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플랜엘 제희(2)-한계치의 오르가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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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한제희
―나이 : 29
―키 : 165cm
―몸무게 : 48kg
―나에 대한 호감도 : A
―성욕 : B
―성 개방지수 : A
―성 판타지 : 오르가즘을 한계치까지 경험해보기
―핀 포인트 : 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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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판타지라기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것 같았다.
나도 궁금하다.
극한에 다다른 제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란이처럼 눈알을 뒤집은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떡실신을 할까?
아니면 음란한 말을 뱉으면서 더 세게 해달라며 내 엉덩이를 끌어안을까?
쾌락을 견디지 못해 제발 그만하라면서 나를 밀어낼 수도 있겠지.
제희와 몇 차례 몸을 섞어본 결과, 그녀는 원래 성격처럼 섹스에 있어서도 솔직한 편이었다.
남자의 판타지를 이뤄주려 노력 했으며 적당한 음어와 교태 섞인 몸짓으로 분위기를 후끈하게 띄울 줄도 알았다.
첫 관계 때부터 내가 원하는 체위도 모두 받아주었고 두 번째 때는 먼저 스타킹을 준비해 와서 나보고 찢어달라고 하기도 했다.
요물이지.
요나가 요물 5호봉이라면 제희는 그보다 높은 8호봉 정도는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가 나와 관계를 맺을 때 진짜 오르가즘을 느꼈는지가 의문이다.
나야 뭐 하룻밤에 서너 번 사정을 할 만큼 즐겼지만 제희도 나만큼 절정을 느꼈을까? 요물 8호봉답게 나를 위해서 그냥 오르는 척만 해준 건 아닐까?
모르긴 몰라도, 제희는 지금까지 절정다운 절정을 못 느껴봤을 것이다.
판타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희망사항이다.
만약 제희가 자신이 생각하는 절정을 경험해봤다면 그것은 더 이상 판타지로 남아있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오늘, 그대가 원하는 리얼 오르가즘을 내가 이뤄드리리다!
미안하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다.
삼강오륜에서 벗어난 쾌락의 끝을 선물해주리.
문제는 침대까지 어떻게 데려가느냐 인데···.
정말 3시간 안에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얄짤 없는 건가?
적당히 애간장을 태울 요량이라면 다행이지만, 제희는 오늘 진심으로 성욕이 없을 수도 있다. 메이퀸즈 애들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차 안에는 분명 번식을 위한 페로몬 향이 풀풀 풍기고 있기는 한데, 제희가 그렇게 말을 하면 믿어야지.
성귀남 씨나 지선경 대표의 S창에는 이성과의 잠자리를 위한 공략법이나 멘트 같은 것도 나와 있다던데 내 것에는 그런 기능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술은 무조건 소맥으로 달린다. 제희도 원래 소맥파니까 그건 문제가 없고···.
마음속으로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제희가 큽 콧방귀를 뀌며 달래는 듯한 말투로 묻는다.
“삐졌어요?”
“예?”
“으이그으.”
아, 내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어진 걸 보고 삐진 것으로 오해했나보다.
나도 어이없다는 뜻의 콧방귀와 함께 반론했다.
“아뇨, 삐질 일이 뭐가 있다고.”
“근데 표정이 왜 심각해졌어요.”
“아아··· 과연 3시간 안에 제희 씨를 어떻게 유혹해야 잘 유혹했다고 소문이 날까 생각 중이었어요.”
“푸흐흐흨크, 그래서 답이 나왔어요?”
“일단 술은 소맥으로 달리는 거예요.”
나의 솔직한 답변에 그녀는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턱을 지그시 내밀며 유혹하듯이 되묻는다.
“내가 술도 안 마신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그럼 뭐······ 나 혼자 마시다가 나 혼자 취해서 대리 기사님이랑 집에 가야죠.” “큭큭큭큭큭.”
“제가 원래 여자 꼬시는 쪽으로는 허접이에요.”
“오빠가 왜 허접이에요. 그럼 나는 허접한 남자랑 잤던 건가?”
“그때 나 허접하지 않았어요?”
“뭐가요? 잠자리가?”
“예. 지금 생각해보면 제희 씨는 그저 그랬던 거 같은데 나 혼자만 즐겼던 거 같아서···.”
“와, 그건 여자한테 되게 실례되는 말이다.”
움찔.
“아, 그래요?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푸흨흨흨, 오빠는 허접한 게 아니라 아직 때가 묻지 않은 거지.”
“응? 제희 씨가 몰라서 그러지 나 요즘 어마어마하게 되바라졌어요. 사탄도 울고 갈 정도인데.”
“흐흐흐흫, 되바라졌다는 표현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오빠가 그런 말 하면 귀여운 거 알죠?”
“음··· 근데 진짜 술 안 마실 거예요? 그럼 나가린데.”
