 해서 쾌감용 마사지를 받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뭐, 정 답답하면 다리 경련이 풀리고 난 뒤 자위를 하든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지유 쟤는 언제까지 말을 안 할 생각인걸까. 

나는 감정 없이 라희의 유두를 누르면서, 여전히 입을 봉인하고 있는 지유에게 말했다. 

“지유야, 너도 봐서 알겠지만 여기서 너보다 덜한 애는 없어.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도 돼. 그러다가 숨 막혀서 죽겠다.” 

란이와 미오도 거들어준다. 

“그래요, 언니.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는 원래 야한 말 좋아해서 되게 유쾌했어요.” 

“저도 음담패설 좋아해요. 대표님 말씀처럼 앞으로 계속 같이 지내야 되는데 계속 그렇게 입 막고 지낼 수는 없잖아요.” 

란이가 의외라는 듯 미오에게 말한다. 

“아 진짜요? 언니도, 아니, 오빠도 섹스 얘기 좋아하세요?” 

“어, 나 섹스 얘기 좋아해. 여기서 내가 제일 잘할 걸?” 

“에이, 그쪽으로는 저 못 이겨요.” 

“큽, 미안한데 나는 프로였어.” 

“프로요? 무슨 프로요?” 

“나 원래 페티시 업소에서 일했었거든.” 

“페티시 업소는 뭐예요? 아아, 뭔지 들어봤다. 막 상황극 해주고 그런데 아니에요?” 

“어, 맞아. 삽입은 안 하고.” 

“대박. 여자로요 남자로요?” 

“여자로 일했지.” 

“한 번도 안 걸렸어요? 삽입은 안 해도 막 만지는 사람은 있을 거 아니에요.” 

“일 할 때는 성기 작업을 하지. 성기 수술을 안 한 트젠들이 쓰는 방법인데, 꼬추를 눌러서 고환 사이에 끼울 수 있어.” 

“진짜요? 대박이다. 보여주세요!” 

“갑자기? 여기서?” 

“네! 네!” 

꽃향기가 나도 모자랄 걸그룹 사무실에서 굉장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그 순간 라희가 격한 신음과 함께 유두를 마사지하고 있던 내 손목을 꽉 붙잡는다. 

“하으윽··· 대표니임···!” 

란이와 미오의 대화가 꽤나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18살이면 남자나 여자나 성적인 호기심이 가장 활발하고 상상력도 풍부해질 시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체를 뒤덮었던 보라색 반점은 이제 골반 부위에만 한 뼘 정도 남아 있었다. 

내 손을 붙잡은 라희가 내 손가락과 함께 자신의 유두를 세게 비튼다. 

“아윽···!” 

“얘 안 되겠다. 라희야, 언니가 손으로 해줄게. 괜찮지?”

< 언니가 손으로 해줄게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