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운이 좋군 (81/371)

< 운이 좋군 >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습생 월말 평가 및 송년의 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라희, 란이 같은 보라색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일반 연습생 아이들의 성장 또한 중요한 관심사였는데, 아우라가 없는 아이들조차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반짝이며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들의 부모님들은 회사의 얼굴이자 연습생 담당인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보라색 2기 멤버인 라희와 란이는 어땠을까.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리틀 소민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라희는 단체 무대 외에도 자작곡을 선보이며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자질을 견고하게 쌓아나갔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꽁기꽁기한 감성이 묻어나오는 어쿠스틱 발라드 곡이었다. 원래는 다른 노래를 준비했었는데 무려 어제 필이 꽂혀서 몇 시간 만에 완성한 곡이라고 한다. 

<제목 : 손> 

따뜻했어요 참 많이 

태어나 처음 느낀 온기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요 

당신의 손이 참 좋아요 

나의 약한 면을 보듬는 기분 좋은 떨림 

잠들기 전 항상 생각해요 

난 언제쯤 그 손을 감싸줄 수 있을까 

알아요 아직 나는 아니란 걸 

많이 모자라지만 한걸음씩 다가갈 게요 

내 안에 좀 더 머물러줄래요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자라서 

그대 손을 소중하게 품을 수 있을 때까지······ 

“라희는 뭐 조금만 다듬으면 솔로로 내보내도 되겠는데요.” 

염과 현동이는 라희의 이번 자작곡에 완전히 뻑이 갔다. 

“와, 내도 훅 왔다. 노래 좋은데?” 

라희가 감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면, 란이는 보는 이의 탄성을 끌어내는 순간적인 임팩트를 보여줬다. 

가창력과 안무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혼자 스테이지를 채워야 하는 솔로 무대에서는 여전히 미진한 모습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란이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단체 무대였다. 

멤버마다 한 마디씩 독무를 추는 부분이 있었는데 란이의 파트 때 가장 큰 함성이 터졌다. 

전율이 일었다. 

아이컨택 당시 막내라는 포지션 외에는 어필할 게 없었던 란이가 자기 파트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원곡 가수의 커버링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뭐 이 정도면 잘했네···.” 

그동안 1년 넘게 란이의 보컬을 잡아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현동이는 이제야 내심 한숨을 돌리면서도 염과 내 눈치를 살폈다. 

“란이 노래도 쪼매 늘지 않았나?” 

“응, 괜찮아요. 발성이야 이제 막 잡아가는 단계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곡 이해력이랑 표현력은 확실히 좋아졌는데요? 일단 무대에서 묻히지는 않잖아요. 춤은 확실히 좋아졌어요.” 

“맞쟤? 일단 색기가 좀 나온다 아이가? 아이컨택 때처럼 쌈마이 색기 말고 좋은 쪽으로.” 

현동이의 말에 염도 동의했다. 

그 색기와 표현력의 원천이 내가 주입한 정액 때문이라는 게 참······. 

나는 란이가 어떤 파트에서 정액을 흘리는지 알 수 있었다. 흘러나오는 순간의 표정이 딱 녀석이 황홀경을 느낄 때의 그 느낌이었으니까. 

질에 머금은 내 정액을 적재적소에 흘리면서 무대를 소화한 란이의 칭찬이 이어지던 그때, 무대 뒤편에서 축하무대를 준비 중인 서원이에게 톡이 왔다. 

퀸서원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올 게 왔구나. 

리야 얘는 말을 하려면 행사 다 끝나고 할 것이지 중간에 기분 잡치게···. 

나 [일단 내가 다 미안해] 

퀸서원 [무대 끝나고 봐요] 

*** 

업키걸의 축하무대가 끝난 뒤, MC가 진행하는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될 때 서원이와 단 둘이 만났다. 업키걸의 1호 차량에서였고, 서원이는 들어오자마자 블랙박스부터 껐다. 

“······너 정조대 알아봤다며. 그거 찰게, 응?” 

란이와 내 부정행위가 밝혀진 뒤, 내가 정조대를 차겠다고 하자 서원이의 얼굴에 의문부호가 뜬다. 많이 당황했는지 음경을 쥔 손에 힘이 풀리고 눈물도 멈췄다.  “···뭐야. 정조대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어요?” 

“리야.” 

낌새가 뭔가 이상하기에 바로 되물었다. 

“왜? 아직 못 구했어?” 

“아니, 사긴 샀는데··· 그걸 대표님이 왜 차냐고요. 여자 거를.” 

“어? 리야는 남자 정조대라고 했는데?” 

“으응?” 

서원이의 독기가 다소 풀어졌다.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남자도 정조대가 있어요?” 