“뭐, 오빠 하기 나름이죠.”
“어렵네···.”
그래, 내가 잠시 잊고 있었는데 섹스란 건 원래 어려운 거였어.
그 와중에 신호는 왜 이렇게 안 바뀌는지···.
“여기 신호 원래 이렇게 길어요?”
“아, 여기 원래 그래요. 그래서 저희도 주차장 골목 쪽으로 빠져요. 근데 오빠 아직도 스타킹 찢는 거 좋아해요?”
“큽!”
신호 대기 얘기하다가 스타킹 얘기가 왜 튀어나와.
“예···?”
“오빠 얼굴 보니까 갑자기 그때 생각난다. 오빠 진짜 어린애처럼 좋아했었는데. 큭큭큭.”
“아··· 저는 그때 술이 너무 취해서···.”
“근데 오빠.”
“예?”
뭔가 의미심장한 투로 나를 부른 제희는 한 템포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오늘 우리 만나는 거 업키걸 애들도 알아요?”
“아뇨. 왜요?”
“아니, 그냥···.”
“걔들 요즘 바빠서 나 같은 거 관심도 없어요.”
왠지 업나니들을 의식하는 거 같아서 빈말을 건넸지만, 제희는 그럴 리 없다는 듯 “에이···.”하고 코를 찡그렸다.
“아무리 바빠도 1순위는 오빠지. 어제 시상식에서도 완전 꿀이 떨어지던데요 뭐. 돌아가면서 안마도 해주고.”
“아··· 리야가 구두 때문에 발 아프다고 해서 해준 건데, 원래 한 명만 해주면 다른 애들도 다 달려들어서···.”
내가 이걸 왜 제희한테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제희는 음, 음,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그런 말 들어봤어요?”
“어떤 거요.”
“여자가 남자한테 발을 보여주는 건 모든 것을 다 준다는 의미래요.”
그렇게 따지면 맨날 발 마사지 해달라며 들이미는 리야는 내 노예 수준인데···.
“우리나라 말은 아닌 것 같고, 중국 공연 갔을 때 거기 관계자한테 들었어요.”
“전족도 그렇고, 중국 사람들이 은근히 발에 집착을 하네···. 아, 우리나라 남자들 중에도 여자 발 좋아하는 사람 은근히 많다던데.”
내가 미오에게 들었던 말을 덧붙이자 제희도 동의했다.
“그건 맞아요. 나 예전에 사귀던 오빠도 여자 발만 보면 흥분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나를 좋아하던 이유 중 하나도 발이 예뻐서 그런 거라고···.”
“아, 진짜요? 연예인?”
“노코멘트.”
“노코멘트는 뭐다?”
“풱트다.”
크으, F발음 섹시한 거 봐라···.
순순히 인정한 제희는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기 전에 선수치며 말꼬리를 이었다.
“근데 오빠도 그러지 않아요?”
“저요?” “응. 사겼던 오빠 얘기 들어보니까 보통 스타킹 좋아하는 사람들이 발도 좋아한다고 그러던데요? 그래서 나는 오빠도 발 좋아하는 줄 알았지.”
뜨끔하긴 했는데 발 페티시는 최근에 미오 때문에 생긴 새로운 취향이었다.
제희를 만났을 때는 스타킹이고 발이고 간에 관심도 없을 때였지.
“오빠, 신호.”
“아, 예.”
발이라는 소재로 야기된 섹슈얼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엑셀을 밟으면서 그 주제를 계속 이어나갔다.
“아, 제가 원래 여자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는 진짜 관심 없었거든요. 그냥 다른 남자들처럼 바스트나 다리 정도만 봤는데···.”
“봤는데?”
“근데 요즘에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씩 보게 되더라고요.”
“아, 진짜요? 그럼 오빠는 여자 몸 중에 어디가 섹시해요?”
“저는 뭐···.”
발이야 뭐 이미 얘기가 나왔고, 제희도 거부감이 없어 보이니까 말을 할 수 있는데 겨드랑이나 음모는 죽어도 말 못 한다···.
“발··· 이랑 손을 보게 되더라고요.”
“으응, 발이랑 손~”
“그리고 쇄골도 조금 섹시하고··· 아, 허벅지랑 골반도··· 엉덩이도···.”
“뭐야, 그 정도면 그냥 다 보는 거네. 오빠 혹시 겨드랑이도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아, 겨드랑이도 좋···.”
“난 발까지는 존중하겠는데 겨드랑이는 진짜 별로더라.”
“···아하는 건 진짜 이해 안 되죠. 그쵸.”
반박자 빠른 태세전환 기가 막혔고.
“응. 플랜엘 활동 할 때 유명한 홈마 한 분이 있었는데 겨드랑이 올렸을 때 찍은 사진을 꼭 한 장씩 올리는 거예요. 진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멤버 네 명 꺼 다.”
