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윾시 제희는 제희다 >
홍이와의 새벽 연싸대전+란이 질내사정 2연발이 있던 그날 저녁.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고 해야 할 업무도 모두 마무리 지었지만 나는 여전히 회사 사무실이다.
연말에는 바쁘니 내년 초에나 만나기로 했던 제희와 갑자기 약속을 잡았는데,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회사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내가 제희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급만남을 제안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낮에 뜬금없이 이런 메시지 창이 떴기 때문이다.
―――――――
★한제희의 불임률이 92%에서 95%로 상승. 100%가 되면 질내사정 치료도 불가능하니 3일 이내의 빠른 조치가 필요함.
―――――――
나는 하필이면 오늘 밤 밖에 시간이 없었다.
내일부터는 연습생 연말평가 공연을 시작으로 업키걸 자선바자회, 신규 편성 프로그램 미팅, 언론사 인터뷰, 회사 송년회 등등, 말일까지의 스케줄이 몽정 직전의 정액처럼 가득 찼기 때문이다.
제희 역시 연말에는 바쁘다고 했었는데 오늘 당장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
일단 물어보고 안 되면 자기 팔자인 거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톡을 보내봤다.
나 [갑자기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혹시 오늘 저녁에 남는 시간 좀 있어요?]
J [마침 남는 시간이 몇 개 있는데 빌려줄까요?]
그렇단다.
센스 있는 답변을 보니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여자에게 빠졌었는지 새삼 되새겨졌다.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성으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얼굴이 예쁜데 성격과 몸매까지 좋으니 남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거기에 서른도 안 된 나이에 건물주라니.
나는 그 나이 때 학자금 대출 갚고 있었는데···.
나 [그럼 염치 불구하고 좀 빌려줘요]
J [9시부터 낭낭하게 빌려줄 테니까 강남 와서 받아가요. 나중에 꼭 이자쳐서 갚고요]
나 [ㅋㅋㅋㅋㅋㅋ]
약속시간과 장소까지 정해진 마당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밤 제희와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제희는 그냥 가볍게 만나려는 생각인데 내가 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닐까?
어제 시상식장에서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1년 넘게 만나지 않았다.
그것도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일방적인 거리두기였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죄스럽고 이불킥을 차고 싶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연락을 한다?
급한 마음에 덜컥 만남을 제안하기 했는데 막상 단 둘이 만날 생각을 하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술 한 잔 걸친 뒤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뭐해?’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위축된 마음으로 섹스까지 갈 수 있겠냐는 말이다.
예전에도 제희가 먼저 야생마처럼 달려 들어와서 가능했던 거지 당시 내 입장에서 제희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업키걸 애들이나 보라색 2기 놈들이 특별한 것일 뿐, 나는 여자에게 먼저 섹스를 제안할 만큼 과감하고 직설적인 성격이 아니다.
티나 때도 뭐에 홀린 듯 충동적이고 예외적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지.
제희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머릿속에서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내게는 역시 선택권이 없었다.
티나 때처럼 술기운을 빌려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잡히던가, 아니면 예전처럼 제희가 아직도 내게 마음이 있어서 오픈 마인드이길 바랄 뿐이다.
“후우···.”
30분 뒤에 출발하면 될 것 같다.
나는 PC를 끄고 책상 위를 대충 정리한 뒤 소파에 앉았다.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화장실 같은 데서 짜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19금 웹소설을 보고 있다. 성귀남 씨가 추천해준 사이트다.
체위나 애무 방법 같은 것도 나와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가 어느새 유료결제까지 하면서 보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무료 베스트부터···.
<섹피아 무료베스트>
1. 오나니 1왕자지가 되었다
2. 재앙급 빌런의 출사
3. 고인물을 사정해버렸습니다
4. 공창가의 집사
5. 지옥에서 박아온 박부장
6. BJ대음순사
7. SSS급 자위헌터 8. 포주로 돌아왔다
.
.
.
······남들이 볼까 민망한 제목들이지만, 이게 제목만 자극적일 뿐이지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월 매출 억을 돌파한 작품이 있다는 걸 보면 독자층도 탄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무료란을 훑던 도중, 마침 그 소설을 쓴 작가의 신작이 업데이트 됐다는 알림이 떴다. 내가 요즘에 가장 기다리는 연재작이기도 하다.
‘재벌집 막내딸’이란 재벌가 조교물로 19금 장르의 신기원을 싸버린 싼경 작가의 신작 ‘중원 씹쓸이’였다.
<작품소개 : 협(俠)과 의(義)를 숭상하는 강호인들에게 육욕주의의 맛을 보여주마.>
장르문학 문외한이었던 나를 떡협지의 세계에 착상시킨 작품이다.