“나야 모르지. 리야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려니 한 건데? 암튼 너는 여자 정조대를 샀다는 거지? 니가 찰 거?” 

“응.” 

“그것도 이상한데···. 그걸 니가 왜 차.” 

“어··· 그냥··· 뭐···.” 

“솔직히 말해. 누구 채우려고 그러는 거야. 요나? 홍이?” 

“아니 내가 찬다고.” 

“그걸 니가 왜 차냐고. 셀프 감금이야?” 

“아씨 진짜···. 리야 걔는 왜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계획을 망치고 그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악귀처럼 폭발했던 서원이의 관심사가 정조대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나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얼른 그쪽으로 화제를 몰아갔다. 아니, 내가 먼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얘는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뭔데? 모른 척 해줄 테니까 말해봐.” 

“뭘 모른 척 해요. 들으면 끝이지. 난 망했어. 리야는 내 손에 죽었고.” 

“큭큭, 서프라이즈 같은 거였어?” 

“그래!” 

서원이의 계획은 녀석의 성 판타지와 관련이 있었다. 

단내가 날 정도로 디테일한 그 판타지···. 

<자신의 몸에 정자세로 올라탄 김윤호가 한여름 개처럼 숨을 헐떡거리고 얼굴 위로 땀방울을 후둑후둑 흘리면서 “한서원이 제일 좋아!”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마치 세상의 여자가 자신 밖에 없다는 듯 섹스에 집중하는 얼굴 관망하기. 관계가 끝난 후에는 또 하고 싶

다고 애원하고, 헤어진 이후에도 카톡이나 통화로 계속 “한서원이랑 하고 싶다”거리면서 섹스중독자처럼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상첨화.> 

서원이는 우리 사이에 야한 분위기가 잡히고 내가 한창 달아올랐을 때 정조대 찬 모습을 공개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제발 삽입하게 해달라고 애원을 할 테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이 나의 갑으로 올라서려고 했던 것이다. 

나를 애타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구속한다···? 

이건 새디즘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마조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니가 정조대를 찰 생각을 하냐···.” 

“남자께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그걸로 샀죠. 이제부터 구하면 되지 뭐. 분명히 대표님 입으로 말했어요. 찬다고.” 

“그래, 알았어.” 

하지만 너의 화는 이미 풀렸고 나는 골든타임에서 벗어났지. 

서원이 자신도 대화가 삼천포로 빠진 사이 화가 누그러졌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바로 인상을 구기며 애써 감정을 잡는다. 

“죽여 버려. 진짜 죽여 버릴 거야.” 

“미안해. 근데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리야한테 이유도 들었을 거 아니야.” 

“아아, 몰라. 떠올리기도 싫어. 됐고. 암튼 다음에 올 때 남자 꺼 사올 테니까 차요. 그리고 딴 여자랑 한번만 더 해봐. 그때는 정조대가 아니라 아예 잘라서 한강에 던져버릴 거니까.” 

“그래···.” 

“하고 싶으면 나한테 하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받아줄 테니까 만족할 만큼 하라고 했잖아요. 나로는 만족이 안 되는 거예요? 나 천하의 업키걸 한서원인데?” 

“내가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그래도 솔직히 좋았잖아. 안 좋았다고요?” 

나는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안 좋았어. 억지로 하는데 좋을 리가 있냐.” 

“그래도 어찌저찌 꼬추가 섰으니까 했을 거 아니에요.” 

“서원아, 남자의 발기라는 건 그냥 옆구리를 간질이면 나오는 웃음 같은 거야.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의미 없이 긁적거리다가도 서는 게 고추라고.” 

“···콘돔은?” 

“당연히 썼지.” 

“진짜지?” 

“어. 맹세.” 

내가 진짜,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거짓말보다 근 한 달간 한 거짓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업키걸의 이동차량이자 유명인사들의 의전용 차량으로 많이 쓰이는 벤츠 스프린터 리무진은 차 내부에서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차체가 높았고 시트 사이의 공간도 넓었다. 

서원이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는데, 팔짱을 낀 채 한동안 나를 의심쩍게 쳐다보던 녀석이 흠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꼬추 꺼내 봐요.” 

“뭐? 왜? 싫어.” 

“꺼내라면 꺼내라.” 

“왜 그래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며 달래듯이 재차 말한다. 

“안 자를 테니까 꺼내 봐요.” 

“해코지 할 거잖아.” 

“아니라고요.” 

“진짜지?” 

“어!” 

나는 고추가 시큰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지를 벗고 팬티를 내렸다. 