“아, 그런 사람들 있어요. 저희는 홍이랑 요나 직캠 중에 그런 거 많아요.”
“으응, 진짜 싫어. 그 밑에 막 밥 가져와라, 이런 댓글 달리고··· 어후. 우리 멤버들 다 겨드랑이 트라우마 생겼잖아요.”
제희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경멸감을 드러냈다.
겨드랑이 매니아인 나는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잠시 할 말을 잃고 운전에 집중하는데 창문 앞에 눈송이가 휘날리기 시작한다.
“어? 눈 오는 건가?”
“오빠, 눈!”
동시에 눈을 발견한 우리는 이내 정반대의 말을 덧붙였다.
“아놔, 진짜, 어제 세차 했는···.”
“와, 예쁘다! 저 진짜 눈 오랜만에 봐요!”
“···와, 예쁘다, 예뻐!”
“아, 세차 뭐예요! 내 감수성 어쩔 건데.”
이번엔 태세전환 실패.
“내가 빌려준 3시간 안에 지금도 포함되는 거 알죠? 방금 엄청 마이너스예요.”
“스, 스미마셍···.”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 논현역 쪽에 분위기 괜찮은 이자카야 있어서요.”
예전에 립밤 티나랑 가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그곳이다.
“룸식인데 다른 손님들 신경 안 써도 돼서 좋더라고요.”
“아하, 프라이빗 룸으로 데려가서 분위기 잡으시겠다? 술은 소맥으로 먹이고? 이게 오빠가 말했던 사탄도 울고 갈 정도의 되바라짐?”
“아니아니··· 그렇다고 뻥 뚫려 있는 데로 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하긴, 이제는 오빠가 너무 유명해졌구나. 뮨 샐럽이시니까.”
“아··· 그걸 또 그렇게 몰고 가네···.”
기분 탓일지 모르겠는데 업키걸 애들 얘기가 나온 뒤부터 조금 까칠해진 것 같다.
그게 계산된 질투심의 표출인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무의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가 됐든 내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다.
***
술집에 도착한 뒤 우리가 배정받은 룸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이었다. 제희는 말로만 그랬을 뿐, 술이 나오자 자기가 먼저 병을 따서 소맥으로 야무지게 말아 마셨다.
우리는 잠시 일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준비 중인 앨범발매와 함께 메이퀸즈의 일본 진출 계획을 잡고 있다는 제희가 프로모션이나 매니지먼트와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응? 플랜엘도 일본 활동 하지 않았어요?”
“아, 저희는 중화권 쪽으로 나갔죠. 대표님이 일본이랑 중국 쪽 고민하다가 중국으로 갔어요.”
“그럼 일본은 아예 안 했어요?”
“특집 같은 거 있을 때 다른 가수들이랑 같이 한 적은 있어도 단독으로 나간 적은 없어요.”
“아, 그랬구나. 의외네.”
“원래 일본에서는 저희 같은 스타일 잘 안 먹히잖아요. 거기는 업키걸이나 VNF 애들처럼 러블리하고 소녀 같은 감성이지.”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애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일본 멤버를 좀 뽑을 걸 그랬나 봐요.”
“근데 저희도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나간 게 아니라 태진 씨 쇼케이스 게스트로 따라 갔다가 뽀록이 터진 거잖아요. 운이 좋았죠.”
“에이, 그 운이라는 것도 다 자기들이 만드는 거예요.”
“메이퀸즈도 잘 될 거예요. 2년 차에 지금 정도 인지도면 나쁜 건 아닌데.”
“맞아요. 제 기대가 너무 높았던 거죠.”
“설마 기준을 플랜엘로 잡은 건 아니죠?”
“뭐··· 어느 정도는···?”
“에이, 그러니까 그러지. 이래서 스타 출신 선수들이 감독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몇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자기들 수준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니 그게 되냐고. 플랜엘 몇 개월 만에 정산 받았다고 했죠?”
“6개월이요. 정확히는 5개월 하고 10일.”
“와, 진짜 대박이다. 그게 말이 되나?”
메이퀸즈 걱정으로 어두워졌던 제희의 표정이 플랜엘의 추억팔이로 다시 밝아졌다. 나는 건배를 제의하며 다시 한 번 메이퀸즈의 축복을 빌어줬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아우라를 통한 팁 하나를 알려줬다.
“근데 태은이는 예능 왜 안 내보네요? 리플레이 때 하는 거 보니까 예능감 좋던데.”
“태은이가요?”
“예, 한국어 발음도 귀엽고 똘끼도 은근히 있던데요.”
“그런가···?”
“태은이는 이것저것 다 잘하니까 예능이나 연기 쪽으로 밀고, 유진이는 솔로앨범 한 번 내보는 건 어때요?”
“유진이 솔로는 생각 중이죠.”
“아니면 우리도 콜라보 한 번 할까요?”
