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화.저는 육변기 희망자입니다 (84/371)

< 저는 육변기 희망자입니다 >

틱이구나···. 

이지유가 계속 말하기를 거부했던 이유가 바로 틱 장애 때문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노래를 부를 때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 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건 MC 김신화였다. 순발력과 센스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녀가 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있다. 

제 아무리 베테랑 방송인이라고 해도 수습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이지유의 증세가 틱 장애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중에는 미성년자와 꼬꼬마들도 많았으니 그들이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다. 그 중에는 이지유를 조롱하거나 욕하는 발언도 있었다. 

다행히 더 이상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에 구원자가 나타났다. 

미혼부모 생활시설의 담당을 맡고 있는 복지사가 직접 무대로 올라온 것이다. 

자비로운 어머니상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인상이 좋은 그녀는 눈을 꾹 감은 채 자책하고 있던 이지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마이크를 대신 잡았다. 

“우리 지유, 노래도 잘 부르고 참 예쁘죠? 실제로 심성도 곱고 얼마나 착한 줄 몰라요. 그런데 작은 문제가 있어요.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게 틱 장애라는 건데요···.” 

그녀는 사람들에게 틱 장애의 증상과 지유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틱 장애도 여러 증상으로 나뉘고 또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지유는 음란한 말과 욕설을 내뱉는 틱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저속한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가는 것이다. 

요즘에는 잘 보지 못했지만 나 때만해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반에 한 명씩은 있었던 것 같다. 눈을 깜빡이거나 미간, 턱 같은 곳을 주기적으로 찌푸리는 가벼운 증상은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었지만 입으로 방귀소리를 낸다든지 악! 하고 짧게 소리를 지르

던 녀석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때는 틱을 장애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나쁜 버릇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눈썹을 까딱거리거나 눈을 크게 꿈뻑거리는 가벼운 틱 증상은 우리 홍이도 있다. 

긴장을 하면 증상이 나오는데 요즘은 많이 고쳐졌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지유도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본다. 

어안이 벙벙했던 사람들은 복지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지유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이지유의 상처까지 회복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녀석은 눈물만 보이지 않았다 뿐이지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좋은 노래를 들려준 이지유 양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MC의 깔끔한 마무리 멘트를 마지막으로 이지유와 복지사는 무대 옆 계단으로 퇴장했다. 복지사 아줌마가 괜찮다고 어깨를 감싸주자 이지유는 또 틱 언어를 발설했다. 다행히 마이크를 타지 않아서 앞줄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릴까 말까한 정도였는데 내게는 유난히 또

렷하게 들렸다. 

“보지 털털! 떼씹 사랑! 하아, 죄송합니다···.” 

굉장하네···. 

장애를 두고 이런 말을 하기가 조금 미안하긴 한데, 발음이랑 목소리 톤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힝, 내 또래 같은데 너무 가혹하다···. 그럼 틱 때문에 연습생을 그만 둔 건가.” 

이지유에게 감정이입 제대로 된 은빛이는 마지막까지 그녀를 눈으로 좇으며 코를 훌쩍였다. 

서원이와 홍이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으며 냉정하게 덧붙인다. 

“틱도 틱이지만 임신이 더 큰 문제였겠지. 어휴, 멍청이. 그러게 피임을 제대로 했어야지.” 

“그럼 애기 아빠는 누굴까. 같이 책임을 안 졌으니까 시설로 온 거잖아.” 

“그러게. 아주 찾아서 고추를 잘라야 돼. 같이 즐겨놓고서 치사하게 책임을 회피 하냐.” 

아이들의 대화가 물먹은 솜처럼 느껴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난이도로 따지면 마약난교돌인 란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행사가 끝난 뒤 복지사 아줌마를 통해 이지유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업키걸 아이들을 다시 공항까지 픽업해준 뒤 미혼부모들이 모여살고 있는 센터를 찾아가 휴게실에서 이지유를 만났다. 

그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딸과 함께 나왔다. 아기가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닮았는지 엄청 귀여웠다. 

내 남자 조카애도 이 나이 때 엄청 귀여웠는데, 확실히 여자아이와는 카와이 지수의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 아빠들이 딸 바보가 되는 거구나. 