최신화를 결제하고 입맛을 다시며 막 읽으려던 그때.
―떡떡떡
불청객의 노크소리였다.
이제는 예지력까지 생긴 건지 노크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직감이 들었다.
내 예상대로 란이였다.
“제 카톡 왜 읽씹하세요?”
“아, 답장하려다가 일 생겨서 깜빡했다.”
“떼씹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읽씹을 하다니.”
“아, 뭔 소리야.”
녀석은 냉장고에서 에너지드링크를 꺼내 내 업무용 의자에 앉았다.
“퇴근 안 하세요?”
“쫌 있다 할 거야. 넌 왜 왔어?”
“쉬는 시간이라 음료수 마시려고요.”
“여기가 니 휴게실이냐?”
그러거나 말거나,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대며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녀석이 묻는다.
“아침에 숙소 왔다 간 거 맞죠?”
“어.”
두 번의 질내사정 결과, 가창력과 안무 잠재력이 1포인트씩 올랐지.
“대박.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는 게 이런 뜻이구나.”
“왜, 기억 안나?”
“대표님이 차가운 손으로 팬티 벗긴 거랑, 한 번 싸고 나서 두 번째 시작할 때 잠깐 얘기했던 건 기억나요. 술 마시고 필름 끊겨서 중간중간만 기억나는 느낌?”
“음···.”
“제가 오늘은 안에 싸면 안 되는 날이라고 하니까 대표님은 어차피 임신 못 시키니까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섹스 도중 나눴던 대화를 맨정신으로 들으니까 욘나 민망하다···.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나요. 그래서 제가 좋아했죠?”
“어. 여자라면 역시 질싸라면서 엄청 좋아했어. 두 번째 사정할 때는 눈에서 검은자 없어졌더라. 앞으로는 그거 하지 마, 무서워.”
“뭐래.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냐고요.”
녀석은 큭큭큭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웃긴 얘기해줄까요?”
“안 웃기기만 해봐.”
“아침에 월말평가 안무 연습 하는데 보지에서 계속 대표님 좆물이 흘러나오는 거예요. 깜빡하고 라이너 안 찼거든요.”
아아··· 내가 그동안 우회적인 표현을 쓰라고 몇 십번을 말했는데도 그걸 또 굳이 보지, 좆물이라고 표현하는 클라스.
인정하자. 이 정도로 말했는데 안 바뀌는 거면 그냥 인정을 해줘야 한다.
란이는 내가 무표정으로 있든 말든 혼자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신나게 떠들었다.
“팬티만 젖으면 상관없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레깅스까지 젖을 거 같은 거예요. 생리할 때처럼 완전 뭉텅이로 삐져나왔거든요.”
“으··· 말만 들어도 찝찝하다.”
“그래서 그거 신경 쓰느라고 안무 동작이 조금 이상하게 나왔는데 그거 보고 루주쌤이 뭐라고 그랬게요?”
“글쎄.”
“오늘 따라 그루브가 너무 좋다고, 이제야 느낌을 아는 것 같다고, 큭큭큭큭큭. 완전 웃기죠?” “흐흐흫, 그건 좀 웃기다.”
“그러니까 오늘도 싸줘요. 내일 월평 때도 그 느낌으로 하게요.”
“어, 나 오늘 약속 있는데.”
“그럼 오늘처럼 아침에 와서 질싸튀 하고 가면 되겠네.”
“야, 질싸튀가 뭐냐, 질싸튀가···.”
“저 내일 월평 진짜 잘하고 싶단 말이에요.”
방법이 조금 구리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잘하고 싶은 란이의 진심이 전해져서 가슴이 조금 찡했다. 녀석이 월말평가를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았다. 최대한 노력해볼게.”
대답하는 순간 란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허리를 곧추세운다.
“으으··· 지금도 나왔어요.”
나도 덩달아 같은 표정이 되었다.
녀석은 레깅스를 앞으로 벌려 속사정을 확인하며 내게 물었다.
“으··· 안 되겠다. 숙소 가서 팬티 갈아입고 와야겠다. 대표님 새끼들 나온 거 보실래요?”
내 새끼라니, 소름이 쫙 끼친다.
한편으로는 뭔가 기분이 묘했다.
질내사정을 한 정액은 여자의 질 안에 2~3일 정도 머문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내 흔적이 계속 남아있는 것 아닌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야, 그거 나올 때마다 내 생각 나냐?”
“그럼요.”
“다른 여자들도 그럴까?”
“아마도?”
“음···.”