“콜라보요?”
“예, 요즘에 많이 하잖아요. KU에서도 차밍카펫, 리즈소녀, 도로시 애들 섞어서 싱글 냈었고, 보이그룹에서도 몇 팀 콜라보로 나왔고요.”
“음···.”
“우리는 유진이랑 요나에다가 다른 팀 애들 두 명 섞어서 4인조로 하면 되겠다. 부담되면 프로듀싱이랑 홍보는 저희 쪽에서 맡고요.”
“아···.”
제희는 생각은 좋지만 선뜻 확답은 못 주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기 다른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서 앨범을 낸다는 건 말 그대로 KU엔터 쯤 되니까 진행을 하는 것이다.
회사 간의 수익 배분이며 제작비, 홍보 등등, 신경 써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지.
“아직 피셜은 안 나갔는데 저희 이번에 립밤이랑 계약했거든요.”
“아, 그래요?”
“유진이가 메인 보컬 맡고, 리드보컬 요나, 립밤 쪽에서 메인댄서 한 명 붙이고, 틴에이져스나 GIG급에서 래퍼 한 명 데려오면 되겠네요.”
내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나서야 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플랜메이커 대표와 상의해보겠다면서 마무리를 짓고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오빠가 좋아하던 애가 GIG에 있었나?”
“누구요?”
“리플걸 때 오빠 1픽이었던 애 있었잖아요. 어린 애.”
“아아, 하늘이? 하늘이는 프라미슈 트웰브죠.”
하늘이 이름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조건반사 함박 미소가 지어졌다.
제희는 눈만 웃는다······.
“으흥, 오빠 그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눈웃음 치고 얼굴 하얗고 어린 애.”
“아니··· 딱히 어려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왜요, 솔직히 어리면 좋지. 걔가 몇 살이에요?”
“리플걸 할 때가 열여섯이었으니까 지금 열일곱 됐겠네요.”
“와, 나랑 띠동갑이구나··· 에이, 근데 어려도 너무 어리다. 그럼 오빠가 좋아한다고 했을 땐 중학생이었던 거잖아. 헐···.”
아, 진심으로 욱하네.
누구를 이상성욕자로 아나.
“아니이, 누가 뭐 결혼이라도 한다고 했나? 그냥 연예인으로 좋아하는 것도 안 돼?”
“크크큭, 알았어요 진정해요. 내가 미안해요.”
이번뿐만이 아니다. 내가 오디션 프로에서 하늘이한테 투표했다는 게 알려진 이후부터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이 받았다. 그러니까 그 나이 먹도록 결혼을 못 했다는 둥, 아동성애자라는 둥, 별 그지 같은 악플도 많이 받았고. 그 쌓였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손가락질 할 거면 애초에 중고등학생을 데뷔시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자기들이 좋아해달라고 데뷔해놓고서는 좋아해주니까 사람을 무슨 변태처럼 몰아.”
“뭐야, 오빠 진짜 화났어요···?”
“내가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은 안 했는데, 하늘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거든요. 악플도 엄청 많이 받고 그 중에는 가족들 욕도 있고···.”
“아, 그랬구나. 그건 몰랐어요. 진짜 미안해요.”
미안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내가 머쓱해진다.
진심으로 놀란 것 같다.
“오빠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았구나···.”
“미안해요. 갑자기 욱했네···.”
“아니에요, 이해해요. 나도 악플 많이 받아봐서 잘 알죠. 진짜 미안해요. 한 번만 용서해줘요. 응?”
“아이, 분위기 어쩔 거야. 한 잔 해요.”
“응. 화해의 원샷.”
“다 마시고 머리에 털기?”
“어우, 누가 옛날 사람 아니랄··· 아, 그래요. 머리에 터는 거 나도 해보고 싶었어요.”
잔을 부딪친 뒤 원샷을 하고 내가 먼저 빈잔을 머리에 털었다.
제희도 바로 뒤를 이었다.
“화 풀렸어요?”
“화난 거 아니에요. 그냥 그동안 쌓였던 게 순간적으로 욱한 거··· 미안해요. 제희 씨한테 터뜨릴 게 아니었는데.”
“흐흐흥, 화내는 얼굴이 은근히 섹시하구나···.”
그 순간, 종아리에서 소름과 함께 뭔가가 스믈스믈 타고 올라왔다.
제희의 발끝이었다. 나를 향해 플랜엘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법한 미소를 짓는다.
반달 모양으로 올라간 눈과 도드라진 애교살에는 번식 욕구를 자극하는 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축하해요. 3시간 면접 통과예요.”
“응? 벌써요···? 나 아직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이제부터 하면 되겠네.”
종아리를 타고 올라온 섹시한 발끝이 내 허벅지 사이까지 들어왔다.
< (구)플랜엘 제희(2)-한계치의 오르가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