서원이의 강도 높은 압박과 긴장감 탓에 고추는 시무룩하게 풀이 죽어있었다.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인지, 서원이는 시트 글러브박스에서 물티슈를 꺼내 두어 장을 뽑아서 고추를 닦아주었다. 다소 거친 손짓으로 투덜투덜 거리면서 고환 밑까지 싹싹 닦았다. 

“불결해. 란이 걔 사생활 더럽기로 유명하잖아요.” 

나는 딱히 반박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란이 커버를 쳐주면 안 된다. 

서원이의 손길에 고추가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발기했다. 

“참나, 또 커지는 것 좀 봐. 대표님 요새 발정기예요?” 

“그냥 만지면 커지는 거라고.” 

“불결해, 불결해···.” 

그 불결하게 성장 중인 물건을, 서원이는 무릎 꿇어 입술로 물었다. 

―쫍 

“읍, 야, 뭐야···.” 

“가만히 있어요.” 

하아, 너란 한가놈. 

란이의 속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자기 입으로 소독해준다는 뜻이리라. 

―자지륵자지륵 

집착여우의 입 속은 따뜻했고 침도 많이 고여 있었다. 그 속으로 진입한 고추는 속절없이 최대치로 자라났다. 

서원이는 그것을 입술로 강하게 물고 껍데기를 마모시킬 기세로 하염없이 쪼아댔다. 

이제 보니 악의에 바친 펠라치오였다.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벌에 가까운 행위였기 때문에 내게 전달되는 느낌도 예민함이 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야, 야··· 너무 세.” 

서원이는 뒷걸음질 치는 내 허벅지를 꽉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고추를 무는 입술의 힘도 더 강해졌고 피스톤 운동의 속도도 빨라졌다. 

―뽁뽁뽁뽁뽁뽁뽁뽁! 

“끄아아악···.” 

어찌나 우악스럽게 쪼아대는지, 치아가 껍질을 찔러서 아프게 하기도 했다. 

“야아, 아파, 앞니, 앞니!” 

수치스럽다. 

이러는 와중에도 빌어먹을 사정딜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즐거워야 할 사정이 고통으로 얼룩질 것이 분명하다. 

“서원아 좀만 천천히, 천천히···.” 

“파하···.” 

몇 차례의 호소 끝에 피스톤 운동을 멈춘 서원이가 도끼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쏘아댄다. 

“내가 지금 대표님 좋으라고 하는 거 같아요?”  “아니···.” 

“그럼 빨리 하기나 해요. 걔 몸에 조금이라도 닿았던 건 다 뽑아내라고.” 

나는 말없이 한숨으로 대답했다. 

서원이의 형벌성 펠라치오가 다시 이어졌고 나는 불쾌한 예민함을 쾌락으로 바꾸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녀석은 무대의상 위에 롱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지퍼를 내리고 가슴을 만지려고 하자 손으로 탁 쳐서 방어를 했다. 튕기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20%의 쾌락과 80%의 예민함에 의해 강제로 착취당한 정액을 녀석의 입안에 꾸역꾸역 토해냈다. 

서원이는 그것을 삼키지 않고 물티슈에 뱉은 뒤 걸레를 잡듯 손끝으로 잡아서 내게 건넸다. 

“안 보이는데다 갖다 버려요.” 

“어.” 

“그리고 당분간 내 몸에 손 댈 생각하지 마요.” 

나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니 알았어, 라고 대답해도 되지만, 그것은 서원이의 함정에 걸리는 오답이다. 

나는 녀석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으며 일부러 가슴을 더듬으려는 시늉까지 곁들었다. 

“야, 언제까지 참으라고···.” 

“손 치워요. 내가 만져도 된다고 할 때까지 참아요. 벌이야.” 

“아아, 너무 가혹한데···.” 

“치, 그러게 누가 그러래?” 

“가슴 정도는 만지게 해줘.” 

“싫어.” 

“너무하네···.” 

“아무리 상황이 그렇게 됐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애한테 눈을 돌릴 수 있지. 나 같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한다. 나 갈 거니까 문 열어줘요.” 

“어···.” 

―지이이잉 

서원이는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는 것처럼 턱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나는 그제야 헛웃음이 터졌다. 

“어휴, 한서원 진짜···.”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해피엔딩일 수가 없었다. 

리야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거의 도박에 가까웠던 승부수가 먹힌 것이다. 

“운이 좋군···.” 

나는 비릿한 헛웃음을 흘리면서 리야에게 톡을 보냈다. 

나 [속보. 집착요정이 산 정조대 여성용으로 밝혀져] 

최고 존엄 공주님 [왓더?] 

나 [자기가 착용하려고 샀답니다 공주님] 

최고 존엄 공주님 [왜?] 

나 [집착요정의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최고 존엄 공주님 [끼에에에엑!]

< 운이 좋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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