“왜요, 질싸한 여자들이 많아서요?”
“아니다···.”
“어제도 홍이 언니랑 했죠?”
“안 했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쳤는데 녀석은 귀신처럼 알아차렸다.
“에이, 꼬추가 띵띵 뿔어서 왔던데요 뭐. 안에 들어왔을 때 평소 때랑 느낌이 달랐던 건 기억나요. 아, 맞네. 내가 그거 때문에 더 빨리 올랐네.”
아. 그건 고추가 불었다기보다는, 여성의 질에 맞춰 고추가 최적화되는 ‘네 질 안에 안성기맞춤’ 패시브 스킬 때문이리라.
“근데 대표님 좆물은 왜 이렇게 끈적끈적하고 찐해요? 쌀 때마다 양도 디따 많고. 원래 빠구리 많이 뜨면 묽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건 강남 패키지 중, 언제나 정액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채워주는 ‘정액권’ 때문이고···.
란이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암튼 대표님은 제 인생 섹파예요. 대표님이랑 한 뒤로는 딴 남자 자지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어, 어··· 다행이네.”
“대표님은 어때요? 나 맛있어요?”
“야, 너 안 가냐? 숙소 가서 속옷 갈아입는다며.”
“큿큿, 대표님 부끄럼 탈 때 엄청 귀여운 거 알아요? 섹스할 때는 헐크 같은 사람이 평상시에는 완전 부끄럼쟁이야. 그게 또 반전매력이에요.”
“나가라고, 나도 퇴근 준비할 거야.”
“아라따,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니까 보채지 좀 마라.”
하아, 나도 요도구멍에 콩깍지가 단단히 붙었지.
이런 게 몸정, 떡정이라는 건가보다. 사투리 쓰는 란이가 귀여운 게 아니라 섹시하게 느껴진다.
녀석은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과하게 사투리를 쓰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암튼 간에 아침 늦게라도 꼭 와서 질싸튀 하고 가래이. 아랐나?”
“노력은 할 텐데 기대하지는 마.”
“싫은데. 기대할 건데? 내는 대표님 니만 생각하면 보지가 막 벌렁벌렁거린다 안카나.”
“이게 좀 받아주니까 오버한다 또. 뒷덜미 잡고 강제로 끌어내기 전에 가라.”
“그런 말 하지 마라. 대표님한테 억지로 끌려 나가는 거 상상하니까 또 흥분된다. 뒷덜미 말고 이왕이면 머리카락 잡아주면 안 되나?”
“야, 야, 내가 졌다. 나가든 말든 니 맘대로 해.”
“큭크큿, 알았어요. 퇴근 잘 하세요.”
란이가 나가고 난 뒤 나는 핸드폰에서 웹소설 뷰어를 껐다.
녀석과 대화를 한 것만으로도 야설 한 편을 읽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를 증명하듯 쿠퍼액도 낭낭하게 지렸다.
한시라도 빨리 제희를 만나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
소속사 건물에서 나온 제희가 내 차를 발견하고 조수석에 올랐다.
“와···.”
“왜요?”
나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에 제희가 놀란 토끼 눈으로 묻는다.
“오늘 패션 완전 내 스타일.”
“아, 진짜? 애들 녹음 있어서 대충 입고 나온 건데···.”
모직 롱 코트, 롱 치마, 컨버스 스니커즈 조합.
요즘 내가 꽂힌 여자 패션이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여자 패션이기는 한데 역시 포인트는 비율과 얼굴이지.
“나 진짜 화장도 안 했어요. 거의 쌩얼이나 마찬가지···.”
“제희 씨는 노메가 더 예뻐요. 내가 예전에도 얘기 하지 않았나?”
“했어요. 오빠 우리 집에서 잘 때.”
두근두근···.
여윾시 제희다.
만나자마자 분위기가 너무 좋다.
“메이퀸즈 녹음?”
“예, 새 앨범 수록곡 가이드.”
“으흥, 예정일이 언제예요?”
“내년 봄이요.”
“오호.”
“어, 오빠 잠깐만요. 저게···.”
형식적으로 리액션을 해주면서 차를 빼려는데 창문을 내린 제희가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정유진! 너 어디가!”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제희가 제작한 걸그룹 메이퀸즈의 메인보컬이자 서원이의 불알친구 유진이었다.
요나에 버금가는 재능과 멋진 아우라를 가지고 있던 녀석인데, 못 본 사이에 그 아름답던 아우라가 분홍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주 시발 지랄하고 앉아 있다.
여기가 무슨 동물의 왕국이야?
< 여윾시 제희는 제희다 > 끝