“지유야, 인사해. 업키걸 회사 대표님이셔. TV에 많이 나오셔서 잘 알지?” 

이지유는 내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녀가 오기 전에 복지사 아줌마와 잠깐 대화를 했었는데, 긴장을 하거나 당황하면 틱 증상이 커진다고 했다. 센터에 일하고 계신 직원이나 오래 지낸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는 그나마 괜찮다고 한다. 

나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아기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니가 은빛이구나. 와, 진짜 귀엽다. 19개월이라고 했죠?” 

“예.” 

아줌마가 대답하던 그때, 은빛이가 엄마의 손을 놓고 나를 향해 양팔을 벌리며 아장아장 걸어왔다. 

“아빠? 아빠?” 

“어우, 귀여워. 근데 나는 아빠가 아니라 삼촌인데.” 

“어머, 어머!” 

복지사 아줌마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이지유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기를 쳐다봤다.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아줌마가 이지유에게 묻는다. 

“은빛이 아빠라고 처음 말한 거 아니니? 맞지?” 

“예··· 불알. 아, 죄송합니다···.” 

방금 ‘불알’ 부분에서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나는 황급히 말을 이어받았다. 

“아, 그래요?” 

“예, 아이가 말이 조금 느린 편이라서 지금까지 엄마랑 맘마 정도만 했거든요. 신기하네.” 

“원래 은빛이란 이름을 가진 애들이 저를 좋아해요.” 

말을 하고나서 뒤늦게 소름이 쫙 돋았다. 

돌아가신 은빛이 아버님의 성함이 나랑 똑같은 유윤호였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느낌이다. 

“근데 진짜 우리 은빛이 팬이라서 아기 이름을 은빛이라고 지은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지유의 입술이 순간적으로 우물거렸다. 아마 좆같은 뭐라고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아, 진짜 미치겠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이상한 포인트에 웃음코드가 꽂혔는지 이대로 가다가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금도 콧구멍이 벌렁거리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다. 

“아빠, 아빠.” 

은빛 주니어가 내 다리를 붙잡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녀석을 품에 안은 채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유야, 일단 내가 말을 놓을게. 괜찮지?” 

끄덕끄덕. 

“그리고 틱 증상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욕설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말해도 돼. 우리 홍이도 안면 틱이 있거든.” 

지유는 복지사 님이 어깨를 토닥여주고 나서야 간신히 입술을 열어서 대답했다. 

“예···.” 

“내가 너를 보자고 한 건 다른 게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트레이닝 한번 받아보지 않을래? 쉽게 말하면 연습생이지.” 

“아빠, 아빠!” 

은빛 주니어는 내 귀를 잡아 뜯었고, 지유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연습생이요? 이 좆같은 새끼야? 아, 죄송합니다. 씹물 좔좔.” 

아 죽겠네, 진짜. 

이번 거 진짜 위험했다. 웃음 포인트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고···. 

“어, 그··· 뭐냐, 원래 연습생 생활 좀 했다고 했지? 어느 회사에서 했어?” 

“‘해피 앤 뮤직’이라는 신생 회사에 있다가, 클리토리스 오르가즘, 데뷔 직전에 무산이 돼서 니미 개좆같은 ‘토마토소스’로 옮겼어요. 귀두 좋아.” 

‘토마토소스’ 엔터테인먼트라면 업키걸과 함께 리플레이걸에 참가했었던 걸그룹 ‘러브원’과 보이그룹 ‘HAK’가 소속된 중소 회사다. 

시기상으로 보면 아마 그 두 팀과 함께 연습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토마토소스면 혹시 러브원 애들이랑 같이 했던 거야?” 

“예. 몇 명 빼고 다 알죠.”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 애기 아빠가 누군지 말해줄 수 있어?” 

“같이 연습하던 연습생이에요. 후장 쪽쪽.” 

“큽··· 아, 회사에 들켜서 쫓겨난 거구나.” 

“쫓겨나지는 않았··· 파워 섹스! 질염! 아,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그럼 남자애는 혹시 HAK 멤버야?” 

정곡을 찔렸는지, 지유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남자 애의 신상을 지켜주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나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클라이밍 하듯 얼굴 곳곳을 잡아당기며 아빠, 아빠 거리던 은빛 주니어는 내 품에 안긴 채 세상 편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기상천외한 섹드립과 욕설로 얼룩진 대화가 10분 정도 이어졌다. 

지유의 임신 사실은 남자 쪽 부모님이 먼저 알게 되었다. 데뷔가 눈앞에 다가왔으니 당연히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지유 부모님과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양가와 소속사가 합의해서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지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욕설을 내뱉는 틱 증상은 그때부터 조금씩 시작되었다. 

“남자 애는 뭐라고 했고?” 

“저희는 무조건 낳아서 키우자고 했었어요. 맛있게 좆 빠는 소리, 쩝쩝쩝!” 

하지만 어른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강제로 연락이 끊긴 채 격리됐고, 지유는 집에서 쉬면서 낙태 수술 날짜를 잡고 있었다. 면책사유 없는 낙태는 당연히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해주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도망친 거구나.” 

“예···. 저는 육변기 희망자 입니다! 이야압!” 

이야얍은 뭔데···. 

“고생 많았겠네. 기특하다, 야.” 

“아니에요. 이게 당연한 거잖아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을 위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나는 지유의 손을 들어주며 위로해주었다. 

“그렇지. 니가 정상이고 어른들이 병신이야.” 

“그런데 저도 은빛이를 낳아 보니까 부모님들 심정이 이해는 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원망은 안 해요···. 좆병신들아, 딸이나 잡아라!” 

몇 분간의 대화로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나는 보라색 아우라의 공감 능력 때문에 지유가 선한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틱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는 흔한 은어조차 쓰지 않은 바른 아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선하고 바른 아이도 성욕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거구나. 

그놈의 섹스가 뭐길래···. 

사정 직전에 콘돔은 꼈다고 하는데 그 전에 소소하게 흘러나온 쿠퍼액과 소량의 정액이 문제였던 것 같다. 

기본정보는 이쯤하면 됐고, 나는 Jr.은빛 때문에 맥락이 잠시 끊겼던 중요사항을 다시 물었다. 

“우리 회사랑 같이 해볼래? 니가 아직까지 아이돌에 대한 꿈이 있다면 말이야.” 

“꿈은··· 언제나 있죠.” 

“그래. 그럼 해보자. 은빛이 문제는 회사에서도 최대한 도움을···.” 

“죄송합니다. 저 못할 것 같아요.” 

“어··· 그렇구나···.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지유는 내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자고 있는 Jr.은빛을 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저 이제 엄마잖아요. 제 꿈보다는 아이가 더 중요해요.” 

연습생 생활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유야, 나는 너와 함께 꼭 해야 해. 

나와 함께하지 않으면 네가 위험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나한테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거든. 탈모라든지 뭐 그런 거···. 

나는 녀석의 의견을 존중하는 척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 그럼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돼? 여기 센터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는 거잖아.” 

“은빛이가 이제 서너 시간 정도는 어린이집에 가 있어도 되니까 창녀나 해라, 그 시간에 짧게 알바라도 하면서 둘이 같이 살 집을 준비해보려고요. 대표님 육봉 존나 좋아, 제 보지에 박아주세요. 아, 어떡해. 죄송합니다···.” 

“지유야, 내가 솔직하게 말할게. 너 지금 이 상태로는 어떤 알바도 할 수가 없어···.” 

“그래도 찾아봐야죠. 짜릿짜릿 자궁 섹스!” 

혼란하다 혼란해. 

틱 증상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미혼모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때였다. 

――――――― 

★지속적인 섹스 및 질내사정을 통해 음어와 욕설에 대한 무의식적 욕구를 모두 소진시켜라. 

――――――― 

아니, 아니이! 

이 미친 새끼들아, 얘는 애 엄마잖아아앜! 

섹스가 만병통치약이냐아아아아아아아아앜!  “아빠빠빠! 아빠빠!” 

“어, 은빛이 깼어? 엄마한테 올래?” 

지유가 손을 뻗었지만 내 옷을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Jr.은빛이었다. 

넌 또 뭐야아···.

< 저는 육변기 희망자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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